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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0화 (5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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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여기가 도시섭? (6)

    “정말 하루도 안 돼서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전 적어도 삼사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방패전사가 외성으로 통하는 포탈에서 나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고 바로 감탄을 내놓았다.

    “우리 진짜 가요?”

    이쁜소녀가 포탈까지 타고 넘어와서까지도 얼떨떨한지 되묻는다.

    “여기까지 왔는데 가야지. 달리 갈 데도 없는걸.”

    챠밍이 이쁜소녀의 질문에 대신 답해준다.

    확실히 선택지가 없긴 하지.

    1서버가 달리 1서버가 아닌 것이 정말 사람들로 사냥터가 꽉꽉 차 있으니 여유 있게 사냥을 하려면 남들이 사냥 안 가는 곳을 찾아다니던가 아니면 아예 앞서가던가 둘 중 하나다.

    순찰형 몹이 많은 1구역이 좀 예외일 뿐이다.

    자리 잡고 사냥하자면 못할 것도 없긴 한데 재수 없으면 한 자리서 한 마리도 발견 못 하는 경우도 생긴다니까.

    “일단 가보죠.”

    좀 무리수인 것 같긴 한데 또 될 것 같단 말이지.

    “방패전사 님 그 전에 브레스 시간 재는 것 좀 다시 해주실 수 있죠?”

    “네,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내겐 좀 어렵다. 어떻게 매번 숫자를 다 세고 있는지. RTP가 높다고 만능은 아닌 모양이다. 저런 것을 보면.

    "브레스를 카운터치거나 캔슬만 시킬 수 있으면 할 만하지 않나요?“

    “그건 그렇죠. 전에도 그런 식으로 했으니까요. 다만 실수하시면 저 죽습니다.”

    방패전사가 방패를 들고 막다가 드러눕는 시늉을 해 보인다.

    저건 방패로 하는 개그인가?

    확실히 방패전사나 우리 모두 지금은 아르쉴라 때보다 HP 보유량이 훨씬 적다. 실수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네.

    “저 믿죠?”

    “안 믿는다고 하면 안 가실 겁니까?”

    “아뇨, 앞장서시죠.”

    말이 뭐 필요한가. 그냥 해보는 수밖에.

    여차하면 챠밍도 있고.

    내 단호한 대답에 방패전사가 그저 웃으면서 앞장서기 시작했다.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챠밍과 이쁜소녀도 방패전사를 뒤따르면서 웃는 모습이고.

    포탈을 지나 2구역의 대로를 지나다 보니 확실히 2구역은 자리 자체가 없어 보인다.

    “정말 많아요. 사람들이.”

    이쁜소녀가 마치 처음 오는 곳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거의 다 풀 파티네요?”

    챠밍도 아르쉴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조금은 놀란 듯 말을 꺼냈다.

    “네 명이 잡아도 되는 자리를 풀 파티로 잡다니…… 생각보다 사냥터 상태가 심한데요?”

    방패전사 역시 한번 슥 둘러보고는 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을 한다.

    사람이 많으니까 억지로 욱여넣다보니 저렇게 되는 모양이다. 아르쉴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

    사람들로 빽빽한 2구역을 지나쳐 1구역으로 들어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이 1구역의 경계에 꽤 많이 몰려 있는 모습이다.

    거의 수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난민처럼 나와 주변을 서성이는 중이다.

    확실히 1서버는 1서버네.

    1구역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르쉴라와는 격차가 심하게 난다는 것을 알려주는 셈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나?

    왜 저렇게 몰려 있지?

    “뭘까요?”

    이쁜소녀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것이 궁금한지 고개를 불쑥 내밀어서 쳐다본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잘 모르니까 이쁜소녀의 질문에 해줄 말이 없다.

    여러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사람들에게 슬쩍 가보니 서로 말하는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 진짜 어이없네.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매번 뭐 하는 짓거리야.”

    “이 새끼들 잡히면 쳐 죽여 버린다.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면서 짜증 내기도 하고 화가 난 목소리도 들리고 좀 시장 바닥 같은 분위기다.

    방패전사가 제일 후방에 있던 장검에 스몰 쉴드를 들고 있는 연둣빛이 나는 단발을 한 여성에게 슬쩍 다가갔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주변의 격한 분위기 속에 그나마 좀 차분하게 있던 여성을 골라서 질문했더니 돌아오는 질문이 나쁘진 않아 보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그 연두색 헤어의 잘 빠진 몸매를 가진 여인이 방패전사의 머리 위를 흘낏 보더니 곧 아무것도 아닌 척 답을 해준다.

    “1구역에서 사냥하던 사람들이 지금 전부 강제로 쫓겨났거든요. 그래서 지금이래요.”

    “네?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이 쫓겨납니까?”

    방패전사도 그 답변에 어이가 없는지 멍하게 되물었다.

    우리가 모르는 엄청나게 강한 길드가 따로 있나? 재중이 형 말로는 그 정도까지 확고한 길드는 없다고 하던데 잘못 알았나?

    한두 곳도 아니고 1구역에서 사냥하는 사람들을 죄다 밀어낼 정도면 보통이 아닌데?

    어디 길드끼리 연합이라도 했나?

    그런 일이라면 재중이 형네 길드도 빠질 군번은 아닌데…….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니 뭔가 이상하다.

    “그게…… 아, 생각할수록 열 받네.”

    차분한 척하던 건지 연두 헤어의 여성이 거칠게 짜증을 낸다.

    “미안해요, 잠시 욱했네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원래 저희끼리 모여서 헬하운드나 워 울프 투사를 잡고 있었는데 어떤 놈들이 테이밍한답시고 계속 몹들을 몰고 다니는 바람에 지금 이 지경이에요.”

    “아뇨, 충분히 열 받을만한 상황이네요. 이해합니다. 그런데 테이밍요?”

    “네, 트윈 헤드 헬하운드, 저거 테이밍 해보겠다고 온 사냥터를 벌집 쑤시듯 쑤시고 다녀서 헬하운드들이 미쳐 날뛰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다들 사냥도 못 하고 여기에 나와 있는 거예요, 잘못하다가 몹에 둘러싸이면 도망도 못 치니까요.”

    “그 정도로 난리가 납니까?”

    방패전사가 이 상황이 영 이해가 안 되는지 다시 물었다.

    단발 여성도 답답한 기분을 풀려는지 방패전사의 말에 꼬박꼬박 이야기를 해준다.

    “네, 한두 명이 시도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서 떼로 해버리니까 한 마리씩 잡아야 하는 헬하운드가 우르르 몰려다니잖아요. 좀 기다리면 다 제자리를 찾아가긴 하는데 그러기 무섭게 또 와서 테이밍한다고 설쳐내니.”

    “제가 듣기로 헬하운드가 테이밍하기가 어렵다고 하던데요.”

    “네, 저희도 첨에 좀 해보고 포기했거든요. 올라타면 다른 몹들에게 돌진해 버리니까 솔직히 저희도 힘들지만,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전부 피해 보거든요. 저희라고 왜 계속 안 해보고 싶겠어요.”

    “그게 맞는 거죠. 지금 사태를 일으킨 놈들이 정상이 아니고요.”

    확실히 재중이 형이 말해준 그대로다. 올라타면 그대로 다른 몹들에게 전진해서 고생시킨다는 것이.

    재중이 형이 포기할 정도면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라는 건데, 그걸 계속하고 있다니 대체 누구지?

    방패전사는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주고받고 하는 중이다.

    참 저런 면에서는 방패전사가 능력이 좋다.

    생판 모르는 상대에게 다가가서 능숙하게 이야기를 하다니.

    지금도 보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이야기를 끌어내 오랜 친우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인사를 하고 방패전사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거참, 지금 전부 이를 갈고 있다네요. 아무래도 오늘 1구역에서 사냥은 힘들 것 같은데요?”

    “대체 누가 그러고 있답니까?”

    “자기들도 잘 모른답니다. 길드 마크도 없고. 몇 명은 이름이 나오는데 대부분은 모르는 곳에서 테이밍해서 몹을 몰아놓은 경우라 누군지 알 수도 없다고 하네요.”

    “여긴 오자마자 말썽이네요.”

    “제 말이요, 이래선 그냥 필드로 돌아가야 할 판인데.”

    진짜 1서버…… 다르긴 다르구나.

    여러 가지 의미로.

    조용한 구석이 하나도 없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다시 헬하운드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를 가득하고 온 우리 팀들 모두 기운이 한가득 빠진 표정을 하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평소라면 아무 일 없이 헬하운드를 잡으면서 충분히 레벨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별 이상한 놈들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헬하운드들은 1구역 어딘가에 우르르 뭉쳐서 엉망으로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전부 피난 오듯이 1구역 경계로 나와 있으니 지금 1구역 안은 거의 몬스터들의 무법지대나 마찬가지다.

    별수 없네.

    필드가 느리긴 해도 아예 사냥을 못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저기 저희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네요.”

    “네, 괜찮아요. 어차피 첫날부터 여기 올 생각은 아니었잖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누가 이럴 줄 알았나요.”

    챠밍이 내 생각을 해서인지 부담가지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하긴, 첫날부터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있나. 막힐 때도 있고 그렇지.

    그렇게 챠밍을 바라보는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든다.

    왜 자꾸 뭔가 걸리지?

    내가 계속 지긋하게 자신을 쳐다보니 챠밍이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린다.

    아…… 너무 쳐다보고 있었네.

    덕분에 뭔가가 생각나긴 했다.

    될진 모르겠는데.

    “저기 20분 정도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네?”

    챠밍이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 뭔가 좀 떠올랐거든요. 나르샤 님 지금 민첩이 얼마에요?”

    내가 갑자기 물어보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르샤가 자신의 스탯 창을 불러내서 보더니 말을 해준다.

    “지금 8이에요.”

    좀 아슬아슬하긴 한데 나 외에는 민첩 수치가 제일 높은 사람이 나르샤 밖에 없기도 하고, 일단은 같이 가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저랑 같이 갈 곳이 있어요.”

    내가 냐르샤에게 눈짓을 하자 바로 활을 집어 들고 따라나설 준비를 했다.

    “어? 저희는 그냥 기다립니까?”

    방패전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데 챠밍, 이쁜소녀의 표정도 별반 다른 것이 없다.

    “네,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요. 어쩌면 꽤 재밌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흠,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민첩을 물어보시는 걸 봐서는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 같은데 저희는 발이 느리니까 안 되겠네요.”

    한마디만 해줘도 척하면 척이네.

    “그럼, 다녀올게요.”

    “네, 전 여기서 정보를 좀 더 캐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쭉 와야 하는 곳이니까요.”

    방패전사의 대답을 끝으로 나르샤와 1구역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지금 들어가 봐야 사냥하기 힘들 건데?”

    우리가 둘이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몰려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이야기하는데 대부분 잠시 관심을 가지다가 고개를 돌린다.

    어차피 안 되는데 객기로 들어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나르샤 님, 지금부터는 좀 달려야 하니까 잘 따라오세요.”

    “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갑니다.”

    내가 쭉 달려나가자 나르샤도 내 뒤를 바싹 붙어서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

    20분 정도를 써서 나르샤와 1구역을 빠르게 한 바퀴 돌면서 몇 가지를 확인한 후에 곧장 1구역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달라붙은 헬하운드 무리를 떼놓고 온다고 고생한 것을 빼면 큰 위기 없이 그럭저럭 원하는 바는 다 확인했다.

    몰려 있는 몹을 잡는 것이 힘들지 그걸 그냥 떼놓고 오려면 난이도가 대폭 내려가니까. 그래서 일부러 민첩이 높아 발이 빠른 나르샤를 데리고 가기도 했고.

    입구에 도착하니 방패전사, 챠밍, 이쁜소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왔어요.”

    중간중간 귓말도 하면서 돌아다녀서 걱정하는 모습은 아니다.

    “어때요?”

    셋 다 궁금한지 대표로 챠밍이 물어온다.

    “네, 생각했던 대로네요. 짐 싸세요. 파티 타임입니다. 즐기러 가죠.”

    내가 1구역을 다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파티 타임이라고 하자 모두의 눈빛이 궁금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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