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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38화 (336/1,404)

# 338

#338화 물어뜯기 (4)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일까? 모두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역시 나왔구나!”

아직 용도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넘어왔다.

재중이 형도 그걸 보더니 피식 웃으면서 데스나이트 심장을 내게 던져줬다.

심장이라고는 하지만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깊은 흑색 보석이었다.

팔각 모양을 한 보석 표면에 데스 나이트를 상징하는 해골 검과 투구가 음각되어 있었고.

“제가 써요?”

내 물음에 팀원들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좋은 건 나부터 다 밀어주는구나.

잠시 고민하는 내게 재중이 형이 말했다.

“누누이 말했지만 아이템은 제일 잘 쓸 수 있는 사람부터. 오케이?”

“뭐, 그랬죠.”

좋은 것을 받으면 그만큼 또 좋은 것을 구해서 가져다주면 된다.

그게 우리 방식이지.

남들처럼 아이템을 값어치에 따라 나누니 어쩌니 하는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전에 길드와 대규모로 레이드 했을 때는 얼마나 골치가 아프던지…….

내겐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딱 이 정도가 좋다.

바로 데스 나이트 심장을 내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흑색의 팔각 보석이 손 위에서 서서히 흑색 연기로 변해 팔을 휘감은 채 심장까지 다가왔다.

잠시 심장 부근에 멈춰 있던 흑색 연기는 어느새 가슴 속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다른 심장 이펙트하고는 좀 달랐다.

뭐랄까, 좀 더 심심하고 심플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심플함과 다르게 새로 생긴 스킬 목록은 엄청났다.

『 데스나이트 하트 』

《 하루 한 번 데스나이트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

《 표준 24시를 기준으로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

《 변신이 해제되면 체력과 마력이 1이 됩니다. 》

《 데스나이트 변신 주문서와는 쿨타임이 별도로 적용됩니다. 》

《 다른 심장 계열과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하하…….”

이번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사 형이 내가 실없이 웃기만 하자 불안한 듯 물었다.

“왜? 무슨 문제 있냐?”

사뭇 심각한 표정.

우리가 이걸 오버시키기 위해 이 난리를 폈는데 꽝이라면 정말 허망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냥 웃기만 하자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았고.

이건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

모두의 시선에 내게 고정됐다.

“아, 아뇨. 그런 것 아니에요. 그런 것 있잖아요. 너무 좋으면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심장이 가진 능력을 설명했다.

사실 설명하고 어쩌고 할 것도 없었다.

이쁜소녀가 제일 먼저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우와! 대박!”

지금 우리 팀에서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을 한 명 꼽자면 이쁜소녀다.

로스트 스카이 최초로 데스나이트로 변신해 봤으니까.

그때, 지하 연무장에서 이쁜소녀를 제외한 우리 다섯이 동시에 상대를 했는데도 이쁜소녀를 변신 시간 내 꺾지 못했다.

그만큼 이 변신 시스템은 사기였다.

전사 형도 같은 생각인 듯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더듬었다.

“사, 사기…….”

데스나이트와 매번 맞짱을 뜨던 전사 형이라면 이 템의 값어치를 가장 잘 알겠지.

“이거라면 리치도 상대할 수 있겠어요.”

챠밍의 시선은 이미 리치에게 가 있었다.

지하에 존재하는 우리가 상대해야 할 마지막 종착점 같은 녀석.

나르샤 누나도 그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신 주문서 한두 개만 더 있으면…… 가능할지도?”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붙어봐야지 알지. 속단은 금물이야.”

확실히 데스나이트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중층의 네임드고 리치는 막 층의 네임드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중이 형이 드랍된 아이템을 마저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자, 이거는 라지 쉴드…….”

라지 쉴드가 나오자 전사 형이 체면 없이 그냥 바로 달려와서 재중이 형에게 매달렸다.

“형님!”

“아아, 알았어. 너 그 얼굴로 그렇게 귀여운 표정 좀 짓지 마. 진짜 무섭다.”

질색하는 재중이 형을 아랑곳하지 않고 전사 형의 눈은 라지 쉴드에 가 있었다.

판다는 생각은 아예 1도 없는 것 같았다.

오직 강화.

재중이 형이 라지 쉴드를 넘겨주자 전사 형이 다시 라지 쉴드를 앞에 세워두고 절을 했다.

저런 집착이 지금의 전사 형을 만들었나…….

“그리고 액스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이쁜소녀에게 돌아갔다.

『 +0 데스나이트 배틀 액스 / 출혈 16 타격 22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확실히 출혈보다는 타격치에 집중된 양손 무기.

갑옷을 입고 있는 상대에게 더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데스 나이트를 포함해서.

“아, 앗! 네!”

귀여운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묵광이 잔뜩 흐르는 데스나이트 배틀 액스를 들고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고는 도끼날에 얼굴을 막 묻더니 그대로 뺨을 비벼댔다.

사랑스러운 표정 그 자체라 뭐라고 할 수도 없네.

한 명은 방패를 앞에 두고 절을 하고.

다른 한 명은 도끼날에 뺨을 비비고 있…….

둘 다 좀 무서워.

나르샤 누나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 바보들은 그냥 내버려 둬.”

그 말에 그냥 미소만 지었다.

뭔가를 저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재중이 형이 아이템 중 데스나이트 풀셋을 찾아내서 내게 건넸다.

“너 일단 다 입어라.”

“에? 괜찮아요?”

“나야 뭐 컨으로 커버하면 되니까. 이거 없으면 너 훅 간다.”

변신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인지 본인이 쓸 수 있음에도 재중이 형이 나를 제일 먼저 챙겼다.

“알았어요. 지금 입고 있는 건 다 넘겨드릴게요.”

“오케이. 이렇게 하나씩 맞추다 보면 금방 될 거다.”

일단, 전사 형에 이어 내 쪽도 풀셋.

이번엔 방어구에 이어 망토까지 모조리 착용했다.

거절하지 않는 이유는 변신이 풀리고 난 뒤, 조금이라도 살 확률을 높이려면 아이템 하나, 하나가 절실하니까.

세트의 구성은 상하의, 헬름, 건틀렛, 부츠, 망토까지 총 여섯 피스다.

올라가는 총 스탯 역시 근력+10, 민첩+15, 마력+5.

붙어 있는 효과 및 스킬은 다크 아머, 웨폰 마력 소모 절반 감소, 크리티컬 저항, 저주 방어 추가, 그리고 헤이스트.

무기 스위칭이나 심장을 돌려 지력을 올리지 않더라도 바로 헤이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진(眞) 비월참과 변신 주문서 한 장은 재중이 형이.

반월참은…….

“이거 무기 두 개 들면 두 발 나가던데요?”

“뭐?”

재중이 형이 그 말에 한숨을 쉬고는 내게 넘겨주었다.

“에휴, 다 가져가라.”

“하하…….”

부족한 마력 총량만 어떻게 맞추면 두 발을 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한 발 쏘고 마력만 빠르게 채워 시간차로 쏴도 해결되는 문제라 그냥 반월참을 받았다.

데스나이트 피어는 전사 형이 가져갔고.

광범위한 범위에 오랫동안 스턴을 걸 수 있는 이 기술은 사기 중 사기다.

그리고 이제 어지간하면 오버를 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기술은 마지막 기술이 될 수도 있고.

당분간은 전사 형을 대표하는 기술이 되지 않을까?

반월참 역시 그럴 것이다.

정제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은 받자마자 바로 써버렸다.

어차피 보물상자에서 얻은 창고 입장권으로 앞으로 몇십 장은 더 얻을 수 있으니까.

『 +5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23+5 』

『 +4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22+4 』

『 +4 데스나이트 헬름 / 방어력 20+4 』

『 +5 데스나이트 건틀렛 / 방어력 17+5 』

『 +3 데스나이트 부츠 / 방어력 18+3 』

『 +3 데스나이트 망토 / 방어력 15+3 』

운이 좋아 두 개나 +5가 두 개나 떴다.

방어력도 경갑이나 로브를 입다가 플레이트를 입으니 엄청난 수치로 뛰어올라 버렸다.

경갑이나 로브가 아무리 방어력이 높아 봐야 플레이트의 밑이다.

그 상황에서 데스 나이트 플레이트를 입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무게도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과중하게 몸을 누르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민첩이 15나 올라가 무게로 인해 떨어지는 움직임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

전체적으로 움직임은 예전보다 좀 더 높아졌고, 방어력은 미친 듯 올라갔다.

진작 플레이트를 입을 것을 그랬나?

“이젠 두들겨 맞아도 안 죽겠네요.”

전사 형이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자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후.

이걸로 아이템은 일단락됐나?

옆에서 이쁜소녀가 바로 강화를 시도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기도 하고.

그리고는 몇 번의 번쩍임과 함께 바로 강화를 끝내버렸다.

『 +5 데스나이트 배틀 액스

출혈 21(16+5) 타격 27(22+5)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정제 무기 강화석으로 2단이 올랐나?

이쁜소녀가 한 번 더 하려는 것을 챠밍이 바로 손을 잡아 막아버렸다.

“힝!”

“안 돼!!”

“네에…….”

강화를 더 하고 싶어 시무룩한 표정의 이쁜소녀를 챠밍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저쪽도 일단락됐고.

“슬슬 가죠? 마무리하러.”

* * * * *

북쪽에 다다르자 사장님과 더불어 길드원들이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고 버티고 있었다.

스칼렛도 한쪽에서 열심히 마법을 날려댔고.

아로하는 기운을 좀 차렸는지 말 그대로 덤벼오는 족족 썰어내는 중이었다.

준수하다.

달 길드가 쪽수에 무너진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선방이다.

듣기로 서쪽은 치맥 길드가 지원을 가서 더 형편이 나을 것 같았고.

이쪽만 어떻게 처리하면 이 싸움은 끝이다.

“사장님.”

“왔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보이는 표정.

커버가 안 되는 곳은 바로 오더를 내리면서 틀어막는 여유를 보여줬다.

“굳이 안 와도…….”

“그냥 갈까요?”

“허허, 뭐하냐? 빨리 자리 안 잡아?”

장난스럽게 웃으며 날 때리려고 하는 모습에 같이 웃으면서 바로 블록으로 진입했다.

“형, 변신해요?”

“으음, 지금?”

“빨리 쓸어버리고 쉬죠?”

“좋을 대로. 오늘은 나도 좀 피곤하네. 계속 데스나이트하고 붙었더니.”

재중이 형도 그렇지만, 실상 전사 형의 피로도가 더 심했다.

본인이 낼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분투를 해서 그런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이쁜소녀도 그렇고.

가상에선 컨디션이 한 번 떨어지면 잠을 자거나 그냥 푹 쉬는 것 외에는 정말 방법이 없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여기서 끝을 보는 것이 좋다.

통로는 다른 통로와 마찬가지로 꽤 많은 길드가 뭉쳐서 뚫으려 하고 있었다.

얼핏 보니 전에 날 죽이려던 그 사내의 길드도 보이는 것 같았고.

여기저기 흩어져서 감시라도 하는 건가?

상관없지.

지금은 그냥 다 죽여 버리면 된다.

그냥 날리면 우리 편이 다 맞으니 일단 전사 형에게 신호를 했다.

그러자 전사 형이 한쪽 무릎을 꿇더니 데스나이트 라지 쉴드를 비스듬히 기울여줬다.

내가 밟고 지나가기 좋도록.

바로 달려나가 전사 형이 기울여준 쉴드를 밟고 점프했다.

확실히 점프를 하자 블록 너머의 유저들의 모습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일단 한 방.

【 리틀 오우거! 】

【 반월참! 】

내가 가진 마력의 2/3 이상이 빠져나가면서 검은 기운이 블레이드에 모였다가 앞으로 반월을 그리면서 쏘아졌다.

그러자 전면 블록을 뚫기 위해 싸우던 적 길드원 대부분이 반월참의 폭발에 쓸려나가면서 형편없이 나뒹굴었다.

“뭐야?! 어디서 날아온 거야?”

“전방에 힐! 힐!”

“이미 죄다 죽었는데 무슨 힐이야! 뒤에 애들이나 회복시켜!”

굳이 변신을 안 해도 반월참은 강하네.

그대로 우리 쪽 블록을 뛰어넘어 우리 진영과 적 진영 그 한 가운데로 떨어졌다.

“주호?!”

“저놈이 왜 여기 있어?”

“무슨 수를 쓴지 모르지만 그래 봐야 한 놈이잖아. 뚫어!”

“그래, 저런 거 연속으로 절대 못 쓴다. 다 전진!”

“한 발밖에 없는 거 겁내지 말고 덤벼!”

앞에 우르르 죽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쪽수를 믿는 건지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내 쪽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 데스나이트 하트! 】

데스나이트 하트를 쓰자 전처럼 온몸이 검게 변하면서 온전한 데스나이트로 변신이 되었다.

“뭐야! 저건!”

“데스나이트로 변했어?”

우왕좌왕.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변신을 하자 내 마력이 완전히 새로 채워져 있었다.

바로 10강 데스나이트 블레이드 두 자루를 앞으로 내밀었다.

【 반월참! 】

전과 똑같이 데스나이트 블레이드에 맺히는 검은 기운에 사람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누가 한 발뿐이라고 했지?”

신에게는 두 발의 반월참이 더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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