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60화 (160/1,404)

# 160

#160화 하르페 공성전 (2)

길드 하우스에 도착하자 수많은 길드원이 대기실에 모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늦게 접속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기다릴 정도는 아닌데…….

접속한 사람들 틈에 우리 팀이 모여 있는 곳으로 슬쩍 이동하니,

“어서 와요.”

“오빠, 오셨어요?

제일 먼저 챠밍과 이쁜소녀가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일찍 왔네. 푹 쉬었어?”

“네, 몸은 훨씬 좋아졌어요.”

챠밍이 블링크 패턴 때 긴장을 많이 했는지 좀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

“저도 지금은 괜찮아요. 나오기 전까진 정말 피곤했는데 한숨 자고 나니까 다 풀린 것 같아요.”

이쁜소녀도 좋아 보이고.

방패전사 바로 뒤인 2선에서 나와 함께 제법 많은 딜을 쌓았다.

무기도 무기지만 실력이 그 이상을 해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무기 쓰는 법과 컨트롤이 눈부시게 성장을 했다.

나르샤와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방패전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컨디션은?”

“지금은 컨디션이 괜찮네요. 여왕 잡는다고 너무 신경 썼나 봐요. 혹시 제가 많이 늦었나요?”

“아니, 다들 아이템이 궁금해서 그러지. 땡 하자마자 다 들어왔어. 정말.”

그랬나?

템은 몇 개뿐인데 다들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은데…….

“경매한다고 해서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길드원도 있고, 재밌겠는데?”

나도 대회에서 상금으로 받은 돈과 그간 아이템들을 팔아서 모은 돈이 꽤 있다.

거기다 창고에 있는 네임드 템을 풀면 꽤 많은 돈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네임드를 독식하면서 정말 많이 잡았으니까.

무엇보다 가장 큰 자산은 내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

이걸 팔면……?

로스트 스카이 전체가 난리가 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팔 일이 없겠지만 정말 필요하다면 끌어 쓸 수 있는 자금이 장난 아니다.

당장 마음만 먹으면 갖고 있는 꽤 돈을 풀 수도 있고.

개인이 한 번에 쓸 수 있는 돈으로는 어지간하면 밀릴 일은 없겠지.

아이템에 이보다 더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땐 두 손, 두 발 들어야 한다.

사장님이 대기실에 등장하자 다소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한 번에 조용하게 변했다.

“흠흠, 그럼 시작하지.”

그러면서 루팅한 아이템 목록을 보여주셨다.

『 블링크 』

『 아이스 월 』

『 배리어 』

『 아쿠아 토네이도 』

『 물의 가시 』

『 블랙 아쿠아 캐논 』

『 헤이스트 』

『 대쉬 』

『 백스탭 』

『 리플렉션 』

『 아쿠아 웨이브 』

『 +0 아쿠아 블레이드 / 출혈 10 타격 6

민첩+2, 블랙 아쿠아 캐논 』

『 +0 블랙 슈피스 / 출혈 12 타격 10

민첩+2, 피해 전이 』

『 +0 네믈리드 / 마법 증폭 11

지력+2, 마력 회복+2, 블링크 』

『 +0 물의 방패 / 방어력 12

체력+2, 리플렉션 』

『 +0 검은 여왕의 로브 / 방어력 9

지력+2, 마력 회복+3 』

『 +0 검은 여왕의 서클릿 / 방어력 5

지력+3 』

『 라미아 여왕의 뿔 / 제작 재료 』

『 라미아 여왕의 가시 / 제작 재료 』

『 라미아 여왕의 비늘 / 제작 재료 』

“뭐가 이렇게 많아?”

아이템 목록을 보자마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놀라는 척했고.

사실 목록이야 다 알고 있는 거라.

인맥이 이래서 좋은 건가…….

대체적으로 스탯은 하르페와 오우거 네임드 아이템 사이 정도라고 해야 하나?

다만, 마법형 네임드다 보니 유틸적인 면에서는 이쪽이 더 좋은 편이다.

마법서 종류도 많고.

거기다 대회에 출현해 어디에서 구하나 궁금하게 했던 스킬들도 같이 드랍되었다.

“그럼 분배 시작하기 전에 길드원의 레벨과 라미아 여왕 레이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주호 팀에게 아이템 3개, 스킬 4개를 선점할 기회를 준다. 이의 있는 사람 지금 이야기하도록.”

사장님이 그 이야기를 하자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길드에서는 쩔을 한다고 하면, 꽤나 많은 돈을 받는 걸로 아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거기다 일반적인 쩔도 아니었고. 여기서 더 바라면 염치가 없는 거지. 난 더 가져가도 불만은 없다.”

이건 수호인가.

“흠, 더 가져가기엔…….”

누군가 그 말에 잠시 이야기를 꺼냈다가 주변을 의식해서인지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번 레이드, 신화 팀 없었으면 성공할 수나 있었을까? 솔직히 저거 다 가져가도 할 말이 없지 않나?”

이번엔 최종병기.

대체로 프로게이머들이 할 말은 다 하는구나.

최종병기의 말에 모두 조용히 있자 한 남성이 말을 꺼냈다.

누구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새로 들어온 사람 같은데.

“그렇게 하시죠. 어차피 저 사람들 아니면 깰 수 없었을 테니까. 길마님이 정한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만.”

다음 레이드에서는 이 정도의 템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이 특수한 상황이니까.

네임드를 처음 잡았을 때, 그 네임드가 줄 수 있는 템은 모두 떨어지니 이런 분배가 가능한 것이다.

어느 정도 의견이 정리되자 다시 사장님이 이야기를 진행했다.

“미리 이야기했듯 경매나 포인트 없이 아이템 세 개, 스킬 네 개를 주기로 하고 남은 아이템은 경매로 하지.”

아이템의 절반 정도인가?

눈에 보이는 그런 도움은 아니지만, 길드원들이 레이드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무작정 우리가 갖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골라봐.”

우선권은 내게 있나?

일단은…….

목록을 보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찍어놓은 녀석이 있기는 하다.

『 +0 아쿠아 블레이드 / 출혈 10 타격 6

민첩+2, 블랙 아쿠아 캐논 』

손잡이부터 검신까지 일체형으로 푸른 물빛으로 은은하게 빛이 난다.

검은 가시를 길게 늘어뜨려서 색을 바꾸면 이런 무기가 되려나?

특이하다면 특이한 외관이지.

일단 카스카라나 블러디아에 비해 급수가 한 단계 높은 무기다.

거기다 달린 스킬이 엄청나거든.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세 번째 페이즈에 라미아 여왕이 쏘던 그 스킬이다.

방패전사가 겨우 몸으로 틀어막았던.

열화되긴 하겠지만 광역기와 한 방 기술에 한 발씩 걸쳐 있는 기술이니 지금 내게 완전 필요한 무기다.

좋은 점이 또 있다.

무기에 달린 기술은 스킬 슬롯을 소비하지 않으니까.

스탯에 구애받지 않고 시전이 된다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공성을 앞두고 정말 내게 맞는 최고의 무기를 얻어버렸는데?

“역시 그거냐?”

“이거면 충분해요.”

재중이 형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내 지능 수치가 낮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서였다.

지금으로써는 대쉬나 백스텝 정도만 제대로 쓸 수 있는데, 그것들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그다음은 방패전사.

사실 방패전사가 없었다면 레이드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딜을 제외하고 기여도 측면에서 보자면 아마 가장 높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경직을 줄 수 있었던 것도, 그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도 전부 방패전사가 묵묵히 버텨줬기 때문이었다.

“선택권을 주신다면 이거죠.”

아주 자연스럽게 물의 방패를 가지고 갔다.

리플렉션이 달린 방패.

역시 물빛으로 일렁이는 것 같은 이펙트를 내는 완만한 곡선으로 된 카이트 쉴드 계열의 방패다.

이제 남은 선택권은 아이템 하나, 스킬 네 개인가?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는 재중이 형에게 먼저 선택하라며 선택권을 양보했다.

챠밍은 아마 스킬 쪽에서 고를 모양이고, 이쁜소녀나 나르샤는 그렇게 원할 만할 스킬이나 무기가 없어 보였다.

“챠밍, 넌 스태프하고 로브, 서클릿 전부 포기야? 저거 전부 엄청난 것들인데.”

재중이 형의 그 말에 챠밍이 그저 미소만 짓는다.

“전 스킬 중에서 고를게요. 아이템은 좋아 보이지만 또 없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양보해 주면 고맙고. 마침 가지고 싶은 것이 있었거든.”

검지만 엷은 묵빛이 은은한 삼지창.

블랙 슈피스.

글레이브나 전격 창이 나온 이후로 한동안 창이 맥이 끊겼다가 이제야 겨우 나왔으니 재중이 형이 욕심을 낼만 하다.

재중이 형이야 어떤 종류의 무기든 다 잘 쓰긴 하겠지만.

“땡큐, 나중에 너희 해달라는 거 하나씩 해주마.”

재중이 형이 웃는 모습이 돈 굳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애매하네.

그런 형의 모습에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가 재밌다는 듯 밝게 웃었다.

아이템은 끝났고.

스킬은 정말 고민되겠는데…….

일단 종류가 너무 많다.

“음…… 전 블링크 먼저 고를게요.”

블링크가 내장된 네믈리드라는 네임드 무기를 포기하고 스킬 쪽이라…….

정말 양보를 한 셈이네.

“언니 더 골라.”

“그래, 우린 사실 좀 애매하거든.”

“그래도 돼요?”

그러자 나르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몫까지 다 해도 돼. 대쉬나 백스탭이 그나마 괜찮은데 저 정도는 금방 나올 수도 있으니까. 굉장히 특이한 스킬도 아니고.”

“그건 너무 많아요…….”

“챠밍 언니, 나도 사실 고를 스킬이 별로 없어. 아이템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고.”

이쁜소녀도 이번엔 의욕이 없어 보였다.

쾅쾅 내려찍을 수 있는 스킬이나 무기가 있었다면 바로 골랐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법형이 나왔을 때, 챠밍을 바싹 밀어주는 것이 나은 판단이기는 하다.

지금처럼 여러 마법을 한꺼번에 드랍할 일은 다시는 없을 거니까.

“다음에 나랑 이쁜소녀가 먼저 고르는 것으로 하고 어때?”

“네, 언니 고마워요.”

나르샤와 이쁜소녀가 방긋 웃으며 스킬을 싹 몰아주자 챠밍이 갑자기 날 바라봤다.

왜?

“저기, 제가 고르려는 스킬들이 좀...”

“좀?”

“좋은 것들이라 길드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음. 뭐, 그래도 괜찮을걸?.”

“네? 괜찮아요?”

“충분히 원하는 만큼 다른 것들을 쥐여줄 생각이거든. 우리가 창고에 넣어둔 네임드 템들 있지? 그걸 전부 풀 생각이야.”

“아……!”

사장님이 자신 있게 우리에게 아이템과 스킬을 고르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어서이다.

길드원들이 불만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

쩔과 네임드 사냥에 우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에게 손해가 오면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속으로는 그게 쌓일 수도 있다.

그래서 푼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충분한 수의 네임드 템들을.

우리는 창고에서 그동안 쓰지 않던 네임드 템들을 적절한 가격에 넘겨주면서 생색을 내며 처분을 해서 좋고, 길드원들은 그토록 바라던 네임드 템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둘 다 윈윈인 셈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성을 앞두고 길드원의 전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고.

내가 사장님께 이야기를 하자, 사장님이 길드원들에게 말을 꺼냈다.

“흠, 여기 주호 팀이 그간 모아두었던 네임드 템을 아이템 선정이 끝난 뒤 함께 경매할 예정이다.”

그 말에 잠시 무슨 말인가 의아해하던 길드원들이 금세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입니까?”

“대박. 언제 푸는가 했더니.”

“드디어 블러디아 하고 카스카라도 나오는 건가?”

“난 데스 위버가...”

“포이즌 클라우드도 푸나요?”

“베놈도.”

“광아가 풀리면 전 재산 건다.”

“매직 플레이트도 더 푸는 겁니까?”

“레서 크라켄 악세도 좀 푸세요.”

“아…… 돈이 모자라겠다.”

그것 외에도 네임드에게서 얻은 스킬들이 한 둘이 아니다.

포이즌 큐어 같은 마법도 있고.

상대방도 중독 무기를 들고나올 텐데 어차피 다 풀 필요가 있던 아이템들이다.

“반응이 뜨겁지?”

“네, 정말 그러네요. 고마워요.”

챠밍이 부담스러움을 싹 날린 고마운 표정으로 스킬을 고르기 시작했다.

“블링크, 물의 가시, 아쿠아 토네이도, 블랙 아쿠아 캐논. 이렇게 할게요.”

헤이스트를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다 나르샤의 조언을 받아 마지막에 선회를 했다.

이건 알짜만 다 쓸어왔는데?

열화판 라미아 여왕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러니 챠밍이 망설였지.

챠밍이 알짜 스킬만 뽑아서 가져갔음에도 대다수의 길드원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렸다.

이미 이쪽은 관심 밖이지.

어차피 몇 개 안 돼서 경매를 해도 얻을 수 없을 확률이 훨씬 큰 템보다는 우리가 풀 네임드에 더 관심이 집중되어 버렸다.

우리가 각자 가진 네임드 템들을 가지고 와서 대기실에 풀자 경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는 안중에도 없군.

우리가 가져온 네임드 템들이 워낙 많아 한참 동안 경매가 진행이 되었다.

중간에 열기가 너무 올라 쉬는 타임을 가져야할 정도로.

그렇게 우리가 가진 네임드 템들이 모두 경매로 팔려나가자 입이 딱 벌어지는 거금이 우리 손에 쥐어졌다.

다만 경매에는 따로 참가하지는 않았다.

원한다면 남은 여왕 네임드 템들을 쓸어올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더 이상은 욕심이지.

남은 네임드 템들은 블링크가 달린 네임드 무기도 있고, 지력과 마법 회복이 크게 달린 로브와 서클릿도 남아 있다.

헤이스트와 리플렉션, 아쿠아 웨이브 같은 스킬도 있고.

거기다 대쉬나 백스탭 정도.

그리고 제작 재료.

제작 재료를 챙긴다면 조만간 무기로 만들 수 있으니 오히려 저쪽이 더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무기 제작 재료가 엄청난 경매 가격으로 팔려나갔고, 마법 무기, 방어구, 스킬 등도 비싼 값에 넘어갔다.

특히, 네믈리드와 헤이스트가 정말 높은 가격에 팔렸다.

우리가 내놓은 네임드 템 때문에 꽤 길어진 경매가 우여곡절 끝에 끝이 나고 바로 공성 준비를 위해 회의를 시작했다.

***

“하르페 마을…… 이라고 하자.”

성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작은 면이 있다.

물의 성에 비하면 딱히 성이라고 부를 만한 건물도 없고.

좀 넓은 숲속의 대지에 방벽들을 쌓아 올린 형태니까.

현재 유저들의 스탯이라면 내가 했던 것처럼 도움을 받아 뛰어넘는 것도 가능하다.

방벽은 4m에 불과하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막아야할 곳은 네 곳. 동서남북의 출입문이지.”

사장님이 찍은 네 곳의 문은 우리도 잘 아는 곳이다.

매일 출입하면서 왔다 갔다 했으니.

공성 땐 공성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하르페를 이용하지 못하고 모두 외곽의 임시 크리스털을 이용해야 한다.

사람들의 방해를 받을 걱정은 일단 없다는 뜻.

“문은 네 곳인데 우리 인원으로는 한 곳도 막기 힘들지.”

사장님이 공성전을 구상하면서 계속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절대적인 쪽수의 부족.

“로스트 스카이 운영진은 같은 길드가 두 번 연속으로 유적지를 차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봐도 수성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해.”

공성전을 신청하는 길드는 셀 수 없는데, 그걸 방어하는 길드는 우리 하나뿐이다.

길드 하나에 많아 봐야 80명인데 상대방 길드를 다 합쳐 버리면 몇 명이 될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일단, 동맹으로 몇 곳을 끌어들이기는 했는데…….”

“네?”

사람들의 질문에 사장님이 비밀이라는 듯 검지로 입가를 막아 보이셨다.

“시작 전까지는 비밀. 새어 나가면 서로 곤란해져.”

역시 길마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준비성부터 다르다.

나도 길마이긴 한데 껍데기뿐인 길마라고 해야 하나.

에띠앙은 생각도 안 하고 있을 정도로.

내가 길마인 길드가 잘 안 굴러갈 거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렇게 끌어들여도 쪽수 차이가 너무 커. 잘못 하다가는 그냥 털리고 끝날 수도 있다.”

사장님의 말에 모두가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변했다.

재중이 형도 같은 입장인 듯 말을 이었다.

“압도적인 수 앞에서는 컨트롤로 싸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아주 오랜 시간이 주어져 게릴라로 싸우다 보면 또 모르겠지만 공성전은 단기 일전이니까. ‘앗!’ 하는 사이에 쑥 밀려서 끝나 버린다.”

그러면서 형이 날 살짝 쳐다봤다가 어쩔 수 없다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내게 기대를 거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수 차이가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성벽을 끼고 싸우는 것이 최고지만, 보다시피 성벽 꼬라지가 저래서야.”

낮은 성벽은 없는 성벽과 동일하다.

오히려 성벽을 믿고 있다가 성벽을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털려 버리면 그게 더 웃긴 일이니까.

“가드 NPC를 많이 고용해서 막을 순 있지만…….”

“그건 적자지. 얻을 것 하나 없는. 혹여 그렇게 해서까지 지기라도 하면 적자가 아니라 파산이야.”

재중이 형의 말에 사장님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으셨다.

가드를 많이 가져다 쓰면 이겨도 적자, 그렇게 지면 망하거나 파산.

지원군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나눠줘야 하니 적자.

무슨 공성전이 이래?

정말 운영진은 같은 길드가 유적지를 연속으로 지키는 것은 철저하게 막으려고 작정하고 만든 시스템 같다.

절대다수가 좋아하는 시스템이니 반대할 유저도 없을 것 같고.

방법이 없나?

길드원 모두가 고민에 빠진 사이 나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서로 꽤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누었지만 괜찮은 의견이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그러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옆에 서 있던 최종병기가 손을 들어 의견을 냈다.

“그럼 차라리 성을 비우는 척하는 것이 어때요?”

응?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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