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9
#289화 폭풍 속에서 춤을 (3)
곧바로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베록이 우리에게 접근 중이었다.
<나르샤>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
나르샤 누나인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다가 본인이 직접 판단해서 빠르게 대응한 것 같았다.
아마 이 충격은 압축 하르포겠지.
순간적으로 트리스탄을 밀어낼 충격량은 그것 빼고는 설명이 안 된다.
<주호> 덕분에 살았어요.
일단 위기를 넘겼나
결국, 베록을 멀리 배치시킨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그 사이 재중이 형은 기동력이 돌아온 트리스탄을 빠르게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도록 조정했다.
충분히 거리가 벌어지자 재중이 형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 저런 스킬이 있을 줄은…….”
“정말 방심할 수 없네요.”
압축 하르포로 패턴을 씹어가면서 1페이즈를 쉽게 넘겼다고 썬더볼트를 너무 쉽게 봤다.
특히 기동력을 포기하면서 방어하는 모습에 더 그랬기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몸에 전기망을 두른 채 버티는 자세를 취했다.
“전기망 꽤 넓었죠 ”
“그래, 일반 포격 거리 이상이야. 방어도 철옹성이고.”
썬더볼트가 기동력을 살린 공격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모습이었다.
근처로 가면 느려지면서 못 움직이게 되고 한 방을 두들겨 맞는다라…….
물론, 그 덕분에 알아낸 것도 있다.
“형, 전기망 퍼지기 전에 썬더볼트에 다가갈 수 있어요 ”
“음, 들어갈 수는 있어. 다만 빠져나오는 건 나도 장담할 수 없는데 ”
“그건 나르샤 누나에게 한 번 더 맡겨보죠.”
“너 좋은 생각 있구나 ”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좋은 생각인지 나쁜 생각인지는 시도를 해봐야 안다.
아마 전 서버에서 이러한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대략적인 것을 재중이 형에게 설명하니 재중이 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안 되면 망인데 할 수 있겠어 ”
“되게 해야죠.”
“오케이, 내가 목숨 걸고 너 붙여준다.”
“형 죽으면 누가 저 마중 나와요.”
“크크, 알았다. 한 번 해보자.”
“그 전에 베록에 잠시 들리죠.”
어차피 썬더볼트는 저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보였다.
만약 방어를 풀고 따라와 준다면 더 고맙겠지만 트리스탄을 베록이 있는 곳까지 이동시켰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분명히 어글이 우리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모습이라…….
마치 한 지점을 지키는 파수꾼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썬더볼트가 움직이지 않는 사이 베록 옆에 트리스탄을 붙였다.
우리가 베록의 옆에 붙자 챠밍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빠르게 달려 나왔다.
그런 챠밍을 보자마자 외쳤다.
“챠밍, 이리와.”
내가 손을 내밀면서 챠밍을 부르자 챠밍이 깜짝 놀라 했다.
“네 ”
“설명은 나중에! 일단 올라타.”
내 진지한 표정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넘어가요.”
그리고 폴짝 뛰어서 베록의 난간을 뛰어넘어 내 옆으로 넘어왔다.
“읏, 차! 잡았다.”
곧바로 챠밍의 팔을 잡아서 균형을 잡아준 뒤 바로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챠밍을 앉혔다.
“어…… 제가 앉아요 ”
“응, 잘 부탁해.”
“오빠는요 ”
“난 할 게 따로 있어서. 형, 출발해요.”
재중이 형이 반쯤 서서 기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저 녀석이 좀 막무가내지. 니가 이해해. 그럼, 출발.”
거의 납치하다시피 챠밍을 베록에서 데리고 나왔더니 귓말이 바로 왔다.
<나르샤> 무슨 일이야
<주호> 챠밍 좀 빌려 갈게요.
<나르샤> 응 왜
<주호> 저 대신 사격 좀 해야 해서요.
<나르샤> 에 뭐라고
<주호> 혹시 위험해지면 아까처럼 한 번 더 부탁해요.
<나르샤> 일단 알았어.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
내 말에 챠밍이 나를 올려다봤다.
“진짜 제가 쏴요 ”
“응, 제대로 들었네.”
“저 이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몇 번 쏘다 보면 익숙해져.”
막 뒤집히는 트리스탄에서 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원거리에 대한 감각이 있으니 아마 잘할 것이다.
“형, 이제 최대한 붙여줘요.”
내 말에 트리스탄에 점점 가속이 붙었다.
그리고 빠르게 썬더볼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우리를 본 썬더볼트가 예의 번개 구들을 연속해서 날렸는데 재중이 형이 거의 스치듯 십여 개의 번개 다발을 피해 가면서 트리스탄을 더 가까이 밀고 들어갔다.
트리스탄이 썬더볼트 근처로 붙자마자 내가 아예 조종석에서 일어났다.
“오빠 ”
“나중에 보자.”
그리고 트리스탄을 밟고 썬더볼트를 향해 온 몸을 던져 점프했다.
【 라이덴 하트! 】
과연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수가 적은 우리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 녀석을 잡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이젠 방법이 없었다.
그럴 때는 우리 방식대로 하는 수밖에.
라이덴 하트를 두른 상태로 썬더볼트의 넓은 등짝에 뛰어내리자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마력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역시 여기까진 계획대로였다.
라이덴 하트 특성상 번개를 받으면 마력이 찬다.
물론 체력이 빠지기야 하지만 체력은 물약으로 커버할 수 있을 만큼만 빠져나갔다.
이것도 현재 이득이란 이득은 다 보고 있어서 온 사방이 번개인 상황에서도 이런 것이 가능했다.
여기서 넘치는 마력을 써야겠지.
바로 한 손에 미완성 하르 블레이드를 꺼냈다.
【 라이트 웨폰! 】
악마형이 가지고 있는 기본 방어막을 찢는 데는 하르 블레이드만 한 것이 없지.
자세를 낮춘 뒤 빈손으로 썬더볼트의 비늘을 움켜쥔 뒤 하르 블레이드를 역으로 잡아 바로 비늘과 비늘 사이를 내려찍었다.
바로 검은 막이 찢겨 나가면서 썬더볼트의 외피를 찢는가 했지만…….
텅!
힘이 부족한지 하르 블레이드가 피부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져 나왔다.
칫. 바로는 안 되나
피부가 마치 쇠처럼 단단해 쉽게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다시 내려찍으면서 이번엔 스킬을 사용했다.
【 강격! 】
오직 한 번의 공격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이 스킬이라면.
푹!
됐다!
피부 깊숙이 하르 블레이드가 박혀 들어가자 이제껏 가만있던 썬더볼트가 온몸을 뒤틀어댔다.
큭!
순간 힘이 부족해 비늘을 잡은 손이 미끄러졌지만 하르 블레이드를 잡고 있어서 튕겨 나가지 않고 겨우 버텨냈다.
【 다크 웨폰! 】
【 강격! 】
하르 블레이드가 빠져 버리기 전에 빠르게 카스카라를 꺼낸 뒤 다크 웨폰을 입히고 그대로 비늘 사이를 찍었다.
푹!
크어어!
온몸을 비틀어댔음에도 내가 떨어져 나가지 않자 썬더볼트가 이전보다 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직 떨어져 나갈 순 없지.
적어도 원하는 목표는 이루어야 했다.
카스카라가 등에 찍히자 마력이 차는 속도가 더욱더 가속이 붙었다.
카스카라를 꺼내기 전에도 주변 번개들에 의해 빠르게 마력이 차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눈 깜짝할 사이에 마력이 최대치로 올라가 버렸다.
이거 진짜 사기네.
마력이 남아돌자 방어를 위해 다시 기술을 썼다.
【 검은 갑옷! 】
온몸에 검은 기운이 돌면서 방어가 올라가자 체력이 내려가는 것을 최대한 늦춰줬다.
그렇게 롤러코스터를 얼마나 버텼을까.
갑자기 비늘이 모두 곤두서면서 사방으로 전기장을 퍼뜨렸다.
아마도 날 잡기 위해서 쓴 것 같았는데 전기장이 내 몸에 닿자마자 오히려 마력만 더 차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만큼의 마력이 다시 검은 갑옷을 유지하는 데 쓰였다.
완전한 선순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갑옷과 라이트 웨폰, 라이트 웨폰을 무한으로 유지하면서 계속 썬더볼트의 등 뒤에서 버텨냈다.
<불멸> 와, 그거 완전 사기네.
<주호> 썬더볼트 한정이죠.
이건 속성과 마력 흡수가 이루어낸 걸작이었다.
내가 지금 시전 중인 스킬 중 하나만 없었어도 아마 이런 상황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카스카라와 하르 블레이드.
두 개의 검이 없었어도 마찬가지였고.
지금의 난 썬더볼트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네임드라면 힘들겠지만 썬더볼트 이놈만은 나 혼자 힘으로도 잡을 수 있을 지도…….
그냥 검 두 개를 박아 놓는 것만으로 썬더볼트의 체력을 계속 깎아내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마력으로 된 배리어를 계속 찢어내고 전기장까지 온몸으로 흡수해 버리자 썬더볼트 주변이 완전히 안전한 장소로 변해 버렸다.
과연 방어막이 다 날아간 지금 압축 하르포를 쏘면 어떻게 될까
<주호> 다들 준비됐어요
<불멸> 오케이, 완벽해.
<챠밍> 저도 준비됐어요.
<나르샤> 조준 끝. 신호만 해.
<주호> 지금 쏴요!
내 신호에 사방에서 압축 하르포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번엔 방어막으로 막아냈던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압축 하르포가 썬더볼트의 몸에 닿아 터질 때마다 썬더볼트가 구슬픈 비명을 질렀다.
크어어어!!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에 우리 모두 환호를 했다.
다만 전처럼 기절해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아예 공격이 안 통하는 것과 어떻게든 대미지가 들어가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리고 이쁜소녀도 역시 일반 하르포로 공격해 대미지를 추가시켰고.
베록의 갑판을 흘깃 보니 나르샤 누나와 이쁜소녀가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면서 쿨 타임이 남아 있는 일반 하르포를 잡아서 계속 썬더볼트를 공격했다.
저러면 확실히 대미지가 추가된다.
베록에 달린 일반 하르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꽤 높은 대미지를 쌓을 수 있으니까.
이것도 전부 내가 썬더볼트의 등 위에서 어글을 잔뜩 끌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주변에서 공격이 들어왔지만, 썬더볼트의 최우선 공격 목표가 나로 되어 있는 듯 주변의 공격엔 별다른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엔 아예 썬더볼트가 내 주변으로 번개 다발을 시전했다.
내 사방으로 떠오른 십여 개의 번개 구를 보자마자 빠르게 두 개의 검을 뽑고는 썬더볼트의 등을 박찼다.
그 순간 내가 있던 자리에 십여 개의 번개 구가 동시에 떨어져 썬더볼트 자신의 등을 터뜨려 버렸다.
크아아악!
이거, 자기가 자기 살을 깎아 먹네.
비늘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강력한 번개 구의 위력에 썬더볼트가 괴로워하는 사이 다시 등 뒤에 검을 박아놓고 버티기 시작했다.
계속된 공격으로 체력이 떨어졌는지 어느 순간 다시 페이즈가 넘어가 버렸다.
이번엔 피부와 비늘 색이 아예 검푸른 색으로 변했다.
뿔도 더 길고 짙어지고.
두 번째처럼 멈춰 있는 것이 아닌 무서울 정도로 속도가 올라갔다.
트리스탄이 따라다니기 버거운 속도 증가에 재중이 형이 혀를 찼다.
그리고 내게 오는 압박이 훨씬 심해졌다.
번개 구, 전기장, 번개 폭풍. 꼬리치기, 구름 사이에서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는 뇌전 등.
스킬이란 스킬은 모두 내게 쏟아지는데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어쩔 수 없는 것들은 몸으로 때워 버렸다.
이것도 무한한 마력으로 재생되는 검은 갑옷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떨어져 나가도 벌써 떨어져 나갔다.
아니.
다른 사람이었으면 지금 이렇게 등짝에 붙어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우거 하트를 쓰고 있음에도 속도가 워낙 많이 올라가 수십 번이나 튕겨 나갈 뻔했으니까.
이젠 정말 인내와 싸움이었다.
내가 먼저 튕겨 나가냐, 썬더볼트의 체력이 다 하냐의 싸움.
그리고 그 싸움은 트리스탄과 베록의 화력 도움을 받아 장장 삼십여 분을 등짝에 매달려 있던 우리 쪽이 결국 승리했다.
썬더볼트를 잡자마자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 메인 퀘스트 : 폭풍 속의 악마 퇴치를 해결했습니다. 》
《 퀘스트 보상으로 기여도 50만을 획득합니다. 》
『 기여도 50만. 』
《 칼바람 둥지의 패자, 썬더볼트를 퇴치했습니다. 》
《 유적지 : 칼바람 둥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 썬더볼트의 핵을 소유하면 유적지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
《 유적지를 활성화하면 번개 폭풍이 약화됩니다. 》
《 유적지를 통과하는 모든 유저들에게 일정 통과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 썬더볼트의 핵을 얻었습니다. 》
《 유적지 : 칼바람 둥지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
썬더볼트를 잡자 줄줄이 세트로 보상들이 딸려왔다.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유적지가.
이건…….
어떻게 써먹어야 하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대한의 이득을 얻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