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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78화 (276/1,404)
  • # 278

    #278화 폭풍 속의 악마 (2)

    “일단 사냥하는 편이 좋을까요 이 근처엔 사냥할 곳이 많을 것 같은데.”

    꼭 저 폭풍 속에 있는 썬더볼트라는 녀석을 잡지 않아도 사냥할 곳은 많을 것이다.

    어느 쪽이 좋을지는 이제부터 확인해야 했다.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다만, 기여도를 올릴 수 있는 퀘스트가 있다면 같이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단순히 사냥만 하면 레벨은 오르겠지만 좀 아깝잖아 기여도로 살 수 있는 것 대부분이 좋은데.”

    결국, 무엇을 해도 기여도였다.

    “그럼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해보죠.”

    그때 관리 NPC가 의아한 말을 했다.

    『 비공정 지역의 수송 부대를 찾아가 보십시오. 요즘 하르가 부족해서 비공정 수리를 못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다 저 폭풍 지역 때문이죠. 폭풍을 건너온 모험가들을 찾고 있다고 하니 도움이 될 것입니다. 』

    《 새로운 부탁을 받았습니다. 로가슈 왕국의 주요 수송 부대가 큰 곤란에 처했습니다. 쉴라의 통행증이 있으면 더욱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역시, 이쪽으로 오는 것이 정답이었네.”

    전사 형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챠밍에게 엄지를 척 세웠다.

    “그냥 감이 좋았어요. 왠지 잘될 것 같은.”

    챠밍도 역시 기쁜 얼굴을 했다.

    확실히 챠밍은 이런 돌발 상황에서 매번 감이 좋았다.

    그 덕분에 시간을 엄청 아낄 수 있게 되었고.

    챠밍이 아니었다면 정말 로가슈 왕성 안에서 단서 없이 하루 종일 돌고 돌았을지도 모른다.

    “일단 가보죠.”

    뜻하지 않던 이 퀘스트가 뭔가 돌파구가 될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들었다.

    ***

    이번에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

    왕성의 규모가 워낙 거대해 북쪽 끝에 있는 비공정 지역으로 오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바라보는 이쁜소녀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응 왜 ”

    “오빠, 저기 저거.”

    이쁜소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하얀 새 모양을 한 작은 석상이 보였다.

    “저게 왜 ”

    “아까, NPC 중 한 명이 저걸 잡곤 사라졌어요.”

    “그래 ”

    용케 그걸 봤네.

    이쁜소녀의 말에 하얀 새 석상 옆에 가서 서서 슬쩍 손을 내밀어봤다.

    《 로가슈 왕성 텔레포트입니다. 왕성 안에서 지정된 위치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좋네.

    한 번 타는데 꽤 많은 돈이 들었지만 아까워할 정도는 아니라 바로 타고 이동을 했다.

    “와, 정말 바로 왔어요.”

    시야가 복구된 곳은 전에 들렸던 비공정 구역이었다.

    《 로가슈 왕국 비공정 구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덕분에 편하게 왔네. 잘했어.”

    “헤헤.”

    그렇게 바로 비공정이 계속 뜨고 내리는 수송 부대를 찾아가자 한 경비 NPC가 우리를 제지했다.

    『 무슨 일입니까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수송 부대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

    빡빡하네.

    수리하는 곳과 달리 이곳은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했다.

    마치 내성처럼.

    그러자 전사 형이 바로 쉴라의 통행증을 꺼내서 경비 NPC에게 보여주었다.

    『 오! 이것은……! 그대들이 싸이클롭스를 잡은 모험가셨군요. 이쪽으로. 』

    이번에도 프리패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아이템이었나

    “이거, 못 가는 곳이 없잖아 왕성도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냐 진작 보여줄 걸 그랬다. 나중에 한 번 해봐야겠는데 ”

    그런 말을 하면서 전사 형이 뿌듯한 표정으로 경비 NPC를 뒤따랐다.

    그 모습을 바라본 우리 역시 어깨를 으쓱하면서 뒤를 쫓아 걸어 들어갔다.

    싸이클롭스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몇 단계는 뛰어넘고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딱히 기여도가 필요 없는 것 아닐까 ”

    나르샤 누나가 그런 소리를 할 정도로 일이 잘 풀려가고 있었다.

    『 여기로 들어가시죠. 수송 부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

    그렇게 비공정 사이를 걸어가면서 도착한 곳은 총 5층으로 이루어진 흑갈색 석조 건물.

    여러 색으로 물든 왕성 내의 다른 건물과는 다르게 이곳만은 정말 업무를 위해 만들어진 건물 같았다.

    그리고 들어간 사무실에는 깔끔한 장교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중앙에 앉아서 사무를 보고 있었다.

    『 어서 오십시오. 로가슈 수송 부대 부대장 페터입니다. 』

    이쪽도 부대장인가

    그럼 쉴라와 동급 혹은 엇비슷한 위치에 있는 장교라는 뜻이다.

    쉴라만큼이나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스토리 퀘스트라서 그런지 거물이 자꾸 나오는 것 같았다.

    『 로가슈 왕국의 하르 소모량은 트로아 요새에서 나오는 제1 하르 광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싸이클롭스를 퇴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한 성과입니다. 덕분에 이제 제2 하르 광산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왕국이 더욱 싸워나갈 힘을 주셨습니다. 』

    아니, 이 사람아!

    그거 우리 손만으로 잡은 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그 엄청난 싸이클롭스는 하루가 지나면 다시 나타난다고…….

    일단 스토리 퀘스트라 그런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 하지만 최근 번개 폭풍으로 인해 하르를 운반해야 할 수송 전단이 대거 실종되거나 대파되었습니다. 싸이클롭스만큼이나 위협적인 존재가 저 번개 폭풍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나

    『 싸이클롭스를 퇴치하셨던 그대 모험가들이라면 저 폭풍 속의 악마인 썬더볼트도 해치우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 로가슈 수송 부대 부대장 페터가 메인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

    《 메인 퀘스트 : 폭풍 속의 악마 퇴치.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만. 』

    무려 기여도 50만.

    로가슈 왕국의 모험가나 용병 길드에서 주는 기여도 몇십짜리의 자잘한 퀘스트를 연달아서 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문제는 녀석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썬더볼트가 어느 정도 스펙인지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으니까.

    재중이 형이 바로 고심에 빠졌다.

    “난감하네. 일단 라이덴보다 강한 건 알겠는데, 녀석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라이덴도 빠듯한데 썬더볼트라…….

    저럴 땐 그냥 두는 편이 낫겠지.

    음, 싸이클롭스 역시 우리가 도전하기에 너무도 강했지만 쉴라의 마법 버프와 성벽의 궁수 NPC들의 힘을 최대한 짜낸 뒤에, 오버된 오우거 로드까지 붙여서 잡았다.

    그렇게 해서 겨우 평수를 이루었는데 싸이클롭스와 맞먹거나 상위일 수 있는 썬더볼트라…….

    라이덴, 오우거 로드면 또 몰라도 싸이클롭스와 썬더볼트는 아직 정면으로 붙긴 힘들다.

    일단 퀘스트를 계속 진행했다.

    『 수송 부대가 전멸해 현재 하르를 운반할 수가 없습니다. 번개 폭풍 속을 지나 하르를 운반해 주시겠습니까 』

    《 로가슈 수송 부대 부대장 페터가 보조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

    《 반복 퀘스트 : 폭풍 속으로.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만. 』

    하르 수송 의뢰.

    솔직히 훨씬 현실적인 퀘스트였다.

    듣도 보도 못한 썬더볼트를 잡는 것보다는.

    썬더볼트를 잡으라는 퀘스트를 확인했을 때, 우리 팀 전부 얼굴이 흑색으로 변했던 반면, 지금 이 퀘스트를 확인하고는 표정이 밝아졌다. 언제 어두웠냐는 듯이.

    기여도 10만짜리라.

    “이건 좋네.”

    전사 형도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 번 해보기도 했고, 비공정도 가지고 있으니 못할 것도 없었다.

    다른 유저들이라면 라이덴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쪽은 다르지.

    기여도 50만과 10만.

    물론, 싸이클롭스만큼이나 썬더볼트도 좋은 아이템을 주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적어도 쉴라 수준의 NPC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은.

    그래서 계속 페터를 바라봤는데 그저 우리를 보고 업무적으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를 기다리다가 반응이 없자 결국 챠밍이 한숨을 내뱉었다.

    “이번 퀘스트는 도움이 전혀 없나 봐요.”

    옆에 있던 이쁜소녀는 볼을 뾰로통하게 불리더니 페터에게 한 마디 해버렸다.

    “아저씨, 너무 짜요…….”

    그런 이쁜소녀를 향해 나르샤 누나가 기분 좋게 웃으며 볼을 살짝 잡더니 그대로 늘리며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어휴, 요 귀여운 것.”

    “아으으!”

    둘이 잘 노네.

    자, 이제 어쩐다……

    재중이 형이 생각이 끝난 듯 말을 꺼냈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애초에 지금 당장 잡으라고 준비한 것도 아니고, 또 퀘스트는 몇 단계를 뛰어넘어서 애매해졌고. 거기다 지상도 아니고 공중이라 난이도도 상승했을 거니까 일단 라이덴을 잡는 데 집중해 보자. 썬더볼트는 일단 보류.”

    하르 수송 퀘스트가 없었다면 몰라도 있는 이상 썬더볼트에 목을 맬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방향이 정해지자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옆에 정비소로 가죠 ”

    정비소로 자리를 옮겨 이번에도 쉴라의 통행증을 보여주었더니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 또 뵙습니다. 모험자이시여. 설마 그 싸이클롭스를 퇴치하셨다니……. 』

    “전에 분명히 반말하지 않았어 자격이 안 된다고 우리 막 다시 오라고 했잖아.”

    나르샤 누나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정비사 NPC를 바라보았다.

    진짜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네.

    이것은 딱 하나.

    쉴라의 통행증으로 생긴 변화였다.

    이만큼 대단한 NPC였나

    “이 바닥에선 쉴라면 다 통하는가 보네.”

    나르샤 누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때 쓰던 마법을 보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정비소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개조.

    선박을 개조했던 것처럼 비공정도 개조를 할 수 있었다.

    “어디 한번 해보죠 ”

    바로 비공정 상태창을 띄워서 개조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했다.

    -추진 기관.

    -선체 강도.

    -주력 포대.

    -한계 고도.

    -탑승 인원.

    :

    모든 것이 개조 가능했다.

    다만.

    “……도, 돈이 장난 아니네요.”

    보자마자 손을 뗄 정도의 가격.

    특히 추진 기관과 포를 바꾸는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했다.

    개조는 해주되, 돈은 다 회수하겠다는 건가

    “이러려고 이때까지 벌었잖아. 팍팍 질러.”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개조할 부분을 착착 골라갔다.

    사실 지금까지 벌어둔 돈이 적지가 않았다.

    터널 학살부터 시작해서, 비공정을 떨어뜨려 랭커들의 고강 템을 먹고, 성벽 몰이를 해서 잡은 템도 사장님을 통해 절찬리에 팔려 나가고 있었다.

    “다 올려, 흐흐.”

    전사 형도 마찬가지.

    이 형들 돈을 막쓰는구만.

    하긴, 쓸 때는 써야지.

    여유 있는 자금 덕분에 브링어 1호의 개조가 완벽하게 끝났다.

    “어휴, 스펙이 스탄 비공정하고 맞먹겠는데 ”

    전사 형이 감탄하는데 진짜 그랬다.

    “오히려 크기가 작아서 속도가 더 나올 수도 있겠네.”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지 웃어 보였다.

    “어디 그럼 가볼까 ”

    ***

    스탄 1호의 스펙을 가진 브링어 1호는 과연 빨랐다.

    특히 재중이 형 말대로 크기가 작아서 속도가 훨씬 붙었고 하르 기관도 허용되는 최고로 바꿔서 그런지 폭풍 속에서도 추진력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날아갔다.

    거기다 우리가 눈여겨본 것은 바로 전기 충격 완화.

    외벽 강화에서 옵션으로 달았는데 가격이 진짜 헉 소리가 나올 만큼 비쌌다.

    “쾌적하네요.”

    내 말에 전사 형과 조타를 잡고 있던 재중이 형이 동시에 한마디씩 했다.

    “그럼! 들인 돈이 얼만데…….”

    “역시 탈것은 풀 옵션이지. 이거 세 대 값이야.”

    그리고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하나도 안 흔들려요.”

    “옆에 폭풍 부는 것 맞죠 ”

    “이 정도면 할 만한데 ”

    진짜 어디를 가든 돈이면 다 되는구나.

    라이덴

    지금 브링어 1호면 라이덴 정도는 아슬아슬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폭풍 속으로 어느 정도 들어가자 전처럼 썬더 와이번이 날아왔다가 우리가 개조한 주포에 신나게 두들겨 맞고는 죽어서 사라져 버렸다.

    이번엔 포를 쏴봤는데 총으로 빠르게 움직이던 녀석들을 잡던 경험이 있어서 제대로 맞출 수 있었다.

    “너 어디서 특등 사수였냐 ”

    “아뇨, 그냥 예전에 재미로 좀 맞추고 놀았어요.”

    전사 형이 그렇게 물어볼 정도로 백발백중으로 맞춰 버렸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폭풍을 돌파하는데 나르샤 누나가 외쳤다.

    “라이덴, 라이덴이 나타났어.”

    전과 다르게 전혀 동요한 모습이 없이 모두 차분하게 포대를 잡고 라이덴을 향해 쏘아댔다.

    특히 나와 나르샤 누나가 쏘는 포가 라이덴의 머리를 연속으로 맞추자 라이덴이 공중에서 발악을 했다.

    “떨쳐낼 수 있지 ”

    “충분할 것 같아요.”

    굳이 힘겹게 잡는다는 선택지는 다음으로 미뤄뒀다.

    지금은 기여도만 생각하기로.

    그런데 그때 라이덴이 따라오는 후방에서 뭔가를 본 나르샤 누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나르샤 누나는 폭풍 속을 그대로 볼 수 있으니까.

    대체 뭐지

    “전사! 빨리!! 속도 최대로 올려! 당장!!”

    나르샤 누나가 악을 쓰며 전사 형에게 외치자 전사 형은 바로 속도를 더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커먼 어둠 속에서 라이덴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폭풍을 찢듯이 튀어나와 커다란 이빨을 이용하여 라이덴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러고는 좌우로 흔들어대자 그 강력했던 라이덴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허공에서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키에에엑!!

    마치 거대한 육식 공룡이 작은 공룡을 물어뜯는 것 같은 그런 광경이라고 해야 하나.

    격의 차이.

    애초에 둘의 체급부터가 달랐다.

    “써, 썬더볼트!”

    “전사 형! 부스터!! 어떻게든 떨쳐내야 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브링어의 부스터를 쓴다고 과연 저 녀석을 떨쳐낼 수 있을까

    수송 퀘스트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오만이 지금 우리에게 최대의 위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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