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107화 누가 우리의 적인가? (2)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43.
> 로딩 중…….
접속해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검은 나무만 가득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원래 비석이 있던 자리에는 반투명한 크리스털이 박혀 있고 거기서부터 하얀 빛 기둥이 하늘로 쭉 뻗어 있었다.
거기다 햇살이 마을만 밝게 비추고 있었다.
하나의 마을.
베네아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일단 한눈에 마을이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니, 작은 마을은 아니다.
숲 한가운데 이 정도로 넓은 부지라…….
괜히 오랜 시간 점검을 한 것이 아니다.
마을의 길을 따라 대부분 1층 석, 목조 건물들이 자리했고 베네아처럼 엄청난 사람들이 벌써부터 좌판을 깔고 거리에 잔뜩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도 과거 베네아가 생각날 정도로 많다.
서버가 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을 전체에 활기가 넘친다.
마치, 거대한 축제가 열린 것처럼.
하르페가 제대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넘쳤으면 넘쳤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곧 접속할 팀원들을 기다리면서 스탯과 장비를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
스탯 창을 확인하니 레벨은 43.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1서버에서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비약적인 상승이다.
방어전에서 원 없이 몹을 쓸고 다니기도 했고, 마지막엔 오우거 로드라는 네임드를 잡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그럴까, 현재 전 서버 랭킹 1위다.
필리언 서버에서도 당연히 1위고.
“축하한다? 형도 재끼고?”
재중이 형도 확인했는지 어느새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웃는다.
“오셨어요? 이거야 잠깐이죠. 뭐.”
방어전과 오우거 로드 막타에 따른 특수일 뿐이다.
“그래, 자만하지 않는 자세 좋아.”
재중이 형은 40렙.
40렙이라고 해도 다른 상위 그룹과 2~3렙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중이다.
팀을 제외하고 전체로 확인하면 다른 사람들과 5렙 정도의 격차다.
아차, 하면 언제든지 따라잡힐 수 있는.
“사람들 진짜 많네요.”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밖에 없다.
“뭐, 이쪽이 사냥터와 훨씬 가깝잖아. 이제 어지간하면 다 여기서 생활할 거다. 이제 베네아는 지하수로 말고는 그렇게 매력이 없지.”
“사장님은요?”
“지금 NPC에게서 걷어 들이는 세율 정하고 계신다.”
전에 그런 이야기를 한 번 들었던 것 같다.
오크 족장을 잡았을 때, 단순한 통행료일지라도 정말 많은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어떠려나?
물론, 그때는 딱 네 명이 나누었으니까 그랬던 거지만.
“아마 적진 않을 거다. 일단, 길드 건물로 가자.”
길드 건물이라…….
업데이트 내용에 분명히 있었지.
재중이 형을 따라 마을 광장에서 북쪽으로 좀 올라가니 다수의 건물이 대로를 따라 쭉 이어진 것이 보인다.
“우리 건물은 제일 가까운 곳.”
시장과 상점, 텔레포트 위치와 가장 근접해 하르페에서도 노른자에 속하는 위치에 우리 건물이 있었다.
그것도 3층.
“우리는 공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대부분의 다른 건물은 1층인데 우리 건물만 3층이니 뭔가 확 튀어 보인다.
“건물 좋네요.”
중세 시대 귀족들이 쓸 법한 화려하게 잘 꾸며진 건물의 외양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재중이 형을 따라 들어가자 사장님을 포함한 팀원들이 1층 회의실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셨어요?”
날 먼저 발견한 챠밍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모두 우리를 바라봤다.
“잘 왔다. 마침, 세금 이야기를 하던 중이다.”
템 분배보다 더 까다롭고 예민한 세금 문제에 사장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을 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저기 끼어들고 싶지 않은데…….
오크 족장 때처럼 딱 얼마, 떨어지는 금액으로 정해서 사냥이나 네임드, 던전을 찾아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은 나와 재중이 형이 앉자마자 세금에 대해 한참 설명을 했다.
이미 내가 오기 전에 정리를 끝냈는지 내용 자체는 큰 무리가 없는데 금액이 문제다.
“그러니까 하르 비율로 정산을 정리했다는 거죠?”
“운영비랑 보조금은 좀 빼놓고.”
운영비는 크게 다른 길드와 쟁이 났을 경우 길드원에게 주는 물약 값이나 기타 장비, 물품 보조비 정도?
그리고 신입들이 왔을 때 케어할 비용 같은 것도 일부 빼놨단다.
원래 길드 건물 관리비도 포함되는데 우리는 그런 세금 자체가 없으니까.
그렇게 비용을 꽤 많이 빼놨음에도 내게 돌아오는 양이 엄청나게 높다.
“이거 말 나올 것 같은데요?”
“야, 그것도 길드원들 신경을 더 많이 써준 거야. 하르 비율로 했을 때 너희가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르 비율로 하면 대부분의 하르를 우리가 걷긴 했다.
1차 방어전 때도 우리가.
해적선, 크라켄, 지하수로의 거대 개구리까지 매일 잡아서 모았고.
2차 방어전 때는 길드원들도 꽤 많은 하르를 모았다고 하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거의 9:1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물론, 우리가 9다.
너무 뛰어난 소수,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
마지막으로 분배.
만약, 이 비율로 하면 하루 만에 길드는 공중분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길드를 우리끼리 유지할 생각이 아니라면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우리끼리 하르페를 지킬 생각이 아니라면 이건 무리지.”
재중이 형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앞으로 다른 길드와 사냥터 다툼도 있을 것이고, 하르페를 가지고 싸울 일도 있을 것이다.
시기하는 사람이 적진 않을 테니까.
거기다 우리가 24시간 접속해 있을 수도 없고…… 길드원들이 물어오는 정보도 만만찮다.
단순히 길드의 전력을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길드에게 위압감을 줄 수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만은 길드원들에게 넉넉하게 분배하고 다음부터는 하르를 투자받는 형식으로 유지할 생각인데 네 생각은 어떠냐? 아무래도 이번에 손해를 보는 것은 너니까.”
뭐, 나쁘진 않다.
돈을 좀 더 받자고 길드를 해체할 생각이 아니라면.
앞으로 얻을 황금알도 닭이 살아 있어야 얻을 수 있으니까.
“전 괜찮아요. 오늘만 게임하고 끝낼 생각은 없어요.”
지금까지 얻은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길드를 통째로 흔들 정도의 욕심은 독이 된다.
“미안하구나. 그래도 최대한 많이 챙겨주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앞으로 해 먹을 것이 넘칠 겁니다. 이제 시작인데요. 뭐.”
그리고 지금 상황에 대해 꺼낼 이야기도 있다.
“전에 술 마시면서 말한 것 있죠? 마침, 잘됐어요. 진행하죠.”
“음…… 괜찮구나.”
사장님이 내 말에 잠시 생각을 하시다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신다.
재중이 형도 나쁘지 않다는 듯 동의하고.
다만, 나머지 팀원들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방패전사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물어봤다.
“이야기를 못 따라가서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아아,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리죠.”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사실, 제우스랑 저번에 우리를 건든 올인 라인이 머리가 아니라 꼬랑지에 불과했다는 건 다 알고 계시죠?”
“네.”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기도 했고,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할 정도.
“이번엔 머리를 끌어낼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끌어냅니까? 지금까지 꼬리도 못 잡고 있었는데…….”
“사장님과 주호하고 한잔하면서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더군요. 왜? 왜 그때, 나서서 우리를 치지 않았을까. 올인 라인 정도를 움직일 힘이 있다면 충분히 우리 길드와 치고받을 정도의 전력이 될 텐데.”
재중이 형의 말에 사장님도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 뒤는 내가 하지. 우리가 3세대를 하면서 비슷한 경우를 많이 봤거든. 이런 식으로 본 전력이 나서지 못하는 것은 다른 길드와 알력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나서지 못하는 경우, 혹은…….”
사장님이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곧장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원하는 것이 있어 차마 나서지 못하는 경우.”
그 말에 눈치가 빠른 방패전사가 곧장 내게 고개를 돌린다.
“헤드 헌팅이군요.”
방패전사도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역시, 이런 종류의 상황을 많이 겪어봤는지 곁다리만 슬쩍 풀었을 뿐인데, 중심인 결론까지 직행한다.
“빙고.”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갖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괜히 잘못 나섰다가 반감이라도 일으켜 전혀 다른 곳으로 넘어가 버리면 아주 새가 돼버리니까요.”
이건 완전히 죽 써서 개주는 꼴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꿀은 다른 사람이 먹고.
올인 라인이 박살나더라도 자기들 정체가 들켜서는 원하는 사람을 얻기가 곤란해지니 꼬리를 모두 자르고 그대로 빠진 것이다.
다음 기회를 위해서.
“문제는…… 나인지 저놈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말이죠.”
재중이 형이 나와 눈을 맞추더니 웃어 보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때는 제가 랭킹 1위였거든요. 주호가 2위였고. 그럼, 누가 봐도 날 노리고 들어왔어야 하는데…….”
사장님이 다시 부연 설명을 했다.
“중간에 제우스가 있었지.”
그 말에 다들 왜 갑자기 제우스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여기서 튀어나올 이름이 아니니까.
제우스는 이번 사건의 머리가 아니다.
아는 사람들은 중간에 낀 쁘락치 딱 그 정도로 생각한다.
사장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그때 주호가 크라켄을 잡던 영상이 흘러나간 모양이다. 아니, 거의 100퍼센트라고 보면 돼. 제우스가 무슨 조건에 그걸 넘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포탄을 타고 날아가서 크라켄을 잡던 영상.
그 엄청난 영상을 본 뒤라면 몸을 사리겠지, 자신들의 길드 이름이 알려져 반감을 사는 것은 사양일 테니까.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빠져 버렸던 이유까지도.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우리 길드가 해체되면 알맹이만 쏙쏙 골라먹을 생각이었겠지. 이 정도 스케일로 놀려면 어차피 몇 군데밖에 안 나와. 현재는.”
“최소 20위권 안에 있는 길드겠네요.”
방패전사가 바로 견적을 낸다.
“그렇죠. 이제 누가 우리에게 손을 뻗치려고 했는지 확인할 겁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바로 내게 집중됐다.
“네, 제가 미끼입니다. 원하는 걸 줘야 좀 움직이겠죠. 아무리 머리를 숨기고 싶어도 이번엔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머리가 제대로 숨어 나오지 않는다면 머리가 가장 원하는 미끼를 눈앞에서 흔들거리면 된다.
이번 상황에서는 내가 최고의 미끼고.
그때, 이쁜소녀가 손을 번쩍 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저기…… 혹시 위험한 것 하시는 건 아니죠?”
미끼라고 했더니 굉장히 위험해 보였던 모양이다.
오히려 자기 나름대로 걱정해 물어보는 저 생각이 고맙고 또 고맙다.
“하하, 아뇨. 그냥 정말 미끼입니다. 몸으로 부딪치는 것은 아니고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행이다…….”
이쁜소녀가 그제야 괜찮다는 표정을 짓는다.
챠밍 역시, 걱정하는 얼굴로 날 보다가 이쁜소녀와 나눈 대화 덕에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나만 계속 바라보고 있다.
오히려 이 시선들을 받고 있으려니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추가 설명을 해야 저 눈빛이 좀 사그라들 것 같아 바로 말했다.
“지금부터 대판 싸울 겁니다. 사장님하고 불멸 형 하고요.”
“네?”
“분배 문제로요.”
“아……!”
챠밍이 이제야 전부 이해했다는 듯 감탄을 한다.
오크 족장 때도 그랬다.
우리끼리 잡았기에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다른 서버에서는 그것으로 꽤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길드가 유적지를 먹었는데, 과연 불만이 없는 사람이 없을까?
단순한 통행료도 아니고 세금인데?
만약, 불만을 내거는 사람이 운영진이라면?
“분배 문제로 싸우고…… 길드 밖에서 소문을 흘리면……. 대박이네요.”
“빙고.”
챠밍의 말이 옳다.
“저랑 불멸 형, 그리고 사장님이 현실에서 친분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여기 있는 사람들뿐이죠.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몰라요. 남남인 사람들이 돈 문제로 싸운다? 이건 무조건 무는 겁니다.”
이 불화를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할 거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특히, 자신들을 최대한 숨기며 빼가려 했던 놈들은 무조건 표면으로 올라온다.
“침을 줄줄 흘리며 내게 손을 내밀겠죠. 그게 누가 될지는 기다리면 알겠지만요.”
***
“하, 진짜……. 내가 그동안 한 게 얼만데. 뭐? 분배를…….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내가 길드를 나가고 말지. 무슨 분배를 그따위로 하고 자빠져 있어, 어디 니들끼리 잘 해봐라. 얼마나 가나 보자.”
길드 아지트의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 고래고래 주변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사장님, 재중이 형, 우리 팀이 날 붙잡기 위해 뛰쳐나오는 모습까지.
액션 좋고.
표정 좋고.
길드 건물을 보기 위해 주변에 내로라하는 길드는 모두 구경 중인 상황.
이런 곳에서 이런 난리를 치면 절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어? 최강 길드 건물이네.”
“지금 소리 지르는 사람, 주호 아니냐?”
“뭔가 문제가 있나본데?”
“아까 분배가…….”
“큭큭, 어쩐지 잘 나간다더라.”
“먹을 게 많으니까 저렇게 싸우는구나.”
“돈 때문에 싸우는 게 하루 이틀이냐. 저기도 똑같네.”
“오크 족장 통행료 때 모름?”
“맞네, 그때도 심했는데. 지금은 더 하겠지.”
“주호 나가면 최강 길드에 큰 타격이지?”
“잘됐네. 주호 저 사람 이번에 못 데리고 오냐?”
“아, 이럴 게 아니지. 길마 형! 대어 나왔어요. 아! 진짜 이 중요한 때 또 어디 간 거야.”
주변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기분 안 좋으니까 좀 비키시지?”
저기압 상태에서 내리까는 말에 사람들이 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그 길로 쭉 걸어 나갔다.
보란 듯 아주 천천히.
이제 전 서버에 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어디 한번 날 물어봐라.
이번엔 제대로 밟아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