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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벨리알 (3)

강현수는 마력 탐지기의 활약 덕분에, 손쉽게 마왕 벨리알이 공략 중이던 차원들의 지배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개꿀이네.’

지배하는 차원이 늘어나자, 강현수가 보유한 창조의 권능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던 중.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마왕에게 점령당한 차원 스나이즈를 탈환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스나이즈의 지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스나이즈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스나이즈를 탈환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구원이 아니라 탈환이라.’

보상도 비슷했고, 퀘스트 조건도 비슷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침공 중인 차원을 구원하라는 게 아니라, 이미 점령당한 차원을 탈환하라는 거지.’

그 말인즉.

‘마왕 벨리알이 침공 중이던 차원이 모두 다 내 손에 들어왔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굳이 침공 중인 차원의 구원이 아니라 점령당한 차원을 탈환하라는 퀘스트가 나올 리가 없었다. 

‘좋네.’

지금까지의 퀘스트는 마왕 벨리알이 힘을 키우는 걸 막기 위한 퀘스트였다면.

이번 퀘스트는 마왕 벨리알의 힘을 줄일 수 있는 퀘스트였다.

강현수는 당연히 예를 선택했다.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마왕 벨리알의 힘 역시 빠르게 깎여 나갈 것이다.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가 열렸고, 강현수가 망설임 없이 차원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뭐야?’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강현수의 눈에 보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마족과 몬스터 놈들이 득실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수색부터.’

강현수는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을 불러낸 후.

마력 탐지기까지 가지고 와서 대대적인 차원 수색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단 하나의 생명체도 조우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살아 있는 자들이 없는 죽음의 땅 같습니다!

연달아 수상한 보고가 날아들었다.

마족, 몬스터, 인간.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동물들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냐, 벨리알?’

강현수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마족과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것?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스나이즈 차원에 당연히 존재해야 할 원주민이 없다는 건?

‘설마 다 죽여 버린 건가?’

원주민들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뿜어낼 마이너스한 감정과 죽은 후 뿜어낼 사기를 얻기 위해서?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믿기 힘든 결론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마왕.

인간과 몬스터는 물론 동족이자 권속인 마족들조차 자신의 먹잇감으로 보는 존재.

마신이 되겠다는 열망과 욕망으로 가득 차 미쳐 버린 광인.

‘마왕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현재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 되어 버린 마왕들 역시.

애초에 인간, 몬스터, 마족을 소모품이자 먹잇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 몬스터, 마족을 살려 놓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게 더 효율이 좋기 때문에 불과했다.

마왕 벨리알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다면?

‘다른 차원에서도 이딴 짓거리를 벌이고 있을 수도 있어.’

마음이 급해졌다.

최대한 빨리 차원 스나이즈를 점령하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야 해.’

퀘스트 완료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그건 이곳에도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치의 마족들이 숨어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많은 숫자의 마력 탐지기를 동원해도.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이 최선을 다해 움직여도.

하나의 차원을 모두 수색하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운이 좋다면 대여섯 시간 만에 발견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걸리면 반나절이 넘을 수도 있다.

‘가이아 시스템, 혹시 지금 바로 마왕 벨리알을 칠 수 있는 차원 게이트를 열어 줄 수 있나?’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에게 물었다.

대답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마왕 벨리알을 쓰러트려라] 같은 퀘스트를 줄 수도 있었기에 물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가이아 시스템은 답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찾는 방법도 있지만.’

마왕 푸르푸르만 해도 점령한 마계가 몇 개고 차원이 몇 개이던가?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마왕 벨리알이 점령한 차원 모두를 일일이 뒤지는 건.

퀘스트를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확률이 높았다.

가이아 시스템은 응답하지 않았고, 강현수가 직접 움직일 수도 없다. 

남은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빨리 기존 퀘스트를 완료해야 해.’

그것밖에 없었다.

* * *

“흐흐흐흐!”

마왕 벨리알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족, 몬스터, 인간.

그 모든 자원을 쥐어짰다.

효율이 떨어지겠지만, 짐승들까지 쥐어짰다.

그 결과.

승급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새롭게 탄생한 마왕 벨리알의 육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넓어진 그릇을 가득 채워져야만, 진정한 완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오라, 와서 나의 일부가 되어라.”

마왕 벨리알이 자신의 권속들에게 지배의 권능을 담아 명령했고.

“마왕님,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마계 귀족들이 처절하게 애원했지만.

“으아아아악!”

“이 미친 마왕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도망쳐라!”

“이대로 있다가는 멸족이다!”

죽음을 확신한 마계 귀족들은 마왕 벨리알에 대한 충성 맹세를 끊고 도주했다.

그렇지만 이미 마계 귀족들은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죽어라! 마왕!”

“마족들을 모조리 멸족시킬 생각이냐! 이 괴물!”

도망칠 길이 막힌 마계 귀족들이 거칠게 저항했지만.

“크아아아악!”

“커어억!”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켜 육체의 그릇을 만들었고.

또다시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켜 육체의 그릇을 가득 채웠다.

“으하하하하하!”

마왕 벨리알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광소가 터져 나왔다.

전신에 넘쳐흐르는 힘이 강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상대가 누구든 태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전능한 권능이 전신에 넘쳐흐른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자신은 남은 마왕들을 모조리 찢어 죽이고.

마왕이 아닌 마신으로 거듭나리라.

* * *

강현수는 최대한 빠르게 퀘스트를 완료해 나갔다.

그러는 사이 창조의 권능 역시 빠르게 늘어났지만.

강현수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

점령하는 차원마다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족들을 제외하면. 

살아 있는 생명체를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마왕의 지배하에 있는 차원 제66마계를 점령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제66마계의 지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제66마계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제66마계를 점령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강현수가 예를 선택했고.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 안으로 몸을 날렸다.

‘여기도 죽음의 땅인가?’

어쩌면 마계에 인간들이 잡혀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인간은 물론, 마계에 당연히 존재해야 할 마족과 몬스터 들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미친놈이네.’

마왕 벨리알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 순간. 

[U-EX랭크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제66마계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칭호 제66마계의 점령자가 주어집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무슨 놈의 퀘스트가 도착하자마자 끝나?’

당연히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숨바꼭질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설마 차원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둔시켜 놨던 최소치의 마족들까지 잡아먹어 버린 건가?’ 

그런 강현수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마왕의 지배하에 있는 차원 제62마계를 점령하십시오.]

[조건 - 마왕군이 전멸하거나 차원 제62마계의 지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제62마계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제62마계를 점령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혹시 여기도?’

강현수가 예를 선택했다.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가 열렸고.

강현수가 몸을 날려 제62마계에 도착하는 순간.

[U-EX랭크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 차원 제62마계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칭호 제62마계의 점령자가 주어집니다.]

또다시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 잡아먹은 거 맞네.’

강현수가 텅 빈 마계에 도착하자마자 끝난 점령 퀘스트.

‘마왕 벨리알은 자신의 권속들을 모조리 잡아먹었어.’

그것도 지금까지 강현수의 발을 묶어 두기 위해.

차원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남겨 놨던 권속들까지 싹싹 긁어서 말이다. 

그럼 당연히 힘은 강해졌겠지만.

‘점령한 차원을 유지할 수가 없지.’

권속이 있어야 점령한 차원을 지킬 수 있는데.

모든 권속들을 잡아먹었으니.

마왕 벨리알이 점령한 모든 차원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기다.

‘이건 제대로 떠먹여 주는 거야.’

가이아 시스템이라면 마왕 벨리알이 있는 차원으로 강현수를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마왕 벨리알이 없는 차원으로만 강현수를 보내고 있었다.

‘다 먹어 치워 주마.’

마왕 벨리알이 점령한 차원들을 빼앗으면, 창조의 권능을 늘릴 수 있다.

반면 마왕 벨리알이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점점 줄어들겠지.’

또한 점령하는 차원을 빼앗긴 마왕 벨리알의 창조의 권능 역시 조금씩 줄어들 수밖에 없다.

‘넌 독 안에 든 쥐다.’

강현수가 새롭게 떠오른 퀘스트들을 연속적으로 클리어하며, 빠른 속도로 마왕 벨리알의 지배하에 있던 차원들을 점령해 나갔다.

* * *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마왕 벨리알이 분노로 가득 찬 욕설을 내뱉었다.

승급을 완료하고 성장한 육체의 그릇을 가득 채운 마왕 벨리알은 차분하게 자신을 공격한 마왕의 공격을 기다렸다.

괜히 섣불리 움직여 애써 가득 채워 놓은 마기를 소모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놈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자신이 머물고 있는 마계를 쏙쏙 피해 가며.

마왕 벨리알이 지배하고 있던 마계를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좋을 게 없다.

그렇기에 마왕 벨리알 역시 상대의 동선을 예측한 후.

빼앗긴 차원과 연결되어 있는 차원 게이트들의 위치를 고려해 움직였다.

그런데.

이 미친놈이 마왕 벨리알의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그간 힘들게 점령했던 마계를 쏙쏙 빼먹고 있었다.

결국 마왕 벨리알에게 남은 것은?

본래부터 지배했던 자신의 영토, 제68마계뿐이었다.

‘오냐, 내 기다려 주마.’

마왕 벨리알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적이 마지막 남은 자신의 영토인 제68마계로 쳐들어오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넘어오는 즉시 네놈을 씹어 먹어 주겠다.’

마왕 벨리알이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적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런데.

‘왜 안 와?’

자신이 지배하던 모든 차원을 점령한 적이, 제68마계로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 * *

[U-EX랭크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마왕의 지배하에 있는 차원 제68마계를 점령하십시오.]

[조건 - 마왕을 제거하거나 차원 제68마계의 지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보상 - 차원 제68마계의 지배권과 창조의 권능]

[U-EX랭크 퀘스트 ‘차원 제68마계를 점령하라’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평소 같으면, 덥석 예를 선택했으리라.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왕군을 전멸시키는 게 아니라, 마왕을 제거하라 이거지.’

평소와 달라진 문구.

그 말은.

‘제68마계에 마왕 벨리알이 있다는 거겠지.’

그럼 제68마계를 제외하면?

마왕 벨리알의 지배하에 있던 모든 차원이 강현수의 손아귀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지.’

현재 마왕 벨리알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

그럼?

‘차분히 기다리면 그만이야.’

지금도 실시간으로 레벨이 올라갔고.

효율이 극도로 상승한 창조의 권능을 통해 마왕 출신 소환수들을 추가로 강화하거나 스킬 랭크를 상승시킬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강현수는 강해지지만.

‘마왕 벨리알은 그대로겠지.’

그럼 굳이 먼저 마왕 벨리알을 칠 필요가 없다.

그저 차분히 힘을 쌓으며 독 안에 든 쥐가 참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면 그만이야.’

지금 급한 건 강현수가 아니라.

마왕 벨리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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