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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 (2)

그 가정을 반쯤 확신하게 된 이유는?

마왕 그레모리 덕분이었다.

소환수는 강력한 개체를 대상으로 일인사령부 구성 스킬을 사용할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럼 엄청나게 강력한 소환수인 마왕 그레모리를 여러 번 부활시켰으니, 당연히 직업 랭크가 급격하게 상승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 말은.

‘이미 소환수가 된 개체를 부활시키는 건 직업 랭크 성장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봐야지.’

어쩌면, 아예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아마 마왕 그레모리를 수십 번 부활시키는 것보다 마계 남작급 하나를 새롭게 소환수로 만드는 게 직업 랭크를 상승시키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쉽게 말해 현재 강현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계 귀족이지.’

강력한 마계 귀족을 소환수로 만들수록 직업인 일인사령부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뭐, 큰 문제는 없겠지.’

지금까지 순조로웠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플레이어 협회가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지금.

차원 게이트 사태가 터지면, 가장 먼저 강현수에게 보고가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 말은 전 세계가 최소한의 피해를 보면서.

강현수와 플레이어들이 최선의 성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우간다가 마족과 몬스터 대군에게 점령당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정보가 들어왔다.

“뭐라고? 점령?”

-예.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점령을 당하는 거지?”

수많은 차원 게이트 사태가 있었지만.

하나의 나라가 마족과 몬스터 들에게 점령당한 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게, 우간다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혼란스럽다 보니. 소식 자체도 영연방의 일원인 케냐를 통해 알려진 상태입니다.

“일단 당장 가 봐야겠군.”

-예, 부탁드립니다.

강현수가 곧바로 소피아를 소환했고.

그 후 아프리카 우간다로 이동했다.

* * *

‘개판이네.’

우간다에 도착한 강현수는 기가 찼다.

도대체 몇 명인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

그 시체 더미 위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족과 몬스터까지.

분노가 끓어올랐다.

‘일단 정리부터.’

강현수가 마력, 마기, 신성, 독성의 스텟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콰콰콰콰콰!

그 모든 스텟을 먹어 치운 핏빛 오러가.

퍼퍼퍼퍼퍼펑!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지상의 마족과 몬스터 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여기서 주변 시선을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강현수가 와이번이 아닌 마룡들을 소환했다.

-콰우우우우우!

작은 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마룡들은 등장과 동시에.

콰콰콰콰콰콰!

하늘을 가로지르며 브레스를 뿜어내 마족과 몬스터 들을 쓸어버렸고.

그 뒤를 이어.

쿵! 쿵! 쿵!

그간 세간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동원하지 않았던 마족 출신 소환수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아아악!”

“마룡족이다!”

“화마족, 빙마족, 우마족, 혈마족?”

“이놈들은 뭐야?”

“다른 마왕의 군세인가?”

“혹시 먼저 넘어간 놈들이 배신한 거 아니야?”

인간들을 학살하고 여유를 즐기던 마족들은 갑자기 등장한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퍼붓는 맹공에 힘없이 쓸려 나갔다.

대공급부터 준남작급까지 마계 귀족 출신이 주를 이루고.

일반 마족조차 최상급과 상급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바로 강현수의 군세였다.

당연히 대다수가 중하급으로 이루어진 마족들의 군세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우두머리는 어디 있으려나?’

군세의 크기를 보면, 다수의 하급 마계 귀족이나 소수의 상급 마계 귀족이 포함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마족과 몬스터 들은 조무래기에 불과한 만큼.

‘저놈들의 수장을 찾아야지.’

마계 귀족을 우선적으로 찾아 제거해야 했다.

“가자.”

마룡족 로드의 머리 위에 올라탄 강현수가 지시를 내리자.

-캬오오오오오!

가장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마룡이 힘찬 포효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아프리카 우간다의 하늘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 *

‘뭐지?’

마계 백작 다티는 자신의 권속들이 소멸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건 다른 마계 백작 우쿠르와 스타루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시 그놈들이 쳐들어온 것이 아닐까?”

마계 백작 스타루드는 먼저 지구로 진입했던 하위 마계 귀족들을 떠올렸다.

“그럴 수도 있겠군.”

“지금 당장 싸우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마계 백작 우쿠르의 물음에.

“무리겠지.”

“고작 지구로 온 지 며칠 만에 우리가 승급할 정도야.”

“한참 전에 지구로 온 놈들이니, 지금으로서는 무리겠지.”

마계 백작 우쿠르, 다티, 스타루드가 이를 빠득빠득 갈았지만,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때 마계 백작 다티에게 권속의 보고가 들어왔다.

“적들은 마족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혈마족, 화마족, 도플갱어가 있다는군.”

“그럼 확실하군.”

먼저 넘어온 하위 마계 귀족 놈들이 뒤통수를 친 게 확실했다.

“먼저 지구로 넘어왔다고 겁을 상실했군. 마왕님과 척을 질 생각인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그들은 마계 귀족이었고 마왕 단탈리온의 권속이었다.

그럼 마왕 단탈리온이 내린 명령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일단 마왕님께 보고부터 올리자.”

그래야 저놈들이 확실한 배신자로 낙인찍히지 않겠는가?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야.

나중에 힘을 키워 그놈들을 잡아먹어도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는다.

“그게 좋겠군.”

마계 백작 우쿠르, 다티, 스타루드가 자신들의 마기를 소모해 마왕 단탈리온에게 약식으로 보고를 올렸고.

-배신자들은 죽여도 좋다.

그 결과,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일단 몸을 피해야겠군.”

“환영의 장막을 사용하면 놈들의 눈을 피할 수 있겠지?”

“물론. 그놈들이 강해져 봤자 한계는 뚜렷하지.”

마계 백작 다티가 환영의 장막을 펼쳤고.

살아남은 세 마족의 군세가 환영의 장막으로 몸을 숨겼다.

* * *

‘뭐지? 왜 이렇게 갑자기 숫자가 팍 줄었어?’

강현수는 소환수들은 물론 휘하 지휘관들까지 풀어서 대대적인 포위망을 갖췄다.

쉽게 말해 지구를 침공해 온 마족과 몬스터 대군이 아무런 충돌 없이 우간다를 빠져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시간도 없었을 거고.’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가 있는 게 아닌 한, 물리적으로 이렇게 빨리 우간다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설사 기적이 벌어졌다고 해도.

‘그럼 곧바로 보고가 들어와야 하는데.’

강현수의 지시에 따라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이 마력 탐지기를 이동시켜 대거 가동시키고 있는 상황.

거기다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면 새로운 충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

‘혹시?’

강현수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은신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거라면 가능하지.’

추측이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콰콰콰콰콰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거였다.

꽈아아아아아앙!

마력, 마기, 신성, 독성이 뒤섞인 핏빛 오러가 텅 빈 대지를 강타했다.

만약 이래도 반응이 없으면, 고유 스킬 진실의 눈을 가진 권소희를 호출할 생각이었는데.

“크아아악!”

“커어어억!”

반응이 있었다.

‘역시 몸을 숨기고 있었구만.’

그런데 여전히 적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은신 스킬의 수준이 꽤 높은가 보네.’

그래도 달의 그림자처럼 공간 자체를 분리하는 스킬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그랬다면 강현수의 공격 스킬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냥 부르는 게 좋겠네.’

강현수는 권소희를 소환했다.

은신 스킬의 수준이 높은 상대에게 진실의 눈만큼 좋은 파훼 스킬은 없었다.

“불러 주셨네요!”

권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에 뭐가 보이지?”

“마족이랑 몬스터 들이 있는데요.”

“그래?”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콰콰콰콰콰콰!

다시금 핏빛 오러를 난사했다.

“당분간 네가 내 눈이 되어 줘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권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저쪽으로 도망치고 있어요!”

강현수에게 마족과 몬스터 들의 위치를 알려 줬고.

그러면.

콰아앙! 꽈아앙! 꽈아앙!

강현수가 공격을 가했다.

한편.

환영의 장막으로 몸을 피한 마계 백작 우쿠르, 다티, 스타루드는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저놈 도대체 뭐야? 인간 맞아? 어떻게 저렇게 강한 거야?”

“저 마룡족은 또 뭐야? 딱 봐도 공작급은 되어 보이잖아.”

“우리 예상이 틀렸어. 그놈들이 배신을 한 게 아니었어. 다 저놈한테 죽은 거라고.”

“그럼 지구가 다른 마왕에게 이미 점령당한 상태였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저놈은 인간이잖아? 저놈이 타고 있는 마룡족도 혼이 느껴지지 않아. 가짜라고.”

“그게 뭐가 중요해! 지금 우리가 죽을 위기라는 게 중요하지.”

마계 백작 우쿠르, 다티, 스타루드는 패닉에 빠져 버렸다.

이 셋은 현재 승급을 통해 후작급 마계 귀족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그러나 저 괴물 같은 인간을 이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찢어지자.”

“흩어지자고?”

“환영의 장막으로 몸을 피해 봐야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뿐이야.”

대다수의 은신 스킬이 그렇듯 환영의 장막 역시 내부면 몰라도 외부로 공격을 가하면.

은신 능력이 더 이상 발동하지 않는다는 단점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휘하 마족들과 몬스터들을 돌진시키고 흩어져서 도망치자.”

환영의 장막을 시전한 다티의 의견에.

우쿠르와 스타루드가 이를 빡빡 갈았다.

“우리를 미끼로 써먹을 생각이냐?”

“너만 환영의 장막을 사용해 도망치려고 하는 거잖아.”

우쿠르와 스타루드가 항의했지만.

“그래서?”

다티는 당당했다.

“내가 지금 아무런 경고도 없이 환영의 장막의 시전을 취소하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당연히 지금보다 더 위험해진다.

“두고 보자.”

“이 빚은 꼭 갚아 주지.”

우쿠르와 스타루드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환영의 장막 덕에 그나마 시한부로 목숨을 보존하고 있는 처지였기에.

결국 다티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다티가 외침과 함께 환영의 장막을 해제했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마족과 몬스터 대군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다티와 그를 따르는 마족들 중 일부는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최대한 발악해서 시간을 끌어라.’

다티는 마족과 몬스터 들뿐만 아니라.

같은 마계 귀족인 우쿠르와 스타루드도 미끼로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기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자들이 있어요!”

마룡의 머리 위에 있던 한 인간의 외침과 함께.

콰콰콰콰콰콰!

핏빛 오러의 파도가 다티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런 망할.’

다티가 마계 후작으로 승급하며 얻은 마기를 총동원해 방어에 나섰지만.

꽈아아아아앙!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동료들을 미끼로 살아남으려다가 반대로 가장 먼저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크게 억울해할 필요는 없었다.

다티의 동료인 우쿠르와 스타루드를 포함해 수하인 마족과 몬스터 들 역시.

잠시 후, 다티의 뒤를 따라갈 예정이었으니까 말이다.

‘저런 멍청한 놈.’

‘시간도 얼마 끌지 못하고 죽다니.’

우쿠르와 스타루드는 허무하게 죽어 버린 다티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전력을 다해 도주했다.

자신들과 동급인 다티가 저 인간의 일격을 막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자신들 역시 저 인간의 일격에 목이 날아갈 게 확실했다.

그렇기에 우쿠르와 스타루드는 힘을 합쳐 싸우는 대신.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정반대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그러나.

그런 우쿠르와 스타루드의 행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둘로 갈라져 날아오는 핏빛 오러의 폭포가.

꽈아아아앙!

동시에 우쿠르와 스타루드를 덮쳤고.

다티의 뒤를 이어 둘 역시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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