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르 (7)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카우르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사이.
챙!
칠흑빛 갑주로 무장한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카우르를 포위했다.
‘시간이 지나면 포위망이 더 두꺼워진다.’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강행 돌파뿐이었다.
콰콰콰콰콰콰!
카우르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양의 마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와 동시에.
화르르륵!
검붉은 화염이 칠흑빛 갑주를 걸친 강현수의 소환수들에게 날아갔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포위망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일어나라.’
카우르의 부름에.
구구구구구!
키메라 언데드들이 하나로 뭉쳐 건물 5층 크기만 한 자이언트 좀비로 변했다.
꽈아아앙!
키메라 언데드를 바탕으로 만든 자이언트 좀비가 주먹을 휘두르자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순식간에 밀려 났다.
쿵쿵쿵쿵!
자이언트 좀비가 카우르를 어깨에 태운 채 달리기 시작했고.
-아아아아아!
수천 마리의 밴시와 언데드 몬스터 들이 날뛰며 강현수의 소환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빠져나왔다.’
포위망을 뚫었지만 카우르는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일격에 자신의 소환수 대다수를 날려 버린 강현수를 생각하면.
방심은커녕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역시 쫓아오네.’
언데드 몬스터들이 사력을 다해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그런 언데드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며 카우르의 뒤를 쫓고 있었다.
거기다.
휘이이이잉!
강현수가 와이번을 타고 하늘을 가르며 카우르의 뒤를 추격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우르에게도 대비책은 있었다.
‘시체 폭발.’
강현수의 소환수와 박살 난 언데드 몬스터들의 거리가 더 벌어지기 전에 카우르가 시체 폭발 스킬을 사용했다.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를 재료로 사용해도 상위 플레이어를 제거할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스킬이 바로 시체 폭발이다.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가 아니라 그간 마기를 아낌없이 투자해 만든 최상위 언데드 몬스터를 재료로 사용한 시체 폭발 스킬의 위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엄청난 폭발력과 열기가 지상은 물론 하늘까지 뒤덮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 정도에 죽을 리가 없어.’
강현수는 지상이 아닌 하늘에 있었다.
폭발의 위력이 하늘까지 닿았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지상에 비하면 그 위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고.
강현수 정도의 강자가 고작 이 정도 폭발에 죽을 리는 없다는 게 카우르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런 카우르의 판단은 정확했다.
강현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폭발의 여파를 뚫고 카우르를 추격해 왔다.
‘그래도 귀찮은 존재들은 제거했어.’
백으로 이루어진 불사의 존재인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방금 전 폭발에 휘말려 대다수가 소멸해 버렸다.
카우르도 소환수 대다수를 잃기는 했지만.
‘이 녀석이 남아 있지.’
키메라 언데드를 재료로 만든 자이언트 좀비.
카우르는 남은 마기를 최대치로 자이언트 좀비에게 주입했다.
물론 그래 봐야 싸워서 이기는 건 힘들겠지만.
‘폭발력을 더 강화할 수 있어.’
그러나 그것도 하늘에 있는 강현수가 지상으로 내려와야 써먹을 수 있었다.
문제는.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강현수가 와이번의 등에 탄 상태에서 핏빛 오러만 날린다는 점이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밴시들을 보내 봤지만.
-꺄아아악!
순식간에 소멸당할 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괴물 같은 놈.’
카우르만 해도 규격 외의 존재다.
랭커가 포함된 토벌대 수천, 수만이 덤벼들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
하늘에서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강현수에게는.
카우르 역시 규격 외의 존재가 아닌, 흔하디흔한 평범한 플레이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콰직! 퍼억!
키메라 언데드로 만든 자이언트 좀비의 머리가 터지고 팔이 잘려 나갔다.
그나마 카우르가 온갖 방어 스킬을 사용하고 마기로 계속 보강해서 이 정도였지.
그게 아니었다면?
자이언트 좀비는 벌써 박살이 났으리라.
‘저 핏빛 오러는 뭐야?’
심혈을 기울여 발동시킨 방어 스킬이 핏빛 오러에 닿는 순간 눈처럼 녹아내렸다.
그건 자이언트 좀비를 움직이는 힘인 마기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방어 스킬을 발동하고 마기를 보강하면 분명 효과가 있다.
문제는.
원래 효력의 10%도 채 발휘하지 못하고 소멸한다는 거였다.
100의 마기를 쏟아부어도 고작 7~8 정도의 효과밖에 보지 못하니.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했던 카우르의 마기조차 서서히 줄어들더니.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제 다 왔어.’
무작정 도망친 것은 아니다.
카우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지역으로 도주했다.
‘인간들 틈에 섞여 있으면 지금처럼 계속 공격하지 못할 거야.’
거기다 인간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죽이면?
소모된 마기 역시 금방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어디 그뿐인가?
시체 폭발의 재료도 확보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저자는 인간들을 지킨다.’
카우르가 강현수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
백을 지닌 존재들을 부린다는 것.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는 점.
‘인간들이 죽어 나가면 나에게 집중할 수 없을 거야.’
그 틈을 노린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우르는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검은 장막을 마주해야 했다.
‘다 제거한 게 아니었나?’
시체 폭발로 백을 지닌 존재들을 다 제거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뭐가 이렇게 많은 거야. 그렇지만 또 뚫으면 그만이야.’
카우르가 마기를 집중시키며 자이언트 좀비를 돌진시켰다.
-쿠오오오오!
자이언트 좀비가 괴성을 지르며 강현수의 소환수들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전처럼 금방 뚫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꽈아앙!
선두에 선 소환수의 공격에.
자이언트 좀비의 오른팔이 산산조각 났다.
‘이럴 수가!’
카우르는 경악했지만.
뒤를 쫓아오고 있는 강현수의 존재 때문에 오래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화르르륵!
마기를 가득 실어 자신이 날릴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탁!
다른 소환수 하나가 카우르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다.
콰직! 서걱!
자이언트 좀비의 사지가 순식간에 날아갔고.
촤르르륵!
카우르의 전신을 칠흑빛 사슬이 휘감았다.
“이익!”
카우르가 전력을 다해 칠흑빛 사슬을 끊어 내려 했지만.
칠흑빛 사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플레이어였을 줄이야.”
카우르에게 다가온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권소희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광혈마녀 유카와 같은 케이스가 확실해.’
그런데 설마 벌써 이런 존재가 탄생할 줄은 몰랐다.
‘마왕이 이렇게 빨리 가이아 시스템에 개입할 줄이야.’
또 거기에 호응할 정도의 분노와 증오 그리고 재능을 가진 이가 있을 줄도 몰랐다.
‘인류를 위해 싸운다면 큰 힘이 될 텐데.’
그러나 광기에 물든 카우르의 눈빛은.
절대 정상적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또 모든 죄를 뉘우친다고 해도.
‘저지른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용서를 구하는 건 구하는 거고, 처벌은 또 다른 문제였다.
용서를 구했다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이 어찌 돌아가겠는가?
강현수는 카우르의 처분을 고민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죽인 후 소환수로 활용하는 것.
두 번째는 지구로 복귀한 후 초기화된 마리오네트 스킬의 영속지배를 사용해 살려 둔 채로 활용하는 것.
활용성과 효용은 두 번째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리오네트 스킬의 영속지배를 한다고 해도.
돌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너무 높았고.
‘대학살을 저지르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저지른 후인데.’
그런 이를 살려 두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렇지만.
사실 강현수가 굳이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광기에 휩싸인 카우르가 이미 자신의 처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파지지직!
카우르의 몸속에 존재하는 마기가 거칠게 요동쳤다.
“자폭?”
강현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불안정하게 회전하는 마기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폭발하던 방식과 동일했다.
‘살아 있는 사람한테도 쓸 수 있는 거였나?’
아마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기에 발동이 가능한 것인 듯했다.
‘여파가 엄청나겠군.’
아까 소환수들의 자폭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의 폭발이 발생하리라.
어쩌면 이 한 번의 폭발로 수백만의 인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건, 강현수가 폭발을 방치할 때의 경우였다.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핏빛 오러가 카우르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 순간.
꽈아아아아앙!
카우르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엄청난 폭발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폭발의 여파는.
강현수가 뿜어낸 핏빛 오러 밖으로 눈곱만큼도 새어 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카우르가 자신에게 시체 폭발 스킬을 시전하며 투자한 마기들이.
사아아악!
강현수의 몸으로 빨려 들어왔다.
‘짧은 시간에 많이도 모아 놨네.’
마기 스텟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다.
‘하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인명을 해쳤으니까.’
카우르는.
현재까지 강현수가 지구에서 만난 존재들 중 가장 강했다.
‘마왕의 간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마계 백작 수준을 넘어설 정도의 강함이라니.’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마왕군과의 싸움에서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인재였다.
그런데 오히려 인류의 적이 되어 버렸고.
그 결과 너무 허무하게 잃어버렸다.
아마 강현수의 존재가 없었다면?
‘마왕군이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하기도 전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었겠어.’
인류 전체의 입장에서는 너무 뼈아픈 손실이었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는 건 막아야 하는데.’
아틀란티스 때와 달리 강현수는 지구의 미래를 모른다.
그렇기에 앞으로 인류 공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지닌 존재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발생하지 않게 막으면 그만이야.’
물론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최우선으로 틀어막는다.’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로 오토 사냥을 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에 좀 더 촘촘한 거미줄 같은 이동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강현수가 일인사령부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직접 들어 보는 게 확실하겠지.’
사아아악!
카우르의 백이 모이며.
척!
카우르를 베이스 만든 소환수가 탄생했다.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봐.”
강현수의 지시에.
“알겠습니다, 주군. 저의 베이스가 된 존재는…….”
카우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어려서부터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고.
수많은 멸시와 온갖 종류의 폭력에 시달리는 삶을 살았다.
그건 플레이어로 각성한 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결정적이었던 사건은.
가족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지킬 게 사라졌군.’
가족들의 죽음으로 카우르의 리미트가 끊어졌다.
‘마왕이 가이아 시스템에 간섭하지 않았다고 해도.’
카우르는 대학살극을 벌였을 게 확실했다.
‘지금처럼 큰 파장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겠지만.’
플레이어인 만큼 최소 몇백 명은 죽었으리라.
어쩌면 천 단위가 넘는 학살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구조가 문제야.’
인도에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카우르만 있겠는가?
아마 수도 없이 많으리라.
그 말은?
‘제2, 제3의 카우르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
또한 꼭 인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리라.
차별과 부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