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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길드 (3)

‘어?’

곽진평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왼손으로는 강현수의 오른손을 밀어내고.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왼손에 아무리 힘을 줘도 강현수의 오른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주먹을 휘두른 오른손은 강현수의 왼손에 붙잡혔고.

우드득!

그대로 뼈와 근육이 으스러졌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일이 꼬였다.

이런 힘을 가진 존재가 힐러일 리 없지 않은가?

곽진평이 마력을 총동원해 강현수의 오른손을 밀어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고.

콰직!

강현수의 오른손이 더 강하게 곽진평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어억!”

호흡이 멈췄고.

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이 가해지며.

그대로 의식이 끊어졌다.

잠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곽진평은 양옆에 두 명의 플레이어에게 포박된 상태로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직접 온 걸 보면 그렇게 높은 놈은 아닌 것 같고.”

강현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저놈보다는 아는 게 많겠지. 혹시 너도 금제 걸렸냐? 그럼 빨리 말해.”

강현수의 물음에 곽진평이 이를 악물었다.

“무슨 방법으로 금제를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다.”

강현수는 선양 지부장에게 걸린 금제를 푼 적이 없다.

그저 죽이고 소환수로 되살려 백에 남겨진 기억을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곽진평은 강현수가 금제를 풀었고.

선양 지부장이 홍성 길드를 배신했다고 여겼다.

“너도 금제가 있냐?”

강현수의 물음에도 곽진평은 입을 열지 않았다.

금제가 있는지 없는지.

저놈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천천히 알아내면 그만이지.’

강현수는 곽진평을 소환수들에게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크아아아악!”

곽진평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이 선양 지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강현수는 차분하게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왕이면 곽진평에게 금제가 없었으면 했다.

아까운 스텟을 더 이상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결과는?

“이놈도 금제에 걸려 있다 이거지?”

“예.”

결국 강현수는 스텟을 써서 소환수로 만들고 지휘관 임명까지 해야 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사냥할 시간도 날리고.

그간 모은 스텟도 날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곽진평은 그나마 아는 정보가 많았다는 점이다.

“금제를 건 것은 길드 마스터의 스킬입니다. 홍성 길드의 본진은 베이징에 있습니다. 의뢰인은 대한민국 우광 그룹의 부회장 권인철입니다.”

가장 큰 성과는 누가 강현수를 죽이라고 의뢰했냐는 것이었다.

‘권인철이라.’

범인을 알아냈으니.

응징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 전에.

‘쓰레기 청소는 마저 해야지.’

홍성 길드는 머더러들이 만든 길드였고.

돈과 살육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미친놈들이 만든 길드였다.

존재를 알게 된 이상.

말끔하게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강현수가 베이징으로 향했다.

* * *

홍성 길드는 머더러들이 만든 길드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다.

특히 길드 마스터의 스킬을 통한 금제로 인해 본진이 발각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본진이 공격받을 때를 대비한 대책은?

싸워야 할 경우.

후퇴해야 할 경우.

모두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 대책이 발동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꽈아아앙!

홍성 길드의 본진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갑작스러운 기습을 받았고.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이놈들 뭐야?”

“죽여!”

처음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홍성 길드는 정상적인 길드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레벨도 높았고.

길드원들의 실력도 뛰어났다.

어디 그뿐인가?

대인전 능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러나 그런 홍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강현수의 소환수들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아아악!”

“괴물 같은 놈들!”

강현수는 그간 부활시킨 소환수 대부분을 동원했다.

전부가 아닌 이유는 가족의 경호를 위해 남겨 놓은 도플갱어들과 마룡족 소환수 같이 비상식적으로 거대한 소환수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성 길드로서는 소환수들 중 일부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강현수는 범용성이 좋은 도플갱어와 강력한 힘을 가진 마계 귀족 위주로 소환수를 복구했고.

이번 작전에는 마왕 그레모리를 포함한 마계 고위 귀족이 대거 투입했다.

홍성 길드의 입장에서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고작 각성한 지 5년 된 풋내기일 뿐이었고.

강현수의 소환수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원본보다 다운그레이드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마왕과 마계 고위 귀족들을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홍성 길드의 본진은 순식간에 박살이 났지만.

아쉽게도 길드 마스터는 자리를 비운 상태라서 잡지 못했다.

‘시작했으면 뿌리를 뽑아야지.’

강현수는 본진에 있던 부길드 마스터를 소환수로 만들었고.

그놈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홍성 길드의 지부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중국은 난리가 났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대도시 곳곳에서 플레이어들 간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소속 플레이어들이 항상 한발 늦게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아무런 소득도 없이 철수해야 했다.

그 결과 던전을 통한 몬스터 웨이브나 플레이어들의 충돌을 100%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은 완전히 개박살이 났고.

엄청난 국제적 망신을 당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건 강현수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홍성 길드를 박살 낸 강현수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도대체 어떤 놈이.’

간신히 목숨만 건진 홍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복수를 다짐했지만.

정작 자신이 복수해야 하는 대상이 누군지도 몰랐다.

* * *

‘이 자식들이 설마 돈만 먹고 날랐나.’

권인철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계약금으로 절반.

성공 보수로 절반.

돈 욕심 많은 그놈들이라면?

분명 일을 성공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망할 놈들이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연락을 끊었다.

권인철은 종종 그놈들을 이용했고.

쏠쏠한 성과를 올렸던 기억이 있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홍성 길드는 권인철에게 있어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였다.

권인철은 바보가 아니었고.

폭력과 살인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얻을 베네핏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그렇지만.

홍성 길드는 지금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비밀을 보장해 줬고.

최악의 상황에서 권인철에게 우광 그룹을 안겨 줄 수 있는 조커였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틀어지다니?

‘최근 중국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혹시 그것 때문인가?’

권인철은 설마 이런 별것 아닌 일로 홍성 길드와의 관계가 틀어질 줄은 몰랐다.

“하아!”

권인철이 긴 한숨을 토해 냈다.

그 순간.

“일이 잘 안 풀리나 봐?”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화들짝 놀란 권인철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강현수?”

권인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맞아.”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지?”

“네가 알 필요는 없어.”

“비서!”

권인철이 목을 높여 소리쳤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여기로 들어올 사람은 없어.”

강현수의 말을 들은 권인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권인철이 애써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였다.

“무례는 나를 죽이려던 네가 저지른 거고.”

강현수의 말에 권인철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나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자네는 플레이어야. 플레이어의 스킬을 사용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 중범죄라고.”

“홍성 길드랑 연락이 끊겼지?”

“홍성 길드? 한국에 그런 길드도 있었나?”

권인철은 최대한 평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강현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권인철 입장에서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얼마 전에 중국에 다녀왔거든. 인간쓰레기들 청소 좀 하느라고.”

꿀꺽!

권인철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거기 청소는 대충 끝났는데. 한국에도 인간쓰레기 하나가 남아 있더라고.”

“난 아무것도 몰라!”

“굳이 네 자백을 받아 낼 생각은 없어.”

“나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나 우광 그룹 부회장이야!”

권인철이 노성과 함께 문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서걱!

그 순간 권인철의 두 다리가 말끔하게 잘려 나갔다.

“아아아악!”

권인철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쯧쯧쯧, 그러게 왜 성급하게 움직여서.”

강현수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 권인철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아악! 내가 잘못했어! 제발 살려 줘!”

권인철이 애써 고통을 참으며 외쳤다.

발뺌할 생각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두 다리를 자른 놈이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목을 자를지도 모른다.

“돈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줄게! 제발 목숨만 살려 줘!”

“그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데.”

“그럼 자수할게! 자수해서 죗값을 받을게!”

“으흠, 그래?”

강현수가 불멸의 성화를 시전했다.

화아악!

순식간에 출혈이 멈추고 다리가 잘려 나간 상처가 아물었다.

“네가 알고 있는 정보 다 불어 봐.”

강현수의 말에 권인철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네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다 털어놔 보라고. 싫어?”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지?”

“전부 다. 최대한 많은 기억을 떠올리는 게 좋을 거야. 네 말이 끊길 때마다 네 몸에 상처가 하나둘 늘어날 테니까.”

강현수의 말에 권인철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권인철의 입에서 온갖 정보가 튀어나왔다.

주로 우광 그룹의 극비에 해당하는 내용이었고.

나중에 할 말이 떨어지자 별 시답잖은 정보까지 떠들었다.

그러나 강현수는 차분히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이 정도면 대충 필요한 건 다 얻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 역할 다했다고.”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아아아악!

칠흑빛 마력이 뭉치며 권인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게 무슨?”

“너무 걱정하지 마. 앞으로 이놈이 네 역할을 대신할 거니까.”

“제발 살려!”

콰직!

권인철은 말을 하던 도중 목숨을 잃었다.

“기억을 흡수해.”

강현수의 지시에 도플갱어가 기억을 흡수했다.

부족한 부분은?

방금 전 주절거렸던 것으로 채울 수 있으리라.

* * *

최상급 도플갱어는 권인철의 대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권인철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해 준 것도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애초에 권인철은 몇 달에 한 번 집에 들어갈까 말까 할 정도로 가족에게 무관심한 인물이었고.

모든 것을 털어놓고 교류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지인도 없었다.

‘일이 쉽게 풀렸네.’

처음에는 그냥 실종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권인철은 우광 그룹의 부회장이자.

강현수의 수족이 된 권영수의 조카였다.

그래서 먼저 권영수에게 이번 일을 이야기했다.

‘조금 의외기는 했어.’

권영수는 강현수에게 조카인 권인철을 살려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그저 반년 정도 더 숨을 붙여 놓기를 원했다.

지금 당장 권인철이 사라지면 우광 그룹이 흔들리고.

좋지 않은 소문이 돌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강현수는 도플갱어를 투입해 대역을 만들겠다고 했고.

권영수는 권인철의 역할을 한 도플갱어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고 했다.

‘정에 약한 것처럼 보였는데.’

손녀는 몰라도 조카에게까지 약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뭐, 권영수가 바보는 아니니까.’

아마 조카들의 속셈을 다 알고 있었으리라.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알면서도 당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하나 상황이 달라졌고.

곧바로 조카들을 쳐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손녀 권소희를 제외하면?

권영수에게 약점은 없어 보였다.

강현수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권영수와 권소희 둘 모두 강현수의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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