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315화 (315/365)

산유국들의 고민 (2)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식으로 대처하는 건.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지.’

인간은 하나를 주면 거기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둘을 바라고.

둘을 주면, 셋을 바란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인간이지.’

사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강현수가 순회공연을 하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체라는 게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기는 하지만.

강현수라면 한 사람이 아니라 수백만도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이런 일에 괜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 식으로 억눌러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강현수에게는 이번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장의 카드가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있지.’

특히 러시아의 경우, 세계 2위의 원유 생산국이자 석유 매장량 자체도 세계 6위다.

또 강현수는 얼마 전, 전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의 국가 베네수엘라를 손에 넣은 상태.

‘시설 정비하고 석유 좀 팍팍 뽑아내면 되겠네.’

그게 끝이 아니다.

‘사실 그동안 시장에 충격을 줄 것 같아서 안 풀었는데.’

그간 발생한 차원 게이트 사태로 튀어나온 몬스터의 대부분을 사냥한 게 바로 강현수와 그 소환수들이다.

그러나 강현수는 전 세계 경제를 고려해, 아이템은 풀었지만 마석은 풀지 않았다.

또 평화의 시기 오토 사냥을 돌며 얻은 마석 역시 판매하지 않고 아공간에 보관 중이었다.

차원 게이트 사태가 발생하며 강현수가 관여하지 않은 10% 정도의 마석 물량으로 국제 유가가 바닥을 쳤는데.

여기서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 사태로 인해 손에 넣은 90% 정도의 마석 물량과 그간의 오토 사냥으로 축적해 놓은 마석 물량까지 풀면?

석유 시장이 완전히 붕괴될 위험이 있었고.

너무 이른 시간에 석유 시장이 무너지는 건, 전 세계 미래를 볼 때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유국과 석유 업체가 먼저 싸움을 걸어왔다면.

‘이 기회에 전 세계 석유 산업을 손에 넣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현재 석유의 가치는 바닥을 친 상황.

원래대로면 신경을 끄고 적당히 숨통을 붙여 놨겠지만.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완전히 바닥으로 만든 후 싹 쓸어버려야겠어.’

강현수가 북미, 유럽, 러시아, 중국에 지시를 내렸다.

그 후 북미와 유럽의 국가들은 감산에 들어간 석유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에 들어갔고.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대대적인 증산과 함께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 * *

“효과가 있사옵니다.”

측근의 말에.

“그들도 바보가 아니지.”

무함머드 왕세자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전 세계 원유 매장량 2위와 원유 생산량 2위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석유에 목을 매는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아니었다.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은 게 아쉽기는 한데.’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는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가지고 있는 국가로, 서로 원유 생산량 2위와 3위를 번갈아 가며 맡을 정도다.

그러나.

‘러시아 하나로 전 세계를 감당할 수는 없지.’

원유 상승으로 러시아가 돈방석에 앉을 게 확실하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대의를 위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

러시아 사태, 인도 사태, 아시아 차원 게이트 사태, 유럽 차원 게이트 사태, 아메리카 차원 게이트 사태.

그로 인해 막대한 마석이 수급되었지만.

‘아직까지 마석은 대세가 아니야.’

대부분의 발전소, 공장, 냉난방, 선박, 자동차, 비행기 등등이 석유와 가스를 통해 굴러간다.

마석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에너지원으로의 전환 방법도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그 간단한 방법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

마석은 원상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를 해야 한다.

그건 원유도 마찬가지지만.

이미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인프라는 전 세계에 쫙 깔려 있는 반면.

마석은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물품은 어찌어찌 대체한다고 해도.

가스를 사용하는 난방,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선박, 자동차, 비행기는?

마석을 정제해도 당장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문제는 미국인데.’

미국은 원유 매장량이 전 세계 11위에 불과하지만.

원유 생산량은 전 세계 1위다.

망할 위기에 놓인 미국 석유 업체들을 꼬셔서 생산량을 줄인 것까지는 좋았지만.

미국 정부가 나서서 강한 압박과 함께 당근을 흔들면?

굴복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은 끌어 주겠지.’

미래가 없다는 건 미국 석유 업체들에게도 큰 타격이다.

‘영구적인 게 아니라 50년 정도만 마석의 에너지 시장 진출을 막는다고만 해도 주가는 오른다.’

미국 석유 업체들의 주가는 현재 바닥이다.

미래 성장 동력도 없어서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를 가능성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주가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었고.

여기에 쐐기를 박기만 하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지.’

그런 만큼 웬만한 강도의 압박과 엄청나게 큰 당근이 아니라면, 쉽게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론전도 준비되어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과 석유 업체들은 이번 일에 자신들의 사활을 건 상태였다.

그때.

덜컹!

무함머드 왕세자의 집무실 문이 갑작스럽게 열리며.

“유, 유가가 다시 폭락하고 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유가가 폭락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산유국들과 석유 업체들이 단합을 해서 석유 감축을 선언했다.

그런데 어떻게 유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러시아와 중국이 석유 추가 생산을 발표했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 아닌가?”

러시아와 중국의 석유 증산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치였다.

“그런데 그렇게 생산한 석유를 전량 항공유, 선박유, 차량유로 정제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 텐데?”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화석 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 발전은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발전 방법이다.

특히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모두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었다.

화력 발전 사용 1위가 중국, 2위가 미국, 3위가 인도, 4위가 일본, 5위가 러시아, 6위가 대한민국이었다.

사실상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긴급 개입 조치 초기 가입국들이 1위부터 6위를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

러시아와 중국의 발표대로라면.

“오히려 유가가 올라야 정상이지 않나?”

석유를 전량 항공유, 선박유, 차량유로 만들면, 화력발전소는 뭐로 돌린다는 말인가?

석탄과 가스로는 절대 기존의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저, 그게……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서 마석 비축분을 화력 발전용으로 대거 풀었다고 합니다.”

“뭐?”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정제가 필요하다.

그 과정을 가장 간단하게 단축할 수 있는 게 바로 화력 발전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최근 마석이 많이 풀렸다고 해도 무리일 텐데?”

기껏해야 한 달을 버티는 게 고작일 것이고.

가성비가 전혀 맞지 않았다.

마석의 가격을 고려하면 전기세가 족히 지금의 열 배 이상 뛰어야 했다.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발표대로라면 1년 이상 전 세계 화력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마, 말도 안 돼!”

무함머드 왕세자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약, 제조, 원자재 재료로 쓸 마석도 부족하다고 난리를 쳤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어마무시한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공식 발표로는 연달아 벌어진 침공 사태 때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럴 수가.”

무함머드 왕세자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자신의 계획이 초장부터 틀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의문은 있었다.

“가격은 어떻게 맞춘다고 하던가?”

마석은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에너지원으로 판매되는 마석의 가격은 두 달 전 유가에 고정시킨다는 발표를 해서.”

“이런 미친놈들!”

무함머드 왕세자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두 달 전이면, 유가가 최저가를 찍었을 때였다.

“돈을 내다 버리겠다는 거야, 뭐야!”

마석을 원래 시세대로 팔면, 열 배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대규모 물량이 풀리면 마석 가격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아무리 못해도 다섯 배 장사는 가능하다.

그런데 그걸 내다 버리겠다니?

최저가를 찍은 원유 가격에 고정시키겠다니?

이건 정상인의 사고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국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전 세계 최고 부호도.

세계 최고 부자 국가인 미국도.

이런 미친 짓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당장 미국 여론을…….”

“저기, 미국이 아니라, 세계 플레이어 협회가 내놓은 물량입니다.”

“세계 플레이어 협회가 미국 것 아닌가?”

“전부 기부 물량이라고 합니다.”

“기부?”

“예, 연달아 벌어진 차원 게이트 사태 때 얻은 마석을 세계 플레이어 협회 소속 플레이어들이 기부한 거라고.”

“자네는 그 말을 믿나?”

저 정도 물량이면, 수백 명 단위가 아니라 수백만 단위로 기부를 했다는 뜻이다.

“전 세계 플레이어 숫자가 고작 8백만이야. 그들이 단체로 미쳐서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거짓이든 진실이든, 어쨌든 그게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공식 발표입니다.”

“거짓말이야. 절대 진실일 리가 없어. 당장 여론전을 시작해.”

“알겠습니다.”

무함머드 왕세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의 정부가 마석을 풀었다고 생각했다.

독재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모르겠지만, 미국과 유럽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

무함머드 왕세자는 여론전이 통할 거라고 믿었다.

아니, 믿어야 했다.

왜냐하면.

통하지 않을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보다 더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 * *

“유가 상황은?”

강현수가 마틴에게 물었다.

“전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그 전에도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더한 바닥이 있었다.

이러다가는 마이너스를 찍을 판이다.

현물 원유 시장이 아닌 선물 원유 시장에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원유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지금 팔면 손해다.

가격이 오른 후 팔면 되지만.

그러려면 원유를 보관해야 하고, 당연히 보관 비용이 든다.

그럼 적자가 발생하고, 그게 선물 시장의 마이너스 유가였다.

현물시장에서 마이너스 유가가 발생할 일은 없겠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전 세계 화력발전소를 1년간 돌릴 수 있는 마석의 파괴력은 그 정도로 엄청났다.

-1년 소비량을 이렇게 쉽게 채울 수 있었어?

-그럼 앞으로도 계속 마석으로 화력발전소 돌리면 되겠다.

-마석으로 화력발전소 돌리면 대기오염도 없대.

-완전 친환경 에너지네.

-앞으로 굳이 화석 연료 사용해서 화력발전소 돌릴 필요가 없겠네.

전 세계 국민들의 사고가 이렇게 이어지자.

당연히 화석 연료인 원유는 똥값이 될 수밖에 없다.

생산비, 보관비, 운송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팔면 팔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생긴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

그럼 유전의 가격과 석유 회사들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