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0화 (90/1,404)
  • # 90

    #90화 수면 아래 파고드는 그림자 (4)

    《 필리언 서버 최강 길드 올인 라인에 전쟁 선포. 본 대륙에서 길드간 대립 불붙기 시작하나? 》

    —최강은 알겠는데 올인 라인? 거기 뭐하는 곳이냐?

    —올인, 리멤버, 여명이 한 세트. 근데 난 셋 다 처음 들음.

    —애들 랭킹 살펴보니까 듣보잡들만 있네. 랭킹 제일 높은 애가 40위다.

    —미친 거 아냐? 이게 싸움이 되나?

    —길드 3개 합치면 200명이 넘잖아. 숫자가 몇 배인데 막상 붙으면 또 모름.

    —숫자로 해결될 것 같으면 그 고생을 해서 렙업 안 하지. 에이스 숫자가 중요하지 숫자 아무 의미 없다.

    —에이, 그래도 수가 세 배가 넘는데? 이번엔 최강 길드도 힘들 것 같다.

    —도의상 최강 길드는 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다 누구 덕에 본 대륙 넘어왔는데.

    —맞음, 다른 서버 봐라. 아직도 섬에서 헤매고 있다.

    —최강 길드가 먼저 자리싸움 했다던데? 가만히 사냥하는 애들 자리 뺏으려고 쳤다고 하더라.

    —진짜? 쯧쯧, 최강 길드도 별 수 없네. 기득권 싸움하는 거 봐라. 역시 그놈이 그놈이지.

    —난 올인 응원한다. 독주하는 건 재미없으니까.

    —얼마 전까진 최강 길드가 바닷길 열어줘서 찬양하드만. 냄비 근성들 보소.

    —최강이 먼저 시비 털었다면서?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길마가 중재하려고 했다고 하던데 올인에서 안 받았다고 하는 소문은 들리더라.

    —올인은 그런 적 없다던데? 최강이 막무가내라고.

    —누구 말 믿어야 함?

    —시궁창 싸움 가는구만. 어차피 길드라는 게 다 거기가 거기다. 환상 가지지 말자.

    “이거 한방 먹었습니다.”

    방패전사가 달리는 중에 게시판을 잠시 확인하고는 간략하게 줄여서 우리에게 알려줬다.

    “정말 순식간에 돌아서네요. 사람들.”

    내 말에 방패전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명분을 만든 거겠죠. 우리 쪽 쁘락치들을 이용해서. 일단 먼저 쳤다고 하면 이 싸움이 어떤 쪽으로 흘러가든 시궁창 싸움이 되니까요.”

    “이미지 메이킹이라…….”

    전에 내가 써먹은 방법을 역으로 찔러 들어온 셈이다.

    “1서버 사람들 무시 못 하겠네요. 싸움을 제대로 하기 전부터 이런 식이라니.”

    “그래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겁니다. 좋게 쌓아둔 이미지가 워낙 커서요. 지금도 몇 명만 게시판에 올릴 뿐이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닙니다.”

    하긴, 당장 이 길드전을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고 나면 무슨 소리를 하던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그때 헬하운드를 타고 달리던 재중이 형이 내 옆으로 왔다.

    “슬슬 준비해. 이제부터는 정말 쉴 시간도 없을 거다.”

    그리더니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인다.

    “최대 두 번 정도 기회가 있어.”

    “어떤?”

    “쁘락치들을 이용해먹을 기회. 그 이상이 되면 더 써먹긴 힘들 거다. 저쪽도 바보들만 모인 것은 아닐 거니까.”

    “지금 한 번을 쓰러 가는 건가요?”

    “그래, 사장님이 정보를 교란해서 흘리고 우리는 역으로 그걸 친다. 초반에 최대한 전력을 깎아놔야 해. 지금도 사장님이 우리들 행적을 꼬아서 흘릴 준비 중이다.”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매번 장난치는 모습 밖에 못 봐서 이런 것은 참 익숙하지가 않다.

    정말 게임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는구나.

    정보전의 대가라니.

    이미지가 전혀 매치가 안 된다.

    “사장님도 딱지치기로 길마 하시는 거 아니거든?”

    재중이 형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날 보며 웃는다.

    “그럼, 믿고 달려보죠.”

    ***

    저주받은 숲.

    일단 가장 처음 받은 느낌은 굉장히 어둠다라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 펼쳐진 광활한 숲의 광경.

    로스트 스카이 특성상 하늘 자체가 흐린데 숲의 감싸는 검은 잎사귀들이 그나마 내리는 빛을 막아서 마치 필드에 있는 던전처럼 생각될 정도로 분위기가 어둡다.

    발을 들이기 살짝 꺼려질 정도로.

    “너무 어두워요…….”

    무저갱으로 빨려들 것 같은 숲의 경관에 놀랐는지 이쁜소녀가 참았던 한 마디를 한다.

    “익숙해지면 이런 것도 괜찮아집니다. 던전 같은 곳은 여기보다 더 어두운 곳도 많아서요.”

    방패전사가 술술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흰 여기서부터 라이트 없이 싸울 겁니다. 당연히 라이트 웨폰도 필요한 경우를 빼고 봉인입니다.”

    이걸 위해서 비싼 돈을 들여서 방어구를 전부 블랙계열로 염색해서 왔다.

    핑크를 너무 사랑하던 이쁜소녀가 방어구를 염색 장인에게 넘겨주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지금은 핑크 색 비스트 경갑이 전부 올 블랙으로 칠해져서 거의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챠밍이나 나르샤, 재중이 형, 방패전사 역시 올 블랙으로 염색해서 무슨 도적단처럼 보일 정도다.

    “무기도 염색되면 좋았을 건데.”

    재중이 형이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가 졌다는 표정을 짓는다.

    “입구 쪽은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우린 숲 좌측 끝 계곡 쪽으로 몰래 돌아갈 거다.”

    현재 숲 입구는 상인 촌이라고 어마어마한 인파가 자리를 잡고 장사하고 있는 중이다.

    거기를 지나간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 있어요 알리는 것과 동일하다.

    “제우스 쪽은 너무 프리하게 두는 것 아닌가요?”

    “글쎄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는 문제가 있어서. 그래서 아예 자리 두 곳을 빼서 따로 짱 박아놨지. 어떻게 나오나 봐야 하니까.”

    “흠, 거길 지켜도 좋고, 못 지켜도 좋은 그런 문제네요.”

    “그래, 그런 문제지.”

    배신이라.

    이번 일로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어차피 걔들 당장은 아무 것도 못해.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 발을 빼거나 뒤를 치려고 할 건데 아직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겠지. 사장님은 그걸 최대한 이용해 먹을 거고.”

    한 수 한 수가 그냥 두는 경우가 없구나.

    모든 것을 고려하고 짜놓은 것처럼 새로운 각본을 꺼내온다.

    저주받은 숲 외곽을 지나 안으로 점점 들어가니 시야가 상당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크고 어두운 나무들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다 보니 아주 멀리서 누군가 사냥을 하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여기는 외곽에 나무가 많아서 지나다니는 것이 좀 불편하지만 몹이 붙지 않아 꽤 은밀하게 가고 있는 중이다.

    일부러 산을 타다시피 움직이고 있으니까.

    “길드전 나면 제일 먼저 뭘 할 것 같아?”

    뻔한 질문이고 뻔한 대답이겠지만 재중이 형이 단순히 그걸 물어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전에 백골이 어떤 식으로 신화 길드를 잡았더라…….

    “사냥터?”

    챠밍이 듣고 있다가 내 생각과 같은 답을 한다.

    “네, 사냥터부터 뺏습니다. 사실 길드전 자체가 서로 악감정 때문에 죽이네 사네 하지 않는 이상은 기득권 싸움이거든요.”

    재중이 형이 기특한 학생을 보는 눈으로 대답해준다.

    “이번엔 경우가 좀 다르긴 해도 사냥터 자체를 다 뺏기면 길드를 유지할 수가 없어요. 완전 효율 좋지 못한 곳에서 사냥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 길드라고 해서 거기서 벗어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같이 앞에 있는 길드는 타격이 더 크죠.”

    고정적인 사냥터라.

    그동안 계속 지하수로에서만 사냥을 해서 깜빡 잊고 있었다. 고정 사냥터를 잡아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 상대방보다 우리가 수가 많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현재 압박을 해서 사냥터를 몇 개 뺏었다. 그럼 그 자리를 남에게 먹으라고 그냥 놔두고 갈까?”

    절대 아니지.

    “우리 길드가 뺏긴 사냥터를 지키고 있을 놈들이 있겠네요.”

    “그래, 지금부터 우리는 그놈들을 친다. 하나도 빠짐없이.”

    ***

    “오! 근력+2 반지 나왔다.”

    저주받은 웨어베어를 갓 잡은 올인, 리멤버, 여명 길드 사람들이 드랍 된 아이템을 보더니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최강 새끼들, 이런 사냥터를 잡고 있으니 그렇게 잘 나가지.”

    24시간을 풀로 돌려야 하는 그런 자리들이 몇 곳 있다.

    이를테면 숲 안에서 저주받은 웨어베어가 다수 나오는 자리들.

    힘+2 악세를 주는 현재 가장 잘나가는 사냥터 중에 하나다.

    경험치 많고 템 잘 떨어지고 돈 많이 나오는 그런 자리는 절대 다른 길드에게 내줄 수 없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 저놈들이 자리 잡고 있는 저 곳이 얼마 전만 해도 우리 길드 사람들이 사냥하고 있던 자리였고.

    “그런데 여기서 계속 사냥해도 되는 것 맞냐? 최강 새끼들 다시 돌아오는 것 아냐? 우리만 이렇게 있으려니까 좀 불안하네.”

    한손검과 방패를 들고 있던 청년이 조금 불안한 듯 말을 하자 쌍 단검을 들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젓는다.

    “에이, 니가 몰라서 그렇지. 이건 사실 아는 애들만 아는 이야기인데 최강 쪽에 우리 쁘락치가 있거든. 그래서 지금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아.”

    “오! 죽이는데?”

    “그러니까 나오는 웨어베어나 열심히 잡아. 나중에 자리 유지 못했다고 하면 아주 개 쪽이다, 개 쪽. 다른 놈들은 지금 최강 길드 애들하고 싸우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도 못했다고 하면 쫓겨날 지도 모르니까.”

    그 말에 안심이 되는지 40여 명의 남녀가 다시 리젠되는 저주받은 웨어베어들을 둘러싸고 싸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그 말에 조금 더 기다리고 있자 사장님을 비롯한 십여 명의 길드원들이 우리가 숨어있던 숲 뒤쪽으로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셨어요?”

    “그래, 조심해서 온다고 좀 걸렸다.”

    정말 길드 내에서도 엘리트들만 따로 빼서 왔네.

    몇 명은 전에 본 얼굴들이다.

    해신, 천둥, 체리, 아이꿍 등 길드 내에서도 상위 랭킹들만 십여 명 정도 따로 모아왔다.

    “이렇게 자리 비우고 오셔도 돼요?”

    “쟤들은 전혀 모를 거다. 너무 비우면 알아차리겠지만. 오히려 지금 우리 자리에 너희들이 더 증원이 됐다고 알고 있을 걸? 쉽게 치고 들어오기도 힘드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사장님이 장담하듯이 말해 준다.

    전에 말한 쁘락치인가?

    정말 역으로 이용해 먹는구나.

    큰 나무와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서 있던 재중이 형이 손으로 슬쩍 신호를 준다.

    저주받은 웨어베어가 쓰러질 때쯤 돼서 재중이 형의 손이 내려간다.

    【 포이즌 웨폰! 】

    시작은 챠밍.

    아무것도 없던 어둠 속에서 지팡이에 녹색의 빛이 살짝 맴돈다.

    【 포이즌 클라우드! 】

    거기에 풀 차징 된 포이즌 클라우드 시전 되자 지팡이에 맴돌던 포이즌 웨폰이 같이 사라지면서 저쪽 길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녹색 안개가 몰려가 확 퍼지기 시작했다.

    “우악! 이게 뭐야?”

    “독이다!”

    “미친, 이런 마법도 있어?”

    저주받은 웨어베어 근처에 몰려 있다가 한 명도 빠짐없이 독에 걸리자 피부가 녹색으로 변하면서 HP를 급격하게 깎아내기 시작했다.

    “어디야? 찾아!”

    한 명이 두리번거리는데 이미 챠밍은 마법을 쓰고 난 뒤에 수풀 속으로 숨어든 지 오래다.

    “노란 물약으로도 안 돼.”

    “힐! 빨리 힐 줘.”

    얼마나 HP가 깎이는 속도가 빠르면 40여 명의 사람들이 전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르샤의 포이즌 웨폰과 중독 무기인 데스 위버를 같이 쓰면 독 뎀이 3배로 늘어나는 것에 착안.

    나르샤의 의견대로 챠밍도 지팡이에 포이즌 웨폰을 걸고 포이즌 클라우드를 같이 써봤는데 정확히 3배 속도로 HP를 깎아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거기에 광아가 자체 회복과 물약 회복까지 막아버리면?

    “주호, 뒤로 빠진 궁수들 따라가서 킬 따고, 나르샤님, 챠밍님 마법사에 일점사. 방패전사님 날아오는 화살, 마법 모두 제거해주시고 원거리 죽으면 바로 들어오세요. 소녀님은 광아로 한 대씩만 치고 빠지시면 됩니다.”

    재중이 형의 빠른 지시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윙드 스피어를 집어넣고 바로 광아를 꺼내 들었다.

    “들어갑니다.”

    포이즌 클라우드의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전부 자리에서 흩어졌는데 그사이로 재중이형과 이쁜소녀가 광아를 들고 빠르게 빈틈으로 파고들어 격수들에게 파고들자 순식간에 난전이 시작됐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공격을 받아 진형도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사장님이 데리고 온 인원들도 일제히 뛰어 들어갔다.

    그사이 난 후방으로 파고 들어가 뛰어드는 나를 보고 뒤로 빠지려는 궁수들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이젠 민첩으로 밀리지 않으니까 도망가더라도 충분히 따라잡을 순 있다.

    그래도 혹시 퍼져서 도망이라도 가면 시간이 끌릴 것 같아 바로 기술을 영창했다.

    【 포이즌 웨폰! 】

    【 비월참! 】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빠르게 휘두르자 녹색 반월들이 쭉 뻗어져 나가 빠르게 남녀 셋이 몰려 있던 곳에 그대로 폭발했다.

    “꺅!”

    애초에 근접 격수가 이 정도 수준의 원거리 광역기를 날린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본 적이 없으니까.

    궁수들이 비월참 두 발을 직격으로 맞아 경직에 걸려 아무것도 못하고 허망하게 날 바라본다.

    그런 궁수들에게 다가가 바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로 목을 내려찍으니 궁수들이 차례대로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아이템만 바닥에 남기고.

    다음은…….

    남녀 마법사 셋이 멀리 떨어져 계속 힐 마법으로 저쪽 편을 살리자 곧장 달려서 따라붙었다.

    달려드는 날 보자마자 파이어볼과 아이스 애로우를 날리는데 라이트 웨폰을 켜 그걸 차례대로 빗겨 쳐서 하늘로 날려 보냈다.

    “땡큐!”

    모자란 마력을 그대로 흡수하고 곧장 카스카라와 블러디아를 휘둘러서 공격속도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마법사들의 머리와 목을 쳐서 그 자리에서 전부 빛으로 보내 버렸다.

    전형적인 스탠딩 마법사.

    앞에서 막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정말 내겐 꿀이나 마찬가지지.

    외곽을 돌며 순식간에 여섯 명을 처리하고 돌아보니 포이즌 클라우드가 퍼져 있던 사냥터 중앙이 아수라장이다.

    도망가거나 막기 급급한 상대 길드원들을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강하게 한 대씩 치고 가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막히고 독에 중독돼 알아서 죽어가고 있으니까.

    거기다 내가 힐을 주던 마법사까지 끊고 다니자 더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 길드원들도 차근차근 돌아가면서 HP가 바닥이 난 상대들을 압박하자 순식간에 30여 명의 격수들이 쓰러져서 빛으로 변해 버린다.

    “도망가는 건 안 되지.”

    길드원들의 공격을 겨우 피해 숲의 반대편으로 뛰어나가는 쌍단검을 든 남자 하나를 보자마자 따라붙어서 라이트 웨폰으로 만든 비월참을 날렸다.

    뒤를 보지 못한 남자의 등에 비월참이 작렬해서 폭발하자 수풀에 바로 나뒹굴면서 쓰러진다.

    “이건 말도 안 돼…….”

    4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반항조차 못해보고 죽어가니까 바닥에 엎어진 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말이 돼.”

    그대로 블러디아와 카스카라를 들어서 내려찍어 체력과 마력을 회복하면서 빛으로 보내 버렸다.

    동시에 떨어뜨리는 힘+2 반지.

    우리 사냥터에서 먹은 걸 그대로 토해놓고 간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대부분 광아에 회복이 막히고 포이즌 클라우드에 HP가 바닥나면서 방패전사,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의 공격을 계속 허용해 벌써 마무리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HP가 좀 많은 방패를 든 사내는 재중이 형이 직접 가서 비월참을 갈겨서 바로 눕혀버렸고.

    사장님도 그간 우리가 던전에서 먹은 플레이트 장비를 드려서 그런지 상대 공격에 전혀 밀리지 않고 넘치는 HP로 한 명 한 명 착실하게 사냥하고 계신다.

    포이즌 클라우드가 40명의 사람들을 모두 녹여버리는 것을 보니 정말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

    챠밍에게 바로 엄지를 척 치켜세워주니 챠밍이 화답하듯 환하게 미소 짓는다.

    문득 아이디를 확인해 보니 색은 그대로다.

    적대 길드원은 죽여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니까.

    일단 주변에 떨어진 무기나 방어구 같은 드랍템들을 싹 모아서 방패전사에게 전해줬다.

    40명이나 눕히고 나니까 떨어진 아이템이 적지 않다.

    쟁을 하려고 준비해서 그런지 강화도 착실한 편이고.

    “이거 금방 부자 되겠는데요. 6강, 5강 골고루 입니다.”

    방패전사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크게 웃는다.

    “나중에 장비 장사나 하죠.”

    내 말에 주변 사람들이 다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쭉 밀리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고 난 뒤 확 뒤집은 셈이니까.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는 사장님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모두를 재촉했다.

    “바로 다음으로 간다. 이번엔 쥐새끼들이 덫으로 얼마나 기어들어오는지 한 번 보자꾸나.”

    준비된 덫.

    먹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쥐들을 몰살 시킬 생각에 모두의 눈이 매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