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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73화 (370/1,404)
  • # 373

    #373화 남의 음식을 탐하지 마라. (1)

    저들의 목적은 딱 하나.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잡고 있던 우리를 모두 죽이는 것.

    레이드를 진행 중인 우리가 죽는다면 아이템 소유권이 공중으로 붕 뜨게 된다.

    그걸 꿀꺽하겠다는 생각.

    드랍템을 스틸하지 못하게 패치된 이후, 악질적인 놈들이 이 방법을 종종 써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천상 연합이 그 짓을 하려고 우르르 뛰어온 상태.

    천상 연합 유저들이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딜이 아무리 덜 들어간다고는 하나, 거의 다 죽어가는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게 집중 공격을 한다면 확실히 승산은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주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고.

    주변을 쭉 둘러보자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고 모두 안색을 굳히고 있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칼을 거꾸로 잡은 사람들.

    원래 최강 소속이었지만, 천상 연합의 스카우트로 넘어간 사람들.

    지금 저 행동 자체는 충성의 증명쯤 되는 건가?

    해원 그 사람도 진짜 악질이네.

    선두에 저 사람들을 세워두고 우리 반응을 어디에선가 구경하고 있으려나?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추가 인원이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찾아 나서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천상 연합이 등장하자 전사 형, 수호 형, 막내별 이 세 명이 기를 쓰면서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그 세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천상 연합을 견제하는 중이고.

    오버된 데스 나이트도 데스 나이트지만 당장 여기서 죽어버리는 것은 뼈아프니까.

    “형.”

    “알아.”

    내가 눈빛으로 신호를 하자 재중이 형도 안색을 굳혔다.

    선택을 하려면 빨리해야 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로 버틴다면 자칫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그대로 넘겨줘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생길 것이다.

    “형, 제 마음대로 해도 돼요?”

    “무슨 생각 있냐?”

    재중이 형이 내게 고개를 돌리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깽판엔 깽판이죠.”

    “뭐,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의견을 냈다가 망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먹혔다.

    문제는 나 혼자 개고생을 할지도 모른다.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재중이 형과 의견을 나누는 그 잠시의 시간 동안 천상 연합 유저들이 성큼성큼 우리를 포위하면서 들어왔다.

    대충 체크한 길드만 서른 곳.

    최소 1:30의 싸움을 해야 하는데 나나 재중이 형, 프로 형들 정도면 몰라도 다른 길드원들에게는 꽤 벅찬 미션이었다.

    고작 우리를 잡기 위해 모인 인원이라고 말하기엔 정말 많은 수였지만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잡고 나올 아이템을 생각하면 결코 과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지간한 아이템은 다 떨어진다.

    다른 서버를 확인했다면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과연 데스 나이트를 잡은 포인트가 우리에게 올지, 천상 연합에 갈지도 문제다.

    아이템 소유권을 잃는다면 포인트가 안 들어올 확률이 높았다.

    아이템과 포인트.

    그리고 우리의 죽음.

    천상 연합에서 손 안 대고 코를 풀려고 아주 작정했네.

    물론, 난 그걸 그대로 두고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두고 바로 오버된 데스 나이트로 뛰어들었다.

    갑작스레 뛰어들자 전사 형이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어?”

    그런 전사 형을 보면서 손으로 물러나라는 표시를 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할게요.”

    【 징벌의 사슬! 】

    꼭 탱커만 어글 스킬을 쓰란 법은 없었다.

    평소엔 필요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필요했다.

    어글 스킬을 쓰자마자 전사 형과 수호 형을 잡아먹을 듯 난동 부리던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내게 시뻘건 시선을 돌렸다.

    준비는 이거면 됐고.

    그럼, 가볼까?

    【 헤이스트! 】

    【 백스탭! 】

    내게 강하게 내려찍는 거대 도끼를 피해 바로 뒤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방향을 꺾어 오히려 천상 연합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 있던 장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주호다!”

    “이 숫자에 혼자 뛰어들어?”

    “미친놈 아냐?”

    어차피 우리를 공격하려던 녀석들이 오히려 이쪽에서 먼저 달려들자 당황하고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있던 탱커의 정면으로 달려가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내려치자 탱커가 반사적으로 라지 쉴드를 내밀어서 앞을 막고 봤다.

    “실례.”

    내려치려던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회수한 뒤, 곧장 점프를 하자 몸이 너무도 쉽게 땅을 박차고 사람의 머리 높이 정도로 뛰어올랐다.

    스탯이 늘어나면서 확실히 움직임이 편해졌다.

    가볍게 점프한 상태로 라지 쉴드의 윗 모서리를 밟고는 그대로 다시 한 번 점프해서 정면의 탱커의 뒤로 넘어갔다.

    “뭐야?”

    어리둥절한 탱커를 그대로 남겨두었는데 걱정은 전혀 되지 않았다.

    바로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나를 따라 뛰어오면서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탱커를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거대 도끼로 강하게 내려찍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다.

    일격.

    3페이즈의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레벨과 스펙은 적정 수준 이상 맞춰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식으로 체력이 바닥까지 뚫려 버린다.

    나쁘지 않네.

    처음에 탱커의 방패를 밟고 점프한 뒤 징검다리 건너듯 지금 계속 다른 사람의 어깨나 머리 등을 밟으면서 뛰어다녔다.

    동시에 내가 밟아 넘긴 유저가 데스 나이트의 무기에 그대로 녹아버리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걸리적거리는 유저는 거침없이 거대 도끼로 찍고 베고 날려버렸다.

    단 한순간.

    연속된 점프와 데스 나이트의 난동으로 우리 팀을 포위하던 천상 연합의 포위망에 균열이 생겼다.

    “아! 저 새끼 뭐야!”

    “막아!”

    “데스 나이트 여기로 온다!”

    “피해!”

    점프를 하면서 옮겨다니자 우르르 몰려 있던 천상 연합 유저들이 억지로 간격을 벌리면서 서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데스 나이트가 내 뒤를 따라서 뛰어오는 것도 한몫했겠지만.

    한 번 벌어진 간격과 균열은 다시 재정비하기 어렵게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서로가 멀리 떨어지자 내가 밟고 뛰어넘어야 할 유저가 더 없어 땅바닥에 착지했다.

    어쩔 수 없이 착지하니 수십의 유저가 다시 내게 뛰어들면서 창칼의 휘둘렀다.

    점프를 못 하게 막는다고 다는 아니지.

    전사 형처럼 광역으로 경직을 주는 싸이클롭스의 외침이나, 데스 나이트 피어 같은 기술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약한 스킬은 가지고 있지.

    【 오우거의 외침! 】

    순간적으로 큰 파동이 넓게 퍼지며 주변에 있던 유저들을 휩쓸었다.

    보통 몬스터의 어글을 끌기 위해 사용하지만 대인전에서는 사용처가 완전히 달랐다.

    순간의 자세 제어.

    내려치거나 움직이려던 자세를 한순간이나마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스킬을 시전하려던 마법사들도 마찬가지고.

    스킬 시전이 끊기면서 허무하게 날 바라보는 유저들을 한 번 슥 둘러보고는 내게 뛰어드는 데스 나이트를 바라봤다.

    자, 여기 먹이가 있는데 넌 어쩔 거지?

    다시 유저를 개떼처럼 모아놓고 그사이에 서 있었더니 이번엔 데스 나이트가 스킬을 시전했다.

    【 반월참! 】

    오버된 데스 나이트의 주력기.

    반월참이 시전되더니 전방을 부채꼴로 싹 쓸면서 잠시 경직되어 있던 유저 무리를 녹여버렸다.

    마치 아이스크림 한가운데를 큰 수저로 떠내듯이.

    큰 자국이 나면서 천상 연합 유저들이 사라졌다.

    꼭, 내 손으로 다 잡을 필요가 있을까?

    잘만 이용하면 최강의 칼잡이가 우리 편에 있는데.

    그렇게 당하면서도 천상 연합 유저들은 오버된 데스 나이트에 손도 대지 못했다.

    적어도 우리 편.

    신화 길드와 최강 길드가 다 죽기 전까지는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살아 있어야 했다.

    데스 나이트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그냥 손가락 정도의 지분을 가진 채 아이템은 구경도 못 할 테니까.

    그리고 확인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포인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 꾀에 자기들이 넘어가는 셈이려나.

    반대로 저쪽은 전혀 손댈 수 없지만 이쪽은 마음대로 휘둘러도 된다.

    그러잖아도 상대하기 힘든 데스 나이트가 지금은 최고의 보호를 받으면서 천상 연합 유저들을 학살했다.

    한 방위의 유저가 싹 사라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 완전 다른 전개에 천상 연합 유저들이 벙찐 표정만 지었다.

    이런 식으로 아예 데스 나이트를 끌고 다닐지는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아니, 데스 나이트를 달고 도망 다닐 여력 자체가 안 되니까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빈약한 준비가 지금의 대학살극을 만들었다.

    뒤에 빠져 있던 유저들이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가는 것을 보면 썩 충성스러운 집단도 아닌 모양이고.

    거기다 아까부터 계속 둘러봐도 해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발견 못 했다고 생각하기에는 힘들지.

    아마 이 자리에 안 왔을 확률이 높았다.

    어지간히 뒤로 빠지는 걸 좋아하는 인간일세.

    덩치가 커서 그런지 아님 원래 명령체계가 엉망인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는 굉장히 미흡했다.

    그저 나를 잡기 급급했다.

    일단, 내게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최대한 빗겨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9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에 맞은 인챈트 화살의 빛이 한 번에 사라졌다.

    이쪽은 합격.

    적어도 인챈트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13강 카스카라.

    이쪽은 마법 자체가 확 줄어들었다.

    마치 촛불을 불었을 때, 확 사그라드는 것처럼.

    마법 크기 자체를 줄여 버리나?

    어쩌면 광역 마법의 반경까지 줄일 수 있을까?

    거기다 마력까지 쭈욱 차올랐고.

    예전보다 월등히 상승한 흡수량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받는 대미지는 거의 없는데 흡수하는 마력량은 최대치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헤이스트를 무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

    마력을 계속 쓸 수 있으니까.

    물론, 누군가 계속 공격을 한다는 가정하에.

    혹시나 해 주변에 깔리는 화염 광역 마법에 카스카라를 가져다 대자 광역 마법의 범위가 확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역시.

    마력으로 이루어진 모든 스킬을 파훼하는 무기군.

    기획 의도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게 있어서 이것보다 좋은 무기는 구하기 힘들었다.

    “물약을 한 번 안 빨아?”

    “뭐야? 타격이 없잖아.”

    “멀쩡하네. 저 많은 공격을 막고도…….”

    포위망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화살과 마법을 쏘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리 쪽 사람들도 대대적인 반격을 하는 것이 보였다.

    절반에 가까운 수가 데스 나이트 풀셋을 입고 있으니 물꼬만 터주면 느슨해진 포위망을 뚫는 것은 일도 아닐 터.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을 필두로 해서 포위망을 완전히 밀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쪽은 저걸로 됐나.

    일단 포위만 안 당하면 그때부터는 저쪽의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넘치는 마력으로 자힐을 하면서 천상 연합을 모두 주물러줬다.

    물론, 내 쪽이 아닌 오버된 데스 나이트가.

    외곽으로 빠져나온 우리 팀도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야금야금 적의 전력을 깎아 먹었다.

    천상 연합 중 일부만 보낸 것을 보면 아마 이 정도로 충분히 아이템과 포인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걸까?

    추가 증원이 안 온다는 것은 나르샤 누나를 통해 이미 들었다.

    아마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을 벌이고 있거나, 혹은 뭔가를 잡고 있을 수도.

    사정이야 어쨌든 계속 길드들을 쓸고 다니다 보니 익숙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최강 쪽에서 빠져나가 천상 연합에 붙은 사람들.

    “거기는 대우가 좋은가 봐요?”

    글쎄,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감정이 없었다.

    그렇게 관심 있지도 않고.

    얼마를 받고 갔는지는 약간 궁금하긴 했지만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그중 대표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나서서 나를 쏘아봤다.

    “너희끼리 다 해먹는데 우리가 필요하기는 했냐? 더 이상 잡일은 사양이다.”

    “흐음, 그런가요?”

    “항상 네임드는 너희만 잡고, 우린 뒤처리하기 바쁘고, 철 지난 네임드 템을 선심 쓰듯이 비싸게 팔아먹는데 누가 좋다고 하겠냐.”

    저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오래 있었어도 이랬겠구나.

    잡을 능력이 되면 본인들이 잡으면 되는데 그걸 징징거리다니.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아니었다면 이 대륙으로 넘어오지도 못했을 사람들인데…….

    말을 해봐야 길어질 것 같아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 너희도 인정하지? 이기적인 놈들. 그따위로 하니까 길드원이 다 도망가잖아.”

    그 말에 뒤에 있던 과거 최강 길드원들이 옳다면서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함께했던 사람들이 맞기는 한 건지.

    어차피 돈 받으려고 간 것이 아니었나?

    저 사람들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썩 좋은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평생 그렇게 살아. 남 탓만 하면서.”

    “뭐?”

    “그리고 능력 되면 한 번 잡아봐. 그 좋아하는 네임드.”

    엄지를 들어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던 오버된 데스 나이트를 가리키자 사내와 구 최강 길드원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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