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5화 (15/1,404)

# 15

#15화 라이칸스로프의 영역 (1)

통행증 수수료.

10만 명이 1000아르씩 총 1억 아르의 10%인 총 1000만 아르. 원래라면 40명이 나눠서 25만 아르만 수령하지만 우리는 단 네 명이다. 단 네 명.

그럼 한 사람당 250만 아르를 수령한다.

현재 1000아르 당 대략 9천 원 꼴. 얼마 전 재중이 형이 알려준 1000아르당 만 원에 비해서 제법 내려갔다.

250만 아르를 당장 현금으로 환산해 보면 2250만 원. 개인 당 돌아가는 돈이다.

방패전사의 계산을 들은 나와 챠밍, 이쁜소녀는 순간 정신을 살짝 휴가 보내 준 상태다. 넷이 합치면 현금으로 9천만 원 가까운 돈이 나온다.

이젠 좀 불안해진다. 이런 식으로 넷이서 잡은 것도 인정해줄 것인지. 액수가 너무 커졌다.

***

하루가 지나도 걱정과는 다르게 아직 별다른 제재나 운영자에게 연락이 온다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넘어갔거나.

아직 게임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알 길이 없다. 저녁에 가서 들어가 보면 어떻게든 해결이 나 있을지도.

지금은 PC방에 와서 혹시 공지 같은 것이 있나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게시판을 보는 중인데 알면서 넘어가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글들이 잔뜩 보인다.

―새벽에 임시 점검 왜 한지 아는 사람?

―무슨 패치 했음?

―밸런스 패치 했다던데? 내용 없음.

―점검 끝나고 족장 잡아본 사람? 오크 족장 원거리 공격도 하던데? 잠수함 패치 한 건가? 공지에 없던데.

―그러게. 멀리 있는데도 공격함. 아까 공략조 마법사들, 궁수들 개고생했다.

―제단 지형도 좀 바뀌었던데? 이거 아는 사람 나밖에 없음?

―그래도 포효는 시간 절반 이하로 줄었더라. 솔직히 포효만 아니면 족장도 껌임.

―이건 맞는 말. 포효 절반이면 다 깨지. 반나절 만에 모든 마을 다 깨 간다던데? 몇 마을 남음?

―140개 중 30개? 그 정도 남았을걸?

―우리 마을도 깼음. 이제 다른 지역 구경 좀 해보겠네. 패치 잘 했구만. 솔직히 전엔 난이도 너무 헬이었음. 깨는 놈들만 깨고 그게 깨라고 놔둔 거임? 깬 놈들이 괴수지.

―우리도 아까 깸. 옆 마을 갈 생각이었는데 안 가도 되겠네.

이건 아무리 봐도 어제 우리가 한 일들에 대한 패치다.

니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라고 해야 하나? 반나절도 안 돼서 칼같이 패치해 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네.

꼼꼼히 공지를 다 살펴봤는데 특별히 누구를 향한 어떤 내용의 제재가 없다. 다만 앞으로는 못하게끔 막아둔 것을 보니 다시 하지 말라는 경고인가?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는 괜히 나서서 4인 레이드를 했다고 광고하는 멍청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냥 내 목을 자르기 쉽게 닦아 놓는 짓이니까. 사서 긁어 부스럼 낼 필요는 없는 일이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베스트다.

보상이 적은 것도 아니고. 솔직히 회수해 간다면 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아…… 뭔가 억울하네. 우리 땐 진짜 뭐 빠지게 해서 겨우 깼는데. 이건 뭐, 개나 소나 다 깨네, 이젠.”

재중이 형이 옆에서 식사 중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마을끼리 좀 격차가 나서 이런 잠수함 패치 한 게 아닐까요?”

나 연기에 재능이 있으려나? 침도 안 바르고 앞에서 거짓말은 한다.

저거 다 우리 때문인데 엉뚱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중이거든. 근데 해석하기에 따라서 정말 족장이 쉬워져서 유저간의 격차를 줄인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우리가 그 격차를 내려고 쓴 돈이 얼만데…… 사장님 아시면 뒷목 잡으신다.”

하긴 앞서가는 입장에서는 뒤에서 줄줄이 따라오면 불편할 수도 있겠네. 잠수함 패치가 없었으면 격차가 상황에 따라서 며칠 넘게 날 수도 있었는데 그게 깨진 셈이다.

“그래도 상위권 사람들은 대개 비슷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다만 사냥터에 너무 사람이 몰려와서 자리 잡으면 피곤하니까. 새 사냥터 옮기는 것도 힘들어. 장비가 따라줘야 옮기든 하지. 우리가 먹은 걸로 치고 나가야 하니까 현질 빨로도 안 되고.”

“전에 나온다던 강화석은 좀 나와요?”

재중이 형이 사냥터, 사냥터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강화석 때문이다. 어떤 몹이 주는지 알아야 거기서 죽치고 자리 잡을 건데 아직 다 확인을 못 했단다.

이제 진짜 중요한 건 강화석이란다. 강화석이 얼마나 있고 없고가 승패를 가른다나.

“뭐, 적당히? 잘 나오는 사냥터가 있긴 할 텐데 아직 못 잡아본 몹도 많고 안 가본 사냥터도 많으니까. 주변에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 강화석 팔 생각도 없고 나오면 다 자기가 쓰니까.”

“강화는 잘 돼요?”

“글쎄다. 일단은 강화석이 많이 모자라거든. 개인당 두세 개도 못 가지니까. 뭐 사냥하면서 먹은 것들을 이리저리 모아서 해보니까 무기는 4? 방어구는 3 정도이려나? 나름 안전하다고 여기는 구간이긴 한데 팀에서 그 안에서도 깨 먹은 걸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다. 사장님 1에서 2가다가 깨 먹었어. 진짜 운이 얼마나 없어야 1에서 깨지냐.”

들어보니 적당한 안전 구간이 있고 그 안에서도 깨지려면 깨질 수 있는 모양이다. 철저히 운인가?

“어차피 이런 강화 게임에서 운도 중요하긴 한데…… 결국은 현질이지. 자기가 운이 없어서 정 강화가 안 되면 그냥 지갑 열면 돼. 지갑 넉넉한 사람들이 하긴 좋지. 어지간해서는 가격 맞으면 다 팔거든. 물론, 팔지 않는 사람도 많고, 자기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안 파는 편이고.”

역시 이런 게임을 많이 해보니 바로 견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좀 다른 건 이 겜이 컨 빨이 많이 받다 보니 강화가 좀 낮아도 커버할 수 있긴 하겠네. 정 몸이 안 되면 돈 들여서 고강화 템들 둘둘 말고 하면 되는 거고. 현금도 재능이지.”

결국, 돌고 돌아 현금이네. 반대로 같은 장비면 컨 좋은 쪽이 이긴다는 거고. 게임의 정석인가.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1.

> 로딩 중…….

단 네 명이 오크 족장을 잡았더니 레벨이 하나 더 올라 있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상황이라 확인도 못 하고 나가서 이제야 확인 중이다.

다시 접속한 오크 마을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일단 오크를 상징하는 각종 핏빛의 구겨진 깃발들이 모조리 사라졌었고, 건축물은 그대로지만 주변을 배회하던 오크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 그 대신 NPC로 예상되는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리고 마을 위의 하늘을 바라보니 하얀 구름이 떠다닌다. 날씨도 화창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중충한 비구름이었는데. 마을을 좀 벗어나 북쪽으로 멀리 보면 또 비슷하지만. 마을 안과 남쪽은 신세계다.

새로 생긴 NPC 들을 보니 정말 많은 수의 NPC가 마을로 들어와 있었다. 유저나 NPC나 외형은 비슷한데 NPC는 의외로 정말 찾기 쉽다. 유저들 사이에 파묻혀 있어도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정도.

이유는 NPC들의 나이와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좀 나이든 성인 남녀, 아이들까지 다 있다.

반대로 유저들은 다 갓 성인이 지났을 정도의 훈남, 훈녀들밖에 없거든. 외모 변경만 하면 다 가능하니까.

칼과 창, 활, 마법으로 싸우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열흘이 지났는데 벌써 서버가 12개까지 늘어난 것을 보면 더 그렇고. 아마 갈수록 소문이 더해져서 더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을까.

이 정도가 되면 VRS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서 VRS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의 상승률을 보이는 중이란다.

유혜선 팀장은 진짜 밤낮없이 일하고 있겠네. 나중에 보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다시 보기로 했었는데 바쁜지 딱히 소식은 없다.

일단 편지함부터 확인했다.

우리에 대한 어떤 변경사항이 있다면 분명히 운영자가 편지를 보냈을 것 같거든.

아니나 다를까 운영자에게서 편지가 와 있었다. 확인하려는데 방패전사와 챠밍, 이쁜소녀에게 연락이 차례로 온다.

<챠밍> 귀환할게요. 잠시만요.

셋의 귀환을 기다리면서 편지함의 내용을 살펴보니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곧 셋이 귀환해서 마을로 오고 어제 오크 족장을 잡았던 일로 이야기를 나눈다.

“접속해 있을 때 운영자에게 연락은 왔어요.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서 나온 결론은 보스를 잡은 방법은 현 시스템상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라서 보상 부분은 허용은 한대요.”

“이 정도면 괜찮죠. 며칠 접속 불가 될 줄 알았는데.”

진짜 며칠 못 들어 올 것까지 각오했었는데 선방한 셈이다.

“전 솔직히 수수료랑 아이템도 다 걷어갈 줄 알았거든요.”

“패치만 한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

챠밍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걸 보고 있던 이쁜소녀도 따라서 끄덕인다.

“솔직히 수수료가 너무 크다 보니까 좀 부담스럽기도 했죠. 오히려 연락이 와버려서 마음이 편하네요. 이제 걱정도 안 해도 되고.”

옆에 있던 방패전사도 안도하는 모습이고.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몰라 나눠서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모두 한곳에 모은다.

“마법서는 그냥 챠밍 님이 다 쓰시는 걸로 하죠?”

“또 빚이 늘어나겠네요.”

챠밍이 마법서를 건네받으면서 한숨과 안도가 섞인 웃음을 보인다.

“너무 빚이라고 생각 안 하셔도 돼요.”

이건 파티원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어차피 챠밍이 강해지면 다 좋아지니까. 그리고 마법사는 챠밍 혼자이기도 하고. 이럴 땐 몰아주는 것이 맞다.

마법서는 모두 네 권. 시전자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는 프로텍트 쉴드. 불 마법 파이어 애로우. 대상을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바인드. 주변에 빛을 밝혀주는 라이트.

파티가 40명쯤 됐다면 아마 나누는데 심력을 쏟았겠지만 우리는 마법사가 한 명뿐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다.

확실히 마법사가 한 방이 쌔기는 한데…… 돈이 상당히 들어간다. 마법서 값이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다양한 마법서가 널리 퍼진 나중에야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초기에는 허리가 휘어지겠네. 자금 지원이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키우기도 벅찰 것 같다.

챠밍의 말을 들어보니 마법 상인이 매직 애로우와 힐을 팔아서 힐을 따로 배운 모양이다. 이제 힐러도 생기는 건가? 그런 내 의문을 마치 들은 듯 챠밍이 자기 생각을 말해준다.

“따로 힐러로 활동은 못 할 것 같아요. 한 번에 차는 힐량이 물약보다 꽤 많긴 하지만 마력을 너무 잡아먹어서 자주 못 쓰거든요. 정말 급할 때 한 번씩? 지팡이 강화 수치에 따라서 더 차는 모양인데 그래도 마력이 너무 들어가서요. 강화 수치가 꽤 높거나 마력 소모를 줄여주는 혹은 마력회복을 도와주는 아이템이 없으면 아마 힘들 것 같아요.”

결국 현재로써는 주는 물약이고 부가 힐이네. 물약이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한 번씩 써주면 목숨을 부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마 방패전사가 힐을 배우면 혼자 버티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팡이의 강화수치에 따라 힐량이 추가로 더 오른다니까 그 부분은 장담을 하기 힘들다. 거기다 지력에 2를 투자하려면 다른 부분에서 손해를 많이 봐야 해서 당장은 무리지.

힐 하나 쓰자고 다른 스탯을 두 개나 빼기에는 스탯 하나하나가 너무 아쉽다.

“글레이브가 문제네요. 이건 팔거나 쓰던가 해야 할 텐데 혹시 쓸 사람 있나요?”

일단 챠밍은 마법사다 보니 당연히 관심이 없고, 방패전사도 역시 관심이 없다. 남은 건 나와 이쁜소녀인데. 난 쌍검을 주로 쓰고 이쁜소녀는 양손검으로 바꾼 상태.

솔직히 말하면 난 창보다는 검 두 자루가 훨씬 좋은 편이다. 이미 꽤나 익숙해지기도 했고.

창은 리치가 길고 회전력을 실어내기 좋아서 매력적인 무기임엔 확실하다. 다만 쌍검으로 목 가르는데 익숙해졌는지 꼭 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일단 선택권을 이쁜소녀에게 넘겨줬다. 난 그렇게까지 창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하고. 물론 이쁜소녀가 생각이 없다면 선택권은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다.

이쁜소녀가 곰곰이 생각에 들어간 모습이다. 오크 족장을 잡을 때 양손검을 휘두르던 이쁜소녀도 매력이 있었는데…… 본인이 생각이 있다면 창으로 바꿔도 괜찮을 듯하고.

이쁜소녀가 좀 더 고민하더니 자그마한 분홍 입술을 연다. 모두의 시선이 그 입술에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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