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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마왕 (5)

“가이아 시스템이 힘을 주면 가능하다.”

“헛소리! 이곳은 가이아 시스템의 힘이 간섭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건 새로운 힘을 부여해 주는 것에만 걸려 있는 제약이지.”

아무리 차원과 공간의 마왕이라고 해도 강현수와 가이아 시스템의 연결을 영구적으로 완벽하게 끊어 낼 수는 없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마왕 바알이 굳이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건 함정을 팔 필요가 없었다.

진작 강현수와 가이아 시스템의 연결을 끊어, 추가적으로 지원받던 창조의 권능 지급을 끊어 버렸을 테니까.

“기존에 정해져 있던 퀘스트를 완료한 대가까지 막지는 못했겠지.”

강현수가 숨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주시했다.

[U–EX랭크 메인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U-EX랭크 퀘스트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승리하십시오’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 가이아 시스템이 가진 모든 창조의 권능이 지급됩니다.]

강현수의 육체가 죽음을 맞이함과 동시에 마왕 바알도 죽음을 맞이했다.

본래의 육체로 부활하기는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본래 마왕 바알의 육체와 혼을 보관하던 강현수의 육체도 사망한 상태.

가이아 시스템은 강현수가 메인 퀘스트를 완료했다고 판단했고 보상을 지급했다.

바로 가이아 시스템이 가진 모든 창조의 권능.

그 막대한 권능이 목숨이 끊어지고 혼만 남은 강현수의 정신을 붙들었다.

강현수는 부활의 권능을 재사용하려고 했지만, 그건 새롭게 얻은 가이아 시스템의 창조의 권능으로도 불가능한 일.

하지만 등가교환을 강화하는 건 가능했다.

그 대가로 등가교환 스킬이 영구적인 스킬에서 한번 사용하면 소멸하는 일회용 스킬로 격하되기는 했지만.

강현수에게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면,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기만 하면?

플레이어니 스킬이니 권능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강현수는 전지전능한 힘을 얻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소멸시킬 수 있는.

창조신이자 파괴신이 되리라.

하나.

‘그런 힘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

이 마지막 싸움이 끝나면?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 테니까.’

강현수가 주인 잃은 마기와 창조의 권능을 끌어모았다.

“이 내가 질 것 같으냐!”

마왕 바알 역시 발악하며 마기와 창조의 권능을 끌어모은 후.

“죽어라!”

강현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직! 콰직!

강현수가 있던 공간이 우그러지고, 찢어지며, 갈라졌다.

그럼 당연히 그 공간에 속해 있는 강현수의 육신 또한 우그러지고, 찢어지고, 갈라져야 하건만.

주변의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어그러지는 와중에도 강현수의 몸은 굳건하게 본래의 형태를 유지한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이익!”

지금까지 여유로움만이 가득하던 마왕 바알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고.

강대한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요동치며, 강현수를 죽이기 위한 공격들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퍼어엉!

파아앙!

강현수의 몸을 뒤덮고 있는 칠흑빛 마기와 찬란하게 빛나는 창조의 권능은.

마왕 바알이 화염을 내뿜든, 뇌전을 내리꽂든, 공간을 찢어 버리든.

꿋꿋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발하며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이미 승패는 정해졌다.”

더 빠르게 부활한 마왕 바알이 강현수보다 먼저 마기와 창조의 권능을 흡수했지만.

조금 늦기는 했어도 본래 주인이던 강현수가 부활한 이상.

마왕 바알이 더 이상 흡수할 수 있는 마기와 창조의 권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억지로 마기와 창조의 권능을 끌어모으려고 해도.

강현수의 의지가 발현되는 순간.

마왕 바알에게 모여들던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가 아닌 강현수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이건 마왕 바알이 아무리 발악해도 절대 바꿀 수 없는 자연스러운 순리였다.

“이제 네가 훔쳐 간 것을 돌려받겠다.”

강현수가 선언과 함께 손을 뻗자.

사아아아악!

마왕 마알이 흡수했던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몸 밖으로 스멀스멀 빠져나왔다.

“크으으으! 이건 내 거다! 네놈의 것이 아니야!”

마왕 바알이 사력을 다해 저항했지만.

이미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버린 상황에서는 그저 의미 없는 발악일 뿐이었다.

“아아아아아!”

마왕 바알의 몸속에 있던 마기와 창조의 권능이 모조리 강현수에게 빨려 들어갔다.

결국 마왕 바알에게 남은 것은.

완성된 그릇 형태의 육신뿐, 그 속을 채워 줄 마기와 창조의 권능은 단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 강현수에게 심장을 꿰뚫렸을 때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일부러 내준 것이었고, 지금은 강제로 빼앗긴 것이다.

“하…… 하하하하…….”

마왕 바알이 허탈한 웃음을 토해 냈다.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어찌하여.

신은…….

“저 하찮은 인간을 이리도 편애한다는 말인가.”

죽음의 순간.

대지신 가이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저 인간에게 넘기지 않았다면?

이 싸움은 자신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을 텐데.

“헛소리하지 말고 그만 가라.”

강현수가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마왕 바알의 육신이.

파삭!

먼지로 화해 으스러지며.

휘이잉!

바람결에 흩날려 그 자취를 감췄다.

‘편애는 무슨.’

대지신 가이아와 마신 크로노스가 힘을 합쳐 천신 우라노스를 소멸시켰다.

그 후 세상은 대지신 가이아의 지배를 받는 차원과 마신 크로노스의 지배를 받는 차원으로 나뉘었지만.

대지신 가이아와 마신 크로노스는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대지신 가이아와 마신 크로노스는 공멸해 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지신 가이아와 마신 크로노스는 자신들의 피조물인 인간과 마족에게 힘과 권능을 주어.

결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 버린 자신들의 싸움을 다시금 이어 나가게 만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대지신 가이아의 피조물인 내가 승리하고, 마신 크로노스의 피조물인 네가 패배한 것일 뿐이다.’

대지신 가이아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들에게 모든 역량을 쏟았듯.

마신 크로노스 역시 자신의 피조물인 마족들에게 모든 역량을 쏟았다.

대지신 가이아는 시스템이라는 자신의 잔재를 통해 인간에게 플레이어라는 힘을 주었고.

마신 크로노스는 창조의 권능이라는 잔재를 가공하지 않은 온전한 형태로 마왕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애초에 마족들이 하나로 힘을 합쳤다면, 조금 더 빨리 모든 권능을 갈무리한 자신들의 왕을 만들었다면 이 싸움은 네놈들의 승리였을 거다.’

이건 그저 각자의 창조주가 준 것을 더 잘 갈무리하고 상대의 것을 먼저 빼앗는 자가 승리하는 싸움이었고.

그 전쟁의 승자가 강현수가 된 것뿐이었다.

‘끝났다.’

드디어 길고 긴 전쟁이 완전히 그 끝을 맞이했고.

강현수가 바라는 평화가 찾아왔다.

* * *

‘피해가 크네.’

인간들의 차원과 마족들의 차원.

양쪽 모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마족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입었고.

그건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구는 온전했지만.

아틀란티스를 비롯한 수많은 차원들이 어마어마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건 서서히 복구해 나가면 되겠지.’

인간과 마족의 전쟁은 완전히 그 막을 내렸고.

최후의 전쟁의 승자는?

인간, 아니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강현수 자신이었다.

세 주신이 남긴 권능을 온전히 한 몸에 담게 된 강현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신들의 한계조차 초월했다.

아마 강현수만큼 강대한 권능을 지닌 존재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

그렇지만.

‘그럼 뭐 하냐고.’

세 주신의 권능을 온전히 얻기 전에도.

강현수는 아틀란티스의 군주였고.

지구의 군주였으며.

수많은 차원의 군주였다.

여기에 세 주신의 권능이 더해져 봤자, 전지전능한 힘을 손에 넣어 봤자.

강현수 입장에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안전을 위협할 경쟁자가 영구적으로 사라졌고.

앞으로도 그런 경쟁자는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안정감과 평온함이 생겼을 뿐.

전지전능한 권능으로.

새로운 차원을 탄생시키거나.

기존의 차원을 소멸시키거나.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키거나.

기존의 종족을 소멸시키거나.

할 생각 따위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의무도 없고 책임도 없어.’

애초에 세 주신에게 그런 게 있었다면, 서로 대립하고 잡아먹었을 리가 없다.

세 주신에게 있던 것은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는 끊임없는 탐욕과 욕망뿐.

피조물을 만들고 그들을 번영시킨 것 역시 탐욕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일환에 불과했다.

이미 유일무이하고 독보적인 존재가 된 강현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탐욕이자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그저 강현수가 원하는 건.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삶을 유지해 나가는 것뿐이었다.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겠지.’

강현수의 권능이라면, 인간이 가진 노화와 수명의 한계를 가볍게 깨트려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지속된 시간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몇백 년이라면 몰라도.

몇천 년이라면, 몇만 년이라면?

인간의 정신이 그것을 버텨 내지 못하리라.

강현수가 정신까지 건드려 버린다면?

‘그건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겠지.’

인간은 유한하기에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다.

‘고민할 필요는 없지.’

지금의 강현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낭비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 * *

최후의 전쟁이 아군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와아아아아!”

“끝이다! 끝이라고!”

지구에선 기쁨이 가득한 환호성을 터트렸다.

세계 각국에서 승전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고.

도시 단위, 마을 단위, 가족 단위로도 끝없이 파티가 이어졌다.

최후의 전쟁이 끝나면 시스템이 준 힘을 잃지 않을까 걱정했던 플레이어들은?

멀쩡히 남아 있는 가이아 시스템과 플레이어의 능력에 환한 미소를 지었고.

몬스터와 마족이 사라져 마석 보급이 중단되면 어쩌나 걱정하던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 들 역시.

던전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마석 역시 계속 수급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는 급격한 변화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강현수의 배려였다.

그리고 승전을 기념하는 축제와 강현수의 배려는 다른 차원에도 이어졌다.

아틀란티스에서도 대대적인 축제가 벌어졌고.

오랜 전쟁과 문명의 재건 작업에 신음하던 이들이 여유를 찾았다.

그건 마왕군의 침략을 받았던 다른 차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현수는 여력이 없는 차원에는 마계와 이어지는 차원 게이트를 닫아 버렸기에.

그런 차원들은 마족과 몬스터의 위협 없이 평화롭게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재건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후의 전쟁이 끝났다는 것에 기뻐하는 이들은 인간들만이 아니었다.

치열한 전쟁 끝에 살아남은 마족들 역시.

“살았다.”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돼.”

끝난 전쟁에 안도했다.

아무리 호전적인 마족이라고 해도.

일족이 멸족당하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우며.

승급할 기회보다는 기껏해야 화살받이와 고기 방패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다른 강자들에게 학살당해 상대에게 승급의 재료가 되어야 하는 힘없는 일반 마족들 입장에서는.

전쟁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쟁이 끝났음을 기뻐하며.

환호했다.

* * *

수많은 차원의 생명체들이 승리의 함성을 터트리는 것을 생생히 느끼며 강현수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오던 수많은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차단되었다.

다시 눈을 떴지만, 더 이상 정보가 흘러들어 오는 일은 없었다.

‘굳이 권능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

전지전능한 권능은, 인간 강현수에게 있어서는 하등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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