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1
#331화 착각은 자유 (3)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0.
> 로딩 중…….
레벨은 한 단계 더 올라서 90.
사실 데스나이트를 잡는 것도 이젠 한계였다.
경험치, 바로 경험치가 처음 잡았을 때와 다르게 현저히 떨어진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
접속을 하자 어제 데스나이트를 잡았던 던전의 한구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쩐다?
<주호> 형, 어디에요?
<불멸> 로테 길드 건물. 어제 먹은 것 정리하고 물약 좀 채운다고. 너 어제 거기지?
<주호> 네, 귀환할까요?
<불멸> 음, 그래. 거기도 꽤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일단 귀환해.
바로 귀환석을 써서 로테의 길드 건물로 귀환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챠밍, 이쁜소녀, 전사 형, 나르샤 누나와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바로 어제 먹은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데스나이트가 그냥 잡아서는 아이템을 너무 주지 않았다.
제대로 된 풀 셋을 구하려면 대체 몇십 번을 잡아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 상황.
“보자, 일단 전사는 풀셋이니까 넘어가고.”
재중이 형 말에 전사 형은 바로 뒤로 빠졌다.
이미 몸 전체가 묵광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새로 얻은 데스나이트 라지 쉴드까지 해서 완벽한 풀셋.
무기만 하얗게 번쩍거려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방어구는 주호 몰아주기로 한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모두 찬성했다.
데스나이트 플레이트가 경갑에 비해 무겁다고는 하지만 경량이 되었는지 그렇게까지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겹치지 않아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상의, 하의, 건틀렛을 받아서 교체했다.
“거의 한 마리당 한 부위 정도네요.”
“어, 정말 안 나오긴 하네. 무기가 나올 때는 반 토막 나고. 물론 이 정도로 좋으니까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재중이 형 말대로 확실히 좋다.
바로 가지고 있는 일반 방어구 강화석으로 2강까지 강화를 한 뒤 바로 정제 방어구 강화석을 써서 강화를 마쳤다.
『 +4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23+4
근력+5 / 다크 아머 마력 소모 50% 감소 』
『 +3 데스나이트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22+3
민첩+5 / 크리티컬 저항+1 』
『 +4 데스나이트 건틀렛 / 방어력 17+4
근력+5 / 다크 웨폰 마력 소모 50% 감소 』
다른 부위보다 상의와 건틀렛에서 오는 마력 소모 50% 감소 옵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의 마력 부담을 줄여주면 전투 유지 기간이 확실하게 늘어나니까.
“더블 크래쉬, 진(眞) 비월참은 정말 안 나오네.”
아쉬운 점.
성능이 좋은 만큼 드랍률이 너무 저조했다.
정제 무기 강화석은 총 10개, 방어구 강화석은 총 15개까지 모았다.
그리고 데스나이트 변신 주문서가 한 장 더 떨어져서 일단 내가 한 장 가지고 있기로 했다.
“이렇게 자주 떨어지는 걸 봐서는 일회용이네.”
“언제 쓸 일이 있겠죠.”
“두 장인데 써 볼까?”
재중이 형이 나와 이쁜소녀를 쳐다보자 이쁜소녀가 먼저 손을 들었다.
“저 지금 해볼게요! 어떤 건지 모르고 막 썼다가 나중에 탈이 나면 안 되잖아요.”
“음, 확실히 그렇네.”
다 같이 실험을 위해 길드 건물에 배치된 지하 연무장에 내려갔다.
“혹시 모르니까 조금씩 떨어져 주세요.”
이쁜소녀의 신호에 다들 자리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이쁜소녀가 떨리는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변신 주문서를 찢었다.
【 변신 : 데스나이트! 】
시작은 발밑에서 생긴 복잡하게 생긴 검은 마법진.
마법진이 빠르게 돌아가더니 흑색 아지랑이가 수백 다발 올라와서 이쁜소녀의 전신을 감쌌다.
그렇게 아지랑이가 굳게 뭉치더니 하나의 갑주가 만들어졌다.
이쁜소녀의 체형에 딱 맞는 형태로.
손만 대도 베일 것처럼 보다 날카롭게 생긴 검은 갑주.
그 사이로 검붉은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왔다.
마치 데스나이트처럼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헬름에서 눈 부분을 뜨자 곧바로 검붉게 변하더니 이내 이쁜소녀가 움직였다.
몇 분 뒤.
“……미쳤네.”
그리고 다시는 변신서를 그냥 찢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 * * * *
우리가 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네 개의 던전의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전사 형이 보여주는 화면에서는 어떤 남성 유저가 방송을 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것을 봐서는 꽤 유명한 bj 같기도 하고.
일단 방송에서 보이는 곳은 광산 던전 입구.
그중 전의 우리가 사내에게 제안을 받았던 그 광산 던전 부근이었다.
“자, 아시다시피 영상에 나왔던 데스나이트가 출몰한다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있죠.”
- 와, 진짜 데스나이트 나오는 건가요?
- 오오, 들어가 봐.
- 풍선 백 개 쏜다, 들어가. 구경 좀 하자.
“하하, 아쉽게도 들어가면 제가 뒤집니다. 그냥 들어가도 뒤지는데 지금은 들어가기도 전에 장애물이 있군요.
그 말과 함께 bj가 던전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던전 주변을 진을 치듯 우글우글 모여 있는 길드들.
- 저놈들 뭐야?
- 왜 저기서 진을 치고 있어?
- 설마 통제하냐?
“네, 맞습니다. 현재 혈명이라는 길드를 중심으로 뭉친 수십 개 길드 연합이 던전 입구를 막고 들여보내 주질 않고 있습니다.”
- 미쳤네, 쟤들 저기 들어가서 사냥은 할 수 있어?
- 완전 웃기네. 설마 데스나이트 지들끼리 잡으려고 저러고 있는 거냐?
“제가 한동안 살펴봤습니다만, 정작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유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근데 몇몇 유저들은 통과시켜주는 것이 보였죠.”
- 전형적인 짜고 치는 고스톱이네.
- 다른 던전 세 개도 더 있다면서? 그리로 들어가 보던가?
“지금 각 던전마다 여러 길드들이 뭉쳐서 진입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이곳만은 그렇지 못하군요. 아, 지금 이곳도 몇 개 길드가 뭉쳐서 혈명 길드에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길 트라고 하고 막는 쪽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군요. 과연 어떻게 될까요?
- 오오, 진짜 싸움 나는 거 아냐?
- 크크, 그래 요즘 너무 조용했다 싶었지.
“아무래도 대화가 결렬된 모양입니다. 서로 욕질을 하더니 무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 지금 양쪽 진영이 붙었습니다!”
- 오오, 꿀잼. 게임이 이래야 재밌지.
- 크, 내 풍선을 받아라.
“캄쏴합니다! 자! 양쪽 진영 제대로 붙었군요. 숫자는 지키는 쪽이 많긴 한데 공격하는 진영이 길드는 다들 알만한 길드가 많이 모여 있어서 모르겠군요.”
한자리에 모인 수백 명의 유저들의 격한 전투가 시작됐다.
다들 무기에서 웨폰 이펙트가 번쩍거리고 사방에서 광역마법과 화살들이 난무했다.
가능한 강력한 공격을 모두 쏟아 내고 난 뒤는 바로 백병전으로 돌입.
그렇게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필드 전쟁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마치 공성전을 하는 것만 같은 광경에 눈이 즐거웠다.
물론, 보는 사람 입장에서.
양쪽 다 지원군이 계속 붙고 싸움이 싸움을 불러오는 상황이 얼마나 지속됐을까?
애초에 지키는 혈명 쪽 연합 숫자가 월등해서 크게 흔들림 없이 1차전은 막는 쪽의 승리로 끝이 나는 듯했다.
공격 측 길드들이 피해를 어느 정도 입자 뒤로 진영을 빼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2차전이 시작되었다.
전혀 다른 연합이 반대편에서 참전해서 방어 측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공성전과 달리 필드전은 참가 제한이 전혀 없다.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시간제한도 없고.
경험치 하락 보정도 없다.
드랍률 보정 역시 없고.
그냥 쌩으로 들이받는 건데 아무리 규모를 크게 만들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갉아 먹히면 필드에서는 버틸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구조다.
죽으면 그때부터는 로테에서부터 비공정을 타고 날아와야 하는데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는 그냥 전력 외라고 봐야지.
아예 원샷 원킬로 찍어 눌러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계속 투입되는 쪽이 이기는 편이고.
bj의 영상에 혈명 연합의 지휘를 하고 있던 예의 그 사내가 고함을 지르는 것이 들렸다.
“x발, 이 새끼들 다 뭐야!”
당황스러운 표정.
그리고 계속 혈명 연맹이 밀리자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마 원래라면 이 정도까지 공격이 들어오지는 않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적어도 광산 던전 안에 뭐가 있는지 누구든지 안다.
데스나이트.
각 길드의 사정이라 자세한 것까진 알 수 없지만.
일단 잡든 못 잡든 연맹 하나가 여길 잡고 있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던가.
어떻게든 먼저 잡아보겠다고 움직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저들을 몰아내고 자리 잡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오우거 로드 때도 잡지도 못하면서 주변에 접근조차 못 하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젠장, 부장들 뭐해! 광산 던전 안으로 간다!”
막다가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 사내가 전투 중인 인원들을 광산 던전로 후퇴시켰다.
명령 체계는 나름 잘 되어 있는지 빠르게 던전 광산 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bj도 그 광경을 보고 놀랐는지 외쳤다.
“오! 드디어 길이 뚫렸습니다.”
- 아니지, 저건 광산 던전 입구 끼고 막으려는 거잖아.
- 혈명 연맹에서 머리 쓰네. 입구 저렇게 좁으면 뚫기 어렵지.
- 저러면 쟤들도 필드에서 사냥 못 하지 않음?
- 유저들이 천년만년 여기서 버틸 것도 아니고. 머리 잘 썼다. 저놈.
방송 보는 사람들이 더 똑똑한 것 같기도 하고.
“하하, 그렇군요. 그럼,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위험하니 풍선 팍팍 부탁드립니다!”
bj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가 적당히 웃음으로 때운 뒤 다시 광산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공격했던 길드들도 혈명 연합이 광산 던전 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어이없는 얼굴로 변했다.
“쳇, 다 잡았는데.”
“그냥 밀고 들어가죠?”
“입구가 좁아서 한 번에 몇 명 못 싸워. 잘못하면 하루 종일 싸워야 해.”
난감.
어이없음.
아쉬움.
그런 감정들이 모여서 전장이 이상한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개중에 마법사들이 모여 광역 마법으로 입구를 공격했지만 입구를 막고 있던 라지 쉴드 가드라인 뒤쪽에서부터 힐 샤워가 쏟아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체력이 완벽하게 채워졌다.
저건 내가 가도 못 뚫겠네.
물론 저걸 뚫을 만한 강력한 기술 한두 방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챠밍이 이런 쪽으로는 더 강력할 것이다.
힐이고 뭐고 한 방에 녹여버리면 그냥 뚫리니까.
그렇게 소강상태가 이어지가 김이 빠졌는지 죽치고 있던 길드들이 어쩔 수 없이 주변 필드에서 사냥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리를 밀어내긴 했지만 완벽하게 밀어냈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원래 원하는 것은 던전 안쪽에 있는 데스나이트였으니까.
- 킥킥, 완전 개털 됐네.
- 저거 못 뚫어.
- 데스나이트 한 번 보나 했더니 아깝다.
그런데 그때 bj의 시선이 다시 한 번 광산 입구로 향했다.
“어? 뭔가 이상합니다?”
그 말을 하기 무섭게 던전 안쪽에 들어가 있던 혈명 연합 유저들이 서로를 밀치면서 바깥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x발! 이게 뭐야!”
“젠장! 튀어!”
“비켜! 이 새끼들아!”
“크악! 좀 나오라고!”
들어가는 것이 힘들었던 만큼 나오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그런 광산 입구 통로에 강력한 폭발이 터지면서 유저들을 바깥으로 잔뜩 튕겨내었다.
몇 명은 충격파에 공중으로 튕겨 나오더니 그대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진(眞) 비월참?
비월참이 수십 다발씩 계속 쏟아지면서 유저들이 터트리고 날려대면서 광산 입구에서부터 그 녀석이 묵직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다.
주변에 있는 유저들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몇 명씩 죽여가면서.
압도적인 포스와 기백.
누구 하나 접근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한 기세를 뿜으며 나오자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데스나이트.
그것도 안쪽에서부터 사람들을 양껏 잡아먹고 나온 녀석이었다.
우리가 상대했던 녀석보다 상위 호환.
심지어 제일 까다로운 라지 쉴드를 들고 있는 녀석이었다.
거기다 리치가 긴 거대한 배틀 액스를 한 손으로 들고 있었고.
리젠 될 때마다 무기가 바뀌는 건가?
“크어어어어!!!”
입구를 나오자마자 맹렬한 고함을 외치자 주변에 있던 유저들이 일제히 몸이 굳어버렸다.
피어?
이제껏 피어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거기다 아예 처음부터 몸이 붉게 달아 있었다.
공략한 지 한참 지나고부터 페이즈가 넘어가는 것이 아닌 그냥 저게 기본이라는 듯.
이미 혈명 연맹은 던전 안쪽에서부터 대부분 잡혀먹어서 소수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소수도 던전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길드 연합에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야망은 있었는데.
선택을 잘못한 연맹의 최후인가?
특히 몬스터에 죽으면 드랍이 엄청나게 잘 되니까 이번에 떨어뜨린 아이템이 적지 않을 것이다.
복구를 하려면 눈물 날 정도로 돈이 빠져나가겠지.
“진영 잡고! 탱커들 앞으로!”
대부분은 저런 식이다.
탱커를 앞세우고 어글을 끌고 딜로 마무리하는.
그런데 이 데스나이트는 그런 어설픈 공략은 절대 안 먹힌다.
흐릿한 신형과 함께 모습이 사라지자 데스나이트에 접근하던 탱커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뒤!”
공간을 격해 마법사들과 궁수들이 모여 있던 뒷 공간에 데스나이트가 나타나자 유저들이 혼비백산하면서 도망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너무 늦었다.
스킬이 빠르기도 하지만 데스나이트가 블링크로 접근해서 너무 가까웠다.
피하기는 불가능.
데스나이트의 배틀 액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십 다발의 진 비월참이 거의 30에 가까운 마법사와 궁수들을 그 자리에서 녹여버렸다.
여기 온 인원들이 대부분 길드에서 어느 정도 실력은 되는지 마법사와 궁수가 통째로 녹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주변을 감싸면서 광역마법과 화살을 다시 쏟아부었다.
그런데 데스나이트가 들고 있는 검은 광택이 나는 쉴드가 그 모든 공격을 그대로 흡수했다.
사방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공격을 쏟아부었는데도 불구하고 다크 쉴드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일정 이하의 공격은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다.
거기다 다크 아머가 건재해서 본체에 타격이 거의 없는 것 같았고.
포화 공격에서 타격이 없었던 데스나이트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몸 중앙을 향해 급격하게 모여들었다.
저건?
한 번도 못 본 기술인데?
거의 몇 시간을 상대하면서도 이제까지는 나온 적이 없었었다.
검은 기운이 압축되어 가슴에 모이더니 팔을 타고 그 기운이 검은 광택이 흐르는 배틀 액스에 그대로 흘러 들어가 도끼날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글거리는 불길한 검은 빛깔.
뭔지 모르겠지만…….
저건 맞으면 죽는다.
근처에 포위하고 있던 수많은 유저들이 그것을 피부로 느꼈는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외쳤다.
“피해!”
그 말과 동시에 데스나이트가 수평으로 배틀 액스를 휘둘렀는데 검은 기운이 아주 거대한 반달로 퍼지더니 거의 270도에 가까운 수십 미터의 범위를 그대로 쓸어버리고 지나갔다.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그 범위 안에 모여 있던 유저들이 동시에 허리가 잘리며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못해도 이백 명 이상.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사라진 유저 수다.
탱커고 격수고 할 것 없이 모두.
“으어…….”
“저건 미쳤어!”
양 떼들 사이에 호랑이를 가져다 놓아도 이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을 터.
그냥 공격에 대한 반응 속도 차이가 너무 컸다.
엄청난 마력에 헤이스트를 기본으로 잡고, 거기서 추가 가속을 계속하는데 이겨 낼 수가 없지.
공격 자체를 못 피하는데 무슨 레이드가 되겠는가.
그 뒤로는 정말 말 그대로 학살이 시작됐다.
원래는 던전 안에 얌전히 있어야 하는 녀석을 연맹들이 먹잇감이 되어 끌고 나와 아예 바깥에 풀어놓아 버린 격이다.
저걸 그대로 두면 얼마나 피해가 늘어날까.
전사 형이 더 볼 것이 없다는 듯 화면을 꺼버렸다.
아니, bj 자체가 죽어버려서 더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이건 문제가 되겠습니다.”
전사 형의 굳은 표정.
본인도 막을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게, 괴물을 풀어놓아 버렸네.”
재중이 형도 이 정도로 갭이 클지 몰랐는지 어이없어했지만, 표정 한쪽엔 흥분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죠, 저놈. 잡아야죠?”
모두를 보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녀석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나를 흥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