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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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르 (6)

카우르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간 급격하게 늘어난 엄청난 양의 마기 스텟을 제대로 제어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 그간 확보한 플레이어들의 육체와 백을 가지고 키메라 언데드, 데스 나이트, 리치를 제조할 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강현수와 소환수들의 등장이 없었다면?

마기를 제어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도.

제대로 각을 잡고 키메라 언데드, 데스 나이트, 리치를 제조하지도 않았으리라.

지금까지 카우르가 상대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너무나도 나약했다.

그렇기에 효율이 떨어지든 말든 강력한 마기를 바탕으로 스킬을 사용하기만 하면 다 쓸려 나갔고.

미완성인 키메라 언데드는 굳이 꺼낼 필요도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마기를 부여해 임시로 대충 만든 데스 나이트와 리치만으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현수와 소환수들을 목격한 이후.

카우르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전 세계에 구원과 징벌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강현수와 소환수들을 쓸어버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 * *

‘잠잠하네.’

카우르가 힘을 키우기 위해 잠적한 사이.

강현수도 만반의 대비를 했다.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쉼 없이 돌리며.

인도의 대도시를 넘어서 소도시까지 순회공연을 시켰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소도시까지 작업이 마무리되면?

시골 단위까지 공간 이동 스킬 발동이 가능하도록 위치 지정을 시킬 생각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권소희를 데리고 타밀나두주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 수색에 들어갔다.

‘굳이 먼저 사고를 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건 사고가 발생할 여지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지만.

우연히 권소희가 인도 대학살의 범인을 찾아내기만 하면?

‘추가 인명 피해 없이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어.’

강현수의 수색 지시에 권소희는 하루종일 두통과 멀미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그 결과.

권소희는 다량의 정보를 한 번에 받아들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전에는 많아 봐야 한 번에 열 명 남짓의 정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번에 수백 명의 정보를 연속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능력이 상승했다.

하지만 강현수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늦게 도움을 요청한 인도 정부에 있어.’

러시아에 이어 인도에서도 문제가 생긴 만큼.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타국에서는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 했다.

‘세계 플레이어 협회가 주도하는 연합군 긴급 개입 조치에 동의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각국의 정부가 문제가 생기는 즉시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임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어.’

그래야 괜히 국격이 어쩌고 체면이 어쩌고 지지율이 어쩌고 하면서 국제기구인 세계 플레이어 협회의 도움을 받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꺼리는 풍토가 사라진다.

‘러시아랑 인도 사태를 보고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는데.’

남미, 중동, 아시아권 국가들은 어느 정도 수긍하는 듯했지만.

유럽 국가들과 독재자들의 지배를 받는 국가들의 경우는?

아직도 국제기구의 개입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여론, 체면, 이권 때문이었고.

독재 국가들의 경우는.

정부의 권위가 손상되면 자국 소요 사태나 반정부 조직이 힘을 얻을 확률이 높았고.

몬스터를 토벌하겠다고 온 국제기구가 은근히 개입해 자국 소요 사태나 반정부 조직에 힘을 실어 주기라도 하면.

그대로 정권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은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서지.’

위정자들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국민들을 위한 일이라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서 움직인다.

‘여론 조성을 잘해 봐야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이 총대를 메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로 인도 정부도 결국 백기를 들고 합류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합산했을 때 사실상 세계 TOP 10 안에 들어가는 국가들이 여섯 개나 속해 있는 만큼.

‘시간과 노력을 조금만 더 들이면 충분히 가능해.’

뭐, 독재자의 경우는?

급한 상황이 생기면 면담을 통해 정신교육을 하거나 갈아치우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었다.

‘이독제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원래 독은 더 강한 독으로 제압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강현수는 인도에 머무르며 이런저런 준비를 해 나갔다.

당연히 그러는 와중에도.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강현수의 레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갔고.

대략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인도 대학살의 주범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 * *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해.’

마기를 섬세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하고.

정예화된 키메라 언데드, 데스 나이트, 리치 제조에 성공한 카우르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어.’

강현수가 부리는 소환수들과 정면으로 충돌할 생각은 없었다.

기본적인 계획 자체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치고 빠진다.’

고작 세 개의 주에 구원과 징벌을 내렸을 뿐인데.

카우르는 전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다.

그런 만큼.

굳이 모험을 할 필요 없이 지금까지처럼 치고 빠지며 구원과 징벌을 내리면서 힘을 키운다면?

‘손쉽게 이길 수 있어.’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었다.

두 달의 시간 동안 카우르의 두 눈에 자리한 광기는 더욱더 커졌고.

카우르의 머릿속은 온통 전 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구원과 징벌을 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가득 찼다.

‘가라.’

가장 먼저 밴시 무리를 투입시켰다.

그런데.

애애애애앵!

밴시 무리가 등장하기 무섭게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며 주민들이 도주했다.

‘뭐지?’

지금까지 밴시들을 투입해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밴시는 물리적인 육체를 가진 것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당연히 현대 장비를 통해 탐지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카우르의 오산이었다.

이미 차원 게이트 탐지기까지 마련해 광범위하게 운용하고 있는 게 바로 현대 인류였다.

마력을 지닌 생명체나 비생명체를 탐지할 장비는 진즉 개발이 되었다는 뜻이다.

다만 장비 자체의 가격이 워낙 고가였고.

운용하는 데도 대량의 마석을 소모했으며.

평소에는 사용하더라도 효용이 거의 없다 보니.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폭망인 제품군에 속해 판매량이 저조했다.

당연히 인도 정부에서도 수도 주요 시설에서만 운용할 뿐.

지방에서까지 대량으로 구매해 운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일이 제대로 터진 상황.

인도 정부는 웃돈을 주면서까지 마력 탐지 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해 인도의 대도시들에 보급해 운용을 시작했다.

그 결과 카우르가 마기를 끌어 올려 밴시들을 소환한 순간, 자동으로 사이렌이 울리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마기 역시 결국은 마력의 발전형.

소량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대량으로 운용한다면?

당연히 마력 탐지 장비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카우르가 운이 좋지 않은 것도 있었다.

급하게 들여와 운영하다 보니 인도 전역에 깔 수는 없었고.

대도시들 중 일부만 설치가 끝났는데.

카우르가 하필 마력 탐지 장비를 운용 중인 도시를 습격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지?’

카우르는 잠시 고민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냥 도망치는 거다.

그렇지만.

‘인도에 있는 모든 도시의 경계가 강화되었을 수도 있어.’

다른 도시를 습격했는데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발각되자마자 도망치기만 하면?

‘절대 전 세계 인류에게 구원과 징벌을 내릴 수 없어.’

거기다.

‘그자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치고 빠지면 충분해.’

카우르는 타밀나두주에서의 상황을 떠올렸다.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데리고 나타났을 때는.

이미 타밀나두주 대부분의 지역에 구원과 징벌을 내린 후였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그만이야.’

주 정부의 군대와 플레이어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모조리 죽여라.’

카우르가 밴시에 이어 그간 만들어 놨던 키메라 언데드, 데스 나이트, 리치 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기습이 실패한 상황.

거기다 추격자가 생긴 만큼 전처럼 여유를 부릴 수도 없다.

그럼?

전력을 다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구원과 징벌을 내려야 했다.

-쿠오오오오!

기괴한 형상의 키메라 언데드를 시작으로.

데스 나이트가 칠흑빛 다크 오러를 뿜어냈고.

리치들이 온갖 공격 스킬과 저주 들을 사용했다.

꽈아아아앙!

“아아악!”

“도망쳐!”

평화롭던 도시는 순식간에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었다.

“쏴라!”

두두두두두!

“전원 공격!”

“와아아아아!”

군인들이 사격을 시작하고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었지만.

꽈아앙!

“커어억!”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군인들의 총알은 카우르가 부리는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건 플레이어들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인도 전역에서 정예 중의 정예만 골라 뽑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카우르가 부리는 최상위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티끌만 한 타격도 주기 힘들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나?’

조심스럽게 힘을 키운다고 하급 언데드들을 이용했는데.

인간들의 전력이 이렇게 나약한 줄 알았다면.

그냥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쓸어버리는 전략을 쓰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콰!

어두운 밤하늘이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고.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핏빛 오러의 비가 폭포수처럼 지상을 강타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카우르는 경악했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 핏빛 오러에 적중당한 키메라 언데드, 데스 나이트, 리치 들이 모조리 파괴되었다.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리가 없는데.’

지난 두 달 동안 카우르가 막대한 마기를 투자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최상위 언데드 몬스터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소멸할 줄이야.

‘백이 없는 존재들이 문제가 아니었어.’

설마 그들을 부리는 존재가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빠져나가자.’

핏빛 오러에 적중당한 키메라 언데드, 데스 나이트, 리치 들은 파괴되었지만.

적중당하지 않은 개체들도 적지 않았다.

‘그 녀석들이 버티는 동안 빠져나가야 해.’

카우르가 일반인들과 뒤섞여 현장을 벗어나려는 순간.

슈슈슈슉!

칠흑빛 갑주를 입은 이들이 순식간에 사건 현장을 완벽하게 포위했다.

‘이런.’

카우르는 이를 악물었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만이야.’

마기?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냥 운 나쁘게 휘말린 일반인이나 플레이어인 척하면.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런 카우르의 기대는.

“저 사람! 저 사람이 이 사태의 범인이에요!”

정확히 자신을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하는 권소희의 외침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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