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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05화 (205/1,404)

# 205

#205화 하늘에서 춤을 (1)

얼핏 들어도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말인데…….

“형, 챠밍이 하늘에서 통제한다고 하는데요?”

“아, 나도 방금 들었다.”

일단, 통제라는 것이 일정 장소를 틀어막고 시작하는 건데 하늘에서 통제를 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건가?

그것이 궁금해 재중이 형에게 물었더니 형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예 뻥 뚫린 하늘에서는 불가능이지.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지 알고 그걸 통제해. 음, 뭐 아주 국지적인 공간만 통제하는 거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정보를 받아봐야 하나?

정보가 너무 없다.

<주호> 혹시 우리 쪽 사람들이 당했어?

<챠밍> 아뇨, 일단 저희야 사냥 루트가 다르기도 하고, 고도도 훨씬 차이 나니까 어지간하면 부딪힐 일이 없었어요. 다만, 길드 사람들이…….

뒤는 안 들어봐도 알겠다.

썬더 와이번 급의 엘리트가 없는 일반 길드원들은 주요 사냥터에서 마찰이 있었을 거라는 소리다.

통제라는 게 누구는 통과시켜주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

<주호> 그래도 사람이 몇 명인데, 통제돼?

굳이 이야기하자면 몇몇 봉우리가 있다.

몹이 많이 몰려 있고, 잡다 보면 완제가 떨어지기도 하는 곳.

특히, 우리가 정말 비싼 값에 팔아먹었던 바람 계곡 무기보다 한 끗 떨어지는 템이 드랍되지만 사람들 입장에서는 여기도 핫 포인트다.

우리야 어차피 더 좋은 것들을 잡아야 해서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거기서 사냥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텐데, 일부 길드만으로 그곳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말이다.

<챠밍> 법사와 궁수가 너무 많아요. 접근하면 탈 것을 일점사 하니까…….

그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제일 걱정하던 문제가 터졌네.”

***

—아, 장난하냐. 무슨 놈의 통제야.

—삼각 봉우리 지대 전부 통제 들어갔더라.

—이래서 상위 길드 놈들 전부 양아치라는 거지.

—이번에 다 붙었지?

—ㅇㅇ, 어지간한 랭킹 높은 길드들 다 연합한 듯.

—이것들이 아주 유저들을 봉으로 보네.

—근데 너무 쎄다. 근처만 가도 바로 척살이라…… 몇 대 맞으면 탈것이 버티질 못하니까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땅 위면 탱커가 버티면서 밀고 들어가면 되는데…….

—공중은 그게 안 됨. 탈것 죽으면 무조건 아웃임.

—탈것 성능에 전부 기대야 하니까 본 레벨은 큰 의미도 없고. 땅에서 잘 싸우던 애들도 죽더라.

—지금 당장 비싼 템은 전부 삼각 봉우리에서 나오는데 짜증 나네.

—다른 곳도 찾아보면 좋은 사냥터 있기는 함.

—그래도 봉우리에서 내렸다가 오르면 금방 다시 날 수 있잖아. 다른 곳 하고는 효율 자체가 다름.

—경험치도 장난 아니겠네. 계속 날면서 잡으면.

—그러니까 내 말이. 최고로 꿀 지역을 딱 잡고 안 놓아주니까 방법이 없다.

—네임드 통제하는 것도 참았는데 이젠 일반 몹도 통제냐. 와, 쓰레기 같은 새끼들.

—랭커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그렇게 낮은 애들 안 밟고 업 했으면 랭커가 됐겠냐.

- 그러고 보니 최강 길드는 진짜 신사네. 적어도 통제한다고 피해는 안 주니까.

—사실 했으면 걔들이 제일 많이 했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어디서 사냥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예 훨씬 높은 데 가서 사냥하는 모양이지. 진짜 나긴 난 놈들임.

—그나저나 예지 촬영하는 것 본 사람?

—손! 페르타에서 촬영해서 나 사냥 안 하고 거기 하루 종일 있었잖아.

—완전 팬인데, 지방 살아서 볼 기회도 없다고 여겼는데 거기서 보게 될 줄이야.

—확실히, 나도 그랬음. 사인은 가상이라 의미가 없어서 열심히 동영상 촬영했다.

—촬영 중간에 뛰어들던 사람 바로 역소환 됐지?

—스태프들 그냥 스태프들이 아니더라. 손짓 한 번 날리니까 바로 뛰어들던 사람 없어짐.

—개꿀잼. 덕분에 난동 부리는 사람 없이 구경 잘 했음.

—주호는 좋겠더라. 예지랑 촬영도 하고.

—역시 뭐든지 1등하고 봐야 함. 나도 예지랑 촬영을 목표로 달린다.

—근데 원래 은하가 메인 아니었음?

—뭐, 사정이 있겠지. 은하 요즘 몸도 안 좋다니까.

—은하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은하가 진짜 여신이지. 일단, 외모로는 또래 여배우들 압살한다.

—하긴, 외모만 보면 가수가 아니라 배우를 해야 했는데.

—아……! 은하하고 매일 얼굴 보면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으음, 어떤 기분인가 하면 그냥 익숙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마지막 글을 보고 댓글을 남기려다 손을 내렸다.

달아봐야 뭐 별로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쳐다보자 은하, 아니 챠밍이 테이블 옆에서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니들이 그렇게 바라는 여신이 눈앞에 있기는 한데…….

날 잠시 바라봤다가 옆에 이쁜소녀와 이야기하면서 웃는 것을 보면 그냥 챠밍이다.

뭐, 상관없겠지.

지금 와서 연예인이다. 우와! 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촬영이나 은하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대부분 사냥터 통제에 대한 댓글이 많았다.

삼각 봉우리.

여긴 우리가 사냥하기에는 효율이 높지 않아서 버려뒀던 곳인데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이야.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길드의 사람들이 지금 자리를 함께했다.

스칼렛, 달 길드의 길마.

전설, 전설 길드 길마.

이슬두잔, 치맥 길드 길마.

유령, 소수정예 길드 길마.

이렇게 넷이 사장님과 테이블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하르페를 먹었던 동맹들.

어떻게 보면 아직까진 우리와 운명 공동체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 배신하지 않는 이상.

혹은 하르페 세금을 정산받는 마지막 날까지 임시로 맺고 있는 동맹이라고 보면 된다.

스칼렛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삼각 봉우리. 되찾아와야겠어요.”

스칼렛이 단호하게 표정을 굳혔다.

항상 여유가 있던 모습과는 다르게 이번은 약간 조급함이 보였다.

확실히 삼각 봉우리는 우리가 손을 대지 않는 대신 이 네 길드가 먹고 있던 지역이었지.

우리가 먼저 안개 협곡을 오픈하고 스칼렛의 길드에게 기회를 주고 나머지 세 길드도 끼어들어서 지금 구도가 형성됐다.

우리에겐 아니지만, 맵을 뒤지다 찾게된 좋은 사냥터.

그곳이 바로 삼각 봉우리다.

이착륙을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사냥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고. 심지어 몹까지 많다.

전설은 그저 눈을 감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만 있으나 여기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는 소리다.

유령도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고,

이슬두잔은…….

사장님을 보면서 헤실헤실 웃고 있다.

어휴…….

사장님 보러왔구만.

거기는 안 될 사랑이라니까요.

사장님도 부담스러운지 그저 헛기침만 하는 중이다.

우리가 두 눈 번쩍 뜨고 있는데 딴짓은 못하시겠지.

여차하면 사모님 소환이다.

나도 일단 길마이기에 참석은 했는데 질문은 대부분 재중이 형이 했다.

“어디 연합이지? 한두 곳이 아닌 것 같던데.”

“지배자요.”

지배자 연합이라는 말에 재중이 형이 눈썹을 치켜떴다.

“화련? 거기 망하지 않았었나?”

“아뇨, 오히려 건재하죠. 화련이 돈이 많더라고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으켜 세울 수 있으니까요.”

“아, 진짜 그 아줌마 징그럽네.”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화련이라…….

선착장 경매 때 아이템을 사가면서 자기네 쪽으로 오지 않으면 돌아갈 곳을 없애니 어쩌니 하더니 한 번 내게 죽음을 당한 후로는 다시 접촉을 해오지는 않고 있다.

거기다 돌아갈 곳이 없어지기는커녕 아주 건재하기도 하고.

오히려 화련 쪽이 털려 버렸지.

“사실, 전에 한 번 스카웃 제의를 하던데요?”

“아, 그래요? 성사됐으면 끔찍했겠네요.”

내 말에 스칼렛이 몸서리를 쳤다.

아마 내가 지배자 연합에 있었으면…….

판도가 정말 많이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여자가 설치고 다니는 걸 계속 지켜봐야 했을 테니까요.”

스칼렛이 말을 마치자 전설조차 인상을 확 찌푸렸다.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네.

“뭐, 우리도 화련하고 예전에 자주 부딪혀서 말이지. 썩 좋은 관계는 아니지.”

전설하고도 부딪혔었어?

“실력은 좋지 않은데 자금력이 뒷받침되니까 끈질기더라고. 예전에 악마도 짜증을 냈는데…….”

정말 두루두루 안 좋은 관계였군.

사신 길드가 망하고 악마는 잠적해 지금은 물어볼 길은 없다.

“사이가 안 좋더라도 지금까지 화련이 돈을 뿌린 것을 보면 동맹 제의를 했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미 공성전 일은 지나간 일이다.

화련이 어떤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돈으로 매수를 하려고 했을 텐데…….

“분명히 삼각 봉우리를 먹을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기 전에 여러 곳으로 제의가 왔었어요. 그런데 최강으로는 제의가 안 왔죠?”

스칼렛의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우리에게는 제의가 없었지.”

“아마, 최강이 더 크면 못 따라잡을 거라는 위기의식이 있었을 거예요. 어차피 돈으로 못 산다면 적어도 더 크게는 못 하게 막아야 하니까요.”

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알아서 잘 크고 있다.

화련은 모르겠지만.

“삼각 봉우리를 같이 해 먹자는 식으로 제의는 왔는데 그건 우리가 거절했었어요. 우리끼리 해먹을 수 있는데 굳이 화련을 끼워 넣을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돈으로 해결했다는 거군.”

재중이 형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돈으로요.”

“지금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돈을 쏟아붓는 것 같은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게 가능한가요?”

이건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

정말 어디 재벌 집이라도 되려나?

내 말에 스칼렛이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바로 답변을 했다.

“삼각 봉우리는 돈이 돼요. 거기다 업까지 빠르고, 공중 몹은 경험치가 많으니까.”

“……돈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손해를 메우면서 늦은 레벨까지 따라오겠다는 생각이네요.”

“확실히 돈이 좋죠?”

스칼렛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데…….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군.

우리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면 대부분 자금이 많은 쪽이 유리해 보인다.

“거기다 엘리트도 간혹 봉우리 끝으로 한 번씩 내려오는 자리니까요.”

스칼렛이 지금 말하는 것이 안개 새 엘리트를 말하는 건가?

내가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혹 한 번씩요?”

“네, 그때가 되면 통제가 더 심해져요. 엘리트를 잡아야 해서 아예 아무도 접근을 못 하게 하거든요.”

“엘리트 몇 마리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네.

이미 수십 마리가 넘는 엘리트 사이에서 미스트 윙, 라이덴과 싸워봐서 그런지 겨우 엘리트 한두 마리에 매달리는 모습이 너무 우습게 보였다.

거기다 네임드 탈것과 우리 팀 전원이 엘리트 탈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내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웃어 보였다.

너무 수준 격차가 심하면 대화가 안 되듯 지금이 딱 그렇다.

지금 네 길드가 우리와 회동을 한 것은 단 하나의 이유다.

우리가 삼각 봉우리를 수복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는 점.

어쩐다?

이건 내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사장님과 길드원들과 의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담해도 겨우 길드 한 개가 더 붙는 건데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말에 스칼렛이 고개를 저었다.

“겨우 길드 한 개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페르타에서 촬영할 때 그거 촬영용 몬스터 아니었죠?”

물어보기는 하는데 거의 확신을 한 얼굴이다.

“……뭐, 아니라고 하기엔 그렇죠?”

스칼렛이나 다른 길마들도 바보가 아닌데 여기서 촬영용이라고 하면 내 얼굴만 화끈거릴 뿐이다.

“최소 엘리트, 혹은 네임드…… 겠네요.”

“거기는 노코멘트 하죠.”

말은 노코멘트지만 이미 답변은 한 셈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칼렛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거 참.

기대를 너무 하고 오셨구만.

“일단 이야기는 해보죠.”

사장님, 재중이 형과 옆방으로 빠져나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쪽 동맹이 무너지는 것은 화련이 바라는 것일 테지…….”

“뭐, 썩 좋은 관계는 아니니까요.”

재중이 형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고.

“꼭 동맹 문제가 아니더라도 화련 쪽이 크고 있으면 한 번쯤은 눌러놓기는 해야겠지. 우리 동맹을 쳤다는 명분도 있고.”

이미 사장님 마음은 한 번쯤 밟고 가자는데 기울어 있는 모양이다.

“동맹이 다른 곳에 가서 얻어맞고 왔는데 가만히 있다면 우리가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누가 앞으로 우리에게 동맹을 제의하겠냐.”

“그럼 치는 건가요?”

내 질문에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눈빛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 났군.

안 그래도 전력으로 치고받을 상대가 필요하다고 재중이 형이 그랬는데 어떻게 보면 딱 내게 적합한 상황이 왔다.

다시 모두가 모여 있는 방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사장님이 무겁게 말을 꺼내셨다.

“현 시간부로 화련 연합을 삼각 봉우리에서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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