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9화 (19/1,404)

# 19

#19화 나눠 먹는 독약이 제일 맛있다 (1)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2.

> 로딩 중…….

* * *

이름 : 주호

레벨 : 12 ▲2

【근력 2】 【민첩 4 ▲1】 【체력 3】

【지력 0】 【마력 1】

3 늑대의 투구 / 방어력 3+3 ◀ NEW

0 숲의 갑옷 상의 / 방어력 4

0 숲의 갑옷 하의 / 방어력 3

3 트라이네의 신발 / 방어력 2+3 / 이동 속도+1

3 늑대의 팔 보호대 / 방어력 3+3 ◀ NEW

3 늑대의 다리 보호대 / 방어력 3+3 ◀ NEW

4 늑대의 장검 / 공격력 7 (3+4) ∼ 9 (5+4) ◀ NEW

0 숲의 장검 / 공격력 2∼4

* * *

12레벨. 새로 얻은 스탯은 민첩에 1 올렸다. 대미지는 둘째 치고 민첩이 낮아 움직임이 생각처럼 안 나오니 답답한 면도 있었고.

이제 기본 움직임에 1.3배 정도. 아직까진 몸을 통제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민첩이 한참은 더 높아져야 내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지금 민첩으로는 어림도 없고.

들어오니 앞의 흙벽 너머 구덩이에서 챠밍, 이쁜소녀, 방패전사가 사냥 중이다.

“오셨네요.”

후방에 있던 챠밍이 내가 들어오자마자 확인을 하고 인사를 건네 온다.

“계속 여기서 하셨나 보네요?”

“네, 아이템이 쌓여서 마을 가서 좀 팔고 다시 왔어요.”

무게가 너무 늘어나면 제대로 활동을 할 수가 없다. 특히 갑옷, 방패, 무기는 무게가 제법 나간다. 인벤도 가방 형식이라고 인식되는지 힘과 체력에 영향을 받아서 들 수 있는 무게도 달라지고. 그러다 보니 우리 파티 중에는 방패전사가 소지 무게가 제일 많은 편이다.

“어서 오세요.”

이쁜소녀가 워 울프의 머리에 글레이브를 박아 넣고 돌아보면서 수줍게 웃으며 인사한다. 뭔가 좀 갭이 큰데? 방패전사도 이어서 인사를 하고.

간단하게 있었던 이야기를 방패전사가 알려주는데 특별하게 기억해야 할 정도의 이야기는 없다. 1, 2 서버가 계속 터져서 연이은 점검에 욕먹고 있다는 소리와 무슨 버그가 발견돼서 임시 점검을 연달아 했다고도 하고.

우리 말고도 누가 꼼수를 써서 뭔가를 한 모양인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지만, 점검만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 한 기분인데.

“그리고 공격이 오크 족장 글레이브 구했다네요.”

“네? 무슨 수로 그걸 구해요?”

내 옆을 바라보니 이쁜소녀는 여전히 반짝이는 글레이브를 그대로 들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인데?

“혹시 옆 마을에서 산 건 가요?”

그렇게 글레이브 노래를 부르고 다니더니 결국 산 모양이다. 공격이 얼마나 지불했으려나? 300만 원에 강화되어 있다면 강화석 비용까지 하면 더 나갈 텐데.

근데 옆 마을에 오크 족장 잡은 유저도 만만찮게 아이템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왜 넘겨줬지? 파티 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레이드 팀을 최초로 성공시킬 정도면 아무렇게나 넘기는 것이 더 이상하다. 재중이 형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거의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공격이 그걸 무마할 엄청난 액수를 부른 건가 싶다. 아니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그게 아니라, 음…… 이것도 꼼수긴 한데 점검 끝날 때마다 오크 족장을 털었다고 합니다. 그쪽에 여전히 제 지인이 있다 보니 어깨너머로 들었네요.”

내가 들은 것과 다른데? 분명히 리젠 시간이 너무 길어서 대부분 포기했다고…….

“점검이 끝나면 모든 몬스터의 리젠 시간이 초기화된답니다. 보스나 네임드 몬스터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공격이 아예 점검 끝날 때마다 가서 잡으니 글레이브가 결국 떨어졌다고 하네요.”

“대단하네요.”

요 며칠 사이 점검을 정말 미친 듯이 많이 하기는 했다. 공지사항 쪽을 보면 몇 페이지가 점검 공지 글이니까.

포효 경직이 반으로 줄었다고 해도 한 번 잡는데 들어가는 물약이 만만찮을 건데 그걸 계속하다니 돈이 엄청 들었을 것 같다. 물론 현금이겠지.

부수적으로 강화석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그걸 매울 정도는 아닌데…… 결론적으로 글레이브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집념이 꼼수로 이어진 건가요. 초기화되고 다시 보스 잡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봤네요.”

“네, 그런 게임이 있긴 했어요. 점검 때 초기화되는. 뭐, 어차피 저희는 알았어도 활용을 못 했겠지만요.”

진짜 한국 사람들 게임에 머리 굴리는 것은 세계 제일이네.

***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방패전사가 인벤에 있던 얼마의 아르와 늑대의 장검을 하나 건네준다. 접속 끝내기 전에 방패전사에게 처분을 부탁했던 아이템의 대금(물론 방패전사가 수고비를 적절히 떼간다), 그리고 부족했던 늑대의 장검이다.

드디어!

어제 그렇게 드랍이 안 되던 장검이 눈앞에 있다. 다시 쌍검을 들 수 있겠네.

“정말 감사합니다.”

나가기 전에 방패전사에게 늑대의 장검이 한 자루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슬쩍 이야기했을 뿐인데 기어이 이걸 구해놓았다. 고맙네.

“대금에서 장검 값도 뗐어요. 마을에서 정리하면서 살펴보니 사람들이 장검을 꽤 많이 팔던데요? 의외로 구하는 건 쉬웠습니다.”

“매번 부탁만 드리고.”

“정리하는 김에 같이한 거죠.”

“다음에 도와드릴 일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시간이 부족한 나를 위해서 수고해 준 것이 고맙다.

번쩍!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4 늑대의 장검 / 공격력 3+4 ∼ 5+4 』

4가 된 늑대의 장검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휘두르니 이제야 좀 제대로 된 기분이 든다.

레벨 업으로 민첩도 올려서 휘두르는 느낌도 확실히 전과 다르다. 수치가 고작 1 올라간 것뿐인데도 움직임에 여유가 생기면서 좀 더 쭉 뻗어 나간다고 해야 하나?

“저기 옆에 세 마리인 곳이 있던데 한 번 가볼까요?”

미리 자리를 알아봐 둔 건지 방패전사가 의견을 물어온다. 확실히 이제 두 마리인 곳은 내가 없어도 잡을 만큼 여유가 있는 편.

그렇다면 세 마리에 도전해 봐야지.

“가보죠. 다른 분들은?”

“네, 저도 괜찮아요.”

“저도요.”

챠밍과 이쁜소녀도 고개를 끄덕인다. 방패전사를 따라 흙벽 통로를 지나면서 혼자 떨어진 워 울프를 몇 마리 잡고 지나가니 전보다 조금 더 넓은 방이 나온다.

“여기도 전에 방처럼 자리가 괜찮습니다. 세 마리를 잡을 수만 있으면요.”

처음이 중요하다. 일단 한 번 잡아내면 잡힌 순서대로 젠 되니까 처음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수만 있으면 자리 잡는 것은 문제가 없다.

“가죠. 저와 주호 님이 한 마리씩 잡고 있는 동안 챠밍 님과 이쁜소녀 님이 남은 한 마리 잡아주시고 도와주시면 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선두는 방패전사. 그 뒤로 내가 뛰어든다. 챠밍은 바인드로 발을 묶고 이쁜소녀가 그 워 울프에게 달려든다.

확실히 민첩이 올라가니 맞상대하는 것에 훨씬 여유가 생긴다. 아슬아슬하던 움직임도 미리 빠지거나 치고 들어갈 수 있게 되니 장검도 한결 빠르게 춤을 추면서 워 울프의 목을 계속 베어내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어 바로 일어나는 경직.

확실히 한 자루와 두 자루일 때 공격 횟수 자체가 다르니까 경직도 훨씬 빨리 일어난다. 이래서 쌍검을 안 들 수가 없다. 컨트롤만 가능하다면 최고의 조합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한 마리를 경직시켜놓고 난도질하는 동안 챠밍과 이쁜소녀가 하나를 눕히고 방패전사를 도와주러 갔다.

이대로면 내가 먼저 잡겠는데?

방패전사가 맡고 있던 워 울프가 쓰러질 때쯤 동시에 나도 혼자서 워 울프 하나를 눕혔다.

“어? 혼자 잡으신 건가요?”

방패전사가 어리둥절하는 모습.

“뭐, 그냥 잡히네요. 방패전사 님이 구해주신 장검 덕에 경직이 잘 되니까요.”

방패전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게 장검 하나 더 구해드린다고 아무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볼 때마다 사람을 놀래키시네요.”

옆에서 챠밍과 이쁜소녀도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전에 오크 족장과 싸우는 것을 본 터라 그렇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는 모양이고.

“세 마리도 충분하네요.”

방패전사가 씨익 웃는다. 일단 여기도 접수다. 이제 한 마리씩 나타나는 워 울프를 녹이기만 하면 된다. 세 마리라서 쉬는 시간이 좀 없어지긴 하겠지만 오히려 바라는 바지.

***

두 마리 젠 자리와 세 마리 젠 자리는 확실히 템이 쌓이는 속도가 다르다. 거의 쉬는 시간 없이 무한으로 잡다 보니 어느새 꽉 차 버린 인벤. 방패전사에게 몇 개씩 넘기면서 꽉꽉 눌러 채우고서야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힘드네요.”

“그러게요.”

나와 챠밍의 힘겨운 소리에 이쁜소녀도 고개를 끄덕인다. 방패전사는 좀 다른 것 같고. 오히려 신난 느낌인데? 저 사람 진짜 은근 하드코어라니까.

“마을로 가죠. 무거워서 몸이 안 움직이는 기분이네요.”

그러자 다들 귀환석을 누른다.

마을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푸른 크리스탈 기둥 근처가 귀환 포인트다. 반전된 사라진 시야가 복구되니 주변엔 온통 장사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좌판을 열고 머리 위로 머리글을 띄워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나마 블록이 깔린 도로에는 좌판을 열 수 없어서 지나다닐 수는 있게 되어 있다.

“여긴 올 때마다 너무 사람이 많아요.”

챠밍이 주변을 둘러보고 내게 다가온다. 나도 이쁜소녀도 방패전사도 조금 떨어진 곳에 귀환했다가 다시 모인다.

“잘못하면 길 잃어버리겠는데요.”

정말 많네. 한 마을에 대략 10만 명이 배정되어 있고 우리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사람도 거의 안 빠졌으니. 그러고 보니 재중이 형네는 2, 30만은 되려나? 옆 마을 사람들을 싹 빼 왔을 테니.

길을 따라 마을의 외곽으로 빠져서 정리를 시작했다.

무기 강화석, 방어구 강화석, 늑대의 혼, 늑대 시리즈 무기와 방어구, 귀환석, 물약, 등불, 늑대의 이빨, 손톱 등 제작에 필요한 잡다한 재료까지 다 있다.

“일단 강화석과 늑대의 혼은 모으죠. 나머지는 다 팔고.”

처음에 늑대의 혼이 나와서 잘 나올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정말 안 나온다. 몇 마리 잡아도 하나 겨우 줄까 말까다. 일단은 모을 수밖엔.

“오다가 보니까 저희한테 필요한 것들도 많이 보이던데 살까요?”

챠밍이 중간에 뭔가를 본 모양이다. 어차피 사냥해서 다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야지.

“은행이 없는 게 아쉽네요.”

방패전사가 푸념한다. 확실히 은행이 있으면 이 고생을 안 하지. 당장 인벤에 자리가 없으니 어느 정도 팔아야 다시 사냥 갈 수 있으니까.

“일단 같이 팔면서 살 것을 챙겨보죠. 시간이 아까우니까 좀 싸게 해서 올려보세요.”

방패전사는 당장 다시 사냥 가고 싶어서 근질거리나 보다.

일단, 네 명이 자리 잡고 좌판을 열어서 물건을 올려놓으니 금세 팔려 나간다. 어떤 사람은 흥정을 하고 어떤 사람은 말없이 그냥 사고 사라진다.

“다 팔았어요!”

제일 먼저 이쁜소녀가 손을 든다. 장하네. 그럼 우리 것 좀 더 팔아주렴. 나와 챠밍, 방패전사가 차례대로 물건을 떠넘긴다.

바로 울상 짓는 이쁜소녀. 미안. 고생 좀 해주렴.

챠밍과 이쁜소녀가 또 물건을 다 팔자 이제는 의심이 간다. 이놈들 우리 것은 안 사냐? 나와 시선을 마주친 방패전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기도 안 팔리거든. 챠밍과 이쁜소녀 것만 팔려 나간다. 조금 더 기다려 거의 물건을 다 팔자 안 팔리는 건 그냥 상점으로 보냈다.

“저기, 지팡이에요!”

챠밍이 손가락을 들어 방향을 가리키자 나와 방패전사가 날아가듯 가서 가격부터 본다. 늑대의 지팡이. 이거 엄청 비싼데? 다른 무기보다 몇 배는 비싸다. 마법사가 무슨 봉이야?

방패전사가 가격을 확인하더니 판매자와 몇 마디 나누면서 흥정을 한다. 곧 원하는 가격이 나왔는지 거래를 마쳤다.

“여기요.”

챠밍이 기쁘게 늑대의 지팡이를 받아든다. 그동안 새 지팡이가 없어서 강화를 미루고 있었는데 드디어 구했다.

“늑대 굴에서 3층이나 가야 마법사가 있다는데 대체 어디서 지팡이를 구했을까요?”

“음. 필드야 어차피 높은 사냥터도 쪽수로 밀어붙이면 못 잡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니면 궁수나 마법사들이 몰려다니면서 잡을 수도 있고. 꽤 높은 사냥터까지 다 차지하고 잡나 봅니다.”

그 말에 주변을 보니 마법서도 수가 적긴 하지만 파는 것이 보인다. 물론 진짜 비싸다.

“챠밍 님 필요한 마법서 있어요?”

“지금 당장은 안 보이네요. 보이면 말씀드릴게요.”

“강화석도 제법 많이 풀렸네요.”

“네, 아무래도 숫자가 숫자다 보니.”

2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냥하다 보니 강화석이 안 떨어질 수가 없다. 역시나 한 가격 하시고. 물어보니 대부분 현금을 찾을 정도.

“2만 아르는 줘야 흥정이라도 해보겠네요.”

“음…… 확실히 현금으로 18만 원에 가깝네요.”

나와 방패전사가 계산을 해보니 처음보단 꽤 가격이 내려갔다. 물량이 이제 슬슬 풀리는 모양이다. 좀 싸졌다지만 우리가 통행료 수수료를 얻어서 아르가 많다고 한들 쉽게 막 사들일 정도는 아니고.

“그럼 제가 가진 템들 가격이…….”

생각하다가 멈칫한다. 강화된 수치까지 생각하니 완전 명품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중이다.

“저희 몸값이 제법 나가겠네요.”

그 말에 방패전사가 그저 웃어 보인다. 이 정도 투자도 안 하고 할 수 있겠냐 같은 표정 같은데? 뭐, 우린 투자라기보다는 꼼수로 얻었지만. 방패전사는 그게 아니었더라도 돈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같이하려면 허리가 휘는 거 아닐까? 부지런히 벌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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