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55화 (255/365)

필드 사냥터 (2)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에서 피어오른 핏빛 오러가 광폭한 기세를 뽐내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그 뒤를 이어 소환수들 역시 무시무시한 속도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저레벨 몬스터, 중레벨 몬스터, 고레벨 몬스터가 섞여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0레벨 플레이어로 돌아가면 그만이야.’

0레벨인 상태에서는?

저레벨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이 오른다.

워낙 순식간에 레벨이 올라 시간이 흐르면서 효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다시 스킬 강화 스킬을 시전하면 그만이야.’

EX랭크로 성장한 스킬 강화는 애초에 쿨타임이 상당히 짧아진 상태였고.

쿨타임을 초기화시키는 등가교환 스킬까지 사용하면?

‘낭비되는 경험치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

강현수는 레벨 업과 동시에 소환수를 부활시켜 스텟을 낮췄고.

스텟이 바닥을 드러내면 스킬 강화를 시전해 0레벨 플레이어로 돌아갔다.

그동안은 스킬 쿨타임이 남아돌아도 몬스터가 적어서 이렇게 광렙을 할 수가 없었다.

또 어차피 고레벨 몬스터만 잡았기에 경험치의 총량이 동일해 자주 스킬 강화를 시전해도 별다른 이득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고레벨 몬스터보다 중저 레벨 몬스터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상황.

경험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킬 강화를 최대한 빠르게 시전해 주는 게 유리했다.

‘소피아도 잘하고 있는 것 같고.’

애초에 소피아의 직업은 원거리 딜러.

소환수들의 보호를 받으며 중레벨 몬스터를 대상으로 공격 스킬을 펑펑 날리며 광렙을 하고 있었다.

‘뭐,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

레벨이 낮아 마력 보유량이 형편없었기에.

저렇게 날뛰다가는 1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리라.

그러나 강현수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돌아갈 때까지 마력이 회복되기만 하면 되니까.’

그 전에는 마력을 펑펑 써 가며 사냥을 하면 그만이었다.

소피아의 레벨이 올라가는 건?

강현수에게도 도움이 된다.

소피아의 레벨이 올라가고 마력 스텟이 올라갈수록.

공간 이동 스킬을 좀 더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쉼없이 레벨이 올랐다.

그럼에도 몬스터는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좋네.’

몬스터 필드의 효율이 좋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런 게 잔뜩 널려 있다는 말이지?’

남아공에만 몬스터 필드가 여덟 개 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따지자면?

그 숫자가 무려 수백 개에 달한다.

거기다.

‘아프리카가 끝이 아니지.’

중동과 남미에도 몬스터 필드가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이자.’

몬스터 필드를 정리하는 건.

강현수의 레벨 업에도 도움이 되지만.

인류의 안정과 평화에도 도움이 되고.

지구의 마력 농도를 낮춰 마왕군의 침공을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강현수 입장에서는?

절대 손해 볼 일이 없었다.

* * *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항상 시시각각 늘어나는 몬스터 필드로 인해 크게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딱히 해결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자국 플레이어들로는 해결할 수 없고.

타국의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 감면을 비롯해 온갖 혜택을 줘도.

몬스터 필드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몬스터 필드가 생겨나지 않도록 차원 게이트를 잘 틀어막아 던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미 초기 대응이 실패한 이상 몬스터 필드를 소멸시키지 않고는.

몬스터를 쏟아 내는 차원 게이트를 던전으로 만들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1만이 넘는 플레이어가 몬스터 필드에서 사냥을 시작했다니? 협회장,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게 저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타국 플레이어 중 사냥을 신고한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하지만, 1만 명이나 되지는 않습니다.”

“외교부 장관은 알고 있는 게 있소?”

“없습니다. 애초에 저렇게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가 자국에 입국한 기록 자체가 없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남아공 정부 인사들은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당장 조사단을 파견해 진실을 규명하시오!”

남아공 대통령의 엄명에 참모와 장관 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건 결코 남아공 정부에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엄청난 속도로 몬스터를 쓸어버리고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고레벨 플레이어, 아니 랭커에 준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저 정도라면 며칠 안에 몬스터 필드가 소멸할지도 모릅니다.”

긍정적인 정보가 연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은?

“도대체 저들의 정체가 뭐기에…….”

고레벨 플레이어나 랭커에 준하는 실력자가 무려 1만 명이다.

이런 엄청난 전력이 자국 땅에 들어왔는데.

남아공 정부는.

그들의 국적이 뭔지.

어느 길드 소속인지.

어떻게 국경을 넘었는지.

남아공에 온 목적이 뭔지.

단 하나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은 조사단이 접근해 정보를 알아내는 건데.

전투 상황이 워낙 치열하고 급박하게 진행되어서.

조사단이 제대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사 접근을 하더라도.

몬스터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애매했다.

결국 남아공의 조사단은 차분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전투 중에는 조사가 불가능하고.

어차피 자국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니 방치하지만.

전투가 끝난 후 조사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모두 사라졌습니다!”

“뭐? 그게 가능한가?”

“은신 스킬이나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가 뭔가, 같습니다가! 마력 탐지 장치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전투가 끝나자 1만여 명에 달하던 플레이어들은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졌고.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남아공 조사단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 * *

남아공 몬스터 필드에서 벌어진 일은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자국도 아니고 타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전투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없었다면?

헛소문으로 치부했을 정도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1만여 명의 고레벨 플레이어와 랭커를 동원해 몬스터 필드를 제거한다.

이건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최소 플레이어 강국 열 개 이상이 모여야 가능한 일.

플레이어의 각성 비율은 0.1%가 채 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인구가 1억이라고 가정할 때.

플레이어의 숫자는 평균 10만 명이 채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중 99% 정도가 중저레벨 플레이어다.

고레벨 플레이어의 비율은?

1% 정도로, 대다수가 귀환자이거나 대격변 초기 각성자였다.

즉, 인구 1억을 기준으로 해도.

고레벨 플레이어의 숫자는?

고작 1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거다.

이것도 최대치로 잡은 거고.

최소치는 고작 7백 명 남짓.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1만여 명에 달하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나타났으니.

세계 각국이 경악하는 것도 당연했다.

거기다 1만 명을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대규모 공간 이동 스킬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전투력과 기동성이 확보된 고레벨 플레이어 1만 명은?

핵을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등.

세계 각국의 나라들이 남아공 대사관을 닦달하는 한편.

전권대사를 남아공에 파견했다.

1만여 명에 달하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한편.

가급적이면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건 높은 사람들의 생각이었고.

“그들은 우리의 구원자다!”

“남아공의 영웅에게 찬사를!”

“이는 신의 축복이다!”

몬스터 필드와 인접한 지역에 살아가던 남아공 주민들로서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사냥해 몬스터 필드의 크기를 확 줄여 놓은 영웅들을 찬양하기 바빴다.

또한 남아공처럼 몬스터 필드가 존재하는 타 아프리카 국가의 주민들과 중동 또는 남미의 주민들은.

“제발 우리 나라에도 나타나서 저 빌어먹을 몬스터 필드를 없애 줬으면.”

“영웅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

“우리는 영웅을 환영한다!”

“신이시여, 우리에게도 당신의 사자를 보내 주십시오!”

간절하게 남아공에 나타났던 영웅들이 자신들의 나라에도 나타나 몬스터 필드를 소멸시켜 주기를 소망했다.

단 모든 국가가 혼란에 빠진 건 아니었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강현수 플레이어가 확실합니다.”

“남아공 지부에 소피아와 동양인 남성이 방문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미국은 강현수에 대한 정보를 최우선으로 취급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강현수가 소피아와 한국을 떠나 남아공으로 이동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후 곧바로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미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강현수의 짓인 걸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강현수 플레이어는 대다수의 귀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이목을 끄는 걸 꺼려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대통령 버틀러가 의아한 표정으로 참모들에게 물었다.

“강현수 플레이어를 일반 귀환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미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바가 있습니다.”

“어쩌면 정체만 감춘다면 큰 소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소란이 생겨도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올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강현수 플레이어는 인류 수호에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몬스터 필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었고 소피아를 통해 기동력이 확보되었으니, 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많은 보고가 올라왔다.

그러나 당장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타 국가처럼 남아공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전권대사를 파견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여 주기식일 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군요. 그때 우리가 본 드래곤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는 1만여 명의 소환수들이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광경을 보고 크게 놀랐다.

“아마 다른 이들의 충격을 고려해 소환수의 질과 숫자를 조정한 듯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드래곤들이나 수백만 단위의 소환수를 동원했다면 혼란은 더욱 커졌을 겁니다. 그나마 1만 정도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사실 1만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그렇지만.

강현수의 진짜 전력을 알고 있는 미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저게 그나마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기, 그런데 강현수 플레이어는 귀환 후부터 활발하게 고레벨 던전을 드나들며 사냥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 플레이어 협회장의 말에.

“힘을 잃지 않았으니 고레벨 던전부터 도는 건 당연한 거 아니오?”

미국 대통령 버틀러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귀환자이면서도 힘을 잃지 않았다는 강현수의 말을 100% 믿지 않았다.

그러나 보여 주는 위용이 있으니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거기다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사냥을 하는 건?

굳이 거론할 가치도 없는 당연한 일이었다.

“제 말은 그런 게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사냥을 하면 레벨 업을 하고 더 강해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미국 플레이어 협회장의 말에.

미국 대통령 버틀러를 포함한 참모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0레벨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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