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
#195화 유명세 (1)
“공격하네?”
“정말요…….”
내 말에 챠밍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정작 당사자는 새침한 얼굴로 우리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공격 옵션 있었어?”
“아뇨, 전에 확인할 때는 없었어요. 갑자기 이러네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 하나.”
일단, 소녀 라미아 덕에 손쓸 필요가 없어졌으니 좋은 거다.
재중이 형도 어이없는 얼굴로 소녀 라미아를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그건 나중에 더 확인할 일이고. 일단 회수부터 해.”
“그렇죠! 빨리 회수부터.”
어느새 복귀한 방패전사가 날아가 공중에서 빙빙 도는 아이템들을 회수했다.
“뭔가 떨어져 있으면 불안하거든. 무조건 주워야 마음이 편해져.”
“형, 그거 병이에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다시 피식 웃었다.
“넌 안 그러냐?”
“뭐, 그냥 습관처럼 주워서 잘 모르겠어요.”
“습관이 더 무섭다.”
그런 시답잖은 소리를 하면서 루팅이 완료했다는 표시를 하자 그제야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정말 아슬아슬했죠?”
이쁜소녀가 날 보면서 활짝 웃었다.
“그러네, 너도 고생했다. 덕분에 쉽게 했어.”
“헤헷! 칭찬 들었다.”
더없이 밝은 미소에 주변이 환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 이래서 이 수고를 하는 거지.
재밌기 위해.
다들 즐거우면 된 거다.
“이제 복귀하자. 다들 정말 수고했다.”
공중전으로 이렇게 싸워보기는 처음이라 다들 지친 기색도 있을 법한데 성과가 좋아 다들 밝은 표정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잔치인가?
***
정신없이 싸운다고 마을에 돌아와서야 레벨을 확인했다.
그냥 몸에 빛이 나서 업은 한 줄을 알았는데 얼마나 올랐는지 몰랐으니까.
“생각보다 업은 얼마 못 했네.”
재중이 형이 레벨을 확인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막타만 겨우 친 정도로 이 정도 올랐으면 뭐 남는 장사지.”
1 레벨.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건가…….
“으앙, 너무 많아서 뭘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쁜소녀가 드물게 망설이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여줬다.
챠밍도 얼굴에 미간을 찌푸리며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고,
방패전사는 만세를.
나르샤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성과다.
어느새 다들 길드 건물로 복귀해서 테이블에 미스트 윙과 라이덴이 드랍한 아이템을 쏟아놓고 구경을 하는 중이다.
“너무 많네. 이건.”
재중이 형도 너무 많아서 그런지 손으로 이마를 짚고 킬킬거리고 있었다.
너무 좋으면 사람이 맛이 간다더니 딱 저런 거네.
“스샷 한 장 찍을까?”
나르샤는 이 장면을 남겨두고 싶은 모양이다.
“템이 이렇게 많이 떨어지는 건 보기도 드물고 앞으로도 더 앞으로도 없을 일이잖아.”
나르샤의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 스샷을 찍는다며 부산스러웠다.
챠밍과 이쁜소녀는 아예 팔짱을 끼고 아이템들을 배경으로 한 장의 그림을 찍었다.
“죽은 네임드를 뒤에 두고 찍었으면 정말 그림이 나왔을 텐데 말이죠.”
“아아, 아쉽지.”
방패전사의 말에 재중이 형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미스트 윙이나 라이덴 정도면 배경으로 나쁘지 않겠네요.”
나도 뭐 아쉽긴 하고.
“자자, 이걸로 만족하고. 동영상 촬영했으니까 나중에 한 번 싹 돌려보자.”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1급 비밀.
비밀 등급이 존재한다면 이건 1급 비밀이다.
“언제 네임드의 페이즈를 그렇게 자세히 찍겠냐, 그것도 두 마리나.”
방패전사도 본인이 저장한 영상을 나중에 돌려볼 생각에 기뻐 보였다.
“그럼, 하나씩 집어라! 눈치 보지 말고.”
아이템이 너무 많이 나와 대놓고 원하는 것을 분배하기로 했다.
이건 모두 동의한 결정 사항이기도 하고.
『 라이덴의 눈물 보석 』
『 라이덴의 눈물 조각 (X1) 』
『 라이덴의 심장 』
『 +0 라이덴 블레이드 / 출혈 13 타격 5
민첩 +3 / 뇌격 』
『 +0 라이덴 미늘창 / 출혈 13 타격 11
민첩 +3 / 뇌격 』
『 +0 라이덴 채찍 / 출혈 16 타격 8
민첩 +3 / 뇌전 전이 』
『 +0 라이덴 석궁 / 출혈 12 타격 12
민첩 +3 / 무화살, 뇌전 차징 』
『 +0 뇌전 갑옷 / 방어력 12
뇌 속성 대미지 50% 감소 』
『 +0 뇌전 장갑 / 방어력 6
라이트닝 웨폰 효과, 마력 소모 1/2 』
『 라이트닝 웨폰 』
『 라이트닝 큐어 』
『 라이트닝 노바 』
『 라이트닝 플레어 』
『 라이덴의 이어링 / 민첩+3, 마력+2 』
『 미스트 윙의 눈물 보석 』
『 미스트 윙의 눈물 조각 (x1) 』
『 미스트 윙의 심장 』
『 +0 윙 블레이드 / 출혈 12 타격 4
민첩 +2 / 무기 안개화 』
『 +0 윙 배틀 액스 / 출혈 10 타격 12
민첩 +2 / 헤이스트, 체력, 마력 소모 1/2 』
『 +0 미스트 쉴드 / 방어력 14
대미지 흡수, 무효 』
『 윙 부츠 - 플라이 』
『 윙 벨트 - 민첩 3 』
『 미스트 망토 - 안개화, 대미지 무효, 아군 인식 』
『 미스트 윙의 링 / 민첩+2, 마력+2 』
『 미스트 토네이도 - 자가 방어 』
『 헤이스트 』
『 에어 붐 』
『 에어 블레이즈 』
“눈이 핑핑 돌아요.”
이쁜소녀가 아이템을 보다 눈이 아픈지 손으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네임드 하나만 잡아도 많은데 두 마리니까…….”
챠밍도 뭘 골라야 할지 갈팡질팡 중이었다.
“으음, 라이덴은 오우거 네임드하고 동급인 모양이네. 던켈하고 대미지 수치가 동일하네.”
“정말 그러네요. 벌써 동급이 나올 줄이야.”
최소 오우거 네임드와 동급이라…….
우리가 직접 붙어본 것은 마지막에 억지로 스킬을 욱여넣은 것이니까 제대로 붙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치 오우거 네임드를 막타만 날려서 잡은 때와 비슷하겠지.
“미스트 윙에 엘리트 안개 새들을 붙이길 잘했네요.”
“그냥 쌩으로 잡았으면 절대 못 잡았을 거다. 아무리 이벤트라고 해도 오우거 네임드와 동급이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
물론, 예전엔 우리 레벨이 낮기도 했고, 무기 수준도 지금에 이르진 못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잡기 쉬운 몹은 절대 아니다.
“저희 엄청난 걸 잡은 거네요?”
챠밍이 새삼 놀란 듯 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엄청난 녀석이지. 아이템 수치를 보고 네임드의 등급을 판단하다니…… 순서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네. 원래라면 몸으로 부딪쳐가면서 알아내는 건데 말이지.”
재중이 형도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그냥 피식 웃어버렸다.
“미스트 윙은 라미아 여왕하고 동급인가…… 날아다닌다는 걸 생각하면 이쪽이 위겠지만.”
“흐음, 수치만 보면 그렇긴 합니다.”
방패전사가 템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대답했다.
다들 고른다고 바쁘구만.
“자, 어쨌든 다 골랐냐?”
재중이 형의 말에 한참을 고르던 우리 팀이 자기 앞에 몇 가지 템들을 가져다 놓았다.
방패전사는 뇌전 갑옷, 미스트 쉴드를 우선 손에 쥐었다.
“뇌전 갑옷은 다음에 좋을 것 같습니다. 무려 뇌속성을 반이나 깎아주거든요. 거기다 방어도 엄청 높고요. 미스트 쉴드도 아쿠아 쉴드만큼이나 좋네요. 흡수에 무효라니, 쓰기에 따라 아쿠아 쉴드보다 좋을 수 있습니다.”
방패전사의 너무 행복한 표정을 보니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이쁜소녀도 딱 하나의 아이템을 자기 앞에 가져다 놓았다.
윙 배틀 액스.
“헤헤, 전 이거 하나면 돼요. 헤이스트!”
무려 헤이스트가 내장된 무기다.
거기에 체력, 마력 소모를 반으로 줄여주는.
딱 좋아할 만한 무기네.
마법사가 아닌 이상 헤이스트를 사용하기 힘든데 저것만 있으면 충분히 쓸 수 있다.
내가 써본 경험으로 격수가 사용하면 등에 날개를 단 것과 다름없다.
더없이 좋아하는 표정으로 윙 배틀 액스를 품에 끼고 있으니 장난감을 받은 아이 같다고 해야 하나?
순수함이 보인다.
내가 헤이스트를 사용하면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좋아할 수밖에 없겠네.
나르샤은 라이덴 석궁을 챙겼다.
“이거 진짜 좋은 거야. 무화살이라서 자동 장전이기도 하고.”
“그래요?”
“응, 진짜 좋아. 반동 때문에 한 손으로 쓰기는 어렵겠지만 뭐, 아쿠아 슈터랑 번갈아 써도 되고.”
챠밍은 못 배운 마법들을 다 챙겼다.
“이제 공중전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르샤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공중에서 못 쓰는 마법 너무 많았지?”
“네, 언니. 마법 대부분을 지상에서 써야 하니까 별로 도움이 못 됐어요.”
맵을 넘어와 나르샤가 딜을 대부분 다 했을 정도로 챠밍이 힘을 못 썼다.
이젠 좀 나아지겠네.
재중이 형은 라이덴 미늘창부터 챙겼고, 난 블레이드 두 가지를 다 챙겼다.
라이덴 블레이드와 윙 블레이드.
“형, 이거 윙 블레이드…… 전에 그거랑 비슷하지 않아요?”
“아, 그렇겠네. 네가 쓰던 그 기술 말이지?”
버그에 가까운 트릭이긴 한데 윙 블레이드는 그걸 그냥 아이템으로 구현한 것 같은 느낌이다.
무기를 순간적으로 안개화 해서 지나쳐 버리니까.
“까다로운 무기네.”
“거기다 둘 다 블레이드라서 대인전에서는 대미지가 폭발할 것 같아요.”
“난 너랑 안 싸우련다. 이건 괴수를 더 괴수로 만들었어. 다음에 기대해도 되냐?”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팔로 툭 밀면서 웃었다.
“아무렴요.”
“자, 남은 것도 후딱 분배하자. 아이템이 너무 많으니 한세월이다. 자, 일등 공신. 라이덴은 니가 타고.”
그러면서 라이덴 눈물 보석을 내게 넘겨줬다.
네임드 공중 탈 것이라…….
“미스트 윙은 누가 탈거야?”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주변을 슥 둘러보는데 아무도 답이 없다.
너무 좋은 거라 답이 없는 건지, 욕심이 없는 건지…….
“뭐, 없으면 내가 탄다? 나중에 딴말 없기?”
“오빠가 컨이 제일 좋으시니까. 좋을 것 같아요.”
“땡큐.”
챠밍이 그렇게 말하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재중이 형이 바로 품에 넣었다.
“보자, 심장이 문제네.”
오버 된 녀석이라 그런지 심장이 둘 다 나왔다.
설명이 전혀 없는.
“로또인가……. 일단, 하나는 너 가지고.”
그러면서 라이덴 심장을 내게 던졌다.
“이거 제가 또 가져도 돼요?”
“니가 우리 중에선 제일 효율이 좋으니까. 대신 다른 거 좀 포기해. 그럼 됐지?”
“……다른 아이템은 손도 못 대겠네요.”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그저 웃고 말았다.
다른 네임드와 달리 라이덴은 언제 이 맵으로 올지 모른다.
아예 안 올 수도 있으려나.
한동안 다시는 구할 수 없는 템이니 가지면 좋다.
양보해줘서 더 고맙고.
“미스트 윙 심장은 다시 구할 수 있을 테니 일단 이건 내가 쓸게. 뭔지 대충 알 것 같으니까.”
“……그거 말이죠?”
“아마? 스킬 쪽에 없는 것을 봐서는 아마 높은 확률로 이 심장이 역할을 대신할 것 같거든.”
“그런 기술은 형이 제일 잘 쓰겠죠.”
다른 사람들도 딱히 반대는 없어 보인다.
라이덴 심장과 다르게 여차하면 나중에 구할 수도 있으니 우선권을 일단 제일 잘 활용할 수 있는 재중이 형에게 넘겼다.
“그리고…… 채찍은 이쁜소녀가 해.”
“네?”
이건 전혀 의외의 말.
“너, 중거리 공격이 하나도 없잖아.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패전사처럼 하울링으로 끌어들일 수도 없으니까. 하나쯤 서브로 가지고 있어.”
“으음, 네. 연습해 볼게요.”
“뇌전 장갑은…… 나르샤가 가지고.”
“정말? 챠밍 안 주고?”
나르샤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지 깜짝 놀랐다.
“챠밍이야 여러 속성 마법을 번갈아 사용하니 뇌전 하나만 보고 가기엔 아깝지. 라이덴 석궁 주력으로 쓸 거잖아. 그럼 네가 쓰는 게 맞아. 마력도 절반으로 줄고. 뇌전 차징까지 같이 쓰면 한 발, 한 발이 강력한 마법 수준까지 올라갈 거다.”
“으음, 알았어. 오빠 너무 막 챙겨주는 거 아냐?”
“너희한테 맡기면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을 거니까.”
……형은 우릴 알아도 너무 잘 아네.
서로 양보하니 어쩌니 하면서 난리가 날 거다. 아마.
“라이트닝 웨폰은 주호 네가 가지고. 넌 웨폰 종류별로 다 가지고 있는 편이 좋아. 앞을 생각하면.”
“뭐, 그러죠.”
“라이덴 이어링, 미스트 링, 윙 벨트는 이번에 나르샤 좀 밀어주자. 민첩 따라서 석궁 재장전 속도가 올라간다니까.”
그 말에 모두 나를 바라봤다.
내 주력 스탯이 민첩이다 보니 그러는 건가?
“전 괜찮아요. 그리고 지금 사냥은 거의 나르샤 누나가 다 하잖아요. 그럼 밀어주는 것이 맞죠.”
어차피 당분간 여기서 사냥하려면 밀어줘야 한다.
나중에 다른 무기가 생겨 교환하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은 나르샤가 제일 필요하다.
“잘 쓸게. 이거 너무 나만 챙기는걸? 이러다 체하겠다.”
좀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딱히 거절하는 모습은 아니다.
하긴 그동안 너무 나르샤가 분배를 덜 받긴 했다.
“윙 부츠는…… 이쁜소녀 가지고. 너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 자주 하니까.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어. 여차하면 날아야 하니까.”
“네! 잘 쓸게요.”
안 그래도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네.
“미스트 망토는…… 방패전사 쓰고. 대미지 무효 달려 있네.”
“잘 쓰겠습니다.”
“주호 넌 잘 피하니까 굳이 없어도 되지?”
“네, 뭐 저한테는 좀 거치적거릴 거예요.”
“오케이. 아직도 남았냐? 마법은 챠밍이 다 챙기면 될 거고.”
그 말을 들은 방패전사가 남은 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료 템들하고 헤이스트는 중복이라 남습니다.”
“그건 앞으로 차차 정리하고 끝났으면 이제 해산. 오늘 고생했다.”
재중이 형이 나서자 아이템 분배가 한참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
VRS에서 축 처진 몸을 이끌고 나와 샤워를 마친 뒤 소파에 그대로 몸을 눕혔다.
이거 갈수록 파김치네.
네임드 둘을 아주 잠시 상대했는데도 전투의 피로도가 장난이 아니다.
“잡아서 다행인가…….”
무심코 혼잣말이 나왔다.
이건 앞으로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우거 네임드를 잡았을 때처럼.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유혜선 팀장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혜선> 나오셨네요?
<주호> 제가 좀 늦게 연락했죠?
<혜선> 아뇨, 어차피 낮밤 다른 거 뻔히 아니까 괜찮아요.
<주호> 주무신 거 아니었죠?
<혜선> 네, 아! 광고 일정 잡혔는데 계약서와 확인할 것이 있어 한 번 찾아오실래요? 전화로는 힘드니까.
<주호> 어차피 한 번 확인했어야 했으니…… 알겠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는 대로 바로 출발했다.
차를 구입해야 하나……
재중이 형한테 물어보면 대충 적당한 걸 알아봐 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에 탑승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이 모여서 날 힐끔힐끔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 사람 누구 안 닮았어?”
“으음? 에이, 아니겠지. 그런 사람이 지하철을 왜 타고 다녀. 돈도 많이 벌 건데.”
“맞잖아. 똑같이 생겼는데?”
“꺄, 나 가서 사인받아야지.”
“신기하네. 진짜야?”
……뭐지?
이 웅성거림은.
매번 재중이 형 차를 얻어 타다가 오랜만에 나왔더니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그때, 한 여자애가 내 앞에 서더니 말을 건넸다.
“오빠, 저 사인 좀 해주시면 안 돼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