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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22화 (22/1,404)

# 22

#22화 나눠 먹는 독약이 제일 맛있다 (4)

방패전사가 전에 해준 조언대로 거래 사이트에 아르를 현금으로 팔았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르가 다 팔려버렸다.

5000만 원 상당의 아르를 기존 시세보다 더 높게 해서 올렸는데 방패전사의 말로는 그렇게 해도 사갈 사람은 다 사 간다고 하니 그냥 믿고 올렸는데 그게 정말 하루 만에 팔리니 신기할 뿐이다.

게임에 취미 생활로 돈을 엄청 쓰는 사람이 많다는데 정말인가 보네. 어느새 통장에 거의 5000만 원의 돈이 들어와 내 주머니를 무겁게 만들어 주었다.

이 정도 돈이면 이제는 정말 PC방을 그만둬도 될 것 같아서 사장님께 말을 건넸다.

“사장님, 알바 이제 그만둬야 할 것 같아서요.”

“응? 갑자기 무슨 소리냐?”

“학업도 신경 써야 하고, 이제 시간이 좀 필요해서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흠, 뭐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지. 그럼 한 일주일 정도만 더 해줄 수 있어? 그 전에 사람 구하면 바로 그만해도 되고.”

“네, 그 정도야 괜찮죠.”

“너, 진짜 그만두게?”

재중이 형이 옆에서 짜장면을 먹다가 툭 내려놓고는 날 보면 물어본다.

“네, 왜 아쉬워요?”

“아쉽긴. 내가 사준 밥만 모아도 한 트럭은 나오겠네. 공부 열심히 해. 학교라…… 그리운 단어구만.

“네네.”

표정은 좀 아쉬워 보이는데?

문득 반년이나 해온 PC방을 막상 그만두려니 좀 먹먹해지는 것 같은 기분은 든다.

뭐, 이제는 정말 그만둘 때니까.

더 이상은 알바를 할 이유도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일주일 정도야 이미 생각하고 있던 시간이고. 그래서 미리 말한 점도 있다.

나가기 전에 삼겹살 한 번 쏘신다는 사장님의 푸근한 얼굴을 보니 그간 꽤나 좋은 환경에서 알바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꽤 지나도 이곳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3.

> 로딩 중…….

* * *

이름 : 주호

레벨 : 13

【근력 2】 【민첩 4】 【체력 3】

【지력 0】 【마력 1】

3 늑대의 투구 / 방어력 3+3

3 늑대의 갑옷 상의 / 방어력 5+3 ◀ NEW

3 늑대의 갑옷 하의 / 방어력 4+3 ◀ NEW

3 트라이네의 신발 / 방어력 2+3 / 이동 속도+1

3 늑대의 팔 보호대 / 방어력 3+3

3 늑대의 다리 보호대 / 방어력 3+3

4 늑대의 장검 / 공격력 3+4 ∼ 5+4 (x2) ◀ NEW

* * *

접속해서 상태창을 보니 지력은 0.

재중이 형이 말한 2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레벨이 16은 되어야 한다는 건데…… 현재 나를 제외한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는 전부 15다.

플레이 시간이 나보다 긴 사람들도 아직 16을 넘지 못했는데 내가 16에 오르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네. 그나마 내 렙보다 꽤 높은 몹들을 같이 패고 다니니 망정이지.

앞으로 PC방을 그만두고 나면 충분히 따라잡을 렙이라 그런지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마법서를 구했는데 스탯이 모자라면 스탯 초기화 아이템이라도 써야 하나? 인벤에 아직 스탯 초기화 아이템이 남아 있다. 15까지는 스탯을 변경할 수 있다.

이건 일단 킵.

상의와 하의는 마을서 비싸게 사서 강화를 했다. 상의와 하의는 잘 안 나오니까. 신발은 트라이네가 있으니 패스.

챠밍과 방패전사가 도착하지 않아 연락하고 마을에서 잠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기다리니 하나둘 도착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물약을 꽉 채운 뒤 다시 던전으로 향했다.

“챠밍 님, 다음에 민첩도 올려보세요.”

“네?”

“그게 그러니까…….”

재중이 형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해주니 챠밍이 그제야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생각해봐도 충분히 맞는 말이니까.

“네, 지력을 좀 더 올리고 슬롯 하나 더 열면 올려볼게요. 아직 마법 슬롯이 많이 부족해서요. 저 그럼 피하는 연습 같은 것도 꾸준히 해야겠네요?”

“아마도 해야 할 것 같네요. 몹도 점점 빨라지니까요. 뭐, 사람들도 있고요.”

사실 사람들이 더 위험하지. 챠밍도 전에 마법사 하나를 놓고 싸웠던 기억이 있으니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피하는 연습이라고 하지만 검과 방패를 들고 앞에서 싸울 수는 없고 어쩐다. 마법사는 싸우는 방식도 다르기도 하고. 여러 상황에서 자주 싸워보는 것이 제일이긴 하다.

바인드로 묶고 빠지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나중에 더 다양한 마법이 나오면 수가 더 생기겠지만. 연습할 만한 상황이 생기면 연습도 겸해서 사냥을 해야겠네.

“그리고 3층에 마법사가 검기 비슷한 인챈트 마법서를 드랍한다네요.”

이 말에 이쁜소녀, 방패전사의 시선이 내게로 모인다.

“마법사가 쓰는 겁니까?”

다들 직업이 있다는 편견에 빠져 있네. 당장 나도 그랬으니 할 말이 없다.

“애초에 직업이 없으니까요. 조건만 넘기면 다 쓸 수 있다고 하고 마력으로 유지한다고 하네요. 마력에 따라 시간제한도 있고요. 검에서 빛이 나게 변한다는데.”

검에서 빛이 난다는 말에 이쁜소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가지고 싶어 하는 눈치네.

“어떻게 해야 쓸 수 있어요?”

이쁜소녀가 확실히 관심을 가진다. 질문도 다 하고.

“지력을 2까지 올려야 한다는데 그럼 스탯이 두 개, 레벨로 네 개죠.”

그 말에 스탯 창을 잠시 열어보는 이쁜소녀. 확인하고 나서는 이내 시무룩해진다. 표정에서 실망감이 절로 느껴져 온다.

“스탯이 너무 적어요.”

저 심정을 이해 못 할 수가 없다. 나도 많이 부족하니까. 지력에 2를 빼는 건 당장 사냥에 지장을 줄 정도다.

“액세서리는요? 늑대의 혼으로 만드는 액세서리에 스탯이 붙지 않나요?”

문득 챠밍이 말해주니 그제야 전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악세가 있었죠.”

분명 늑대의 혼으로 만드는 악세에 목걸이, 반지, 팔찌 등이 있다. 문제는 랜덤으로 스탯 한 개가 나온다는 점과 늑대의 혼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들어간다. 강화석만큼이나 드랍이 안 되는데 원하는 만큼 구하려면 한세월일지도.

뭐, 일단 만들고 나면 스탯 중에 버릴 스탯은 하나도 없으니까 괜찮긴 한데. 딱 필요한 스탯을 바로 구할 수는 없다.

“정말 많이 잡아야겠네요. 늑대들.”

방패전사가 중얼거린다. 방패전사도 검기가 써보고 싶은 모양인데? 마법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스킬도 중요하다. 확실히.

***

“2층은 패스할까요?”

방패전사가 진지하게 물어온다. 확실히 활도 비싸고 좋긴 한데 마법사를 잡는 것만은 못하지. 마법사는 그야말로 금덩어리다. 몸을 좀 털어주면 진짜 금가루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네.

“마법사도 문제이긴 한데, 전사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레벨이 최하 20 이상.”

최하 레벨 20, 재중이 형이 잡으면서 먹는 경험치로 다 확인시켜줬다. 간혹 21, 22짜리도 나온다는데 상대가 될는지.

“그래도 가요!”

이쁜소녀의 마음은 이미 3층에 내려가 있는 것 같네. 챠밍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마법사들을 잔뜩 잡으면 마법서나 마법사 장비들도 얻을 수 있으니까.

“갑시다.”

저 기대하는 눈빛을 뿌리치긴 어렵지. 하다가 안 되면 다시 올라오면 된다.

늑대의 굴 입구 주변엔 어제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여서 파티를 구하는 중이고 이것저것 팔거나 흥정하는 사람들까지 모여 있다.

“사람들이 엄청 늘었네요.”

“네, 저녁부터 늘더니 지금은 한 번에 다 세기도 힘들죠.”

“저 사람들은 뭐죠?”

입구에서 좀 떨어진 동굴 벽 쪽에 여러 명이 서서 이것저것 사고파는 사람들.

“아! 중개상이네요. 어제 갑자기 자리 잡더니 지금은 없으면 아쉬울 정도죠. 물약을 주로 파는데 아이템을 싸게 사서 다시 마을로 오간답니다. 물약값이 좀 바가지이긴 한데 마을을 오가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보다는 편하죠. 솔직히 마을이 너무 머니까요.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던전 들어갈 정도의 유저면 시간이 아깝지 물약값 정도는 신경도 안 쓰는 사람도 많고요.”

그러면서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준다. 결국 현금이라는 거네.

확실히 마을까지 거리가 가깝지도 않으니 저렇게 중개로 돈을 벌 수도 있겠네. 마을만 대신 왔다 갔다 하면서 수수료를 챙긴다고 보면 된다. 물약으로 벌고 장비 팔아 다시 벌고.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을 제치고 입구로 들어가 1층 통로를 가로질렀다. 1층의 사냥 구역들은 거의 사람들로 가득하고 2층도 별반 차이가 없다. 사냥 방마다 사람이 가득하다.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제가 전에 말씀드렸죠? 취미 생활에 돈 쓰는 사람들 엄청 많다고. 3층은 잘 모르겠네요. 저희도 3층은 아직 안 내려 가봤거든요.”

2층의 통로나 방이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사냥 중이라 몇 번 가볍게 몸을 푸니 의외로 쉽게 3층 입구까지 도달했다. 2층에서 사냥 자리가 부족한 것을 보니 3층에도 비슷할지도 모르겠는데?

3층 입구로 우리가 진입하려고 하자 입구 근처에서 사냥하던 파티 중에 큰 방패를 든 남자가 우릴 부른다.

“거긴 3층 입구인데?”

“네, 3층 갑니다.”

방패전사가 별 고민 없이 대답해 준다. 그러니 남자가 우리의 장비를 살피듯 이리저리 쳐다본다. 별로 기분 좋은 시선은 아니네.

“파티가 네 명? 끝?”

“네,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하기엔 우린 아무 접점이 없거든. 특별한 용무라도 있지 않으면 서로 대화할 일도 없다. 남자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뭐, 그냥 잘 해보라고. 조만간 다시 보겠네.”

무슨 의미지? 물어보려고 했더니 몹이 리젠 돼서 남자가 파티 사이로 사라져 버린다.

***

“3층이라…….”

방패전사를 선두로 다들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근처를 밝히는 등불에 일렁거리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내려가니 금세 다른 통로에 도착. 방패전사가 큰 통로로 나오자마자 주변부터 살핀다.

“나오셔도 됩니다.”

계단 위에서 대기 중이던 나와 챠밍, 이쁜소녀가 차례로 발을 내민다.

“여긴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챠밍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2층까지는 단순히 흙벽이라면 여기서부터는 그 흙벽에 묘한 문양 같은 것들이 새겨져 쭉 이어져 있다. 묘하고 투명한 빛을 내는 문양들. 전혀 알아볼 수 없는 패턴이다.

내가 등불을 끄는데도 딱히 시야에 불편한 점은 없다. 다소 어두운 느낌은 있어도 보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럼, 등불은 넣습니다.”

주변을 살피는데 딱히 싸우는 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는다. 2층서 사냥이 가능하면 내려와서 사냥도 가능할 것 같은데 입구 근처에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더 안쪽으로 가면 사람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죠.”

방패전사가 다시 선두에 선다.

통로를 좀 지나니 바로 전사 워 울프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온다.

방패전사가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전사 중 하나가 곧장 박차고 뛰어온다. 그 뒤를 이어 다른 전사도.

“선공 몹입니다.”

1층과 2층은 그래도 건들거나 근처만 안 가면 달려들지 않았는데 3층부터는 다르다.

체구는 그냥 워 울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장이 다르다. 손톱이 아니라 거대한 검을 하나씩 들고 있다. 거의 양손검 크기인데 한 손으로 들고 휘두른다. 갑옷도 더 단단해 보이고.

워 울프 전사가 방패전사의 방패 위로 검을 내려치자 마치 포탄을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음이 들리면서 방패전사의 무릎이 반쯤 꺾여 들어 상체가 푹 내려앉았다.

방패전사가 급히 소리친다.

“맞부딪치지 마세요. 진짜 셉니다.”

그 위로 쾅쾅 소리가 나면서 방패를 연신 두들긴다. 빠르기도 엄청 빠르고. 워 울프 따위와는 격이 다르다.

챠밍이 급하게 바인드를 썼는데 당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돼요. 못 묶어요.”

레벨 차이든 뭐든 바인드 마법이 안 먹힌다.

내가 급히 장검을 들고 방패전사를 도우러 가는데 오히려 다른 워 울프 전사가 내게 먼저 달려들어 검을 내려쳤다.

뒤로 몸을 날려 최대한 피했다가 탄력을 이용해 장검으로 곧장 목을 곧장 찌르는데 그것도 보고는 바로 옆으로 피해 버린다.

찌르던 장검을 회수하면서 반대쪽의 장검으로 횡으로 휘두르는데 이번엔 대검으로 내 장검을 튕겨내고 바로 다시 달려든다. 장난 아닌걸? 대체 민첩이 몇이야? 장검을 타고 손에 느껴지는 반동도 엄청나다.

장검이 튕긴 방향으로 몸과 같이 회전하면서 아예 하체를 노리고 휘두르는데 이번엔 점프를 해서 피한다. 점프까지 해?

점프해서 그대로 내려치는 전사의 대검을 굴러서 피했다.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라간 기분이다.

내가 빠진 사이 이쁜소녀가 달려들어서 상대하는데 휘두르던 대검과 글레이브끼리 맞부딪치더니 이쁜소녀가 꽤나 뒤로 튕겨 나갔다.

방패전사에게 갈 수가 없네. 저렇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상대하면 곧 HP가 줄어 죽을 것 같다.

“이쁜소녀 님 방패전사 님한테 가요. 여긴 제가.”

다시 장검을 곧추세우고 전사에게 달려들었다. 빠르고 강하다. 크게 한 방을 넣으려던 생각을 버린다. 천천히 갉아먹어야 이긴다. 바로 자세를 짧고 빠르게 크게 도는 몸의 회전을 최대한 줄이고.

전사가 다시 내려치는 검을 피해서 짧은 회전으로 옆구리를 베어내니 겨우 한 방 먹였다. 다시 날아오는 대검을 장검의 날로 빗겨내고 반동으로 튕기는 걸 이용해 짧게 휘둘렸다.

내가 안정적으로 붙기 시작하니 챠밍의 마법지원이 바로 날아온다. 너무 밀렸을 때는 타이밍을 못 잡았던 모양. 피할 수 없는 각도와 속도의 파이어 애로우를 맞고는 전사의 몸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최대한 챠밍에게 못 붙도록 유도하면서 계속 갉아먹으니 파이어 애로우에 계속 적중된 전사가 결국 무릎 꿇고 쓰러졌다.

저쪽은?

방패전사의 HP가 상당히 내려가 있는 것이 물약이 못 따라가는 모양이다. 이쁜소녀은 요령이 생긴 건지 최대한 피하면서 한 번씩 공격에 성공하고 있고.

다행히 잘 버티고 있구나.

나와 챠밍이 합세하자 곧 워 울프 전사가 쓰러졌다.

잡자마자 전부 혀를 내두른다.

“여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진짜 죽는 줄 알았네요. 방패 위로 대미지가 어휴.”

방패전사가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얘들 조금 세요.”

격전으로 조금 흥분한 이쁜소녀도 거든다. 이쁜소녀도 민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고전한 모습이다. 처음 상대하는 것도 있으니.

“바인드가 안 통해요. 공격 마법은 되긴 하는데.”

챠밍은 마법이 안 통할 줄 생각도 못 했는지 꽤 놀란 눈치고.

“일단 저희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보네요.”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잡을 순 있다. 다만 다들 물약이 얼마나 빠진 건지 잘 모르겠는데? 갑옷 위로 맞은 것도 피가 쭉 달았으니까. 레벨이 차이 나니까 대미지도 잘 안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놈들은 낮은 레벨이 쪽수가 많다고 해결되는 녀석들도 아니다. 일정 이하의 스탯과 컨으로는 제대로 딜도 못 넣고 물약만 헌납할 정도다. 떼로 몰려와 봐야 학살당하거나 몇 마리 잡고 물약을 다 써버릴 것이다. 렙이 올라 스탯이 붙으면 몰라도 지금은 좋은 사냥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장비가 좋으면 또 모르겠지만.

아까 2층에서 마지막으로 본 남자가 조만간 다시 보겠다고 한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다시 올라온 유저가 많다는 뜻이겠지.

“다들 물약 얼마나 쓰셨나요?”

다들 확인 하더니 소비한 양을 불러준다.

방패전사 7개, 이쁜소녀 8개, 난 3개네. 챠밍은 쓸 일 없고.

가늠했던 것보단 양호하다. 저 이상 소모했다면 그냥 바로 올라가자고 했을 것이다. 고작 몇 마리 잡자고 물약을 다 써버릴 순 없는 노릇이라.

사냥은 되는 데 오래는 못하는 수준. 지금 딱 그 정도다.

“할만해요?”

이쁜소녀와 챠밍은 고개를 끄덕인다. 방패전사는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나를 보면서 말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죠. 일단 부딪쳐보죠.”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방패전사가 드랍 템을 확인하는데 괜찮은 표정을 짓는다.

“늑대의 혼이 막 떨어지네요.”

방패전사의 손에 늑대의 혼 두 개가 들려 있다. 갑자기 당분간 제작이 불가능해 보였던 스탯이 달린 액세서리가 떠오른다. 몇 렙을 한꺼번에 커버할 수 있는.

여기 생각보다 노다진데? 쓰러져 있는 워 울프 전사가 보물 상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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