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82화 (280/1,404)

# 282

#282화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처럼 (3)

내가 가진 10만.

그리고 다섯 명분의 브링어의 판매로 40만.

마지막으로 원래 가지고 있던 브링어 두 대를 합쳐 16만까지.

총 66만의 기여도를 획득하자 베록의 구매가 가능해졌다.

《 비공정 : 베록 1개를 구매하셨습니다. 》

《 로가슈 왕국 기여도 60만이 소모됩니다. 》

잡화상점 NPC의 친밀도가 이 정도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는데…….

친밀도로 얻은 정보 덕분에 결과적으로 베록이라는 거함을 손에 넣어버렸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살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 칼바람 둥지의 폭풍 지대를 오가면서 얻은 기여도와 주황 물약을 팔아서 얻은 자금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사항이 있었다.

바로 비공정의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

그 덕분에 소유권을 이전하여 기여도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었다.

“우와! 엄청 커요!”

고개를 들고 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선체.

“끝이 저 멀리 있어요.”

베록의 앞과 뒤를 오가며 바라봤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개조하지 않은 브링어와 네 배가량 차이가 나려나

그만큼 들어간 기여도와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난 이득이란 생각만 들었다.

전사 형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감탄을 했다.

“이거, 우리끼리 타기엔 너무 큰데 ”

전사 형의 말처럼 여섯 명이서 타기엔 너무나 거대했다.

나르샤 누나 역시 신기해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었고.

“길드원을 전부 태워도 남을 것 같아.”

모두가 감탄할 정도의 크기.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나와 눈을 마주친 재중이 형이 씨익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럼, 일단 개조부터 하자.”

***

비공정 개조.

선체를 베록에 달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개조했다.

내구력, 강도, 전기 저항 모두.

거기다 하르 마법포와 하르 엔진까지.

들어가는 돈은 당연히 물약을 팔아 남긴 돈이었다.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순수한 공짜.

다만…….

“그 많던 돈이 전부 털렸네요.”

스칼렛이 물약을 내놓으라면서 욱여넣듯 억지로 보내주었던 그 많던 자금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특히, 정면에 다는 압축 하르포.

베록은 스탄과 다르게 정면에 주포를 달 수 있었는데 그 가격이 헉,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베록보다 윗급의 마법포를 달았더니, 브링어 한 대가 날아가 버렸다.

주포 하나의 가격이 이러니 스펙에 아무리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도 손이 떨릴 수밖에.

거기다 양측과 후방에 다는 일반 하르포 역시 브링어의 주포 수준이라…….

만약 스칼렛에게 받은 돈이 없었다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돈이 들어갔다.

그리고 하르 엔진.

이것 역시 베록보다 윗급으로 달았다.

그렇게 개조가 끝나자 문득 베록의 성능이 궁금해졌다.

마치, 튜닝이 끝난 차량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전사 형은 개조가 끝난 베록을 보면서 걱정부터 했다.

“이거 잃어버리면 휴…….”

선장이 죽으면 소유권이 사라지는 시스템.

다른 말로 우리끼리 단독 행동을 하다가 혹시라도 전멸하게 되면 베록은 그대로 공중분해가 된다.

재중이 형이 베록을 살펴보면서 여유 있게 대답했다.

“안 죽으면 돼.”

저 철철 넘치는 자신감.

역시 형은 형이네.

“올라타죠.”

내 신호에 사람들이 차례대로 베록에 올라탔다.

선체가 커진 만큼 갑판 역시 한참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이거 너무 넓은데

이러면 수비가 되려나

여섯 명이 커버하기엔 공간이 너무 넓었다.

그리고 측면 하르포 사이를 뛰어다녀야 할 수도 있고.

재중이 형이 내부를 쭉 둘러보고는 말을 꺼냈다.

“어차피, 정면이 안 되면 후방밖에 쓸 일이 없을 거야. 주포가 안 통하면 튀어야지.”

압축 하르포가 어느 정도 위력인지가 중요하네.

정면에 달린 하얀 포신에 푸른 마법 무늬가 잔뜩 새겨진 커다란 압축 하르포를 살펴보던 전사 형이 뭔가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우리를 돌아봤다.

“이, 이거……!”

전사 형이 왜 저러지

표정이 완전히 얼어 있었다.

“한 발 쏘는 가격이…….”

“뭐 ”

“네 ”

전사 형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껏 하르포를 쓰면서 하르가 따로 쓰인 적은 없었는데 압축 하르포는 완전 다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쏠 때마다 하르를 소모하는데 현금으로 거의 백만 원이라고.”

미쳤네.

저걸 백 발을 쏜다면……

손이 떨려서 쓸 수 있으려나

재중이 형이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압축 하르포를 바라봤다.

“이거 완전 돈 먹는 하마네.”

교전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텐데,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면 허공에 돈을 날릴 것이다.

“나르샤 누나, 이건 누나가 잡아야겠어요.”

“응 나 ”

나르샤 누나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진짜 부담 백배네.”

직접 날아다니면서 싸워야 하는 재중이 형이나 나를 제외하면 나르샤 누나가 쏘는 것이 적중 확률이 높을 것이다.

챠밍은 마법을 차징해야 하니까 역시 제외고.

“떨리는데 ”

그러면서도 딱히 거절하진 않았다.

원거리 포격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거기다 싸이클롭스의 눈을 사용하면 더욱더 정밀한 타격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냥 마음껏 써요. 어차피 벌면 돼요.”

사실 돈은 그냥 벌면 된다.

재중이 형이 비공정의 소유권을 내게 넘겨준 순간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까.

“응 뭐해서 벌게 이제 물약 장사도 막혔잖아.”

나르샤 누나가 의문이 가득하면서도 기대가 충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요즘 날 볼 때는 항상 저런 표정이란 말이야.

내 말을 들을 챠밍, 이쁜소녀도 얼굴 가득 궁금함을 잔뜩 담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걸 해도 될지는 모르겠어요.”

전사 형도 궁금한지 바로 물어봤다.

“뭐 좋은 것 생각났냐 ”

“으음, 그러니까 뭐를 할 거나면요…….”

***

《 로가슈 수송 부대 부대장 페터가 보조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

《 반복 퀘스트 : 폭풍 속으로.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만. 』

퀘스트를 받자마자 바로 베록을 타고 로가슈 왕국을 떠났다.

“우와, 완전 빨라요.”

“이 정도로 차이 날 줄은 몰랐어요.”

“돈값은 하네 ”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 누나가 쭉쭉 뒤로 밀려나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체감 속도가 거의 두 배 정도 되려나

추진력이 워낙 좋다 보니 폭풍에 밀리거나 동체가 흔들리지도 않고 그대로 밀고 나아갔다.

《 미지의 폭풍 지역, 칼바람 둥지를 진입합니다! 》

선택의 기로에 섰다.

쭉 질러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전처럼 경로를 이탈해서 돌아서 갈 것인지.

“형, 베록으로 썬더볼트를 잡을 수 있을까요 ”

“으음, 솔직히 그건 나도 모르겠네.”

재중이 형이나 나나 아직 확신이 없었다.

베록의 스펙으로 썬더볼트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일단 돌아가죠.”

내가 뭘 계획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우리 팀 모두 내 의견에 따라 베록의 경로를 변경했다.

새 차를 샀다고 썬더볼트에게 자랑을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나르샤 누나의 싸이클롭스 눈을 활용해 이번에도 역시 라이덴을 피해 멀리 돌아나갔다.

지금이라면 라이덴은 잡을 수도 있겠지만 괜히 드잡이를 하다 썬더볼트와 엮이면 이쪽만 피곤해진다.

라이덴을 피해서 한참을 날아가다가 나르샤 누나가 신호를 줬다.

“아, 피한다고 피했는데도 썬더볼트가 붙었어. 진짜 인식 범위를 엄청 넓혀놨나 보다. 보이지도 않는 곳부터 우리 쪽을 향해 직진해서 날아오는 중이야.”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제 어지간해서는 매번 썬더볼트와 마주쳐야 한다는 거네.

“전사 형, 따돌릴 수 있겠어요 ”

내 말에 전사 형이 부스터를 시전했다.

【 하르 부스터! 】

그러자 현재 속도에서 더욱 가속이 붙으며 폭풍 속을 빠르게 가르고 나아갔다.

“나르샤 누나, 거리는요 ”

“팽팽해. 돈 들인 보람이 있는데 완전 물건이네.”

그러면서 나르샤 누나가 만족스러운지 발바닥으로 통통 갑판을 튕겼다.

하르 부스터를 쓰면 속도는 동급.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썬더볼트는 더 이상 신경 쓸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아, 끝났다.”

하르 부스터가 끝나자 전사 형이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무한으로 시전이 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아쉽긴 하네.

“한 번은 써봐야죠.”

끝내 썬더볼트에게 따라잡히자 전과 똑같이 나와 재중이 형이 라이덴을 타고 나가서 썬더볼트와 교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 압축 하르포! 】

나르샤 누나가 쏜 압축 하르포가 우리에게 시선이 팔려 있던 썬더볼트의 옆구리에 직격하면서 그대로 터져나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어마어마한 빛의 폭격.

기존 하르포와 격을 달리했다.

단 한 방에 썬더볼트의 마나 배리어가 모두 깨져나가면서 충격을 제대로 입혔는지 썬더볼트가 구름 아래로 바로 추락해 버렸다.

재중이 형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와, 챠밍이 쓴 마법만큼 센데 ”

“괜히 백만 원이 아니네요.”

나중에 ‘백만포’라고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하나.

돈을 사용한 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다만, 지금은 녀석을 그대로 보내줘야 할 때였다.

더 큰 작업을 위해서.

아직은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도 하고.

“가죠.”

그렇게 썬더볼트를 따돌리고 난 뒤 트로아 요새를 들렸다가 다시 로가슈 왕국으로 돌아갔다.

매번 썬더볼트를 추락시키면서.

한 번 왕복에 2백만 원짜리 여행인가

당장은 손해라면 손해일 수 있지만.

이제부터 얻을 것을 생각하면 작은 투자금이나 마찬가지다.

《 보조 퀘스트 : 폭풍 속으로를 완료합니다.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만. 』

“브링어가 10만이라고 했죠 ”

이번에 받은 기여도를 모두 써서 브링어를 6대 사들였다.

이건 앞으로를 위한 포석이다.

큰 그림을 위한 포석.

“밑천 마련됐네요. 슬슬 시작해 보죠.”

***

<스칼렛> 아! 더 해먹을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정말. 조금만! 더!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쪽 사람들이 진짜 돈을 잔뜩 싸 들고 찾아왔었거든요.

<주호> 뭐, 이쪽도 아쉽죠. 대신 이번에 이쪽이 드러나지 않게 몰래 할 일이 하나 있는데, 가능할까요

<스칼렛> 으음, 무슨 일일까나 드러나지 않게 하려면 이쪽도 수고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혹시, 누구 뒤를 친다던가 하는 일이라면 꽤 많이 들어갈 거예요.

용병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건가

이 여자는 노선이 확실하구나.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여자다.

그렇기에 아직은 손을 뗄 수가 없지.

필요에 의해 손을 잡은 현재로써는 최고의 동맹이었다.

그러면서도 화상에 나타난 모습에는 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했다.

하긴.

이미 알 만큼 알기도 하고.

우리와 손잡고 일을 하면 뭐가 되었든 엄청난 이득이 남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나오는 표정이었다.

<주호> 딱히 그런 일은 아니고요. 물건을 좀 팔아야 하는데, 중간에서 마음대로 떼먹으셔도 됩니다. 원하는 대로 다 해 먹어도 터치하지 않을게요. 그냥 드러나지만 않으면 돼요.

중간 상인에게 이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 또 있을까

내가 제안을 하자마자 스칼렛이 바로 혀로 탐스러운 붉은 입술을 핥았다.

그만큼 마음이 동했다는 소리다.

<스칼렛>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라 선뜻 잡아도 될지는 모르겠네요 탈 나는 것 아니죠

<주호> 그쪽만 제대로 해준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듣고 나면 무조건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할 건가요 아시다시피 비밀 유지가 되어야 해서. 아니면 그냥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습니다.

내 말에 스칼렛이 순간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이렇게 비밀 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스칼렛이 옆에 있던 칼과 아로하와 잠시 눈을 마주치자 칼과 아로하가 알아서 방을 나가 자리를 비켜줬다.

저 둘은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런 둘도 나가게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쪽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비록 보여주기식이라도 이런 자세라면 괜찮다.

<스칼렛> 일단, 한 번 들어 볼게요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주호> 비공정.

<스칼렛> 네

<주호> 비공정을 좀 팔아줬으면 좋겠네요.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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