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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56화 (354/1,404)

# 356

#356화 리치를 찾아서 (2)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전사 형은 데스 나이트 라지 쉴드를 들더니 바로 뒤로 빠졌다.

그리고 동굴 전체를 울리는 폭발음에 얼떨떨한 우릴 바라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굳이 충격을 몸으로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전사 형 말대로 앞에 서 있을 이유는 없지.

반면, 그 충격을 몸으로 다 받아낸 녀석은 따로 있었다.

나르샤 누나의 어그로에 끌려 나온 커스 아처.

어그로에 끌린 녀석은 바닥의 함정이란 함정은 죄다 건들면서 다가오는 모습에 얼이 빠졌다.

이런 식으로 함정을 해체해도 되는 건가?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를 바라보자 나르샤 누나가 통로 끝 가장자리에 편안하게 앉아서 이 광경을 구경 중이었다.

그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에 나도 표정을 풀어버렸고.

함정에 당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그러잖아도 함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커스 아처가 다 터뜨리고 지나와 그런 고민은 바로 사라졌다.

워낙, 충격이 커서 그런지 데스 아처가 오히려 달려오다가 그대로 녹아서 죽어버렸다.

아이템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봤지만 아이템은 보이지 않았다.

함정이 죽인 걸로 인식하는 건가?

좀 아깝긴 하네.

하긴 나르샤 누나가 한 것은 그냥 화살로 한 대 친 것밖에는 없으니까.

만약, 이런 식으로 함정을 이용한 아이템 드랍이 가능하다면 여기는 완전 노다지 밭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몇 번만 더 하면 함정 걱정은 없을 거다.”

전사 형이 다시 앞으로 나서서 버티다가 나르샤 누나가 커스 아처를 끌고 들어와 함정을 터뜨리는 일을 반복했다.

최종병기 형이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는 내게 와서 슬쩍 물었다.

“나르샤 쟤 대체 사거리가 얼마나 되는 거냐? 저게 보이긴 보여?”

“아, 으음. 있어요. 전에 싸이클롭스를 잡고 나온 시야 스킬이. 사거리야 오우거 하트를 쓰면 해결되고.”

최고의 사정거리.

그리고 오우거 하트의 힘.

두 가지가 합쳐지면 중장거리 저격도 가능하다.

현재는 나르샤 누나만 가능한 장기.

물론, 스킬이 있다고는 해도 그걸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수반되어야겠지만.

스킬이 있다고 아무나 저렇게 맞추진 못한다.

“다음에 나도 좀 부탁하자. 응?”

“아, 으음. 최초템이라 아마 구하긴 힘들 걸요? 아니면 오버시켜야 할 건데. 싸이클롭스에게 수백 명 정도 먹이로 주실 자신 있으면…….”

“꽤 까다롭네.”

“뭐, 그렇죠.”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괴랄하다.

그나저나 싸이클롭스는 아직도 사람들이 못 잡은 건가?

나타났다는 말도 못 들어본 것 같고.

발동 조건이 좀 난해하지만 아예 안 나타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가 함정을 제거하는 동안 재중이 형에게 그걸 물었더니 답이 나왔다.

“으음, 사람들 지금 트로아 요새 퀘스트 거의 다 건너뛰고 넘어오는 중이라 아마 어지간해서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요?”

이건 또 의외네.

“돈 좀 지불하면 로가슈 왕국 바로 넘어올 수 있는데 굳이 거기서 죽치고 있을 놈이 있겠냐. 오우거 템 얻는다고 잠시 머물면 모르겠다만.”

“……그래서 안 팀장이 우릴 그렇게 싫어하나 보네요.”

“크크, 뭐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일단, 컨텐츠를 쓸 수 없게 만들었는데 너 같으면 좋아하겠냐?”

하긴, 그 사람들도 준비하는데 오래 걸렸을 텐데 우리가 그걸 홀라당 말아먹었구나.

“자자,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집중하자고.”

안 팀장의 고생이 쓸데없는 소리가 되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왠지 짠한 건 기분 탓인가?

어느 정도 함정 제거가 끝나자 커스 아처가 그대로 살아서 통로를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에서 버티는 전사 형을 피해 사선으로 뛰더니 곧장 어그로가 잡혀 있는 나르샤 누나를 향해 검은 화살을 쏘아냈다.

쒜엑!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는 모습을 본 전사 형이 급하게 막으려고 했으나 떨어지는 민첩 덕분에 모든 방향을 완벽하게 틀어막기란 무리였다.

전사 형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 옆으로 빠르게 옮겨 화살을 쏘다니.

확실히 반응이 앞선 필드에 있던 녀석들보다 월등했다.

“피해!”

이미 날아간 화살까지는 전사 형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르샤 누나가 급하게 움직이려는데, 순간 그 앞을 가로 막고 서는 사람이 있었다.

“수호 형?”

전사 형처럼 완벽한 데스 나이트 장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아랫 단계에서 맞출 하르 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었다.

전사 형이 검은색으로 도배됐다면 수호 형은 하얀색으로 온몸을 도배했다.

그런 수호 형이 라지 쉴드를 크게 기울이더니 자세를 한껏 낮추고 검은 화살을 그대로 막아내었다.

물론, 워낙 강한 화살이라 뒤로 밀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아니, 저건 뒤로 밀린 것이 아니라 뒤로 점프를 한 건가?

마치 검은 화살의 충격을 흡수하듯 몸이 붕 뜨는 한순간 몸을 크게 돌리더니 라지 쉴드를 휘감듯 검은 화살을 옆으로 밀어내었다.

저렇게 튕겨낼 수도 있구나.

온몸을 쿠션 삼아 충격량을 흡수해 버리다니.

매번 전사 형이 방패를 기울여서 막는 것을 보다가 저런 식으로 막는 것을 보니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강하네.”

딱 한 마디.

전사 형보다 낮은 장비로 검은 화살을 쳐낸 사람의 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담담했다.

확실히 프로는 프로네.

밀리는 장비를 가지고도 저런 식의 대처가 가능했다.

그리고 바로 챠밍의 마법이 이어졌다.

【 저주 해제 】

데스 나이트와 똑같은 기술이던가?

체력 회복이 안 되는 저주에 걸리자 챠밍이 바로 해제를 해주었다.

“상위 몬스터를 잡아야 하위 몬스터의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다니 밸런스가 엉망이구만.”

최종병기 형의 말에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니기에.

잠시 멈칫한 사이 최종병기 형이 바로 커스 아처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무기는 평범한가?

가장 기본적인 검방 형태인데 저 형은 볼 때마다 무기가 바뀌어서 솔직히 뭐가 주력 무기인지는 모르겠다.

【 대쉬! 】

【 비월참! 】

대쉬로 달려들면서 동시에 비월참을 날렸는데 그걸 본 커스 아처가 바로 좌측으로 뛰면서 비월참을 피해냈다.

그리고 마치 예측이나 했다는 듯 똑같이 좌측으로 최종병기 형이 달려들었다.

뭐지?

어떻게 방향을?

【 돌진! 】

【 강격! 】

그러더니 돌진으로 가속을 더 끌어올리고 그 뒤로 쉴드에 강격을 걸더니 그대로 커스 아처의 옆구리를 쉴드로 후려쳐 버렸다.

점프해서 피하던 커스 아처가 어쩔 수 없이 활을 들어서 방어했는데도 불구하고 돌진과 강격의 콤보에 의해 그대로 튕겨 나가 벽에 부딪쳐 버렸다.

분명 민첩에서 밀릴 텐데…….

예측으로 확실히 방향을 맞추고 점프해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정확하게 집어내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커스 아처가 부딪친 벽이 함정으로 폭발하자 아예 최종병기 형이 커스 아처의 품으로 뛰어 들어가 쉴드로 다시 한 번 커스 아처를 후려쳤다.

“키엑!”

앞에서 최종 병기 형의 공격을 받고 뒤로는 함정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커스 아처의 눈에 빛이 꺼지면서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폭발의 반경 범위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커스 아처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거기다 앞뒤로 충격을 더 하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다니.

폭발이 일어나는 그 짧은 찰나 본인에게 유리한 모든 판단을 내리고 몸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결과, 그 강하다고 생각되었던 커스 아처가 최종병기 형의 발밑에 다운되어 뻗어 있었고.

“좋아, 오늘 컨디션 괜찮네.”

여유 있게 고개를 좌우로 한 번씩 흔들더니 바닥에 쓰러진 커스 아처를 마음껏 공격했다.

잘하잖아?

그동안은 레벨 차이로 같은 사냥터에서 플레이를 볼 상황이 거의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 이상이다.

“재들은 저게 생활이라. 큭큭.”

뒤에서 걸어 나온 재중이 형이 놀라고 있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움직임이 완전 다르네요.”

“밥 먹는 시간 빼고 저 짓만 해봐라. 눈 감고도 한다.”

그리곤 바로 뛰어들어 쓰러진 커스 아처를 같이 공격했다.

사탕 커플과 현역 여대생, 발키리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로 동참했다.

현역 여대생은…….

쌍검인가?

나와 똑같이 두 개의 검을 들고 쓰러진 커스 아처를 공격하고 있었다.

전과는 다르네.

발키리 아주머니는 여전히 창을 들고 계시고.

사탕주면따라가요.

사탕줄께따라와요.

두 커플 중 사탕 형은 대검을 사용했다.

조합을 보면 나쁘진 않은데 궁수가 모자란 느낌.

마법사도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데.

저쪽 역시 챠밍처럼 사탕 누나가 마법 공격과 회복을 모두 책임지는 모양이었다.

급조된 파티라 구성은 어쩔 수 없으려나.

두 팀이 동시에 다운된 커스 아처를 공격하는데도 상당히 오래 죽지 않고 버텨냈다.

“이 녀석 체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최종병기 형이 질린다는 눈빛으로 계속 내려쳤다.

보통 궁수 몬스터보다 압도적인 체력.

좀 질려간다 싶을 때 겨우 녀석이 죽음의 빛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검은 뼈로 만들어진 활을 하나 드랍했다.

겨우 두 개인가?

뭔가 드랍률이 저조하네.

『 +0 커스 롱보우 / 출혈 19 타격 19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 +0 커스 뼈 갑옷 상의 / 방어력 20

민첩+5 』

그런데 나온 아이템은 그런 실망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굉장한 녀석들이 나왔다.

“어?”

“음?”

특히 활.

데스 나이트는 근접형이라 나르샤 누나가 가질만한 아이템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르다.

옵션.

아이템 대미지.

무엇 하나 데스 나이트 무기보다 밀리지 않았다.

커스 아처를 잡는 난이도에 비하면 이건 진짜 횡재한 수준이다.

“여길 털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네.”

재중이 형이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드랍률이 아무리 뭐, 같다고 해도 무조건 와서 사냥해야 한다.

이 정도 무기를 떨어뜨린다면.

분배에 대해서는 들어오기 전 서로 이미 이야기가 끝났는지 수호 형 쪽 팀과 잠시 눈빛만 주고받은 재중이 형이 바로 나르샤 누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오빠, 고마워. 잘 쓸게.”

하르 활도 좋지만 앞으로 쟁이나 대인전을 생각해 보면 이쪽이 쓰임새가 더 좋은 편이었다.

오히려 강화는 이쪽이 더 쉽게 되려나.

그리고 워낙 들고 있는 무기가 잘 나오는 편이라 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뼈 갑옷?

상의가 있는 것을 봐서는 하의도 있고 다른 부위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다만, 옵션 같은 부분은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에 못 미쳤다.

그냥 옵션 자리 하나가 싹 빠져 있었으니까.

방어력이 네임드 템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데 제작템보다는 높은 중간급의 방어구인가?

궁금함에 잠시 뼈 갑옷을 들어보았다.

그런데 정말 의외의 상황이 생겼다.

“으음? 이거 꽤…….”

굉장히 가볍다.

아니, 매우 가볍다.

이 정도 방어력에 이 정도 가벼움이라…….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가 방어력과 옵션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면 이 뼈 갑옷은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가벼움.

솜털 같은 가벼움은 아니지만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보다는 절반 정도 가볍게 느껴졌다.

이거 고민되게 만드네.

심지어 옵션도 민첩.

하의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갈아타야 하나?

내가 권해서 다른 사람들도 한 번씩 들어보더니 눈빛들이 변했다.

“이 정도 가벼움이면 옵션하고 타협 볼 여지도 있기는 한데?”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하의가 나오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지.

뼈 갑옷 상의는 일단 수호 형 쪽으로 넘겨주었다.

나중에 데스 나이트 중갑이 생기면 몰라도 지금은 이쪽이 성능이 좋을 테니까.

그렇게 아이템을 갈무리하고 조금씩 전진하자 통로가 좌우와 중앙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왔다.

“왼쪽? 오른쪽? 아님 중앙?”

최종병기 형이 물어보자 현역 여대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남자는 직진이요!”

“넌 남자도 아니잖아!”

현역 여대생의 당찬 말에 최종병기 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냥 중간이죠. 영화에서 보면 매번 좌우로 가다가 길 잃더라.”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그런 말을 했지만 어차피 선택을 어디로 하나 알 수 없는 거라 다들 중앙 통로를 향해 들어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전사 형을 필두로 한 명씩 따라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사탕 커플이 따라 들어왔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돌 갈리는 소리와 함께 석벽이 내려앉았다.

“함정?!”

다들 깜짝 놀라서 외칠 때 전사 형과 수호 형이 앞으로 나서 방어 자세부터 취했다.

그리고 챠밍과 사탕 누나가 전방을 빛으로 밝히자 커다란 공동 안에 그 녀석들이 있었다.

정면을 딱 가로막는 우람한 덩치.

발키리 아주머니가 처음 본다는 듯 깜짝 놀라서 외쳤다.

“데스 나이트잖아?!”

심지어 한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나.

거기다 이쁜소녀가 어둠 속 뒤편에 있는 특이한 몬스터도 발견했다.

“뒤에 마법사도 있어요…….”

심지어 커스 아처도 곳곳에 숨어 화살을 재고 우리를 기다렸다.

이런, 종합 선물 세트인가?

결국, 최종 병기 형이 현역 여대생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했다.

“너 앞으로 영화 끊어라.”

“힝.”

데스 나이트에 커스 아처 부대, 영문 모를 마법사까지.

뒤를 돌아보는데 이미 석벽으로 막혀서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이거 살아나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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