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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43화 (143/1,404)

# 143

#143화 별들의 전장 – 본선 (11)

창을 위로 쳐내고 뒤로 빠져나왔다.

블러디아와 카스카라에 튕긴 창을 든 재중이 형이 바로 창끝을 회수하고 자세를 낮췄다.

방금의 공격도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해서 막은 거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으면 시작하자마자 유효타를 주고 시작할 뻔했다.

너무 정신을 놓고 있었다.

정확하게 머리를 노리고 들어온 일격.

이건 진심으로 하라는 소리다.

집중하자.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형이 아니고…….

적이다.

최강의 적.

자세를 낮춘 재중이 형이 뛰어들려고 준비할 때 내가 먼저 뛰어들었다.

【 대쉬! 】

대쉬를 사용하자 다리에 자동으로 탄력이 더해지면서 몸이 바로 바람을 가르고 튀어나갔다.

선수를 절대 주지 마라.

이건 재중이 형이 매번 지겹도록 내게 이야기해 준 것이다.

이 좋은 반응 속도를 고작 방어하는 데 쓰지 말라고.

쌍수를 들면 가장 좋은 건 공격 횟수.

말뚝 공격으로 누적 딜량을 따지면 마법 계열과 동일한 딜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공격횟수를 보여준다.

몸에 붙은 가속도와 탄력을 모두 블러디아에 싣고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내 최대 민첩과 스킬의 속도를 완벽하게 살린 횡 베기.

이 공격은 지금껏 그 누구라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막는 것에 급급했다.

이건 재중이 형이라도 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동작을 유심히 보던 재중이 형이 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점을 향해 창을 순식간에 찔렀다.

블러디아의 궤적이 시작되는 단 한 코스로.

그러자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나면서 블러디아가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튕겨 나갔다.

창 역시, 그 반동으로 튕겨 나갔지만 오히려 내가 달려가던 방향으로 절묘하게 온 탓에 달리던 것을 멈추고 카스카라로 급하게 쳐냈다.

공격 자체가 밀려?

공속으로 치면 최상인데…….

그걸 창끝을 뻗어내는 단순한 동작 하나만으로 가속이 붙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너무 스킬을 믿지 마라.”

“스킬을 잘 쓰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단 한 동작으로 내 진격을 막아낸 형이 창을 비스듬하게 들어 올리면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넌 민첩의 비중이 높아. 아마 내가 분배한 스탯으로 따라잡기 힘들 거야.”

이건 재중이 형만의 문제가 아니고 근접 캐릭터를 키우는 사람의 문제다.

궁수 계열처럼 민첩을 높게 분배하니, 일반적인 동작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선수를 치라는 것도 이 민첩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거다.

높은 민첩의 영향으로 양손에 든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연속 공격을 하면 한 발, 한 발의 딜은 낮아도 일반적인 근접 캐릭터의 두 배 이상의 공격 횟수가 나온다.

대인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그런 상황에서 공격의 시작점은 대쉬와 함께 이어지는 폭풍과도 같은 몰아치기인데 재중이 형은 창을 한 번 내뻗는 것으로 공격을 바로 저지해 버렸다.

“아마, 몸 전체를 사용하면서 휘두르는 네 녀석의 공격은 누구라도 막기 힘들 거야. 튕겨 나가더라도 그 반탄력에 다시 회전을 더 해서 공격하니 공속 면에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

“그걸 형은 너무 쉽게 막네요.”

“이건 영업 비밀.”

이후 이어지는 연격도 재중이 형의 창에 걸려서 수차례 제지당했다.

완벽한 자세에서 나오는 창격이 내 공격에 속도가 붙기 전에 바로 전 타임에 정확한 포인트로 찌르고 들어와 속도를 확 죽여 버렸다.

조금 속도가 나려고 하면 바로 궤적을 끊어버리면서 창의 긴 리치로 치고 빠지기를 계속하자 도저히 붙을 수가 없어졌다.

공격당하는 것을 무시하고 들어가도 좋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경직이 걸려 끝날 수 있기에 계속 조심스럽게 재중이 형 주변을 돌았다.

“화끈하게 들어와 봐.”

도발하듯 재중이 형이 계속 창을 까딱거리는데 저기 들어갔다가는 순식간에 제압당할 것이 분명하다.

완벽하게 창을 돌리면서 막고 있으니 맹수가 입을 쩍 버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윙드 스피어의 리치 때문에 먼저 뛰어들어도 대부분 선수를 주고 시작해야 한다.

검이 닿기도 전에 일단 창이 먼저 닿으니까.

어설프게 창을 쓰는 사람이면 창날이나 창대를 쳐내면서 들어가면 오히려 창을 회수를 못 해 안쪽 공간이 텅 비게 되는데 재중이 형은 일체 그런 것도 없다.

창과 검이 닿기 무섭게 빼서 반탄력을 줄여 버린다든지 창대를 돌려가면서 빈 곳을 다 커버해 버리니까.

수많은 경험에서 오는 완벽한 블록에 감탄까지 나오게 한다.

대체로 검이 만병의 왕이라고는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창이 정말 만만치 않은 병기로 탈바꿈한다고 재중이 형에게 들었다.

비숙련자에게는 창이 그저 그런 무기라면 숙련되면 될수록 무섭게 변하는 것이 창이다.

창도 궁극 병기라더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네.

나와 재중이 형 정도면 작은 간격에도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콤보를 띄울 수 있는데 지금은 그 간격을 만드는 것이 힘들다.

대체, 어떻게 이 정도로 내 진격을 막는 거지…….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공격에 허수를 섞거나, 발이나 어깨 등의 움직임도 바꾸면서 해봤지만 전부 막혀 버렸다.

아무리 재중이 형이라도 이렇게 완벽하게 날 막을 수는 없다.

몇 번 대련을 통해서 뚫어봤으니까.

근데 지금은 아예 틈 자체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

뭔가 있는데…….

아주 다 가르쳐준 건 아니네.

“아…… 진짜 치사하게.”

“밑천 다 털어줄 수 없잖아. 이번에 건물 좀 사보자.”

사방을 돌면서 투덜거리니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피식 웃는다.

말을 걸어서 방심을 유도해 봤지만 여전히 눈은 날 쫓아온다.

좀 무리를 해볼까?

아니다.

이건 최후의 수단이다.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 미끄러지듯이 치고 들어가서 한 방.

비월참을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간격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건 자존심 문제다.

이대로 한 방 먹이지 못하면 내 RTP가 운다.

“기필코 뚫어버릴 겁니다.”

“얼마든지.”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감각을 전부 해방하기 시작했다.

평온하게 몸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괴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방의 변화를 하나하나 몸에 새겼다.

불어오는 바람에 갈라지는 공기의 흐름, 바닥에서 느껴지는 땅의 재질, 시야로 보이는 형의 세세한 움직임까지도 모두.

이걸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내 변화를 눈치챈 것인지 재중이 형의 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재중이 형의 작은 떨림조차 모두 내 시선 속에 들어오는 순간.

달려들었다.

최고의 가속으로.

그리고 똑같이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뻗는데 이상한 점이 바로 발견됐다.

내가 검을 뻗기도 전에 알아?

분명히…….

검의 방향을 완전히 뻗기도 전에 재중이 형의 자세가 변하면서 다리에서 팔목까지 힘을 전달하는 세세한 움직임이 모두 느껴졌다.

분명 모든 움직임을 자제하면서 움직였는데…….

그런 생각과 함께 블러디아가 움직였지만, 오히려 블러디아의 움직임은 무시하고 다른 것에 시야가 돌아가 있었다.

눈?

아주 찰나의 시간,

나와 시선이 마주친 재중이 형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로 감각을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의 시선이 순식간에 내 눈으로 왔다가 사라졌다.

아…….

시선처리.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다.

내 몸이 움직이고 나면 늦으니까.

내 정직한 시선을 확인하고 공격을 틀어막았구나.

나와 시선이 마주친 것으로 잠시 흐트러졌는지 이번엔 창에 막히지 않고 블러디아가 창을 타고 쭉 들어갔다.

그 공격에 재중이 형이 창을 잡은 손목을 확 비틀면서 창에 회전을 주자 검날이 튕겨 올랐다.

블러디아가 튕겨 나간 반동으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카스카라로 강하게 베자 재중이 형이 창을 짧게 잡으면서 두 손으로 창대를 잡아 카스카라를 막아냈다.

보통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는데 천금과도 같은 기회를 잡았다.

바로 몸을 돌리면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횡으로 강하게 휘두르자 재중이 형도 몸을 급하게 뒤틀면서 창을 짧게 휘두르곤 뒤로 쭉 빠져나갔다.

겨우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짧게 잡아 휘두르는 창날의 궤적에 블러디아의 검날을 밀어붙이면서 위로 들어 올렸다.

자신이 원했던 궤적에서 다른 방향으로 확 밀려 오르는데도 재중이 형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당황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창의 궤적이 바뀌는 상황에서 창에 가했던 힘이 빠지는 것을 블러디아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다.

힘을 빼?

보통은 더 강하게 휘둘러서 떨쳐내려고 할 텐데…….

힘이 빠진 창에 붙어 있던 블러디아가 떨어지면서 밀어 올리던 창을 지나쳐 버렸다.

상대방의 힘과 속도를 이용해 궤적을 변경하는 기술이었지만, 힘과 속도를 확 줄이자 내려고 했던 효과가 완전히 막혀 버렸다.

그리고 자유롭게 빠져나간 창을 강하게 올려쳐서 나를 바깥으로 밀어냈다.

한 번의 공방을 주고받고는 둘 다 다시 떨어져서 섰다.

“눈치챘냐.”

“뭐, 그렇죠.”

“정말 RTP는 무시할 수 없네.”

그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일단 내가 깨닫게 된 이상 시선을 돌린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대체하면 재중이 형이 초기에 궤적을 막는 일은 힘들다.

이제야 겨우 동등한 위치에 선 셈인가.

나도 그렇지만 재중이 형도 딱히 여기에 대해서 자세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말하는 것이 전부 대회를 통해 방송으로 나가니까.

괜히 약점이나 파훼 방법을 알려주면 우리만 손해다.

“그리고…… 그거 당해보니까 신기하네.”

“저도 밑천을 다 드러낼 수 없으니까요. 착을 그런 식으로 막을 수 있는 게 더 신기하네요.”

재중이 형이 놀란 만큼 솔직히 나도 놀랐다.

솔직히 이걸로 완전 끝을 낼 작정이었는데…….

재중이 형은 처음 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순간 힘을 뺀다는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

RTP는 나보다 낮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밴 플레이 습관이나 판단력은 표현하기도 힘들만큼 월등히 앞선다.

역시 쉽지 않은 사람이다.

“2라운드를 해보자. 간만에 재밌네. 이기려면…… 밑천을 좀 더 내놓아야 하나.”

말을 마친 재중이 형이 갑작스레 뒤로 돌았다.

날 앞에 두고 갑자기 무슨?

【 백스텝! 】

그러자 재중이 형의 신형이 내게 날아들 듯 움직였다.

자동으로 뒤로 빠지는 기술답게 선행 동작 없이 거리를 좁혀왔다.

그러더니 다시 자세를 확 돌렸다.

“여기서 하나 더.”

【 대쉬! 】

백스텝 도중에 저게 돼?

그러자 이중으로 가속이 붙으면서 평소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윙드 스피어를 앞으로 강하게 뻗자 지금 내 민첩으로도 피하기 힘든 궤적이 나왔다.

큭.

이러면 안 쓸 수가 없잖아.

【 비월참! 】

재중이 형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비월참을 날리자 이미 가속이 엄청나게 붙은 재중이 형이 차마 피하지 못하고 비월참을 그대로 얻어맞았다.

당연히 폭격이 터지면서 옆으로 튕겨 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재중이 형이 비월참을 그대로 뚫고 창을 내질렀다.

【 검은 가시! 】

그리고 그 상태로 창이 검게 물들면서 하나의 화살 같은 형태로 빠르게 물들었다.

뭐?

창으로 저게 된다고?

그 공격에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몸을 비틀면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교차해 창의 궤적을 최대한 막아냈다.

이중 가속과 민첩, 창의 관통력이 합쳐진 공격에 두 자루의 검이 확 튕겨 나가며 밀리자 가까스로 몸을 틀어서 어깨를 내주었다.

그 순간 HP가 훅 깎여 내려갔다.

아마 검은 가시의 위력이 합쳐져 단 한 방을 맞은 정도지만 타격이 엄청 크다.

거기다 창의 특성으로 몸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든다.

왼쪽 어깨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고.

칫.

대체 조합을 몇 개나 숨겨놓은 거야.

이중 가속의 영향으로 직진 외에는 힘이 들었는지, 몸을 굴려 옆으로 빠져나가도 따라오진 못했다.

“이걸로 끝내려고 했는데 그걸 또 피하네.”

재중이 형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그리고 나도 어이없고.

“비월참이 안 먹히네요.”

“아아, 그런 기술이거든. 나머진 영업 비밀.”

진짜 프로게이머 출신들은 다 저런가.

전에도 고생을 했지만, 스킬 분석이나 조합을 하는 능력이 일반적인 유저보다 훨씬 앞선다.

검은 가시도.

창으로 시전 된다는 것 자체도 몰랐는데…….

“이렇게 밑천 다 털어서까지 동생을 이겨먹고 싶으세요?”

“그럼. 당연하지.”

순수 RTP로만 승부를 봤으면 아마 아로하 같은 경우가 나왔을 건데 스킬이라는 변수가 그걸 힘들게 했다.

재중이 형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을 리도 없고.

쉽지 않네.

HP를 보니 상당히 많이 날아갔다.

거의 1/4 정도.

이대로 재중이 형이 도망만 다녀도 지겠지만.

“도망가진 않을 거죠?”

“그래, 그러니까 덤벼봐.”

그때, 재중이 형과 내가 있는 곳을 전부 감싸며 스치기만 해도 HP가 깎일 것만 같은 매서운 칼바람이 생기더니 주변에서부터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아주 도망가지 말라고 판을 깔아주네.”

“끝을 보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자세를 낮추면서 창을 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손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며 몇 번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내 RTP를 극한까지 끌어올렸음에도 연습할 땐 자주 실패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마지막 밑천을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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