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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2)

‘여기도 개판이네.’

이게 다시금 아틀란티스로 돌아온 강현수의 첫 번째 감상이었다.

사방에 몬스터가 가득했고.

부서진 성벽과 마을의 흔적만 보일 뿐 인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밀린 건가?’

강현수의 눈에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저력이 있을 텐데.’

아틀란티스 원주민들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거기다.

강현수처럼 귀환을 선택한 이들도 있겠지만.

‘아틀란티스 잔류를 선택한 놈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치고는 너무 처참했다.

‘뭐, 마왕이 등장했다면 그럴 수도 있는데.’

마왕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정도로 밀렸다면, 이건 꽤 심각한 문제였다.

‘그동안 점점 난이도가 높아졌어.’

강현수가 계속해서 퀘스트를 진행했고, 지금까지 총 14명의 마왕들을 쓰러트렸다.

그렇지만.

‘대부분 중하위 서열이었지.’

가장 강했던 마왕이 서열 39위의 마왕 말파스였다.

‘이번에는 어떤 녀석이려나?’

어쩌면 서열 20위권의 상위권 마왕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금까지는 쉬웠는데.’

다른 마왕을 쓰러트린 전적도 한두 번이 고작이고.

고작해야 가이아 시스템의 가호를 받는 차원을 셋에서 넷 정도를 점령했던 상태였다.

‘그건 천천히 알아보고.’

일단은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날 차례였다.

-투황, 유카, 내 말 들려?

강현수가 말을 걸자.

-현수? 현수야?

-현수 씨? 정말 현수 씨예요?

투황과 유카의 반가운 목소리가 강현수의 귓가를 울렸다.

-어, 나 맞아.

-어떻게 연락한 거야? 지구로 간 이후로 완전히 연락이 끊긴 줄 알았는데.

-맞아요. 저는 앞으로 영원히 현수 씨랑 헤어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투황과 유카의 말에.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건 강현수도 그랬다.

사실 대화 정도는 가능할지 몰라도.

‘직접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자신이 아틀란티스로 넘어와 연락을 취하고.

직접 만나게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지금 불러도 괜찮아?

-부른다고? 그게 가능해? 나도 지구에 가는 거야? 근데 혹시 아틀란티스로 돌아오지 못하는 건 아니지?

-네, 좋아요! 불러 주세요! 전 아틀란티스가 아니라 지구에서 평생을 살아도 괜찮아요! 애초에 저는 반은 지구인이잖아요!

투황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고.

유카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지구로 가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했다.

“쿡쿡쿡!”

좋기는 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워하며.

다시 아틀란티스로 못 돌아가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투황의 표정과.

신이 난 강아지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좋아요를 외치고 있을 유카의 얼굴을 떠올리니.

강현수의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다.

-그럼 불러 줄게.

-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 맞지? 빨리 맞다고 해!

-네! 얼른 불러 주세요!

당황한 투황과 좋아 죽을 것 같은 유카의 말을 들으며.

강현수가 일인원수부 소환 스킬을 통해 송하나, 투황, 유카를 불러들였다.

“어, 현수야, 또 다른 차원이야?”

송하나가 물었고.

“여기가 지구야? 어쩐지 풍경이 익숙한데?”

투황은 당혹스러워 보였으며.

“현수 씨!”

유카는 강현수의 품으로 달려들었으나.

“어머, 유카 반가워.”

그러나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린 송하나가 자연스럽게 강현수의 앞을 가로막고 팔을 벌려 유카를 꼭 껴안았다.

“뭐예요? 얼른 이거 놔요! 현수 씨! 현수 씨!”

당황한 유카가 발버둥을 치며 강현수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소환술사인 유카가 힘으로 마검사인 송하나의 품에서 빠져나가 강현수에게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반가워. 둘 다 오랜만이네.”

강현수가 오른손과 왼손으로 투황과 유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 취급하지 마!”

투황은 빽 하고 소리를 질렀고.

“헤헤헤헤.”

송하나에게 잡혀 발버둥 치던 유카는 갑자기 얌전해졌다.

“근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여기가 지구야?”

“지구는 무슨. 여기는 아틀란티스야.”

“아틀란티스? 그런데 너랑 하나가 어떻게?”

투황이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도와주러 왔어.”

“뭐?”

강현수가 간단하게 그간 있었던 일과 퀘스트를 받아 다시 아틀란티스로 왔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고, 고마워.”

투황은 강현수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아틀란티스를 도와주러 왔다는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그럼 다시 지구로 돌아가시는 거예요?”

유카는 강현수와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걱정하지 마. 마왕만 쓰러트리면 지구와 아틀란티스 차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니까.”

진짜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작은 차원 게이트 하나 정도는 영구적으로 설치할 수 있겠지.’

강현수의 말에.

“우와! 그럼 저도 지구로 갈 수 있는 거예요? 꼭 가고 싶어요!”

유카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고.

“크흠, 왔다 갔다 하는 게 가능하다면, 나도 가 보고 싶기는 한데.”

투황 역시 슬쩍 지구 방문 의사를 밝혔다.

“알았어. 둘 다 지구에 초대해 줄게.”

투황은 토인족이고.

유카도 견인족 혼혈이기에.

인간밖에 없는 지구에 가면 적잖은 소란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거야 내가 막으면 그만이고.’

강현수에게 그 정도 힘은 있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도 부를게.”

강현수가 아틀란티스에 남아 있던 휘하 지휘관들과의 연결을 복구시켰다.

가장 격하게 반응했던 건?

의외로 로크토 제국의 여황제 세실리아였다.

-주군께서 아틀란티스를 도와주러 오셨다고요?

-그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쁨이 가득 느껴지는 세실리아의 목소리에서.

그간 아틀란티스의 전황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껴졌다.

-주군, 돌아오셨군요!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빙화신검을 비롯한 아틀란티스의 원주민 플레이어들이 감사의 뜻을 전해 왔다.

-가장 위험한 전장이 어디야?

간단하게 해후를 나눴으니.

이제는 본격적인 몬스터와 마족 토벌에 들어갈 차례였다.

-일단은…….

여황제 세실리아가 위급한 전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고.

-그럼 곧바로 움직이겠다.

강현수가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아틀란티스로 다시 올 수 있게 될 줄이야.”

진구평이 놀란 눈빛으로 중얼거렸고.

“그러게 말이야.”

“평생 다시 못 올 줄 알았는데.”

“이번 일만 끝내면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진 놈들이랑 실컷 회포를 풀 수 있겠어.”

도르초프, 이반, 신창후, 장석원 등등.

귀환자 출신 플레이어들이 잔뜩 흥분한 어조로 온갖 말들을 토해 냈다.

“그건 천천히 하고 일단은 몬스터와 마족 정리부터 들어간다.”

“예, 알겠습니다!”

휘하 지휘관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간 여러 번 해 왔던 일이기도 했기에.

거리낄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오랜 시간 지내 왔던 아틀란티스인 만큼.

다들 의욕과 열정이 과할 정도로 흘러넘쳤다.

“그럼 가자.”

강현수와 휘하 지휘관들이 일제히 흩어졌고.

-쿠아아아앙!

강현수 역시 대공급 마룡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전투를 준비했다.

“만나자마자 헤어지네.”

투황이 아쉽다는 듯 말했고.

“그러게요, 히잉.”

유카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얼른 끝내고 제대로 회포를 풀자.”

강현수의 말에 투황과 유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하자.”

강현수의 말에 대공급 마룡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직 마왕은 등장하지 않았어.’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아틀란티스에 쳐들어온 몬스터와 마족 들을 토벌할 수 있을 듯했다.

‘까다로울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다행이었다.

‘마왕이 등장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

강현수는 이번 작전에 마왕 출신 소환수들은 단 한 기도 동원하지 않았다.

이건 그간의 경험으로 인한 것이었다.

‘괜히 도망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소환수로 만든 마왕이 늘어나자.

타 차원을 침공한 마왕들이 싸워 보기도 전에 도주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럴 경우 차원 게이트를 열기 위해 추가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야 했고.

전에 한번 마왕이 다른 차원으로 도주한 적도 있었기에.

웬만하면 마왕 출신 소환수들은 마왕이 발견한 후 소환해 써먹는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 급하면 하위 서열 마왕 위주로 몇 정도는 꺼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얼른 쓸어버리자.’

그 후 마왕까지 쓰러트리면.

편안하게 옛 동료들과 회포를 풀 수 있을 터였다.

‘일단 상대 정체부터 파악하자.’

아틀란티스 차원의 국가들은.

아직 자신들을 침공한 마왕이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뭐, 마족들이 순순히 자신들의 군주에 대한 정보를 발설할 리가 없으니까.’

이는 마왕에 대한 마족들의 충성심이 강해서라기보다는.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족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

죽은 후 소환수로 부활시키면.

아무리 자존심이 강하고 인간을 벌레처럼 보던 마족이라도.

강현수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제후국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네.’

강현수가 멀리 있는 왕성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마왕 그레모리의 침공 때도 그랬지만.

군사력이 약한 제후국들은 마왕군의 침공에 가장 큰 피해를 받았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왕성을 점령한 놈이 마계 고위 귀족이라고 했지.’

그 정도 계급이면.

마왕의 이름은 물론, 그 마왕이 그간 얼마나 힘을 키웠는지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마룡족! 저 정도면 공작 각하나 대공 각하가 확실하다!”

“대공님이 이곳에 오신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어서 백작님께 보고해라!”

대공급 마룡의 모습이 드러나자, 마족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적을 목격하고 당황한 반응이 아니라.

아군이 왜 왔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설마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한 방 날려 줘.”

강현수의 지시에.

-알겠사옵니다.

대공급 마룡이 공손히 대답한 후.

콰콰콰콰콰콰!

마기를 잔뜩 담은 브레스를.

우왕좌왕하고 있는 마족들을 향해 날려 줬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아아아악!”

“적이다!”

“다른 마왕의 군세가 등장했다!”

마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반응이 빠른데?’

처음에는 아군인 줄 알고 방심했다지만.

공격을 받자마자 곧바로 다른 마왕의 군세라고 생각하고 반격을 준비한다는 게 제법 놀라웠다.

마치 그간 다른 마왕의 군세와 꽤 많이 겨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건 천천히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스르르릉!

강현수가 검을 뽑아 들고.

휘익!

핏빛 오러가 가득 담긴 그것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앙!

대공급 마룡이 날린 브레스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고.

휘이이익!

강현수가 지상으로 몸을 날리며 소환수들을 소환한 뒤.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소환수들에게 마족들의 말살을 지시했다.

“예, 주군.”

소환수들이 대답과 함께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고.

“아아악!”

“막아라!”

방금 전까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마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참히 학살당했다.

‘그럼 그 백작이라는 놈을 만나러 가 볼까?’

강현수가 왕성의 중심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서걱! 좌악!

앞을 가로막는 마족들을 베어 넘겼다.

하급 마계 귀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정도로 강현수의 앞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일인원수부 구성.’

강현수는 하급 마계 귀족들을 소환수로 부활시키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

마족들이 말하던 마계 백작이라는 마족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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