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
#215화 일찍 나는 새가 많이 주워 먹는다. (2)
–역시 최강 길드에서 호수의 여왕 처리함.
–와, 오버 되어 있다던데 그걸 처리했음?
–전에도 오버 된 호수 여왕 잡지 않았냐?
–그러네. 근데 이번엔 다름. 누가 날아다니면서 찍은 영상 있는데 아예 브락크 하고 싸움 붙여 버리더라.
–대박. 네임드끼리 싸움 붙였다고?
–영상 올라왔더라. 보면 암.
–……진짜 할 말이 없네. 평소에 뭘 생각하면 그런 짓을 하냐.
–내가 이미 예전에 생각했던 건데?
–윗분 뇌피셜에 웃고 갑니다ㅋㅋ
–호수의 여왕은 대체 어떻게 끌고 갔냐? 싸움 붙이려면 둘이 같이 있어야 하잖아.
–나르샤가 혼자 어글 먹고 끌고 가던데?
–혼자? 몹들 다 피해서? 페르타에 몹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 브락크 근처로 가면 몹이 너무 많아서 뚫기도 힘들잖아.
–날아서?
–에이, 뻥치시네. 하늘에서 공격 안 되는 거 모르는 사람 있나? 내가 한때 날아서 네임드 잡아보겠다고 탈 걸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데…… 한 대도 못 쳤구만.
–아니 진짜 날아서. 탈것 없이 혼자 날아가더라니까.
–미친, 진짜?
–진짜.
–최강 걔내들 대체 스킬을 얼마나 숨겨놓은 거야? 나는 스킬까지 있다니.
–정말 급이 다르더라. 영상에서 싸우는 것 보면 쓰는 스킬도 대부분 모르는 스킬이던데?
–화련 연합이 쳐 발린 이유가 있었네.
–그건 미스트 윙이 한 거고.
–그 미스트 윙을 최강 길드가 잡았지.
–어라? 그러네?
–스펙 업 합니다. 최강 길드 가입하는 방법 좀 알려주실 분?
–받아주겠냐? 레벨은 안보냐?
사장님이 뭔가를 알아보기도 전에 전부 다 밖으로 나와 버렸다.
임시 점검이라.
이번엔 꽤 고생할 것 같다.
내가 건드린 부분이 보통 민감한 부분이 아니다 보니 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쳐야할지도 모른다고 재중이 형이 말해줬었거든.
몬스터 순환 시스템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손댔다나?
지역 몬스터와 필드 몬스터의 경계를 건드려서 아마 바로 패치에 들어간 모양이다.
꼴을 보아하니 당분간 접속은 안 되겠고…….
<주호> 형, 뭐해요?
<재중>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잘 됐다.
음? 무슨 일이 있나?
<재중> 수정이가 저녁 쏜댄다. 너 집에 있어 봐야 먹는 거 뻔하니 얼른 나와.
저 형, 날 너무 잘 아는데……?
집에 몰래카메라 설치해놨나?
사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주호> 바로 나갈게요.
* * * * *
음, 여긴?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던가?
재중이 형과 수정이 누나가 날 데리고 간 곳은 전에 유혜선 팀장하고 갔던 바로 그 가게다.
그런데 수정이 누나가 입구로 들어가는데 아무런 확인도 없다.
전에 유혜선 팀장은 카드 같은 것을 보여주고 들어간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봤었나?
내가 그 점을 물어보니 의외의 말을 했다.
“어머? 너 여기 알아?
이 누나 날 평소에 어떻게 보고 있었으면…….
딱 한 번 와 봤다는 말은 왠지 좀 하기 그래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으음, 여기 내 친구가 오너거든. 이왕이면 좀 좋은 곳에서 대접하고 싶어서.”
“오너요?”
“응, 대학 동기인데 타고난 금수저가 있어.”
느낌이 엄청 불안하다.
설마, 그 사람은 아니겠지?
유혜선 팀장이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했던 사람이 생각나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오너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딱 그 사람이다.
T 전자 VRS 사업부 본부장.
……집안 빵빵하고 돈도 많은 사람이 여기는 왜 하고 있지?
“으음, 취미 생활? 요리사가 되고 싶었는데 집에서 엉덩이 오지게 두들겨 맞고 취미 생활 정도로만 한데. 그 정도는 집안에서 안 말리는 모양이니.”
그 엘리트 한 느낌을 줬던 사람이 엉덩이를 두들겨 맞다니…….
왠지 상상이 안 가는군.
그리고 취미 생활로 하기엔 여기 너무 크지 않나?
뭐,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굴러가긴 하겠다만.
남들은 꿈도 못 꾸는 취미생활이라니.
확실히 금수저다.
그런 평가와 달리 음식 자체는 맛있었다.
눈물 날 만큼.
재중이 형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수정이 누나에게 해줄 것은 다 해주고 있었다.
고기를 썰어서 넘겨준다든지.
입가에 묻은 것도 닦아주고.
……저렇게 게임만 하는데도 커플이 유지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군.
배워야 할 점인가?
내가 빤히 쳐다보자 오히려 수정이 누나가 더 부끄러운지 재중이 형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어버렸다.
……정말 아프겠네.
재중이 형이 숨넘어갈 듯 컥컥대는 것을 보니 고소하면서도 안타까운 기분이다.
“괜찮아요?”
“아아, 내가 몸이 좀 튼튼해서.”
……얼굴은 아닌데?
계속 물어봤다가는 수정이 누나가 부끄러워 숨어버릴 것 같아서 일단 그만뒀다.
메인 요리가 나오고 재중이 형이 우리가 삼각 봉우리를 친 것과 네임드를 잡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니 의외로 수정이 누나가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게임에도 관심이 있었나?
디자인 쪽만 하는 것 같더니.
뭐, 남친이 프로게이머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해줘야 하니 알고는 있겠네.
그러다 화련이 우리와 싸우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대목에 수정이 누나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왜 맞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응?”
“네?”
우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수정이 누나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왜 공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느냐고. 어차피 공격해올 거라는 걸 다 안다면서? 그리고 이미 한 번 싸우기도 했고.”
“뭐, 그렇죠.”
“그럼, 먼저 가서 때리면 되지 않아? 왜 맞고 난 뒤에야 때리려고 해? 난 그런 게 제일 답답하더라. 적이라고 생각되면 가서 때려야지, 매번 기다리고 있다가 당하기만 하고.”
그 말에 머릿속에서 번개가 팍 튀었다.
대체 우린 왜 기다리고만 있었지?
수정이 누나 말대로 먼저 가서 패면 되는 것 아닌가?
꼭 맞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갑자기 재중이 형이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 진짜. 누가 내 여친 아니랄까 봐. 진짜 생각지도 못했네. 승호야, 작전 전부 취소다.”
그리고 재중이 형과 내 시선이 허공에서 강하게 마주쳤다.
작전 취소.
“네, 형. 화끈하게 패러 가죠.”
* * * * *
[ 공지사항 ]
▷ 몬스터 순환 시스템의 분류가 확실하게 되지 않아 생긴 오류를 정정합니다.
▷ 지역 특유의 성질을 가진 몬스터는 몬스터 순환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순환은 가능하지만 지역 안에서만 허용됩니다.
(예 : 라미아 여왕, 브락크 등 네임드들과 지역 속성 관련 몬스터들 대다수.)
▷ 지역 몬스터를 강제로 외부로 이동시킨 경우 원래 위치로 돌아갑니다.
▷ 필드 몬스터, 네임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이동하고 정착하도록 설정됩니다.
▷ 필드형 몬스터는 두 분류로 나뉩니다. 무리형 몬스터는 무리를 짓고 돌아다니며 사망 시 원위치로 리젠, 부락형 몬스터는 네임드가 정착한 곳 기준으로 리젠이 됩니다.
▷ 단독 행동을 하는 네임드도 존재합니다.
▷ 던전 몬스터나 네임드는 원래 위치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 어그로 수치에 따라 적대하던 몬스터가 유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 네임드 몬스터의 기본 무게를 더욱 무겁게 수정합니다.
▷ 몬스터가 떠올랐을 시 모든 원거리 공격이 공중 공격으로 변환됩니다.
단, 유저의 스킬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 네임드 몬스터 사냥 시 많은 인원으로 인해 오류가 생겨 경험치가 누적되지 않던 사항을 수정합니다.
누적되지 않았던 경험치는 점검 후 일괄적으로 복구됩니다.
▷ 연이은 점검으로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리면서 1주일 무료 이용권을 해당 시간에 접속하지 못했던 모든 분에게 드립니다.
* * *
원래 예정이었던 점검이 어느새 열 시간을 지나가는 대 점검으로 변하더니 지친 유저들에게 드디어 결과물을 꺼내놓았다.
점검 내용을 보니 몬스터 순환을 패치하고 난 뒤에 있던 문제점들을 잡아낸 모양이다.
거의 다 우리가 문제를 만들었긴 하지만.
게시판은 99.9% 순도 높은 욕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점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점검하는 일은 정말 치명적이다.
오픈 초기에나 있었던 일이 지금 또 일어나고 있으니 원성이 높을 수밖에.
거기다 지금은 유료로 서비스 중이기도 하고.
환불이라든지 보상이라든지 말이 정말 많았다.
어찌나 거세게 항의하는지 결국 1주일 무료이용권이라는 초강수로 유저들의 입을 막아놓았다.
저거 1주일이라지만 돈이 적지 않을 건데…….
운영자들이 정말 날 씹어 먹으려고 하겠네.
언제 진짜 칼빵 들어오는 거 아냐?
밤길에 절대 만나면 안 되는 1순위로 당당하게 운영자들을 찍어야겠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63.
> 로딩 중…….
들어오자마자 몸 위로 이펙트가 화려하게 나타났다 없어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63?
대체 뭐지?
전에 접속 끝냈을 때는 58이었는데…….
갑자기 63까지 레벨 업을 해버렸다.
<주호> 저기, 저만 이래요?
<불멸> 아니, 우리도 올랐어. 너랑 파티하고 있어서 그런가? 패치 내용 봤지?
<주호>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은데요?
<불멸> 미스트 윙 오버된 것 절반 먹었고, 특히 공중 몹이라 경험치가 높겠지. 거기다 오버된 라미아 여왕도 통으로 먹었잖아, 곁들여서 브락크도 좀 먹었나?
<주호> 그것까지 다 포함되는 건가요?
<불멸> 그런가 보지, 어느 순간부터 렙이 잘 안 오른다 했더니 전부 오류였나 보네.
큰 대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잘됐다.
이 정도 레벨이면 어디 가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포인트는 큰 전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체력에 스탯을 넣었다.
* * *
이름 : 주호
레벨 : 63 ▲5
【근력 4+11】 【민첩 17+8】 【체력 13+1 ▲2】
【지력 0+6】 【마력 1+17】
4 윙 블레이드 / 출혈 16 (12+4) 타격 8 (4+4)
민첩 +2 / 무기 안개화 / 마력+5 ◀ NEW
4 라이덴 블레이드 / 출혈 17 (13+4) 타격 9 (5+4)
민첩 +3 / 뇌격 / 마력+5 ◀ NEW
3 파워 글러브 / 방어력 6+3 / 근력+5
3 오우거 벨트 / 방어력 6+3 / 근력+5
3 검은 여왕의 로브 / 방어력 12 (9+3)
지력+2, 마력 회복+3
3 검은 여왕의 서클릿 / 방어력 8 (5+3)
지력+3
케르베로스 네클라스 / 올 스탯+1
미스트 윙 링 / 민첩+2, 마력+2 ◀ NEW
고스트 링 마력+2
고스트 브리슬렛 마력+2
* * *
여기에 윙 블레이드, 던켈, 아쿠아 블레이드, 블러디아, 카스카라, 광아, 데스 위버, 네믈리드까지 서브로 인벤에 넣어 놓았다.
로브가 좀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최대한 직격만 안 맞으면 되는 일이다.
거기다 로브 쪽이 마법 방어가 더 강해서 이쪽이 내게는 더 좋고.
눈먼 광역 마법만큼 무서운 것도 없으니까.
대쉬와 백스탭, 마나 리커버리, 웨폰 기술을 기본으로 두고.
심장으로 오버를 하면 헤이스트나 블링크까지도 쓸 수 있다.
그동안 모아두기도 많이도 모았네.
이제 스위칭할 아이템이 서로 헷갈릴 지경까지 왔으니 조만간 몇 가지는 정리를 해야 한다.
너무 종류가 많으면 순간적인 판단에서 늦어질 수가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챠밍은 대단하긴 하네.
마법 종류만 지금 거의 서른 개 가까이 되는데 어떻게 전부 분류해서 쓰고 있는지…….
지금까지 어떤 긴박한 상황에서도 마법을 잘못 사용해 실수하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저것도 재능이라면 하나의 재능이겠지.
일단, 윙 블레이드 두 자루로 가볼까?
마력이 넘칠 때는 이쪽이 오히려 좋다.
대미지야 라이덴 블레이드가 우월하겠지만 뇌격을 언제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인전에서는 이쪽이 아마 월등할 것이다.
여러 가지로.
재중이 형이 들어오자마자 접속 가능한 길드원 전체를 모았다.
달, 전설, 치맥, 소수정예 길마와 길드원까지 모두.
그리고 수정이 누나에게 들었던 것을 마치 본인이 생각한 것처럼 연설하기 시작했다.
우와, 저 뻔뻔함.
얼굴에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니 소름이 돋네.
“……우리가 먼저…… 사냥터부터 접수…… 핵심 멤버들 습격…….”
어디 악당들이나 모여서 할 법한 모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점점 재밌어지려고 한다.
그리고 듣는 사람들도 감화가 됐는지 주먹을 불끈 쥐고 눈빛을 불태우는 중이다.
이미 다 넘어갔네. 넘어갔어.
돌진 앞으로 한 마디만 해주면 다 달려갈 기세니.
“그럼, 지금부터 얼리 버드 작전을 시작합니다.”
얼리 버드?
<불멸> 일찍 나는 새가 많이 주워 먹는다잖아. 다들 아이템 많이 주워 먹으라고.
……하아. 이 형 작명 센스를 어쩌면 좋을까.
<불멸> 주호, 너 방금 한숨 쉰 거냐?
<주호> 아뇨, 너무 멋있다고요. 죽이네요. 당장 달려가죠.
그래, 이번에 많이 잡아서 살림살이 좀 펴야겠다.
얼리 버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