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22화 (222/1,404)

# 222

#222화 통수와 통수 사이 (4)

현재 챠밍이 한 번에 싹 쓸어버린 것 때문에 우리 정면만 현재 휑한 상태였다.

전열에서 사람들과 접전 중이던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더 들어간다면 자칫 위험할 수 있어 내 뒤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나 혼자 적들을 향해 무작정 걸어 들어가니 다들 당황할 수밖에.

심지어 쪼그려 앉아서 한 사람을 묶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저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네. 워낙 이리저리 튀는 놈이라. 저놈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나도 한 번 보고 싶은데?”

“그런데 혼자 저렇게 나서면 위험하지 않아요?”

“걱정할 놈을 걱정해. 수백 명 속에 집어 넣어놔도 살아남을 놈이니까.”

“아……! 그렇죠.”

재중이 형 말에 이쁜소녀가 바로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이해를 하다니…….

내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란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정면에 나서야 한다.

라이덴 하트는 강력한 만큼 약점 또한 명확하다.

바로 지속성.

오우거 하트가 10이라면 라이아 하트는 5.

그에 반해 라이덴 하트는 거의 2에 가깝다.

라이덴 하트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 특이할 점은 전기 충격을 받으면 마나가 찬다.

그리고 라이덴과 내가 동시에 라이덴 하트를 쓰면 서로에게 전기 효과를 주면서 마나가 동시에 차오르게 된다.

그래서 라이덴을 타고 있으면 공중에선 거의 무한에 가깝게 라이덴 하트를 쓸 수 있었다.

반대로 지상으로 내려오면 바로 반쪽짜리 하트로 전락한다.

누군가 내 옆에서 꾸준하게 전기 속성으로 케어를 해주지 않는 이상.

챠밍이 날 따라다니며 전기 공격을 한다고 해도 그것도 잠시일 뿐이니까.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지상에선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

결론은 지속되는 시간 동안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까.

그것도 다수와의 싸움에서.

풀리지 않을 정도로 묶는 동안에도 전기 쇼크가 계속 들어가 고 있어 남자는 입을 덜덜 떨면서 말도 이어가지 못했다.

“으…… 어…… 야…….”

“뭐라고요? 안 들려요.”

“어…… 으…….”

모르겠네.

계속 들어주고 싶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사람이라 빨리 실행을 해야 한다.

“자! 갑니다!”

그대로 전기 쇼크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를 냅다 들어서 허리 부근까지 올렸다.

이렇게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것도 오우거 하트 때문에 힘이 평소보다 더 올랐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도 이렇게 쉽게 성인 남성을 확 들어 올리기는 힘들다.

발버둥까지 치면 더더욱.

이런 내 기행에 적들이 뒤로 물러서 버렸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행동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이라면 무시하고 공격을 했겠지만, 랭킹 1위의 이름이 무심코 바라보게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저 사람을 왜 들어 올리지?”

“주호 또 이상한 짓 하려는 것 같은데…….”

“왠지 불안하네. 튈까?”

“튀긴 왜 튀어. 당장 공격하자.”

“그래, 전부 뭣들 해! 지금 기회야! 공격해!”

사방으로 광역 마법과 화살, 회복 마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우리 쪽은 멈췄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듯 정신을 차리고 내게 뛰어들었다.

자아…….

일단, 허리까지 올린 남자를 적이 모여 있는 곳에 툭, 하고 던졌다.

“어? 사람을 던져?”

“일단 피해.”

누가 봐도 전기에 휩싸여 있는 남자는 위험해 보였다.

그리고 그걸 받아주고 싶은 사람도 없어 보이고.

“쿠엑!”

공중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진 남자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자, 준비는 됐고.

이제 쇼타임이다.

【 헤이스트! 】

【 대쉬! 】

순식간에 이중 가속이 붙으며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쏘아져 나갔다.

한쪽 팔에 초강력 갈고리의 밧줄을 감고서.

“빨라!”

“쳐!”

그리고 내가 접근하자마자 수십 명의 사람이 검을 겨누고 휘두를 준비를 했다.

좀 전에 던져진 남자를 지나쳐 사람들 앞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사람들과 충돌하기 전 점프를 하자 내 몸이 마치 공중에 뜬 것처럼 확 떠올라 사람들의 머리를 뛰어넘어갔다.

가속 스킬의 기능과 오우거 하트의 힘이 합쳐지니 가벼운 움직임에도 보통 사람들이 내기 힘들 정도의 점프력이 생겨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단순 점프로 사람들 머리를 뛰어넘으려면 지금의 내 스펙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다.

“어어? 난다?”

“아냐! 점프했어!”

“……저게 점프해서 되는 건가?”

“뭐해! 마법사, 궁수들 쳐다보지만 말고 공격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수십의 마법사와 궁수가 하늘로 일제히 마법과 화살을 쏘아 올렸다.

“너무 빨라.”

“제대로 좀 맞춰봐!”

가속 스킬이 붙어서인지 대부분의 공격이 내 뒤를 스치거나 아니면 너무 앞으로 쏘아져 제대로 맞추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디 보자…….”

중간에 떨어질 때쯤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깨를 발로 밟고 다시 점프해서 뛰어올랐다.

“크악!”

내 몸은 지금 통짜 전기판이라 내가 밟은 사람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전기 스파크가 튀자 사람들을 경직시켜 버렸고.

효과 하나는 확실하네.

미스트 윙 같은 네임드야 초강력 갈고리로 몸을 칭칭 감아 봐야 부과 효과인 전기 쇼크로 경직이 통하지 않겠지만.

일반 유저라면 다르다.

그렇게 두 번 더 점프를 한 다음 적당하게 사람이 빈 곳에 몸을 비틀어 착지를 하자 갑자기 뒤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끄악!”

“이게 뭐야!”

“전깃줄 근처로 가지 마!”

처음에 내가 초강력 갈고리에 묶은 사람은 일종의 추다.

밧줄을 반대편에서 잡아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묶어서 무게를 줄 수밖에.

그리고 내가 점프해서 넘어온 자리로 초강력 갈고리가 길게 내려앉으면서 중간에 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전기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주변으로 퍼지는 뇌전 전이로 전깃줄에 걸리지 않은 옆 사람들도 동시에 전기 공격을 받아 경직에 빠져 버렸다.

그렇게 전기 충격에 걸린 사람만 수십 명.

경직을 당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전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마치 홍해를 갈라 버린 것처럼 적 진영의 한 가운데를 전깃줄로 죄다 지져 버렸다.

이걸 다 봤는지 우리 팀에게서 연락이 쏟아졌다.

<불멸> 크크, 이 미친 새끼.

<이쁜소녀> 오빠 완전 대박!

<챠밍> 적들 사이로 들어가서 어쩌나 했는데, 진짜 오빠는 대단한 것 같아요.

<나르샤> 역시 우리 주호.

<방패전사> 정말 넌 예측을 못 하겠다.

그리고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지.

<주호> 여기서 끝이 아니죠.

<불멸> 또 있어?

<챠밍> 이번엔 뭐해요?

<이쁜소녀> 완전 기대 중!

재중이 형과 모두가 내게 의문이 담긴 말을 한마디씩 보냈다.

궁금하긴 한가 보네.

점프해서 내리자마자 전깃줄을 최대한 팽팽하게 당겨서 그대로 옆으로 달려나갔다.

“으아! 전깃줄이 움직인다!”

“피해!”

“점프해! 닿으면 주변까지 퍼진다!”

“저리 비켜 좀!”

“뒤에 미는 놈 누구야!”

“끄악!”

그리고 아까 묶어놨던 남자를 축으로 내가 전깃줄을 팽팽히 끌어당기며 달리자 전깃줄에 닿은 모든 사람이 일제히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벼를 베어내듯 닿자마자 우수수 쓰러지니 일종의 상쾌한 쾌감까지 느껴졌다.

거의 반원을 그릴 정도로 달려나가자 그 사이에 있던 백여 명에 가까운 모든 사람이 전기 감전으로 바닥에 쓰러져 손발을 떨면서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대박인데?

적 진영의 1/10을 전깃줄 하나로 초토화 시켜 버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지나니 원래 전깃줄을 감아둔 남자가 죽어버렸는지 줄이 축 늘어졌다.

음…….

이것도 오래는 못 쓰겠네.

네임드 재료로 만들어서 줄이 끊어지지는 않지만 추로 사용했던 남자가 죽어버리니 더 쓰기가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지.

바로 줄을 회수해서 다시 주변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찾았다.

그냥 회수해 버리면 바로 내 손에 들어오는데 힘들게 가지러 갈 필요가 없다.

일단, 여자를 묶으면 나중에 게시판과 방송에서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일부러 남자만 찾아서 묶었다.

“잠시 실례.”

빠르게 남자를 뒤집어서 묶고 난 뒤, 다시 적 진영 사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절반에 넘는 인원이 쓰러지거나 겨우 경직이 풀리며 일어나는 일을 반복했다.

원래는 팽팽했어야 하는 싸움이 내가 개입함으로써 완전히 기세가 기울어 버렸다.

싸워야 할 수백 명의 사람이 죄다 바닥에 볏단처럼 누워 있는데 애초에 게임이 될 수가 없다.

<불멸> 아, 진짜 넌 미쳤어.

<주호> 감사.

<챠밍> 오빠 덕에 지금 적 진영 완전히 무너졌어요. 지금 달 길드랑 우리 길드 전진 중이에요.

<주호> 많이 쓸어 담고 나중에 내 몫도 좀 부탁해.

지금 한참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을 경직시키고는 있지만 그저 쓰러뜨릴 뿐 정작 마무리를 못 지어서 내가 죽인 사람은 전혀 없다.

이대로 가면 내 수입이 0원에 수렴하게 된다.

힘들게 일하고 보수를 못 받으면 그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지.

<방패전사> 걱정 마라. 다른 길드와 이야기해서 충분히 챙겨줄 거니까. 이미 스칼렛과 사장님이 조율에 들어갔어.

<주호> 벌써요?

<방패전사> 이미 다 이긴 게임이니까. 벌써 수익 분배 이야기가 나오더라. 이건 전부 네 덕이다. 그리고 폭군하고 리더가 아주 질린 목소리던데? 대체 너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더라.

<주호> 피씨방에서 알바했던 애라고 전해주세요.

직업만 묻는다면 알바를 마치고 그 이후로 아무 일도 안 했으니 전 알바는 맞다.

<방패전사> 하하, 그렇게 전해줄게. 진짜 표정들 재밌겠네.

그렇게 대화를 하는 도중에 드디어 마력이 바닥나서 전력화가 풀려 버렸다.

<주호> 저 마력 바닥요.

<불멸> 고생했다. 이제 합류해.

<주호> 마력 좀 채우면서 갈게요.

바로 양쪽 무기 모두를 카스카라로 교체했다.

떨어진 마력을 채우는 것에 카스카라만 한 것이 없으니까.

주변을 돌면서 아직 엎어져 있는 사람들을 카스카라 두 자루로 급소를 찔러가면서 마력을 빠르게 채워갔다.

이건 흡사 전쟁터에서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확인 사살하는 그런 그림이 나왔다.

라이덴 블레이드나 윙 블레이도로 죽이면 훨씬 빨리 잡을 수 있는데 카스카라는 구형 네임드라 대체적으로 대미지가 좀 덜 나온다.

아무래도 나중에 카라스카만 잔뜩 사서 강화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

대미지가 모자란 문제도 있지만 마력 통이 커지니까 카스카라로 풀로 채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기도 하고.

강화를 하면 기본적으로 흡수 효율이 올라가니 이제는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돈 또 엄청나게 깨지겠네…….

말이 쉽지 네임드를 수십 자루 준비해놓고 강화하려면 차 한두 대 값으로는 절대 안 끝난다.

모아둔 돈 다 털어야 하는 거 아냐?

마력을 채우면서 죽여 버린 사람들에게서 드랍된 아이템을 곧바로 인벤에 집어넣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쉽네.

이미 전장은 학살하는 자와 쓰러진 자, 버티는 자, 도망치는 자로 나뉘어 버렸다.

어느 정도 승산이 있어야 버티면서 싸워보지.

도망을 가지 못하는 것은 퍼스트 클래스와 막피 길드, 소수 정예, 치맥 길드에서 이미 포위망 라인을 길게 잡아버렸다.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절벽이 있는 우리 길드와 달 길드 쪽으로는 당연히 갈 생각도 못 하고.

그쪽으로 가면 필패니까.

화련은 어디쯤에 있으려나?

전깃줄에 쓸려서 이미 쓰러졌나?

아까 달리면서 확인해 봤는데 화련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벌써 잡았을지도 모르겠고.

과연 지금 화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네.

<불멸> 리더, 폭군, 스칼렛 하고 합의 봤다. 네 몫으로 40% 뚝 떼서 준단다. 전체 수익에.

40%?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구분이 안 되네.

<불멸> 지금 양쪽에 붙어 있는 사람이 도합 2천이 넘어. 적수만 1천이고. 그중 40%면 적지 않아. 단 한 사람이 받는 수치로는. 남은 60%로 천 명이 나누는 거니까. 우리 길드가 그중 20% 먹고, 나머지는 알아서 나누기로 했다.

그럼 드랍 템으로 나오는 수익의 절반 넘게 우리가 먹는다는 소리다.

이러면 다른 소리가 안 나오려나?

<불멸> 특히 폭군은 네 쪽으로 무조건 밀어준다고 하더라. 화련 엿 먹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그리고 스칼렛이 조율하고 리더는 따라가는 모양새고. 뭐, 어느 정도 서로 떼먹는 분량이 있긴 할 테지만.

<주호> 그 정도야 이해해야죠.

일등 공신 대우는 확실히 해준다는 소리네.

서로 구렁텅이로 빠져들 뻔한 게임을 원 사이드 반코트 게임으로 만들어놨으니 이 정도는 대놓고 받아가도 될 것 같다.

자, 카스카라를 강화할 자금은 마련됐고.

이제 그분만 찾으면 되나?

어디냐, 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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