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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50화 (348/1,404)
  • # 350

    #350화 광산 쟁탈전 (1)

    【 진(眞) 비월참! 】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연속으로 휘두르자 검은 기운이 연속으로 정면을 강타했다.

    파괴력에 중점을 둔 스킬답게 한 발, 한 발 적중될 때마다 수십의 유저가 튕겨져 올랐고 그대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날아간 여섯 발의 진(眞) 비월참이 중앙을 가로막고 있던 오십여 명에 가까운 유저를 녹이자 폭발음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주변의 천상 연합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균열.

    중앙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저쪽에서도 상당히 믿고 신뢰하거나 그에 준하는 장비, 레벨을 가진 병력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그런 중앙 병력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녹아버렸는데 아무렇지 않다면 말도 안 되겠지.

    주변에 있던 유저 몇몇은 멍한 상태였고, 몇몇은 경악했다.

    이렇게 쉽게 죽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으니까.

    특히 힐을 넣어주던 힐러진은 더 심했다.

    힐을 받던 인원이 순식간에 사라졌으니까.

    “어?”

    “……에?”

    “갑자기?”

    “앞 라인 어디 갔어?”

    열심히 힐을 주고 있었는데 그 힐을 받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없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그리고 이 상황은 그동안 팽팽했던 라인에 큰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중앙을 책임질 사람들이 없어졌다는 것은 곧 진형이 무너졌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眞) 비월참을 날리고 난 뒤, 바로 마력부터 체크했다.

    대략 2/3이 날아갔나?

    데스 나이트가 아닌 상태에서 진(眞) 비월참 급의 스킬을 쓰면 마력 소모가 눈에 확 들어왔다.

    조금만 큰 기술을 써도 마력 잔량에 바로 빨간 불이 들어온다.

    변신을 하면 기본 마력이 워낙 높아져 진(眞) 비월참을 쓴다 해도 좀 떨어지거나 할 뿐 지금처럼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지금은 좀 불편함이 느껴졌다.

    변신이 무제한이면 좋을 텐데…….

    진한 아쉬움.

    그것을 뒤로 한 채, 데스 나이트 두 자루에서 한쪽은 카스카라로 변경했다.

    대미지가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에 비해 많이 밀리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보다 좋은 무기가 없었다.

    중앙이 쓸려나가는 것을 본 재중이 형이 옆에 와서 섰다.

    “휘유, 시작이 좋은데?”

    마치 관광을 나온 것처럼 즐거운 표정.

    전장을 앞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기색까지.

    사실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실력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뛰어들 준비를 갖춘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포메이션?”

    길게 물어볼 시간도 없고 그냥 짧게.

    원하는 말만 물었다.

    “저놈들하고 가끔 했던 놀이.”

    “놀이치고는 깔끔하네요.”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지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재중이 형의 말 한 마디에 헤라 길드원들 대부분이 반응했다.

    “뭐, 기억하더라고. 고맙게도. 그럼, 시작하자.”

    재중이 형이 전방을 바라보면서 뛰어나갔다.

    만약, 그 한 번의 외침이 그저 외침으로 끝났다면 엄청나게 민망했을 것이다.

    그만큼 믿음이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헤라 길드원들은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재중이 형이 중앙의 공백이 된 공간으로 뛰어들자 그 뒤를 헤라 길드원 전부가 따라 들어갔다.

    마치 장군을 따르는 병사들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말과 행동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저 모습 자체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뭔가 부럽기도 하고.

    그것에 괜히 가슴 속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잊고 있던 화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졸지에 뺏겼네요?”

    내가 말하자 화련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왔다.

    비싼 돈 주고 데려온 사람들이 자기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화련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 있는 상황이지.

    그런데 의외로 화련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냥 좀 아쉽다는 표정?

    “칫, ……우리 팀에 왔으면 얼마나 좋아.”

    의외네.

    별다른 동요 없이 인재 욕심을 부리다니.

    “어차피, 지들 맘대로 해.”

    “그래요?”

    그러면서 화련이 손가락으로 재중이 형을 필두로 중앙을 가로지르는 헤라 길드원들을 가리켰다.

    쐐기 모양으로 돌진하는데 움직임이 워낙 좋아서 싹 밀어내듯 중앙을 돌파하고 있었다.

    서로 빈틈을 메워가면서 전진하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고 돌파해냈다.

    저런 게 가능하나?

    오랜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모습에 넋이 나갔다.

    프로는 역시 프로구나.

    일반인과 경험치가 다르다.

    천상 연합 유저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면서 중앙이 완전히 찢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우리 쪽 연합 길드들이 자리를 메우듯 뛰어들기 시작했다.

    한 번의 돌격으로 기세를 완전히 가져오면서 분위기가 우리 쪽 연합으로 넘어와 버렸다.

    강력한 소수가 다수를 찍어 누를 수 있다는 것을 재중이 형과 헤라 길드원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어떻게든 데려와야겠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재중이 형의 뒷모습을 보는데 그 모습에 소름이 돋을 뻔했다.

    저 형, 앞으로 좀 고달프겠는데?

    저런 모습을 보여줬으니 화련이 얼마나 침을 흘리겠는가.

    몸값이 몇 배로 올라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 그리고 넌 대체 언제 넘어올 거야?”

    “네?”

    내가 언제 넘어간다고 한 적 있었나?

    “몸값. 원하는 대로 불러.”

    아주 파격적이네.

    이젠 아예 백지수표인가.

    “아쉽지만 돈이 아쉽진 않아요.”

    정말이다.

    돈에 구애받을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칫, 그럼 뭐 해주면 넘어올 건데?”

    “글쎄요, 그냥 안 넘어가면 안 되나요?”

    내 단언하는 말에 화련이 눈을 바로 가늘게 떴다.

    딱 봐도 알겠는데.

    화났네.

    헤라 길드원들을 재중이 형이 다 뺏어갔음에도 별말이 없더니 날 보고는 계속 이런 식이다.

    그러더니 손을 꾸욱, 쥐고는 날 향해 말했다.

    “나 가지고 싶은 거 못 가져본 적이 없단 말이야. 네가 뭔데 매번……!”

    그 말에 잠시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요. 살면서 원하는 것을 다 가지고 살 수는 없어요.”

    내가 예전에 그랬고.

    지금도.

    딱히 다르지는 않다.

    “그냥 최선을 다해서 손을 뻗을 뿐이에요. 그게 안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고 있어요.”

    “칫, 그런 건 나도 알아.”

    뭐, 아주 철없는 여자는 아니었네.

    “아무튼 매번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 말에 화련이 화들짝 놀라더니 순간 고개를 확 돌렸다.

    응?

    ……방금 또 뭐지?

    “됐고! 빨리 가 버려! 꼴 보기 싫으니까!”

    “안 그래도 가야겠네요. 전투 끝나고 봐요.”

    “칫, 됐거든?!”

    화련은 화련이고 이쪽도 여유롭게 농담을 할 수 없었다.

    우리 쪽 연합의 전진으로 우리 팀 역시 전진하고 있었으니까.

    화련을 뒤로 하고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각 길드원이 재중이 형이 돌파한 라인을 따라 완전히 천상 연합을 갈라놓기 위해 중앙을 같이 파고들었는데 우리 팀도 최강 길드와 붙어서 같이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사 형은 방어에 치중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었고, 공격은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맡고 있었다.

    이쁜소녀는 그 사이를 뛰어다녔고.

    “좀 늦었습니다.”

    전사 형은 정신이 없는지 뒤도 안 보고 말했다.

    “주호, 늦었어! 뭐 하다 온 거야?”

    “아,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그럼, 바로 합류해!”

    전사 형이 데스 나이트 라지 쉴드의 넓은 면으로 앞에 있는 한 유저의 몸을 통째로 쳐냈다.

    꼭 방패 기술이 아니더라도 힘 스탯도 높고 항시 켜진 다크 쉴드 덕분에 충격량이 배가 되어 상대방 탱커가 반항조차 못 해보고 연신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서 쓰러지자 그대로 하르 해머로 탱커의 갑옷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탱커의 갑옷이 눌려 들어가 땅이 파였다.

    “커억!”

    그리고 바로 이쁜소녀가 전사 형 옆에 자리 잡더니 데스 나이트 라지 액스를 머리 위로 크게 들어 올렸다.

    바닥에 쓰러진 탱커가 깜짝 놀라든 말든 이쁜소녀는 밝은 표정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 강격! 】

    훨씬 강력해진 라지 액스의 날로 탱커의 허리를 그대로 내려찍었다.

    쿠앙!

    배틀 액스로 찍었음에도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폭격 소리가 들리더니 그 자리에서 탱커는 죽음의 빛으로 변했다.

    크리티컬인가?

    마무리 능력이 부족한 전사 형에 비해 이쁜소녀의 데스 나이트 라지 액스는 무려 9강이다.

    제대로 치면 원킬을 낼 수 있는 그런 수준.

    전사 형이 버티고 이쁜소녀가 마무리하는 그림과 나르샤 누나의 저격까지 정말 대단했다.

    【 더블 샷! 】

    체력이 부족한 녀석을 찾아서 정확하게.

    챠밍은 마력과 쿨타임이 돌아오면 광역기를 주저 없이 날렸다.

    그것도 라인보다 좀 더 후방을 향해서.

    【 썬더 레인! 】

    이곳은 썬더 레인을 쓰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진(眞) 썬더볼트의 축소판쯤 되려나?

    지상으로 강력한 낙뢰를 광범위한 범위로 뿌리며 후방에 있던 많은 유저에게 대미지와 함께 상태 이상을 씌워 버렸다.

    “으악!”

    “움직임이…….”

    “젠장, 몸이 떨려서 컨이……!”

    지져 버린다는 느낌도 강했지만, 그것보다 스파크가 몸 전신을 타고 흐르면서 제멋대로 춤추도록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힐러 역시 상태 이상에 걸렸다.

    “뭐야! 왜 갑자기 힐이 멈춰?!”

    “힐! 힐! 뭐해!”

    “대체 뭐하냐고! 힐 안 해?”

    “……발!”

    후방의 사정을 모른 채, 전방 라인에서 싸우던 유저들의 외침이 계속 이어졌다.

    물약이 따라갈 수 있는 것도 개인 대 개인으로 붙었을 때 이야기지, 지금은 도처에 화살과 광역 마법이 난무하고 눈먼 화살이나 광역기에 피를 빨리는 것은 예사였다.

    그러다보니, 힐 지원이 없다면 순식간에 쓸려나가게 되어 있었다.

    잘 들어오던 힐을 받지 못하자, 또 다른 문제까지 겹쳤다.

    계속 빠지는 체력 덕분에 신경이 분산되어 눈앞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다.

    격전 중에 집중이 풀리면 어찌 될까?

    “크악!”

    “억!”

    “젠장!”

    버티고 버티던 앞 라인이 여기저기 검과 액스에 찍혀나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앞이 무너지자 바로 뒤에 있던 2선이 나섰는데 그럼에도 이미 무너져 버린 라인을 다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강도의 마법을 사용하는 출중한 마법사의 유무.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승패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었다.

    저쪽도 아주 바보는 아닌지 챠밍을 향해 화살을 비 오듯 쏴댔다.

    그것을 보자마자 내가 나서 화살들을 전부 쳐내기 시작했다.

    수십 발이 날아왔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9강 데스나이트 블레이드가 대미지의 대부분을 상쇄해 내게 입히는 대미지 자체가 없었다.

    거기다 카스카라로 화살을 쳐내자 마력까지 동시에 차올랐고.

    이런 공격은 고맙지.

    “잘했어!”

    내 뒤에 숨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챠밍에게 외치자 챠밍이 수줍게 미소 지었다.

    “오빠, 항상 고마워요.”

    “고마우면 나랑 재밌는 것 하나 할까?”

    마력은 다 찼다.

    그런데 앞에 우리 아군도 섞여 있어서 제대로 공격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아예 난전도 아니고.

    “전에 말한 그거 해요?”

    “응, 그거.”

    내 말에 챠밍이 두 팔을 뻗어 내 팔을 자기 품에 끌어당겼다.

    “갈게요!”

    【 블링크! 】

    챠밍이 블링크를 시전하자 나와 챠밍이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적 연합의 머리 위로 챠밍과 내가 등장했다.

    역시 내가 쓰는 블링크와는 거리 자체가 다르네.

    내가 짧은 거리를 오가는 정도라면 챠밍은 중장거리 이동 기술에 가까웠다.

    공중에 붕 뜬 상태로 아래를 내려 보니 저 연합이 우글우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지원 부대가 모여 있는 장소.

    후방이라 공격을 안 당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힐이나 마법, 화살 공격만 하는 유저들이 잔뜩 있었다.

    체력이 약하디약한 유저들의 모임.

    그곳을 노려보면서 챠밍에게 외쳤다.

    “하자!”

    “넵!”

    【 리틀 오우거 소환! 】

    【 반월참! 】

    【 소녀 라미아 소환! 】

    【 썬더 캐논! 】

    하늘에서 나와 챠밍이 동시에 반월참과 썬더 캐논을 날리자 우르릉, 하는 우레 소리와 공기가 찢어지는 충격음이 동시에 들리면서 지원 부대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렸다.

    “크악!”

    “아악!”

    “뭐야!”

    하늘에서 사용해서 그런지 광역기가 더 넓게 퍼졌고, 가장 강력한 광역기가 동시에 터져나가자 우르르 모여 있던 유저들이 단말마의 비명만 남겨놓고 깡그리 녹아버렸다.

    적어도 이번 한 방으로 길드 두 곳은 확실히 지도에서 지웠다.

    그리고 완전히 지저지고 타오르는 필드에 챠밍을 안고 그대로 착지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일대의 유저가 싹 녹아서 황랑한 느낌마저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느슨해진 방어벽을 부수고 재중이 형과 헤라 길드원들이 우리에게 뛰어왔다.

    “너?! 어떻게 여길?”

    재중이 형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챠밍과 함께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저희가 먼저 왔네요.”

    “하, 블링크 진짜. 개사기네.”

    내가 챠밍을 안고 있으니 어떻게 온 지 이해한 듯 웃어버렸다.

    그리고 무너진 방어진을 쓸면서 우리 연합 사람들이 달려왔다.

    주변을 가득 메운 아군 연합들.

    그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 닿아있었다.

    “랭킹 1위가 여기서 한마디 해야지?”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툭 치자 잠시 주저하다가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하늘로 치켜 올리며 사람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전부!! 쓸어버려~!!!”

    주변이 울리는 것 같은 강력한 외침에 사람들도 강하게 호응했다.

    “우오!”

    “가자!”

    “쓸어버리자!”

    “전진!”

    “죽이자!”

    내 외침을 타고 번진 함성이 곧 하나의 커다란 기운이 되어 급격하게 천상 연합을 찍어 눌렀다.

    그렇게 기세를 잃은 천상 연합의 라인은 너무나 쉽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파상공세.

    그렇게 천상 연합의 유저들은 죽거나 도망가기 시작했다.

    일차전은 우리 승리인가?

    그것도 압도적인 대승.

    그런 기쁨도 잠시.

    고개를 들자 수백의 비공정이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비공정들이 일제히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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