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358화 (358/365)

최후의 마왕 (4)

“그따위 수작이 통할 것 같아?”

강현수의 육체는 이미 인간이 한계를 아득히 초월했다.

그건 플레이어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누적에 누적을 거듭한 스텟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고.

갑자기 그 양이 두 배로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소환수들을 무로 돌려 신체를 보강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었다.

강현수의 의지에 따라 소환수들이 소멸했고.

소멸한 소환수들이 품고 있던 힘이 실시간으로 강현수의 육체를 보강하는 재료로 변화한다.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던 강현수 육체가 보강을 계속하며 그릇의 크기를 키워 나간다.

짝짝짝!

마왕 바알이 박수를 쳤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마왕들조차 그렇게 자연스럽게 육체의 그릇을 늘리는 건 불가능할 텐데. 창조의 권능을 다루는 게 정말 능숙하군. 역시 셋이나 되는 주신의 권능을 보유한 자다워.”

자신의 패배가 눈앞에 와 있음에도 마왕 바알의 표정은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자네는 내가 숨겨 놓은 독이 그저 자네 몸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마왕 바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릇의 크기를 넓혀 가던 강현수의 육체가.

좌악!

찢어지고.

퍼억!

터져 나갔다.

“소환수들에게도 독을 푼 건가?”

강현수의 물음에.

“당연한 거 아니겠나?”

마왕 바알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간 강현수는 마왕 바알의 권속들을 쓰러트리고 그가 지배하던 차원을 점령해 나갔다.

그걸 수행해 나간 건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이었고.

그렇기에 너무도 당연히 강현수의 몸에 독이 퍼졌다면,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의 육체에도 독이 퍼졌을 수밖에 없었다.

육체의 그릇을 넓히려는 강현수의 시도는 오히려 마왕 바알이 풀어놓은 독을 흡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누가 이길지 기대가 되는군.”

마왕 바알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강현수도 웃으며 답했다.

마왕 바알이 풀어놓은 독이 몸속에 퍼지고 있었지만, 강현수는 육체의 그릇을 키우는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마왕 바알의 지배하에 있던 창조의 권능이 빠르게 흡수되어 강현수의 지배하에 놓인다.

그럼?

‘육체가 버티지 못하겠지.’

가만히 있으면, 마왕 바알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이 몸을 파먹고.

반격을 하면, 육체가 한계에 도달한다.

육체의 그릇을 넓히려고 하면,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에게 풀어놓은 독이 강현수의 몸을 파고든다.

강현수는 나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건 마왕 바알 역시 마찬가지.

강현수가 육체의 그릇을 완성시키고 마왕 바알이 풀어놓은 독을 말끔히 해독하면?

강현수의 승리였고.

그 과정에서 마왕 바알의 독이 강현수의 육체를 파괴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면?

마왕 바알의 승리였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이라는 강현수의 예상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강현수가 지닌 스킬들과 창조의 권능이 마왕 바알의 권능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한다.

퍼어억!

강현수의 근육이 터져 나가고.

찌이익!

피부가 갈라지며.

주르륵!

피가 흐른다.

강현수의 육체는 가장 치열한 전장이었고.

그렇기에 그 충돌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마왕 바알의 노림수였겠지.’

전신의 근육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 쉼 없이 휘몰아치고, 피가 역류하는 고통이 느껴진다.

육체는 끊임없이 파괴되고 수복되기를 반복하며 점점 그 그릇을 키워 나갔지만.

그릇의 강도는 약해졌다.

“슬슬 한계인 것 같군.”

마왕 바알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외부의 도움은 바라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마왕 바알은 꿰뚫어 보는 자.

당연히 강현수의 직업 스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거대한 성을 또 다른 차원이자 공간으로 분할시켰다.

외부의 도움이 없도록.

강현수가 소환수를 소환하지 못하도록.

가아이 시스템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오직 자신에게 오염된 소환수의 힘만을 흡수할 수 있도록.

외부와 내부를 철저하게 분리시켰다.

“한계인 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강현수가 마왕 바알에게 말했다.

마왕 바알의 지배하에 있던 창조의 권능은 이미 승기를 잃은 상태.

강현수에 의해 지배하고 있던 창조의 권능이 완전히 제압당하는 순간.

모든 권능을 잃은 마왕 바알의 패배는 확정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내 걱정은 말게. 나보다는 자네의 한계가 더 빨리 찾아올 테니.”

마왕 바알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퍼억!

강현수의 심장이 터져 나갔다.

창조의 권능을 다루는 강현수와 마왕 바알의 의지는 굳건했고 품고 있는 힘은 실로 거대했지만.

그 강력한 의지와 권능을 감당하기에 강현수의 육체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하하하하!”

마왕 바알이 광소를 터트렸다.

그러나 아직 마왕 바알의 승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심장이 터졌지만 강현수는 죽지 않았다.

U-EX랭크 스킬 죽음을 거부하는 자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강현수는 터져 버린 육체의 그릇을 다시 만들어 가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나갔다.

“아쉽군.”

마왕 바알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U-EX랭크 스킬 죽음을 거부하는 자의 발동이 끝나기 무섭게 부활 스킬을 사용했고.

한계를 넘어선 혹사를 당하던 강현수의 육체가 온전히 수복되었다.

“이제 자네도 마지막 카드를 써 버렸군.”

마왕 바알은 꿰뚫어 보는 자.

강현수가 지닌 스킬들의 장점은 물론 단점 역시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부활의 권능은 무척 희귀한 것으로, 마왕들 중에서도 치유와 회복에 특화된 마왕 그레모리만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던 권능.

마왕 바알은 강현수가 부활의 권능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한계에 내몰렸던 강현수의 육체가 다시금 온전해졌음에도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말끔하게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넌 아직도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나 보군.”

강현수가 마왕 바알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활과 함께 온전한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팽팽하던 줄다리기가 끝나고 강현수의 승리가 결정되었음에도.

마왕 바알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그래,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지.”

마왕 바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빨리 사용하는 게 좋을 거야.”

그 말과 함께.

꽈아악!

강현수가 마왕 바알의 목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육체가 온전하게 회복된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이제 그 기회 자체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 테니까.”

콰직!

강현수의 손이 마왕 바알의 목을 부러트렸고, 마왕 바알의 숨이 끊어졌다.

그러나.

퀘스트 완료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고.

강현수의 몸속에서 거세게 저항하는, 마왕 바알의 지배하에 있는 창조의 권능 역시 침묵하지 않았다.

-육체를 제거했다고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나?

그때 강현수의 머릿속에서 마왕 바알의 음성이 들려왔다.

“육체와 혼을 분리시켜 놓았군.”

차원과 공간의 권능을 가진 마왕이라고는 하나.

설마 육체와 혼조차도 창조의 권능과 마기라는 존재하지 않는 차원과 공간에 분리시켜 놓았을 줄은 몰랐다.

-이건 처음부터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막대한 마기와 권능을 가지고 있던 마왕 바알의 육체는 애초부터 껍데기에 불과했고.

또한 강현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사아아아악!

마왕 바알의 육체에서 흩어진 미약한 마기들이 강현수의 몸속으로 스며들자.

기세를 잃고 서서히 흡수당하던 마왕 바알의 지배를 받는 창조의 권능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강현수의 몸을 파괴하며 갉아먹었다.

“공멸할 생각인가?”

강현수는 마왕 바알의 혼이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왕 바알의 혼은 승리가 아니라 파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권능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대로 강현수의 육체가 죽으면, 강현수는 물론 마왕 바알 역시 소멸해 버리고 말 것이고.

강현수와 바알이 가지고 있던 막대한 창조의 권능은 주인 잃은 미아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럴 리가 있나.

승리를 확신하는 마왕 바알의 의지가 느껴졌다.

“부활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건가?”

마왕 바알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은 강현수가 부활의 권능을 사용한 직후.

그리고 지금 현재 강현수와의 공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 답은 간단했고.

-그렇다.

강현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정확히 들어맞았다.

“나와 함께 죽고, 부활한 후 주인 잃은 권능을 흡수하겠다라.”

-나쁜 생각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나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나?”

-솔직히 그랬네. 그리고 나는 확실한 승리를 원했지.

머릿속을 울리는 마왕 바알의 음성 속에서 확신에 가득 찬 승리의 함성이 느껴진다.

-너는 패배했고, 나는 승리했다.

마왕 바알이 환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강현수의 패배와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과연 그럴까?”

태연자약한 강현수의 말에 마왕 바알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렇지만.

-괜한 허세 부리지 마라.

마왕 바알은 꿰뚫어 보는 자.

강현수가 어떤 스킬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권능을 지니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왕 바알은 자신의 승리를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어서 죽어라.

마왕 바알이 가지고 있는 모든 마기와 권능 그리고 자신의 육체와 생명까지 불살라 가며 만들어 낸 맹독이.

강현수의 육체를 집어삼킨다.

찌이익!

온전한 형태로 부활했던 강현수의 피부가 찢겨 나가고.

주르륵!

피가 흐르며.

퍼어억!

근육이 터져 나간다.

마지막으로, 힘차게 요동치던 강현수의 심장이.

퍼억!

터져 나가는 순간.

-나의 승리다.

마왕 바알은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강현수의 육신에 붙어 있던 숨이 끊어지는 순간, 막대한 창조의 권능이 산산이 흩어진다.

그 순간.

우득! 우득!

목이 부러지며 생을 마감한 마왕 바알의 육신이 치유되고.

꿈틀!

멎었던 숨이 다시 돌아오며.

“크하아아아!”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라.”

그리고 머물던 곳을 잃고 흩어졌던 창조의 권능들이, 막대한 마기가.

마왕 바알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역시 허세에 불과했나?”

마왕 바알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뒤, 자신의 전신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창조의 권능을 흡수해 육체의 그릇을 늘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순간.

우득! 우득!

시체로 변했던 강현수의 육신에 난 상처가 사라지고.

두근! 두근!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며.

번쩍!

핏빛 안광과 함께 감겨 있던 강현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와 동시에 주인을 잃고 마왕 바알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창조의 권능이.

다시금 본래 주인이었던 강현수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어떻게?”

마왕 바알이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분명 강현수가 가진 부활의 권능이 소모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다시 권능을 발휘하려면,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나한테는 등가교환이라는 스킬이 있거든.”

강현수의 말에.

“헛소리하지 마라! 다른 스킬은 몰라도 등가교환 따위가 어떻게 부활의 권능을 발동시킬 대가를 치를 수 있단 말이냐!”

마왕 바알은 강현수가 보유한 모든 스킬을 꿰뚫고 있었고.

그렇기에 등가교환 스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등가교환은 만능처럼 보였지만.

그래 봤자 가이아 시스템이 가진 창조의 권능 일부를 소모해 만들어진 스킬.

당연히 태생적으로 한계치가 존재했다.

다른 스킬들이라면 모르지만, 부활의 권능이라는 막대한 부하를 가지고 있는 부활 스킬은 절대 등가교환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또한 육체의 그릇을 키우고 자신이 뿌려 둔 맹독에 저항하느라 강현수는.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부활이나 등가교환을 성장시킬 여력이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