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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87화 (187/1,404)

# 187

#187화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들면 (3)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공중으로 올라갈 방법은 더 이상 없다.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으니까.

성공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사용한 블링크가 실패하자 나는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그냥 예약된 지옥발 급행열차다.

다른 말로 하면 추락할 때의 대책 같은 것을 하나도 짜두지 않았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추락할 때의 대책은 단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불멸> 젠장, 블링크가 안 돼?

<주호> 네, 하…… 이런 식으로 물 먹이네요.

<불멸> 추락 속도라도 최대한 줄여봐. 남은 것은 여기서 해결할 테니까.

죽지 않기 위한 발악을 해야 하나?

지금 죽으면 경험치가…….

생각하기도 싫다.

레벨 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가 월등하다 보니 한 번 죽으면 떨어지는 경험치가 장난이 아니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추락하는 이 순간에도 머릿속은 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답은…….

역시, 하나뿐인가?

바로 인벤을 열어 공중에서 추락할 때 이쁜소녀를 잡아당겼던 방법 그대로 갈고리를 꺼냈다.

더 떨어지기 전에.

차라리 저놈을 붙들어 본다!

추락하는 속도와 몸의 탄력을 이용해 하늘 높이 갈고리를 뻗어냈다.

제발!

닿아라!

쭉쭉 치고 올라가던 갈고리가 공중 몬스터에 닿는가 싶더니 닫지 못하고 고점에 올라갔다가 힘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짧구나.

줄이 거리에 미치지 못했는지 갈고리가 허무하게 공중을 가르곤 떨어져 내렸다.

나와 같이.

<주호> 망했음.

<불멸> 망했네.

재중이 형 말대로 진짜 제대로 망했다.

이런 실패를 한 것이 언제였지?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시스템에 뒤통수를 맞아보긴 처음이다.

계속 추락하다 보니 어느새 지상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지면에 부딪친다면 바로 사망이다.

할 수 없네.

챠밍의 아쿠아 캐논은 쿨이니…… 그렇다면 역시 이거다.

【 블랙 아쿠아 캐논! 】

【 블랙 아쿠아 캐논! 】

아쿠아 블레이드 두 개를 동시에 꺼내 블랙 아쿠아 캐논을 그대로 지면에 날리니, 스킬이 터지며 내 몸이 튕겨 나갔다.

강력한 충격파에 몸을 제어할 수 없는 것도 모자라 HP도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블랙 아쿠아 캐논을 쓰면서 자동으로 내려간 HP와 충격을 받아서 깎여 내려간 HP까지.

이거 이대로 지면에 부딪치면 죽겠는데……

자세 정도야 약간 바꿀 수 있겠지만, 이건 나도 제어를 할 수가 없다.

스킬의 여파가 아직 몸에 남아 있으니까.

【 와이드 힐! 】

그때, 챠밍의 힐이 내 몸을 스치며 오아시스의 단물처럼 HP를 채워주기 시작했다.

나이스! 챠밍!!

HP가 조금 회복되었지만, 대기를 했던 것이 무색하게 이대로 지면에 부딪치면 낮은 HP 탓에 죽는다.

그때, 방패전사가 점프와 함께 튀어나오면서 허공에 있던 날 낚아챘다.

어……!

그러고는 자신의 몸을 쿠션 삼아 나를 감싸 안은 채 그대로 엎어졌다.

“크윽!”

역시, 이건 장난 아니야.

방패전사가 받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틀어지는 듯한 아찔한 감각이 몸을 거칠게 할퀴고 지나갔다.

“살았지?”

“네, 살았네요. 고마워요. 전사 형.”

“형은 이렇게 구해주는데 말야…….”

“하하, 다음엔 먼저 살려드릴게요.”

방패전사가 혼자 추락했던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농담이야.”

웃는 방패전사를 앞에 둔 채, 물약과 챠밍의 힐로 HP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챠밍에게 힐을 받는 도중 눈에 들어온 하늘이 이상했다.

왜 저렇게 안개가 휘몰아쳐?

“형! 위!”

“응?”

내 말에 반문하던 재중이 형이 바로 공중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챠밍과 이쁜소녀 역시 하늘을 쳐다봤고, 나르샤는 데스위버를 꺼내 검은 화살을 차징했다.

원거리 딜러인 나르샤가 반사적인 속도로 반응을 했다.

【 검은 가시! 】

그리고 지체 없이 활시위를 놓자 흩어지는 안개 사이로 검은 가시가 차징된 화살이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키에엑!!

무언가가 검은 가시에 맞고 거칠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지면을 강타하며 추락한 것은 그저 형편없이 굴렀다.

추락의 영향으로 주변의 시야는 순간 엉망이 되었다.

“저게 어떻게?”

분명히 봤다.

잠깐이었지만 공중으로 올라가서 봤기에 어떤 외형을 갖고 있는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그놈이 지금 내려와?

신경 좀 끌어보겠다고 별짓을 다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것이 이제 와서 어떻게?

“일단 생각은 나중에.”

재중이 형이 바로 블랙 슈피스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방패전사도 재빠르게 지면을 튕기듯 일어나 발을 박찼다.

정체를 모를 땐 방패전사가 최전방에 서야 하니까.

이건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무조건 앞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

모든 탱커가 그렇겠지만 3세대부터 몸에 밴 그 사명감이 방패전사를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 같다.

그리고 챠밍은 몬스터를 묶기 위해 물의 가시를 시전 중이고 이쁜소녀도 던켈을 꽉, 잡고 팀원들의 시야에 방해가 안 되는 왼쪽 사이드로 한참을 돌아 돌진하기 시작했다.

나르샤는 이미 두 번째 샷을 날리기 위해 준비 중이고.

팀원 모두 돌발 상황에도 반응 속도가 남다르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몬스터를 잡기 위한 최적의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달려들어 방해해야 하니까.

내가 자세를 갖추니 그제야 몬스터의 외형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가까운 곳에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에 봤던 네임드와 흡사한 형태다.

그 네임드를 작게 만들면 이런 모습이려나.

날카로운 이빨이 위아래로 길게 뻗어 있고,

거기다 깃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삐죽하고 탁하며 짙은 검은색의 비늘이었다.

안개 새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챠밍이 이야기했던 대로 전혀 다른 두 개체가 이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엘리트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안개 새보다 상위 개체는 확실한 것 같다.

이름이 레서 와이번.

작은 와이번이라는 뜻인가.

확실히 안개 새 같은 종류보다 크지만 그렇다고 압도당할 정도는 아니다.

좀 더 큰 사이즈지만, 날렵한 몸매와 길고 넓은 날개의 영향으로 커 보일 뿐.

재중이 형과 방패전사가 전방에서 창과 방패로 날지 못하게 억제한다면 도망을 위한 움직임을 이쁜소녀가 사전 차단하고 있었다.

이쁜소녀…….

무섭네.

던켈 같은 중병기의 진짜 진가가 저런 것이다.

생물형 중형 몬스터를 상대로 가격을 할 때마다 중형 몬스터가 휘청거리니까.

경직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움직임을 끊거나 스킬을 캔슬할 때 굉장히 유용하다고 해야 하나.

이쁜소녀도 파워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으니 시너지가 더 나오는 것 같고,

만약, 오우거 벨트나 오우거 하트를 착용하고 있으면 정말 무서운 파괴력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언제 진짜 오우거를 다 털고 다녀야 할 텐데.

그리고 챠밍이 물의 가시로 계속 붙들고 있으니 한 발도 바닥에서 떼지 못하고 전혀 날아오를 수가 없게 되었다.

“형, 테이밍.”

내가 재중이 형에게 다가가 말하자, 급하게 공격하는 와중에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탈게요.”

갑옷 같은 비늘이라서 잡힐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올라타는 것밖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체력을 적당히 빼놓긴 했지만, 처음 잡는 몬스터라 적정선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없어 무작정 올라탔다.

타고 있으면 알아서 테이밍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올라타자마자 바로 손을 뻗어 목에 나 있는 비늘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강하게 움켜쥐었다.

틈이라고는 이런 곳이 유일했다.

나중에 탈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는 그때 생각하고.

케엑!

내가 비늘의 틈을 움켜쥐자 녀석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자세를 낮추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다.

“소녀! 돌진!”

“네! 가요!”

재중이 형이 외치자 이쁜소녀가 던켈에 검은 가시를 입히고는 그대로 레서 와이번의 날개를 내려찍었다.

녀석의 날개가 역으로 푹 꺾이면서 레서 와이번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체형이 가벼운 날것들에게 특히나 이쁜소녀의 공격이 잘 통하는 것 같다.

충격에 약하다고 해야 하나.

완전 물 만난 고기네.

내가 없더라도 경직 담당은 이쁜소녀에게 맡겨도 될 정도로 확실한 커버다.

“좋아!”

재중이 형이 만족스러운지 이쁜소녀를 보고 크게 외치니 이쁜소녀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 날아오르지 못하면 일등공신은 이쁜소녀다.

계속되는 팀원들의 방해와 지면에 잡아놨다는 이점에 나는 여유 있게 레서 와이번의 위에서 버틸 수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이젠 지상 몬스터 테이밍이라 생각하며 버티다 보니 어느새 완료되었다는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 레서 와이번의 테이밍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 회수하시겠습니까? 》

바로 Yes를 누르고 레서 와이번을 회수하자 레서 와이번이 환하게 빛나면서 조금 더 작은 형태로 모습을 변화했다.

“끼야! 성공이에요.”

가장 가까이에서 계속 레서 와이번을 내려찍던 이쁜소녀가 가장 좋아하고.

“고생하셨어요!”

챠밍도 같이 환호를 했다.

멀리서 화살로 견제를 하던 나르샤도 안심하는 듯 표정을 풀었고 재중이 형, 방패전사도 한시름 놓는다는 표정으로 그제야 무기를 내려놓았다.

이거 테이밍 한 번 할 때마다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견적은 일반 몬스터지만, 우리 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안개 새보다 훨씬 어려운 테이밍이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지상에 묶어놔서 이 정도지.

하늘로 올라갔으면…….

“일반 몬스터도 엄청 오래 걸리네요.”

내가 질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자 방패전사가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아직 엘리트하고 네임드도 남았어.”

그 말에 다들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서 와이번을 꺼내자 우리 팀이 구경을 시작했다.

“생각보단 작네요.”

챠밍이 보자마자 그렇게 말을 하는데 날개를 접으니 정말 작다.

오히려 안개 새보다 왜소하다고 해야 하나.

대신 다른 것에서 차이가 있었다.

“와, 비늘이 엄청 단단해요.”

“이빨도 정말 길어. 찔리면 장난 아니겠네.”

이쁜소녀와 나르샤의 평가가 이어지고,

“나 몇 번 찔려봤는데 HP가 화끈하게 빠지더라. 정말 이빨 하나는 조심해야 해. 한 번 물리면 뺄 수가 없어.”

방패전사가 몸빵하며 겪은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일단, 부리만 조심하면 문제는 없는 모양이네.

그리고 테이밍 펫의 설명을 확인하니 의아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보통은 펫을 테이밍 하면 그 펫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이력, 쓸 수 있는 스킬, 버프나 특수 스킬 같은 것이 써져 있다.

케르베로스의 경우 탑승 전에는 파수꾼, 악마형과 같은 것이 적혀 있지만 탑승 후에는 버프, 이속 등 특징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적혀 있다.

일단, 레서 와이번은 용종 최하위에 기본적으로 조류를 주식으로 하는 상위 개체다.

여러 가지 새 종류를 잡아먹는다는 식으로 적혀 있었으니까.

안개 새와 비교하면 천적인가?

아니면 서로 싸우는 상대일 수도 있고.

어찌 됐든 이 맵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탈것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한참 읽다가 깜짝 놀랄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이놈…… 서식지가 여기가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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