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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 (3)

마계 백작에서 마계 후작으로 승급한 마계 귀족 다티, 우쿠르, 스타루드를 정리한 강현수가 셋을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그 후 곧바로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보고는 했나?”

“예, 먼저 넘어간 마계 하위 귀족들이 배신했다는 보고를 올렸습니다.”

“왜 그런 보고를 했지?”

“혈마족, 화마족, 도플갱어 들이 공격을 해 와서 착각했습니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럼 마왕 단탈리온은 지구의 상황을 철저하게 착각하고 있겠군.”

“예, 주군의 존재 자체를 모를 것입니다.”

“너희가 보고를 올리지 않으면 수상하게 생각하기는 하겠지?”

“그렇기는 하겠으나, 저희가 배신했거나 배신한 하위 마계 귀족들에게 당했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강현수로서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마왕 단탈리온의 착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강현수는 제대로 꿀을 빨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강현수가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마왕 단탈리온이 지배하는 제71마계가 다른 마왕의 침공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혹시 제71마계를 침공한 마왕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있나?”

마왕 단탈리온과 적대하고 있는 마왕에 대한 정보는, 현재 강현수가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정보였다.

“마왕 암두시아스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명색이 고위 마계 귀족인 만큼 침략자에 대한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다.

“마왕 암두시아스라면 서열 67위의 마왕인가?”

“그렇습니다.”

소환수가 된 마계 백작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의 입에서.

“휴우!”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혹시 상위 서열 마왕의 이름이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고맙게도 하위 서열 마왕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암두시아스는 그레모리보다도 서열이 낮아.’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상위 서열의 마왕이 서열 71위인 마왕 단탈리온을 공격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겠지.’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묘한 불안감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지.’

막말로 갑자기 상위 서열의 마왕이 튀어나와 하위 서열 마왕인 암두시아스와 단탈리온을 잡아먹고 지구로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잡아먹을 수도 있지.’

현재 강현수의 휘하에는 마왕 그레모리와 그 세력으로 이루어진 소환수 대군이 있다.

여기에 하위 서열이라고는 하지만.

마왕 단탈리온과 마왕 암두시아스를 포함한 세력이 소환수로 추가된다면?

하위 서열 마왕이기도 하고 또 소환수로 그 격이 떨어졌기는 하나.

무려 마왕 셋과 그 세력을 휘하에 거느릴 수 있게 된다.

그 정도면.

‘설사 상위 서열의 마왕이 쳐들어오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강현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성과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멀어진 차원 게이트 사태 역시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주력이었고 휘하 지휘관들은 보조였다.

쉽게 말해 강현수 혼자서 우간다 차원 게이트 사태를 정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말인즉.

‘나 혼자만 강해졌다는 뜻이고, 지구의 마력 농도 역시 상승했다는 거지.’

마왕 단탈리온 입장에서는 지구의 마력 농도가 올라간 만큼.

‘더 강하게 공격해 오겠지.’

이런 식으로 몇 번 더 고위 마계 귀족을 잡아먹으면?

‘마왕 단탈리온이 직접 지구로 넘어올 수 있게 될 거야.’

운이 좋으면 그대로 지구의 안전이 확보될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 마왕 단탈리온을 노리던 마왕 암두시아스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역으로 잡아먹으면 그만이야.’

일단 현재까지 들어온 정보만 보자면, 강현수와 지구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아직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묘한 불안감이 마음에 걸릴 뿐.

‘그보다 교통정리를 한번 해야겠어.’

강현수는 대한민국과 신한민국을 포함해.

미국, 러시아, 인도, 일본, 유럽 각국 등등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지구에 존재하는 나라의 대부분이 강현수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었다.

아직까지 긴급 개입 조치는 물론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조차 가입하지 않았고.

강현수의 존재조차 모르는 국가들이 많았다.

‘그동안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실 시간을 준 건 강현수 나름대로의 유화책이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

이 다섯이 힘을 합쳐 정치적 압박을 가하면, 굴복하지 않을 나라가 몇이나 되겠는가?

한데.

‘중앙아메리카에서도 느끼기는 했지만.’

독재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는 정말 답이 없었다.

‘정치적 압박을 넣고 기다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그 결과 우간다에서 이런 대참사가 벌어졌다.

‘아프리카 독재국가들을 강제로라도 정리해야겠어.’

그뿐 아니라.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의 독재국가들도 마찬가지고.’

더 이상 독재자들의 횡포와 내전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추가 피해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괜히 기다려 줬다가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곤란하니까.’

반강제적으로라도 전 지구를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사실 강현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 지구적인 독재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현수는 그 사실을 본인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었고.

권력을 유지하거나 금전의 이득을 위해서 폭정을 저지르거나 누군가를 억압할 필요가 없었다.

강현수가 현재의 위치에 오른 건.

어디까지나 강현수 스스로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적인 무력 덕분이었으니까 말이다.

또한.

‘괜히 세계를 좌지우지할 생각도 없고.’

강현수의 귀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가족들과 재회였고, 지구에서의 평화로운 삶이었다.

지구가 마왕군의 침공을 받아 일이 꼬이기는 했지만.

침공이 끝나고 완전한 방어에 성공하면?

굳이 지구의 군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 인류 위에 군림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럼 정리를 시작해 볼까.’

강현수는 우간다 사태의 뒤처리를 휘하 국가 수장들에게 맡긴 후.

마지막 지구의 교통정리를 위한, 독재자 면담에 들어갔다.

* * *

‘21세기에 독재자들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이야.’

강현수는 면담할 독재자들의 명단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재자는.

러시아, 중국의 수반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독재자들이 존재했다.

아시아는 미얀마, 태국,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이 대표적이었고.

유럽은 벨라루스, 헝가리가 있었으며.

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긴급 개입 조치 동의국의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긴급 개입 조치 비동의국들의 경우.

‘언제 우간다에서 벌어졌던 참상이 재현될지 몰라.’

그런 만큼 최대한 빨리 교통정리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강현수는 아시아부터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개선의 여지가 있거나 쉽게 굴복한 경우는.

적당한 제재를 가하는 수준에서 넘어갔고.

개선의 여지가 없고 부패의 정도가 심하며 끝까지 반항하는 경우는.

베네수엘라의 경우처럼 지도자 자체를 갈아 버렸다.

그 결과.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가입국이자 긴급 개입 조치 가입국이 되었다.

우간다 사태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조짐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독재국가 국민들의 삶이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

강현수가 한 일은 독재자들이 선을 넘지 않게 제재를 가한 것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국가 자체가 바뀌려면?

‘국민들이 바뀌어야 해.’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변화해야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를 쟁취해야.

‘바뀔 수 있지.’

국민들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그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독재가 이어질 뿐이다.

이건 강현수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였다.

태국이나 미얀마 같은 군부 독재국가에 강현수가 제재를 가했다고 해서 자유가 찾아올까?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

오랜 시간의 군부독재를 끝내고 자유가 찾아올 수도 있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증오를 멈추지 않고.

대화가 아닌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

이건 지구의 군주라고 할 수 있는 강현수로서도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였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지.’

강현수가 할 수 있는 건.

독재를 끝낼 수 있는 판을 깔아 주고.

무력으로 정권을 유지하거나 탈취하려는 걸 막아 주는 게 전부였다.

* * *

교통정리를 끝낸 강현수는 마력 탐지기를 세계 곳곳에 투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자국 영토 전역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진국들의 경우는 주요 도시만 감시하는 수준이었고.

후진국들은 수도에만 겨우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돈이 문제지.’

마력 탐지기는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유지 비용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따질 때가 아니야.’

강현수는 지구 전역에 마력 탐지기를 깔아 놓기를 원했다.

일단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이 우선이었고.

그 후에는.

‘인적이 없는 곳에도 설치를 해야지.’

차원 게이트는 언제 어디서 열릴지 알 수 없다.

초기 진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지구 전역을 감시해야 해.’

강현수의 지시에 따라 마력 탐지기 제작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증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실 생산부터 투입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겠지.’

그렇지만 무조건 해내야 하는 작업이었다.

‘일단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부터.’

비용은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력 탐지기가 아무리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도.

‘국가 재정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일 리가 없잖아.’

중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돈이 없어서 마력 탐지기를 설치하지 못한 게 아니다.

나라에 곳간을 축내는 도둑놈들이 많아 설치하지 못한 것이다.

강현수가 지시를 내렸으니, 독재자들은.

가장 큰 도둑인 자신의 곳간을 털든.

휘하에 있는 작은 도둑들의 곳간을 털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력 탐지기를 자국 전역에 설치해야 했다.

‘그 정도 지시도 해내지 못하면.’

그대로 갈아치워 버리면 그만이었다.

* * *

강현수의 지시에 세계 각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유럽 각국 등등은.

우선 예비용으로 가지고 있던 재고 물량을 대거 풀었다.

그러나 재고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기술력과 생산력이 뛰어난 국가들이 서로 합심해 마력 탐지기를 찍어 내는 수준으로 생산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마력 탐지기는, 독재자들의 지배를 받던 국가로 이동했다.

‘감지 범위가 월등히 넓어졌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남미,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 마력 탐지기가 대거 깔렸다.

아직은 대도시만 겨우 커버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이것도 감지덕지야.’

시간이 흐르면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것이고, 그럼 소도시까지 커버가 가능하리라.

그 정도가 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

최종적으로는 인적이 드물거나 없는 곳까지 탐지하는, 전 지구적인 마력 감지망을 만드는 게 목표지만.

‘어차피 마족은 인간을 노린다.’

그런 만큼 소도시까지만 설치가 끝나도.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빠른 초기 대응이 가능해지지.’

그럼?

‘우간다 사태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벌어지지 않을 거야.’

수천만에 달하는 인명이 희생될 일도 없고.

희생된 이들의 죽음과 공포를 먹어 치우며 마족이 승급할 일도 없으리라.

석 달 후.

전 세계 모든 대도시와 소도시에 마력 탐지기가 깔렸고.

그렇게 설치된 마력 탐지기는 그 효용을 톡톡히 발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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