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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길드 (2)

중국 홍성 길드의 파티장 위지풍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홍성 길드는 정상적인 길드가 아니다.

피와 살육 그리고 돈에 미친 자들이 만든 머더러 길드였다.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고.

아무 이유 없이 살육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쉬운 일일 줄 알았는데.’

플레이어 하나를 죽이는 일.

그것도 힐러를 죽이는 일이었다.

한 명만 파견해도 될 일이었지만.

무려 한 개 파티가 출동했다.

의뢰인이 워낙 많은 돈을 지급했고.

확실한 걸 원했기에 과한 전력을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딜 봐서 힐러야.’

세상에 어떤 힐러가 이런 무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거기다 저 괴물들은 뭐란 말인가?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 아닌 존재들.

뿔이 달리고 날개가 달린 괴이한 존재는 고레벨 플레이어인 자신들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제압했다.

“누가 날 죽이라고 시켰지?”

강현수의 물음에.

위지풍이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모릅니다!”

“너희도 몰라?”

강현수가 다른 이들에게 물었고.

“예, 모릅니다!”

“그저 명령받은 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이건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그들은 의뢰인이 누군지 모른다.

그저 상부에서 지시가 왔고.

그걸 이행하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강현수의 말에 떨어지기 무섭게.

콰지직!

소환수들이 위지풍과 수하들의 사지를 짓밟았다.

“아아아악!”

“살려 주십시오!”

“정말 모릅니다!”

위지풍과 수하들이 간절하게 외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강현수는 무심한 눈으로 세 명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걸 지켜봤다.

‘정말 모르는 걸 수도 있겠네.’

이제는 다른 걸 물어볼 때였다.

“소속은?”

강현수의 물음에 셋은 서로의 바라보며 눈알을 굴렸다.

“계속해.”

강현수의 지시에 다시금 소환수들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말씀드리고 싶은데 못 합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셋이 발악하듯 외쳤지만.

강현수는 가볍게 무시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홍, 커억!”

한 명이 입을 여는 순간.

숨이 끊어졌다.

“으흠.”

말하고 싶은데 못 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영혼의 계약서를 사용했던가. 비슷한 효과를 가진 스킬을 사용한 모양이네.’

조직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숨이 끊어지는 제약이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제발 곱게 죽여 주십시오!”

“저희는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살려 달라는 놈들이 죽여 달라고 빌었다.

“소원대로 해 주마.”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콰직! 퍼억!

소환수들이 남은 둘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나름 철저하다 이거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충분히 비밀을 지킬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 대상이 강현수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도플갱어 소환수들이 있었으니까.

“죽은 놈들이 알고 있는 건?”

강현수가 죽은 이들의 기억을 흡수한 도플갱어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이 쓸데없는 정보입니다.”

“조직의 상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도플갱어들의 보고에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도플갱어들은 시체의 기억을 읽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족이나 친한 지인이 아니라면 충분히 대역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제대로 된 기억이 하나도 없다니?

‘영혼의 계약서는 아니네.’

영혼의 계약서는 비밀을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거지.

남기지 않는 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죽은 후에도 정보가 남지 않는다라.’

이건 이놈들이 그만큼 철저하게 정보를 감출 수 있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육체는 몰라도 백에 새겨진 기억까지 어찌할 수는 없겠지.’

다만 그러려면.

‘이거 손해가 큰데.’

강현수도 스텟을 꽤 날려야 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얼굴을 찌푸린 강현수가.

‘사령부 구성.’

사령부 구성 스킬을 사용했고.

사아아아악!

우두머리 위지풍이 소환수로 부활했다.

‘지휘관 임명.’

강현수가 지능 보정을 위해 스텟을 소모해 연대장으로 임명했다.

‘이 녀석이 쓸 만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할 텐데.’

이놈이 모르면?

다른 놈들까지 소환수로 만들고 지휘관 임명까지 해야 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스텟 낭비에 불과했다.

“이름?”

“위지풍입니다.”

“누가 날 죽이라고 지시했지?”

“모릅니다. 그저 상부의 지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상부의 정확한 위치는?”

“모릅니다.”

아주 철저한 놈들이었다.

“그래도 네 직속 상사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놈이 있는 곳이 어디야?”

“선양입니다.”

다행히 위치가 무척이나 가까웠다.

“선양까지 가면 그놈 찾아낼 수 있지?”

강현수의 물음에.

“예.”

위지풍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강현수가 중국 선양으로 출발했다.

위지풍은 위장 여권과 신분증으로 입국했다.

그러나 강현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걸어가면 그만인데 뭐 하러 비행기나 배를 타겠는가?

달의 그림자를 쓴 상태에서 익숙하게 북한을 지나 중국 선양에 도착했다.

그 후 위지풍을 다시 소환했다.

“안내해.”

강현수의 말에.

“예.”

위지풍이 강현수를 홍성 길드 선양 지부로 안내했다.

“겉은 멀쩡하네.”

강현수가 본 홍성 길드 선양 지부는?

일반 중소 길드와 다를 것 없이 평범했다.

“평소에는 석호 길드라는 평범한 중소 길드처럼 활동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머더러들이 득실거리는 홍성 길드 선양 지부지만.

겉으로는 선양 지역의 평범한 중소 길드로 위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안에 일반 길드원들도 있나?”

“없습니다.”

지킬 비밀이 많기에 일반인들은 길드원으로 받지도 않았다.

“그럼 안에 있는 놈들은 다 머더러겠네?”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죽을죄를 지은 놈들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빠져나가는 놈들은 다 죽여라.”

강현수가 도플갱어들을 소환해 그렇게 명령한 후.

석호 길드로 위장한 홍성 길드 선양 지부로 진입했다.

달칵.

강현수가 문을 열자.

날카로운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무슨 일이지?”

중국인 플레이어 하나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나 몰라?”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누군데?”

중국인 플레이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거 어느 나라 말이야?”

“한국어 아니야?”

“조선족인가?”

“우리는 신규 길드원 안 받는데.”

“근데 버르장머리가 없네. 조선족이라도 중국에서는 중국어를 해야지.”

홍성 길드 선양 지부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아리송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국 땅에 있는 중국인 길드에 갑자기 한국인이 찾아와 나 모르냐고 물으니 저러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저들은 강현수를 알고 있어야 했다.

“왜 몰라? 너희들이 죽이려고 했던 사람인데.”

강현수의 한마디에.

홍성 길드 선양 지부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일을 맡기는 했지.”

“근데 저놈이 왜 저기 있지?”

“그러게.”

홍성 길드 선양 지부 플레이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슬그머니 무기에 손을 가지고 가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잡아서 물어보면 해결되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

홍성 길드 선양 지부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강현수를 포위했다.

“좋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어차피 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저놈들이 일반 길드 소속의 정상적인 플레이어 코스프레를 했으면 나름의 검증이 필요했을 텐데.

저렇게 나 머더러요 하고 살기를 줄줄 풍기며 피아식별을 확실하게 해 주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팔다리를 잘라서 끌고 와.”

지부장으로 보이는 플레이어의 명령에.

“히히히!”

“오랜만에 피 맛을 보겠네!”

홍성 길드 선양 지부 플레이어들이 광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저놈만 살려 놓으면 되겠네.’

원래 높은 자리에 있는 놈이 아는 정보가 많은 법이다.

강현수가 가볍게 검을 뽑아 휘둘렀고.

휘익!

핏빛 오러가 주변을 휘감았다.

그 순간.

좌아아악!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던 플레이어들의 몸이 그대로 둘로 갈라졌다.

투둑!

반으로 갈라진 시체가 길드 사무실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달달달달!

방금 전까지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홍성 길드 선양 지부의 지부장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지부장을 향해 다가갔고.

“이익! 죽어!”

지부장이 최후의 발악을 해 봤지만.

서걱!

강현수가 가볍게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사지가 떨어져 나갔다.

“아아아아악!”

지부장의 몸이 볼품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거짓 없이 답해야 할 거야.”

그 말과 함께 강현수가 심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참 지독한 놈들이네.’

강현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놈의 숨통을 끊고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상부의 위치는?”

“저도 모릅니다. 가끔 전화로 지령이 내려올 뿐입니다.”

“네가 상부에 연락할 방법이 있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본부와 지부 관계가 유지되는 거지?”

“돈을 많이 주니까요.”

강현수로서는 참 황당한 답변이었다.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참 철저했다.

조직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정체는커녕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골치 아프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 계속 지부장 행세를 해.”

“예.”

“그리고 상부에서 연락이 오면 최대한 자극해. 그놈들이 보복하기 위해 널 찾아올 때까지.”

“알겠습니다.”

연락할 방법이 없으면?

직접 찾아오게 만들면 그만이다.

* * *

강현수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다시금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왜 아직도 저놈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거야!”

권인철이 전화기를 붙잡고 화를 토해 냈다.

“돈 먹은 값을 하란 말이야!”

-금방 해결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권인철의 전화를 받은 홍성 길드 간부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곧바로 일을 맡겼던 선양 지부장에 전화를 걸었다.

“왜 아직도 일이 해결되지 않은 거지?”

-돈이 너무 적어서. 10배 정도 더 주면 생각해 보지. 아, 후불 말고 꼭 선불로 줘.

그 말과 함께 선양 지부장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으드득.

홍성 길드 간부가 이를 악물었다.

‘이놈들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관리를 설렁설렁 했더니.

이제는 본부의 명령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이제 점조직의 문제점이었다.

거기다 운영 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상하관계라기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보니.

가끔 이렇게 자기 주제 파악을 못 하고 과한 요구를 하는 놈들이 나온다.

금제 역시 정보 발설 금지만 걸려 있을 뿐이다.

‘직접 가야겠어.’

홍성 길드 간부이자.

중국 베이징 공식 랭킹 5위의 플레이어.

곽진평이 베이징을 떠나 선양으로 향했다.

선양에 도착한 곽진평은 곧바로 선양 지부로 향했다.

지부장을 반쯤 죽여 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뭐지?’

선양 지부는 텅 비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들어올 때까지는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새 출입구를 포함한 선양 지부 주변이 완벽하게 포위되어 있었다.

“이제야 얼굴을 볼 수 있겠네.”

곽진평의 귀로 한국어가 들려왔다.

으드득!

곽진평이 이를 갈았다.

‘이놈이 배신을 하다니.’

선양 지부장이 배신을 했다.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선양 지부장은?

스킬을 통한 금제가 걸려 있었다.

당연히 이런 배신행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배신을 했다.

‘본부에 알려야 해.’

금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엄청나게 큰 문제였다.

“눈알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네. 쥐새끼처럼 도망치려고?”

그때 다시금 한국어가 들려왔다.

“너 누구야?”

“나? 너희가 죽이려고 했던 사람.”

곽진평은 그제야 상대가 최근 의뢰받았던 한국인 힐러 강현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저놈을 인질로 잡는다.’

타악!

곽진평이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강현수는 반응하지도 못했다.

‘어리석은 놈.’

힐러면 힐러답게 얌전히 뒤에 숨어 있을 것이지.

왜 전면에 나선단 말인가?

휘익!

곽진평의 오른손이 강현수의 목을 잡으려는 순간.

콰직!

강현수의 오른손이 곽진평의 목을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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