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단탈리온 (2)
‘최대한 빨리 쓰러트린다.’
강현수의 눈이 번뜩였다.
휘익!
핏빛 오러가 마왕 단탈리온을 향해 날아갔다.
드드드드득!
칠흑빛 그림자의 장벽이 강현수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서걱!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진실이 아닌 환영이라는 걸 정확히 인지하는 순간.
마왕 단탈리온의 권능 환영의 그림자 군세는 그 힘을 잃는다.
거기다 마기의 흐름까지 꿰뚫고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거지.’
애초에 환영의 그림자 군세를 어느 정도 꿰뚫어 볼 수 있는데 거기다 진실의 눈까지 가지고 있으니.
마왕 단탈리온 입장에서는 강현수와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그러나.
콰콰콰콰콰콰!
마왕은 마왕.
들불처럼 일어난 환영의 그림자 군세가 태풍처럼 강현수의 전신을 휩쓸었다.
진실을 꿰뚫어 본다고 해도.
마기의 맥을 끊을 수 있다고 해도.
거대한 마기의 흐름 그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 자식이 치사하게 기술 싸움이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이네.’
마왕 단탈리온은 막대한 마기를 쏟아부어 물량으로 강현수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네 최대 장점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야.’
강현수가 마력, 마기, 신성, 독성 스텟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뱀피릭 오러를 최대치로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우득! 우득!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야수화 스킬을 이중으로 사용했다.
강현수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모든 스텟이 증폭되었다.
그동안은 굳이 야수화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그래도 적들을 상대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상대는 마왕.
아무리 마왕 중에서는 최약체 속하는 놈이라고 해도.
‘굳이 방심할 필요는 없지.’
강현수의 외형이 인간과 야수를 반쯤 섞어 놓은 듯한 형태로 변화했다.
예전에는 완전한 늑대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지.’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 결과였다.
늑대 인간 폼은 수인족이 없는 지구에서는 몬스터라고 오해하기 딱 좋은 만큼.
이 정도 변화는 필요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야수화를 한 번만 사용했을 때의 어린 수인족 형태는 아니었다.
야수화를 이중으로 사용한 상태에서 겉모습만 살짝 바꿨기에.
신체의 비율은 강현수의 인간형 모습과 크게 변화가 없었다.
‘단순히 외형만 바꾸려고 한 건 아니고.’
굳이 다른 이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창조의 권능까지 사용해 가며 이중 야수화의 외형을 바꾸는 건 상당히 큰 낭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수가 이중 야수화에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 건.
‘야수화를 사용할 때마다 신체 밸런스가 어긋난단 말이지.’
야수화를 한 번 사용하면 신체가 작아진다.
이중으로 야수화를 사용하면 신체가 커진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적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작은 차이도 크지.’
그렇기에 신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창조의 권능까지 사용해 야수화 스킬의 외형을 커스터마이징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외형 변화가 없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소모되는 창조의 힘이 너무 컸기에.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모습이었다.
타아앙!
강현수의 발이 대지를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속도.
거기다.
‘힘이 넘쳐흐른다.’
야수화 자체가 사기 스킬이다.
거기다 야수화는 레플리카 스킬.
당연히 추가로 증폭 효과를 받는다.
거기다 그런 야수화 스킬이 중복되어 모든 스텟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니.
전신에 힘이 넘쳐흐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마왕 단탈리온이 모든 마기를 쏟아부어 만든 공격을 강현수 역시 힘으로 밀어붙이며 뚫고 나갔다.
“어찌 인간이 저런 힘을!”
마왕 단탈리온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서열이 낮더라도 마왕은 마왕.
특히 마왕 단탈리온의 경우, 같은 마왕들을 상대로는 약하지만.
자신보다 격이 낮은 상대에게는 상위 서열의 마왕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권능, 환영의 그림자 군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강현수를 상대로는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다.
상위 서열 마왕들보다 더 상세하게 환영의 그림자 군세를 꿰뚫어 보는 만큼.
마왕 단탈리온에게 강현수라는 존재는.
그 어떤 상위 서열의 마왕들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였다.
서걱!
핏빛 오러가 휘둘러질 때마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환영의 그림자 군세가 무너져 내린다.
마기를 최대치로 투자했기에 처음처럼 맥없이 녹아내리지는 않았지만.
결국 무너진다는 건 똑같았다.
“크윽!”
마왕 단탈리온이 이를 악물었다.
지구 침공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설마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려 버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같은 마왕도 아니고 고작 인간에게 죽을지도 몰랐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창조의 권능을 가진 존재.
마신이 될 자격을 가진 존재.
모든 마족들의 왕.
드높은 자존심과 격을 가진 마왕 단탈리온 입장에서는.
차라리 자살을 하면 몰라도, 고작 인간 따위에게 죽는 굴욕을 당할 수는 없었다.
“죽여 주마!”
화르르륵!
마왕 단탈리온의 마기가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권속들의 마기를 흡수한다.
우득! 우득!
육체의 한계치를 넘어선 마기가 유입되자.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이마 양옆에서 산양의 것과 같은 뿔이 솟아났으며.
등 뒤로 여섯 쌍의 날개가 튀어나왔다.
“건방진 인간, 죽여 주마!”
마왕 단탈리온이 강현수를 향해 손을 휘둘렀고.
콰콰콰콰콰콰!
그 순간 칠흑빛 그림자가 광폭한 기세로 강현수를 덮쳐 왔다.
‘그레모리랑 같은 상황이군.’
강현수는 냉정했다.
‘그때의 그레모리보다는 약하다.’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양도 부족했고.
뿔도 하나 더 적었으며.
날개도 두 쌍이 모자랐다.
‘마기를 흡수할 권속도 적어 보이고.’
그와 더불어 육체의 한계치도 더 낮아 보였다.
게다가.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지.’
강현수는 그때 소환수들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과 마기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마왕 단탈리온을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럼 애써 만든 소환수들이 소멸해 버리잖아.’
다시 복구할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결국은 한순간의 강함을 위해 영구적으로 마력과 마기를 소모해 버리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굳이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싸울 필요는 없지.’
그때는 그 방법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일인원수부 소환.’
강현수의 의지에 따라.
사라라락!
마왕 그레모리를 포함해 그간 소환수로 만들어 놨던 마계 대공과 공작 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는 어차피 크게 쓸모가 없어.’
마계 후작이라고 해 봐야.
지금의 단탈리온에게는 얼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나마 공작급은 되어야.
‘쓸모가 있지.’
강현수를 필두로 마왕 그레모리와 마계 대공과 공작 들이 마왕 단탈리온을 상대로 포위망을 갖췄다.
“그레모리? 네가 왜?”
마왕 단탈리온은 그레모리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자신보다 상위 서열의 마왕이 왜 갑자기 등장한다는 말인가?
거기다.
“혼이 없어?”
마왕 단탈리온은 단숨에 그레모리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잖아.”
마왕 단탈리온을 포위하고 있는 마계 대공과 공작 들은.
그레모리의 휘하에 있던 녀석들도 있지만.
단탈리온의 휘하에 있던 녀석들도 있었다.
“인간, 네놈이 범인이었구나!”
마왕 단탈리안의 눈이 번뜩였다.
왜 휘하 마족들을 지구로 보내는 족족 소식이 끊겼는지.
그놈들이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반역을 저질렀는지.
이제 보니 반역을 저지른 게 아니라 저 인간에게 모조리 잡아먹힌 거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혼백이 온전한 존재가 있었다.
“케르논 이 배신자 놈이!”
마왕 단탈리온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곳에 있는 마족들 중 유일하게 혼백을 온전히 보존한 케르논 공작.
그 의미는 단 하나.
저놈은 자의로 인간에게 복종했다.
“역시 천한 피가 흘러서 그런지 인간에게 고개를 숙였구나.”
마왕 단탈리온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너도 금방 숙이게 될걸.”
케르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줄을 잘 탔어.’
처음에는 그저 살기 위해 인간에게 복종했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마왕 단탈리온에게 충성을 계속 바쳐 봐야.
‘저놈들처럼 죽었겠지.’
케르논의 눈에는 마왕 단탈리온의 권속들이 보였다.
자신과 다르게 마왕 단탈리온에 대한 충성심이 넘쳤던 놈들.
특히 제71마계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자비스 대공.
그런 존재조차.
마왕 단탈리온에게는 자신의 힘을 올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건방진 놈!”
마왕 단탈리온의 분노와 함께.
사아아아악!
칠흑빛 그림자가 케르논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케르논 역시 마계 공작 자리를 쉽게 얻은 게 아니었다.
아니, 마족들 중 그 누구보다 힘들게 얻어 낸 만큼.
꽈아아아앙!
마왕 단탈리온의 공격 한 방에 목숨을 잃을 만큼 연약하지 않았다.
거기다.
지금 이 자리는 마왕 단탈리온과 케르논이 일대일 승부를 하는 곳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꽈아아앙!
강현수의 소환수가 된 마왕 그레모리가 권능으로 구현한 화염이 날아들었고.
콰콰콰콰콰콰!
마왕 단탈리안의 권속이자 마계 대공이었던 마룡족 로드의 브레스가 뿜어졌다.
그 외에도 이 자리에 모인 마계 대공과 마계 공작 들의 총공세.
“이 빌어먹을 놈들이!”
꽈아아아앙!
마왕 단탈리온도 지지 않고 거칠게 저항했다.
서열 56위의 마왕 그레모리가 살아 있는 상태였다면?
사실 일대일로 이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마왕 단탈리온은 권속들의 마기를 흡수해 강해진 상태였고.
반대로 마왕 그레모리는 살아 있을 때보다 현저히 약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건 다른 마계 대공과 마계 공작 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마왕 단탈리온이 성난 사자처럼 날뛰었다.
그때.
콰직!
마왕 단탈리온의 몸을 보호하던 칠흑빛 그림자를 뚫고.
푸욱!
핏빛 오러가 몸에 틀어박혔다.
마왕 단탈리온을 공격한 장본인은.
바로 강현수였다.
“고작 인간 주제에!”
마왕 단탈리온이 마기를 거칠게 뿜어내며 강현수를 공격했고.
강현수는 가볍게 뒤로 물러났다.
‘달의 그림자가 통하네.’
마왕 단탈리온이 온전히 강현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면?
아마 통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고, 그런 만큼 제대로 먹혔다.
“으아아아!”
마왕 단탈리온이 거칠게 저항했다.
그때 강현수도 숨겨 놓은 카드를 꺼냈다.
‘일인원수부 소환.’
바로 지구의 랭커들이었다.
파지지직!
송하나가 뇌전이 피어오른 검을 휘둘렀고.
“하아아압!”
도르초프가 붉은 화염과도 같은 오러를 뿜어냈고.
“큭큭큭!”
이고르가 미친놈처럼 맹공을 퍼부었으며.
신창후, 장석원, 진구평, 이반 같은 회귀자 출신 플레이어들도 맹공을 퍼부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마왕 단탈리온은 강현수 하나에게 밀린 것도 수치스러웠다.
그런데 다른 인간들까지 감히 자신을 공격하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하나 더 큰 문제는.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강할 수가?”
그 인간들이 가하는 공격의 위력이 절대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정도 전투력은 마계 대공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외형도 뭔가 이상했다.
저 강현수라는 인간처럼 하나같이 인간에 가까운 야수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꽈아앙! 꽈아앙!
연속적으로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고.
마왕 단탈리온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칠흑빛 그림자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역시 사기 스킬다워.’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실 원래 회귀자 출신 네임드 플레이어들은.
잘해 봐야 마계 백작이나 후작급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강현수가 새롭게 손에 넣은 스킬, 스킬 공유로 EX랭크인 레플리카를 공유받은 순간.
많은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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