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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EBC 다큐멘터리2 (feat 1부 요약) (68/181)

68. (외전) EBC 다큐멘터리2 (feat 1부 요약)

화면은 베이징의 쑹장에 있는 위엔민쥔의 작업실로 바뀐다.

작업실 내부를 비추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화면은 그러다가 한 작품에 계속해서 보여줬고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이 그림은 3년 전에 태호 작가가 이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선물로 그려주고 간 그림입니다. 그는 여기의 4점의 연작을 세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그려주고 갔어요. 정말 엄청난 작가입니다."

"태호 작가의 최근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

"3년 전 여기서 만났을 때 이미 그는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했고 그때도 난 그의 성공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일찍 그것도 빛의 마리아라는 대작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줄은 몰랐죠."

"앞으로 태호 작가가 어떻게 발전할거라고 보시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알아주는 작가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화면은 도쿄의 한 공방. 무라카미는 다음 전시를 위해 정신없이 바쁘다. 무라카미에 대한 약력도 소개된 후 얼마 뒤, 한국에서 인터뷰를 하러 온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EBC에서 왔습니다."

이어지는 내레이션.

"무라카미는 '슈퍼 플로우'이라는 자신의 철학이 담긴 작품 제작에 여념이 없다."

한동안 무라카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태호 얘기로 넘어갔다.

"권태호 군에 대해 아시나요? 3년전에 여기를 방문해 무라카미씨를 만난적이 있습니다. 태호군이 이번에 새로 제작한 작품들입니다. 태호씨가 직접 찍은 사진이고 무라카미상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어요"

화면은 태호가 찍은 한국과 미국에서 완성한 황홀경 5연작과 빛의 마리아 I,II,III을 보여줬다.

"감사합니다. 태호군이야 당연히 압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 받으니까요. 태호군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사진에 담긴 황홀경과 빛의 마리아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허탈한 듯 그림을 옆에다 두고 다시 말을 잇는다.

"3년 전이니까 고등학생 정도 나이죠. 태호 군 과 김창기 교수님과 처음 여기를 방문했습니다. 그날 처음 만났지만 정말 10년 지기를 만난 듯 우리는 말이 잘 통했습니다. 그는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지식수준은 전문가를 능가합니다. 더군다나, 이 그림들을 보세요. 작가는 작품으로 얘기합니다. 저런 엄청난 작품을 숨 쉬듯 만들어 내는 작가입니다. 여기 보세요."

화면은 태호가 무라카미에게 선물한 그림을 보여줬다.

"저는 태호로부터 이 거대한 작품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림을 보고 너무나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정도였지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가라면 그의 최신 작품인 빛의 마리아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 수 있습니다."

"태호 씨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태호 군은 다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예술 시장에 전면적으로 자기 작품을 유통하고 있지도 않지요. 이유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학업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으로 압니다."

"학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가면 정말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제작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가 만약 딜러나 컬렉터면 지금 태호 그림을 무조건 살 겁니다. 그 정도로 난 그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

한창 사진을 찍는 레게 머리를 한 남자가 보인다. 그는 살짝 봐도 얼굴을 제외한 온몸이 다 문신이었으며 특히 목에 커다란 깃털 문신이 인상적이었다.

화면은 카메라에서 얼굴을 뗀 그의 얼굴을 클로징 하였고 곧 그의 약력이 소개되었다.

"이름은 양준만. 파리에서 활동하던 그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태호 작가의 사진 스승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그를 가르치게 되었나요?"

"태호의 한복 패션쇼가 계기가 되어 우리는 만났고, 태호가 패션쇼 이후에 나보고 사진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물어본 게 계기가 되었어요."

"사진은 어떻게 가르쳐주셨나요?"

"사진을 찍는 기술을 가르쳐 준 것은 없습니다. 카메라 사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 깨칠 수 있는 것이고요. 제가 태호와 한 일은 찍은 사진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겁니다. 태호는 그런 일에 매우 익숙했지요. 사진 한 장 한 장에 찍은 의미를 부여하고 왜 찍었는지 늘 생각하는 작가입니다. 순발력도 좋다는 의미고요. 그림으로 방향이 거의 고정되지만 않았다면 사진 쪽으로 돌려보려고 제가 많이 애를 썼을 것 같습니다."

"태호 작가의 사진 실력은 어느 정도 되나요?"

"지금 사진을 시작해도 5년 안에 한국에서는 최고의 작가로, 10년 안에 세계에서 알아주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태호는 장면을 만들 줄 알아요. 사진에 스토리를 넣을 줄 알고요. 이건 타고났다기보다는 엄청난 노력의 결과에요. 태호와 얘기를 해보면 그가 역사, 종교, 철학 등에 얼마나 박식한지 알 수가 있는데 그걸 최대한 사진에 녹이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런 작가는 흔하지 않죠. 이런 것만 봐도 태호의 성공 요인을 알 수 있습니다."

*

화면은 다시 한국의 발해 대로 바뀌고 화면에는 강 재범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레이션으로는 강 교수의 약력과 최근 작품 활동에 대해 설명이 되고 있다.

"강 교수는 태호가 9살 때부터 일주일에 한번 보통 한두 시간 정도의 별도 수업을 가졌다."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9살짜리 미술 천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만나게 되었고 그리고 태호의 재능에 반해서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별도의 미술을 가르치셨나요?

"태호를 매우 어렸을 때부터 봐왔지만 태호의 그림 실력은 9살 때 이미 저를 넘어섰습니다. 그림을 가르칠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도 잘 모르는 테크닉들을 알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으니까요. 난 태호에게 그림을 가르쳐준 게 아니고 그와 같이 예술 세계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한 겁니다.

"태호 작가에게 서양 미술사와 예술 산업을 가르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가르치셨나요?"

"태호는 20세기 초 마르셀 뒤샹에 의해 뒤바뀐 미술 사조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죠. 지금도 아마 받아들이지는 못했을 겁니다."

강 교수는 잠시 웃다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더 철저히 연구하고 분석했습니다. 난 태호에게 상당히 많은 독서량을 요구했고, 태호는 그 독서량을 가뿐히 소화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제가 대학에서 읽던 전공서적을 다 읽었으니까요."

"대학원 과정까지를 얘기하시는 건가요?"

"박사 과정 때 읽던 책들입니다."

"예술 산업이라는 수업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보통 경제학을 배우면 수요와 공급 곡선에 대해 배웁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죠. 예술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가 있고 이를 소비하는 컬렉터 등 대중이 있지요. 음악과 다르게 시각 예술 특히 그림을 소비하는 계층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돈이 좀 있어야 그림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강 교수는 칠판에 글을 써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한 화가가 월 3백만 원을 벌고 싶다면 한 달에 3백만 원짜리 그림 한 점을 팔던지 1백만 원짜리 그림 3점을 팔아야 합니다. 1백만 원짜리 그림을 사고자 한다면 연봉이 얼마나 되는 사람이 1백만 원짜리 그림을 사겠습니까? 연봉으로 1억을 번다면 일 년에 1백만 원짜리 그림을 하나 살까요? 1백만 원짜리 해외여행을 가면 갔지 그 돈으로 그림을 살 것 같지는 않군요. 연봉 10억을 버는 사람이라면 1백만 원짜리 그림이 아닌 수천만 원 짜리 그림을 삽니다."

강 교수는 지수 함수 그래프 (예. X^2)를 그리며 수입과 예술에 대한 지출 관계를 설명했다.

"이렇게 수요는 제한적입니다. 단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할 수 있는 예술가의 수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대다수의 예술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부업 등을 뛰고 있는 것이지요. 반면에 선택받은 소수의 예술가는 어마어마한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수요 층이 얇은 대신 워낙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구매를 하기 때문이죠."

강 교수는 정면을 응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렇듯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제가 알고 경험한 예술 산업에 대해 태호에게 가르쳤습니다."

*

화면은 대한 대의 김 창기 교수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비쳤다.

"태호에게 철학 수업을 상당히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철학 수업을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난 예술 활동은 창작이기에 철학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없는 작품은 깊이가 없고 깊이가 없는 작품은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태호는 이 부분에 대해 어린 때부터 이에 대해 분명히 이해를 하고 있었고 철학 수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흔히들 혁신을 얘기합니다. 예술은 언제나 혁신을 원합니다. 혁신은 지금까지 보던 것을 다르게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 뭔가 다른 것. 이걸 보기 위해서는 철학과 같은 인문학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정면을 응시하며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TV를 보면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하는데 무슨 얘기인지 감은 잘 안 오고 그럴 겁니다. 예를 들어보죠. 일본에 무라카미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슈퍼 플로우'라는 자신의 철학을 작품에 투영하려고 하죠. 그가 말하는 '슈퍼 플로우'를 간단히 얘기하면, '만화나 애니매이션을 클래식 음악이나 발레에 비해 저급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라는 문화를 고급으로 끌어올리고 관련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대중에게 공급하겠다'라는 것입니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그의 작품을 보면 그냥 이상하고 기괴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 기괴한 캐릭터가 그려진 열쇠고리를 비싼 물건으로 둔갑 시키기 위해서는 그 기괴한 캐릭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 기괴한 캐릭터는 '슈퍼 플로우'을 상징한다'라고요. 이게 철학입니다. 달리 보면 마케팅 컨셉트 같기도 하지요."

"여러분이 아는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마치 철학자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말이 많던지, 아니면 조용하지만 자신이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중은 그가 만든 작품이 뭔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현대 예술 이전에는 단순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지금은 단 하나의 장면만으로 작가의 모든 걸 압축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철학이 되었던 사상이 되었던 그 작가의 어떤 특별함이 되었던 말이죠. 현대 예술은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

마지막은 태호와의 인터뷰로 끝이났다.

"태호씨는 예술을 전공하거나 이 길을 장래 희망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나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 조금 조심스럽긴 합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데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한 가지 방송을 통해 한 번쯤 고민해 봤으면 하는 얘기는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림이나 조각 등 예술을 정말로 좋아하는 학생인데 지금 당장의 실력이 부족해서 미대를 진학할 수 없다고 한다면 좌절하지 마시고 때를 기다려 보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미술은 그림이나 조각의 미추보다 새로운 시선이나 사상을 찾고 있습니다. 예술 용어 중 아방가르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존과 다른 것. 특히 미적인 혁신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20세기 초에 나온 단어지만 현재 기준으로도 유효합니다. 여러분이 예술적으로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남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다면, 표현은 다른 사람을 도움을 받아서라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여러분의 것이면 됩니다. 지금 뉴욕 런던에서 억대로 거래되는 컨템퍼러리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 중 여러분보다 그림 실력이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얼마 없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세요. 그림 실력은 연습하면 나아집니다."

"다음으로는 현대미술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술 계통으로 진로를 선택하시겠다면 남들 앞에서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연습을 하세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난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시고 글쓰기도 많이 해보세요.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김 창기 교수님과 강 재범 교수님에게 10년 가까이 교육을 받은 건 지식의 습득이 주가 아니라 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 훨씬 더 큽니다. 지식은 책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얻은 지식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려면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그 연습이 글쓰기고 프레젠테이션이고 대화입니다. 부디 여러분들도 이를 게을리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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