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화 (72/1,404)

# 72

#72화 레서 크라켄 레이드 (3)

혹시 아이템이 바다에 가라앉을까 걱정해서 봤는데 계속 바다 위를 도는 것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불멸> 아이템 뭐 나왔냐?

―지금 확인하려고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일단 전부 토글부터 했다.

* * *

레서 크라켄의 눈물 보석

레서 크라켄의 눈물 조각 (x1)

레서 크라켄의 링 / 근력 +1, 민첩 +1, 마력 +1

0 카스카라 / 출혈 9 타격 5

민첩 +1, 마력 흡수 +1

* * *

어?

순간 잘못 본 건가 했다.

보통은 레서 크라켄의 눈물 보석을 보고 미쳤다고 하겠지만…….

카스카라? 마력 흡수?

형태를 확인하니 분명히 플레임 소드와 유사한 크기의 양날 검이다.

대미지 형태도 플레임 소드와 유사한데 조금 더 윗줄이고.

외형은 검신 가운데를 따라 두 줄의 긴 문양이 나 있고 그사이를 하늘색의 알 수 없는 재질의 물질이 채워져 있다.

날카롭게 나 있는 검날만 아니었으면 마치 예술 공예품 같은 느낌까지 날 정도로 아름다움이 있다.

손잡이 부분도 푸른색 계열의 가죽으로 감겨 있고.

이건 네임드라고 해도 절대 동급이 아닌데?

기존 네임드인 아이스, 플레임, 스파크 무기들이 몇 개 더 나왔지만 눈에 차지도 않는다.

“이거 미친 거 아냐?”

<불멸> 왜? 뭐 나왔는데? 아! 궁금해서 못 참겠네. 빨리 말해봐.

―어…… 그게…….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하지?

<불멸> 뭔지 몰라도 대박이 터졌나 보네.

―음, 대박인 건 맞아요. 아예 처음 보는 아이템인데.

이거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지?

<불멸> 일단 대기.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해야겠다.

조금 멀리 떨어진 소형 카락에서 재중이 형이 다이빙하더니 곧장 수영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굳이 수영까지 해서 올 정도로 궁금했던 건가?

“야! 대체 뭐가 나왔기에 그래?”

“보시면 알아요.”

내가 아이템 목록을 열어서 보여주니 재중이 형의 표정이 확 변한다.

놀라움 반, 고민 반쯤 되려나.

아마 내가 처음 아이템 목록을 확인하고 딱 저 표정이었을 거 같다.

“이건 좀 문제가 있겠네.”

“확실히 그렇죠?”

“일단 내가 알아서 해줄게.”

항상 그렇지만 이럴 땐 믿음직스럽다니까.

재중이 형의 몸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둘 다 소형 카락에 올라타자 서서히 배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구나.”

사장님이 인원수를 확인해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죽기라도 했으면 그 사람 입장에선 망하는 거다.

난 절대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으니까.

당장은 미치지 않고서야 이 짓을 다시 하기는 힘들다.

레서 크라켄의 작은 다리를 상대한 사장님과 1팀 외에는 그저 갑판에 떨어진 큰 다리를 공격하기만 했으니 죽었으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다.

사장님도 내게 레서 크라켄이 뱉어놓고 간 아이템 목록을 보더니 비슷한 반응을 보이신다.

“흠, 이거 참.”

“전 이 아이템 전부 주호 줄 겁니다.”

재중이 형의 단호한 말에 사장님이 팔짱을 끼더니 눈을 감으신다.

왠지 사장님 머릿속에서 분배 문제로 한참 싸움이 일어나고 있을 거 같다.

“어차피 주호 아니었으면 레서 크라켄 잡지도 못했어요. 어떤 미친놈이 포탄을 타고 날아가서 크라켄에 달라붙어요.”

그 미친놈 여기 있어요.

미친놈 소리도 자주 들으니 적응이 되려고 하네.

“그래도 배를 지킨 걸로 분배를 따지고 들 텐데?”

사장님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선 모양이다.

“그것도 자기들 살려고 한 거죠. 가라앉으면 한참 동안 본대륙 흙도 못 만져 보니까요. 배에 태워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인데. 그리고 배 자체도 주호 꺼나 마찬가지고.”

“음, 알았다. 일단 모두하고 이야기해 보마.”

잠시 후에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길드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시는데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전에 내게 플레임 소드를 잔뜩 건네준 사내.

제우스.

회색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사내인데 아이디와 분위기가 저렇게 잘 맞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사장님, 재중이 형과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제우스란 사람이다.

한참을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해결이 됐는지 돌아오신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일단 새로 나온 아이템들은 모두 너한테 주고, 구 네임드 아이템들은 적당히 분배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끝났는데 이 정도면 됐냐?”

그 정도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된다.

“뭐, 나쁘지 않네요. 근데 생각보다 쉽게 해결하셨네요?”

괜히 눈물 보석이나 카스카라를 탐내기라도 했으면 정말 제대로 빡쳤을 거다.

“더 욕심낼 거면 그냥 지금 배에서 내리라고 했거든.”

“아…… 입 다물 만하네요.”

역시 재중이 형.

이래서 형을 좋아한다니까.

“어차피 길드원들 목적도 본대륙을 가는 거지 여기에서 태클 걸다가 우리와 틀어지기라도 하면 본인들만 손해니까.”

사장님은 중간에서 적절하게 중재를 한 모양이고.

결국 새 아이템들은 내 인벤에서 고스란히 잠들게 됐다.

“카스카라는 진짜 대박이긴 하네.”

마력이 한없이 부족한 근딜러들 입장에서는 마력 흡수는 가뭄의 단비 이상이다.

재중이 형이 부럽다는 눈빛을 감추질 않는다.

“부러우면 크라켄 한 마리 더 잡으시죠?

“됐다. 앓으니 죽지. 이번엔 운도 좋았어. 마침 개떼처럼 길드원들이 타고 있기도 했고. 아니었으면 소형 카락이 먼저 침몰했을 거다.”

“거기다 지금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분배로 아주 득달같이 달라붙었을 테니까. 이 정도 인원을 다시 붙인다는 것도 힘들지.”

사장님이 분배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팀도 챙겨줘야 할 건데.

따로 불러 모아서 물어봤더니 다들 별 관심도 안 보인다.

그냥 이런저런 아이템이 나와서 신기하다 정도?

“나중에 본대륙 가면 좀 챙겨주세요. 이번엔 딱히 한 것도 없는데요. 길드원 전체에게 구 네임드를 정리한 대금을 분배한다고 하니까 그것만 챙기려고요.”

“전 다음에 포탄 한번 태워주세요?”

챠밍이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저도! 저도!”

이쁜소녀도 손을 드는데 내가 무슨 놀이기구 태워주는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을 데리고 할 수 있으려나? 아마 큰 기대를 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장난 반, 진담 반?

뭐, 이런 건 나쁘지 않지.

그러고 보니 정말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긴 하네.

재중이 형이 말했던 것처럼 내가 꽤 좋은 사람들하고 게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좋은 게 나오면 먼저 좀 챙겨줘야겠는걸.

일단 선상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기로 했다.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4 카스카라 / 출혈 13 (9+4) 타격 9 (5+4)

민첩 +1, 마력 흡수 +1, 크리티컬 대미지 +1 』

여기까진 괜찮다.

강화를 더 하고 싶지만 현재 서버 유일 템이다 보니 날리면 답도 없다.

“방패전사 님 잠시만 상대 좀 부탁해요.”

“새 무기 실험인가요?”

“네, 이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몰라서요.”

온‧오프 기능도 없는 것이 구 네임드하고는 전혀 다르니 감을 못 잡겠다.

방패전사가 라지쉴드를 들고 앞에서 들어오라는 신호를 준다.

“잠시만요. 마력 좀 빼놓을게요.”

가만히 서서 라이트 웨폰으로 마력을 최대한 뺐다.

“갑니다.”

일단 가볍게 방패 위를 가격했는데 전혀 마력이 차지 않는다.

“그냥 가격한다고 끝이 아닌 모양이네요.”

방패전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팔을 살짝 내준다.

그냥 그으라는 소리네.

크게 무리가 안 갈 만큼 팔목을 베니까 그제야 마력이 차올랐다.

“유효타? 크리티컬 정도는 나와야 마력이 차네요. 꽤 쓰기 힘들겠어요.”

패시브 형이고 강한 유효타나 크리티컬 하에서만 발동되어 마력을 채워준다.

방패전사가 평가를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나한테는 이보다 좋은 옵션이 없다.

차는 마력량은 강화를 더 하면 오를 것 같고.

잘하면 패치 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오랫동안 유지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덕분에 쉽게 했네요.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부탁하세요.”

방패전사가 웃으면서 방패를 퉁퉁 친다.

“아! 눈물 보석으로 레서 크라켄 소환해 봐요.”

챠밍이 드랍 물품에 있던 것을 보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완전히 잊고 있었네요.”

카스카라만 없었으면 레서 크라켄이 1등이었을 건데.

미안하다. 너무 소홀했다.

눈물 보석 외에도 눈물 조각도 있으니 언제 기회가 나면 테이밍 시도는 해볼 수 있긴 한데…….

미치지 않고서야 당장은 절대 무리다.

케르베로스도 눈물 조각이 있긴 한데 엄두도 못 내고 있으니까.

“선상에선 소환이 안 되네요.”

소환 장소를 바다로 해서 소환해 보니 정말 레서 크라켄을 꼭 닮은 레서 레서 레서 크라켄쯤 되는 크기로 바다 위에서 소환이 되었다.

“작으니까 예뻐요.”

이쁜소녀가 귀엽게 변한 레서 크라켄을 보더니 바로 품평에 들어갔다.

“저걸 타면 바다 위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겠네요?”

“타보고 싶어요.”

“어렵진 않죠.”

챠밍과 이쁜소녀의 요청에 따라 사다리를 내려서 태워줬더니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까르르 하면서 재밌어한다.

나르샤도 지켜보다가 은근슬쩍 같이 타고 놀고 있는 중이다.

바다 위에서 겁도 없지, 다들.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소형 카락 옆에 붙어서 가는데도 아무 위화감이 없다.

으음…… 바다 위에서 마음대로 다닌 다라…… 이거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잠깐 스치고 지나간 생각을 일단은 묻어 놨다.

지금은 본대륙이 먼저니까.

***

“으아. 땅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마치 뱃사람 같은 말을 서슴없이 방패전사가 한다.

혹시나 또 폭풍우나 크라켄, 해적선이 나타날까 봐 긴장하면서 왔는데 한 번 만나면 아마 더 만나고 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그건 재앙이지.

“해적선만 못 봤네요.”

이쁜소녀가 좀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 정말 해적선까지 만났으면 내리자마자 대자로 누웠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기회가 있겠죠.”

크라켄만 아니면 된다. 폭풍우는 그다음이고.

이제 뭐 당분간 다시 갈 일도 없고.

배 위에서 길드원들에게 운임을 깔끔하게 받아 챙겨 소형 카락 값을 그대로 다시 벌었다.

이제 공짜네. 소형 카락은.

거기에 당분간 길드원들이 임대 형식으로 돌려가면서 쓰기로 했다.

돈을 미리 받아놓고 이번 일이 끝나면 돌려주는 것으로.

배가 침몰했는데 지들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면 곤란하니까. 일종의 보험 같은 거다.

순찰 인원 관리는 사장님이 해주시기로 했다.

“딱 베네아 주변만 돌아. 더 깊게 들어가면 3종 세트랑 마주해야 하니까.”

지금도 먼저 다시 바다로 나가기로 한 길드원들을 두고 설명을 하는 중이다.

딱 2주.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어차피 2주 후 정기선이 사람들을 무한정 본대륙으로 나르기 시작하면 정말 바빠질 거다.

이 도시에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그때부터는 이런 자잘한 일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순찰을 하기로 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길드원들 모두 도시 안으로 순식간에 달려나갔다.

기본적인 정보는 우리가 주긴 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지.

진짜 우리가 저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기회를 준 것이다.

그때 갑자기 도시 전체에 급박한 종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상점 NPC들을 제외한 다른 NPC들이 모두 어디론가 분주하게 뛰어간다.

“어? 뭐야?”

방패전사 뿐만 아니라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종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에 왔을 때는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일단 가보자.”

“가보죠.”

재중이 형이 트윈 헤드 헬하운드를 소환해서 타고 달리자 모두 각자 탈 것을 소환해서 시가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케르베로스를 타고 달리는데 늦게 달렸음에도 순식간에 재중이 형을 따라잡았다.

내가 옆에 바로 따라붙으니 재중이 형의 표정이 바로 썩는다.

“아…… 진짜 차 바꾸든가 해야지.”

“먼저 갑니다!”

그대로 재중이 형을 추월해서 선두에 섰다. 먼저 도시를 돌아다니던 길드원들도 골목길 사이사이로 헬하운드나 늑대들을 타고 나타났다가 내 케르베로스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도시 규모가 제법 되다 보니 북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달려서야 종소리가 들려오는 4m 높이의 웅장한 성벽에 도착했다.

중세풍의 높은 성벽 앞에 절로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고층 건물을 보고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 성벽 위로 칼과 활로 무장을 한 NPC들이 잔뜩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케르베로스를 소환해제해서 성벽 계단으로 다가가니 바로 시스템 알람이 뜬다.

《 베네아 방어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

이런 시스템인가?

방어전이라 재밌겠는데.

YES를 선택하니 곧장 푸른 시스템 창이 사라지면서 KILL 카운터와 기여도가 오른쪽 상단에 표시된다.

개인과 길드가 따로 표시가 되는데 일단 길드는 우리밖에 없으니…… 무조건 1등이려나?

<불멸> 천천히 좀 가라.

―형, 떠요?

<불멸> 응? 뭐가?

―방어전 퀘스트 뜨네요. 얼른 오세요.

<불멸> 오케이 접수.

그대로 주저 없이 계단을 밟고 성벽을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오르자마자 보이는 베네아 성벽 바깥의 풍경에 그만 얼이 빠져 버렸다.

“이게 진짜구나.”

내 시야에 닿는 모든 곳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 군단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주요인물 스탯/아이템

* * *

이름 : 주호

레벨 : 23 ▲1

【근력 4+2】 【민첩 6+4】 【체력 4+1】

【지력 0+2】 【마력 1+3】

4 카스카라 / 출혈 13 (9+4) 타격 9 (5+4)

민첩+1, 마력 흡수+1, 크리티컬 대미지+1 ◀ NEW

7 플레임 소드 / 출혈 15 (8+7) 타격 11 (4+7)

민첩+1, 화염+1, 크리티컬 대미지+1

케르베로스 네클라스 / 올 스탯+1 ◀ NEW

레서 크라켄 링 / 근력+1, 민첩+1, 마력+1 ◀ NEW

워 울프 반지 지력+1

워 울프 팔찌 마력+1 ◀ NEW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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