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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9화 (119/1,404)

# 119

#119화 검은 호수의 여왕 (2)

거대 개구리.

탈 것을 얻었을 때부터 의아한 점은 많았다.

무엇보다 느리다.

그것도 엄청나게.

방패전사는 그간 아이템이나 탈 것을 어지간하면 바꾸지 않았는데 거대 개구리는 많이 답답한지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빠른 탈 것으로 한정한다면 좋지 않은 탈 것이다.

케르베로스와 레서 크라켄을 예로 들자면 각각 지상과 바다에서 쓸 수 있으며 빠르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거대 개구리의 경우엔 바다에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장점보단 단점이 확연하게 많은 탈 것.

그래서 사용하지 않고 인벤에서 잠든 탈 것이었다.

“거대 개구리의 설명이 애매했거든요.”

상태 이상에 피해를 받지 않는다.

레이드 시에 독 장판에 걸리지 않아 유용하겠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지금까지 다른 탈 것과 비교해 보면 운영자가 의도적으로 능력을 이런 식으로 설정했을 것 같다.

탈 것의 장단점이 명확하니까.

내 말에 거대 개구리에 올라탄 방패전사가 검은 호수의 끝자락을 슬쩍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확인을 했다.

“이거 참. 어쩌면 굉장한 녀석을 얻어버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빙고라는 거네.

***

“호수 주력 몬스터는 라미아입니다.”

방패전사가 주변을 쭉 둘러보고 온 뒤에 말했다.

“그…… 하체가 뱀인 것 맞죠?”

이쁜소녀가 상당히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안 그래도 파충류와 곤충들을 피해서 호수로 왔는데 호수에도 반인반뱀인 몬스터라니.

“네, 그래도 징그럽다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상체가 사람 모습이라.”

“너무 잘 만들어서 싫어요.”

이쁜소녀 말대로 너무 잘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정말 쓸데없이 잘 만들었네.”

재중이 형도 감탄을 흘린다.

말과 다르게 저거 분명히 즐기는 표정인데?

라미아가 여성체라 문제다.

몸매가 다 드러난 잘록한 허리에 탄력 있는 상체까지…….

중요한 부분을 비늘로 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절로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여긴 남성 유저들의 성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제2 유적지만 잡고 있어도 유저 절반은 손에 쥐고 시작하는 셈이다.

“저기, 눈 돌려요.”

무심코 라미아를 자세히 바라보다 챠밍의 말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꼭 챠밍의 표정이 블라인드 마법이 있으면 내게 걸어버리겠다는 표정이라…….

“난감하네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눈 돌리고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지.

방패전사도 헤벌레 표정을 풀고 있다가 나르샤에게 귀를 잡혀서 끌려가는 중이다.

아무에게도 터치를 받지 않는 재중이 형만 그저 주변에 돌아다니는 라미아들을 보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저 표정을 보고 있으니 수정이 누나를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늪지대로 갈 걸 그랬나 봐요.”

“잘못 왔어요.”

“확실히 그렇네.”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가 입 모아서 하는 소리에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제는 늪지대는 죽어도 싫다고 하더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네.

“자자, 이제 와서 돌아갈 순 없어요. 시간은 금입니다. 방패전사님 앞장서시고. 어느 정도 개구리가 효과가 있는지 봅시다.”

좀 전까지 헤벌레 하던 모습이 싹 사라지고 집중하는 모습으로 돌아온 재중이 형이 손뼉을 쳐서 모두를 이끌었다.

그 모습에 여자들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다시 봤어요. 할 땐 하네요.”

“아아, 늪지대에 가기 싫어서. 우린 여기서 뼈를 묻는다.”

내게 슬쩍 속삭이면서 비밀인양 말하는 재중이 형을 보면 한숨을 쉬었다.

이런 사람이었지…….

내가 잠시 착각을 했었다.

“그럼, 제가 먼저 붙겠습니다.”

라미아가 모여 있는 근처로 다가가 매직 애로우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마리를 풀링했다.

“다행히 외곽은 링크 몹이 아니네요.”

우르르 몰려왔으면 뒤로 빠졌다가 들어오던지 꽤 불편할 뻔했는데 다행이다.

라미아 한 마리가 예쁜 외모와 다르게 쉬익쉬익 소리를 내며 스르륵 미끄러져 다가오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일 수가 없다.

거기다 우리에게 다가온 라미아의 가늘고 부드러운 양손이 쫘악 찢어지듯 변형하면서 날카로운 날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네요.”

“뭐, 항상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지.”

뭔가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은 대답인데?

방패전사가 라이트 쉴드를 입힌 상태에서 앞을 빠르게 막아섰다.

마치 검처럼 변형된 날카로운 손날과 방패가 마주치자 쇠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끼기긱—

힘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파워 글러브다.

몇 번 더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공방을 가볍게 주고받은 방패전사가 살짝 떨어졌다.

“대미지는 적당합니다. 힘이 웨어 타이거랑 비슷한 수준인데 상당히 빠르네요.”

방패전사가 먼저 견적을 뽑아 쫙 읊어준다.

“디버프는 바로 풀립니다. 개구리가 효자네요.”

우리가 듣고 싶었던 한 마디.

거대 개구리를 타고 있지만, 실제 공격으로는 대미지를 입는지 안 입는지 확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나르샤님.”

내 신호에 고개를 끄덕인 나르샤가 곧장 활시위를 메겨 바로 라미아에게 날렸다.

라미아의 어깨에 화살이 꽂히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바로 방패전사에게 향했다.

이 한 발이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의 대처가 달라질 것이다.

검은 오라가 라미아의 몸에서 생성되더니 방패전사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방패전사의 몸에 닫자마자 오라가 확 풀려 버렸다.

“호오, 개구리 죽이는데?”

디버프 무효화라.

몇 개나 무효를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 상태라면 최고다.

“그럼, 다음 갑니다.”

재중이 형이 광아를 잡고 빠르게 라미아의 옆구리를 치고 빠졌다.

이쁜소녀가 던켈을 주력으로 쓰면서 회복 불가 디버프를 위해 재중이 형이 광아를 잡게 됐다.

그동안 효자 노릇을 한 윙드 스피어의 대미지가 안 먹히는 것도 한몫했고.

구 네임드는 플레임 소드조차 대미지가 잘 안 들어가는 판이다.

그냥 딜 뿐만 아니라 중첩도 슬슬 반감이 되어 들어가 베놈의 딜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되자, 경매에서 빠르게 처분했으까.

강화를 더 하면 모르겠지만, 깨질 위험이 훨씬 크니까.

재중이 형이 광아로 라미아의 옆구리를 치고 지나가자 검은 오라가 가장 가까이 있는 방패전사에게 가서 붙더니 다시 흩어져 버렸다.

“좋아. 아주 좋아.”

재중이 형이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저 디버프 자체가 1:1로 반사하는 형태가 아니라 가장 근접한 사람을 말려 죽이는 용도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사하는 형태였으면 나르샤가 이미 피해를 봤어야 했으니까.

그것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재중이 형이 몸소 뛰어든 것이고.

그제서야 우리 팀의 표정이 완전히 펴졌다.

가장 껄끄러운 디버프가 해결이 됐다.

솔직히 디버프만 아니면 라미아 자체가 까다로워 보이진 않는다.

라미아가 다시 그 날카로운 칼날을 올려치자 방패전사가 막고 칼날을 블러디아로 내려쳤다.

“음…… 개구리를 타니까 리치가 안 맞네요.”

평소보다 높이가 안 맞는지 좀 불편한 모습이다.

탈것을 타고 움직이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일단, 시선만 끌어주세요.”

방패전사가 그냥 라미아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방패전사와 거대 개구리가 동시에 들썩거릴 정도로 강력한 꼬리치기를 제외하고는 크게 위협적인 모습이 아니라서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돌아가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나르샤도 계속해서 데스 위버로 도트 딜이 가능한 화살을 꽂아 넣었다.

그럴 때마다 검은 오오라가 방패전사에게 중첩됐지만 곧바로 풀려서 사라졌다.

챠밍도 라미아를 묶어두기 위해 아이스 볼을 쓰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동결이 너무 빨리 풀려요.”

레벨 때문인가?

아니면…….

“속성 때문일 거다.”

재중이 형이 옆에서 라미아를 광아로 내려찍고 난 뒤 대답을 했다.

“전에 독 속성도 잘 안 먹히는데 비슷하네요. 그럼.”

“음, 생각 외로 여기서 좋은 것을 얻어갈 수도 있겠는데?”

좋은 것?

“아직은 아닌 것 같고.”

계속되는 공격에 라미아가 쓰러지자 라미아 주변의 호수가 맑아졌다.

“어? 호수가 맑아졌어요.”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서 외치자마자 호수가 다시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얘들이 원인이구만.”

잡다한 드랍템을 줍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라미아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 거리를 좁힌 상태였다.

“링크 몹은 아닌데, 잡고 있으면 몰려드는 모양입니다.”

방패전사가 바로 주변을 의식하고 라지 쉴드를 들어 올렸다.

“라미아 말고는 없죠?”

시야가 높은 방패전사가 쭉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부 평범한 라미아로 보입니다.”

“그럼, 한 번 몰죠?”

“크크, 역시 너도 이쪽 물 다 들었어.”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밝게 웃는다.

한 마리씩 잡는 것은 성에 안 차는 느낌이다.

엘리트라면 몰라도.

일반 라미아를 한 마리 잡아보니 견적이 나온다.

방패전사가 내 말에 바로 거대 개구리를 집어넣더니 내게 케르베로스를 빌려 올라탔다.

헬하운드보다 케르베로스가 빠르니 몰이할 때 훨씬 여유가 남는다.

심지어 체력과 마력까지 회복되니까.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호수 바깥에 계세요.”

방패전사가 우리를 놔두고 홀로 호수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르샤님. 준비요.”

“네.”

나르샤가 이번엔 데스 위버를 집어넣고 베놈을 꺼내 들었다.

직업이 없으니 그냥 무기만 바꿔들면 된다.

비월참을 시전하기 위해.

날이 달린 무기가 아니면 시전이 안 되니까 쓰려면 이렇게 바꿔 들어야 한다.

마법과는 다르다.

“활도 뭔가 스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지간해서는 아쉬운 소리를 안 하는 나르샤가 아쉬운 한 마디를 내뱉는다.

“조만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열쇠도 잔뜩 챙겨왔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방패전사가 십여 마리의 라미아를 끌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확실하네.

라미아가 원거리 몹이 아니라서 일단 체력은 가득 차 있다.

우리와 거리를 조금 남겼을 때, 반대로 돌아서 방패를 들었다.

정말 예쁘게 모아서 온 것을 보니 역시, 몰이 실력은 최고다.

십여 마리의 라미아가 방패전사에게 다가선 순간 챠밍의 입에서 마법이 시전 됐다.

【 아이스 월! 】

챠밍이 항상 아쉬워하던 마법을 큰돈을 들여 사 왔다.

당연히 무기를 판 돈으로.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호수의 물이 얼며 라미아들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더니 얼음 기둥에 곧 갇혔다.

【 포이즌 클라우드! 】

연계로 시전된 마법에 독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며 다시 대미지를 주었다.

“가시죠!”

【 비월참! 】

나와 재중이 형, 그리고 나르샤의 무기에서 녹색과 하얀빛이 연속적으로 터지며 총 8발의 비월참이 얼어 있는 라이들을 폭격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차징하며 기다린 이쁜소녀가 던켈을 높게 들고 달려가 라미아들 사이에 내려찍었다.

【 어스 퀘이크! 】

이미 HP가 상당히 깎여 있는 라미아들은 강력한 바위 폭풍에 하나둘 그 자리에서 빛이 되어 사라졌다.

“휘유!”

혹시나 해서 라이트 쉴드를 켜고 대기 중이던 방패전사가 휘파람을 불었다.

십여 마리의 라미아가 사라지자 주변의 검은 호수가 투명하게 변하면서 우리의 체력과 마력을 채워주었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데?”

저주가 없는 맑은 호수의 효과가 정말 좋아 보인다.

그와 동시에 많은 드랍템이 바닥에 떨어져 호수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그중에 유독 이질적인 템이 하나 보였다.

『 라미아의 피 』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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