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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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 길드 (2)

“뭐, 관웅이가 당해?”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장용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플레이어 협회 직원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는 앞에서 묵사발이 났다고 합니다.”

“관웅이 이 자식 지금 어디 있어?”

“병원에 있습니다.”

“당장 나한테 튀어 오라고 해.”

“그게 부상이 워낙 커서 힘들 것 같습니다.”

“얼마나 크길래?”

웬만한 부상은 힐 몇 방이면 완치될 수 있다.

“이빨이 반 이상 나갔고. 오른팔 뼈가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리고 뇌진탕이 꽤 심하게 왔다고 합니다.”

“하!”

장용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김관웅은 장용철과 같은 귀환자였다.

아틀란티스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지구에서는 사정이 달랐고.

현재 대한민국 랭킹 37위의 랭커였다.

그런데 그런 김관웅이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줘 터졌다고 한다.

‘그러려면 아틀란티스에서 네임드 플레이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한국인 중에 그런 인물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테라 왕국이 아니라 타국에서 활동한 놈인가?’

그랬으면 장용철이 모를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보고를 하던 플레이어가 물었다.

“상황은?”

“소문이 벌써 다 퍼져서 제대로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일성 길드 소속 랭커가 제대로 된 반항도 못 하고 얻어터졌다.

그간 일성 길드를 고깝게 보고 있던 이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덩치만 컸지 허풍선이다.

랭커 자리도 일성 그룹 빽으로 얻은 거다.

등등등.

온갖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었다.

그런 유언비어를 모두가 믿지는 않겠지만.

소수나마 믿는 이가 있을 것이고.

일성 길드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건드려 보려고 한 건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웬만한 녀석을 보내서는 해결할 수도 없고.’

아무리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랭커였던 김관웅을 꺾을 수 있는 강자다.

비슷한 수준의 랭커를 또 보냈다가는?

다시 개망신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꼭 손에 넣어야겠어.’

처음에는 일성 그룹의 지시 때문에 움직였던 것지만.

이렇게 개망신을 당한 이상.

무조건 일성 길드로 끌고 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쌓아 올린 대한민국 최강 길드라는 명성에 큰 흠집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어.’

김관웅을 가볍게 꺾을 정도의 실력자가 합류하면?

일성 길드의 명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 자식 일정 파악해 봐.”

“직접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밑에 애들 보내서 해결될 사이즈가 아니잖아.”

“알겠습니다.”

보고하던 플레이어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번 일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가 직접 움직이는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위이이잉!

그때 장용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지?’

장용철의 개인 스마트폰 번호를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화를 건 사람을 확인하던 장용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대머리 영감탱이가.”

장용철이 이를 악물었다.

“누구 전화인데 그러십니까? 혹시?”

보고하던 플레이어가 말끝을 흐렸다.

대머리 영감탱이라는 말을 듣자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서였다.

“설마 신창후입니까?”

“그래.”

“왜 전화를 했을까요?”

“강현수, 그놈 자기가 침 발라 놨으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거겠지.”

“안 받으십니까?”

“안 받아.”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야. 언제까지 저 대머리 영감한테 굽신거릴 수는 없지.”

자신이 누군가?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이자.

대한민국 최강 일성 길드의 수장 아닌가?

솔직히 말해 아직까지 일대일로 신창후를 이길 자신은 없지만.

‘그 대머리 영감은 혼자야.’

그에 반해 자신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랭커 다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 대머리 영감 성격에 칼 들고 설치지는 않을 거고.’

플레이어 협회를 통해 오는 압력은?

일성 그룹이 충분히 커버 쳐 줄 수 있었다.

꾹!

장용철이 아예 스마트폰을 꺼 버렸다.

“그 대머리 영감한테 나 찾는 전화 오면 던전 들어갔다고 해.”

던전에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다는데 자기가 어쩔 거란 말인가?

“그리고 강현수, 그놈 행적 빨리 파악해. 오늘 안에 끝내야 하니까.”

몇 날 며칠을 던전에 있다는 핑계로 전화를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런 핑계가 통하는 길어야 하루 정도다.

‘그전에 끝내면 그만이야.’

전화를 받고 경고까지 들었는데 무시하면?

아무리 성격이 온화한 편인 신창후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예 연락받은 게 없으면 뭘 어쩌겠는가?

실력도 올랐고.

세력도 쌓았고.

자신감도 생겼지만.

솔직히 신창후와 부딪치는 건 무서웠다.

‘이건 무서워서가 아니야. 괜한 분란을 피하려는 거지.’

장용철이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 애썼다.

* * *

“으흠.”

신창후가 얼굴을 찌푸렸다.

개인 전화는 안 받고.

일성 길드에 전화하면 길드장이 사냥 갔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장용철이가 던전에 들어간 기록 있나?”

“없습니다. 어르신.”

플레이어 협회장 백정혁이 공손히 대답했다.

“강현수 플레이어를 노리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제가 따로 손을 써 보겠습니다.”

백정혁의 말에 신창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네.”

“어르신이 직접 나서실 겁니까?”

백정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한민국 비공식 랭킹 1위와 공식 랭킹 1위가 충돌하면 그 여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난 나설 생각이 없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백정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의 플레이어 장용철이 신창후의 은인(?) 강현수를 노리고 있다.

그러면 막아야 할 것 아니겠는가?

“내가 살 길을 열어 주려고 했는데도 자기 스스로 걷어차 버리니.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장용철이 죽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모든 건 그분 뜻에 달렸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백정혁은 직접 강현수를 만나 봤고.

실력이 랭커 수준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또 신창후에게 강현수라는 존재가 아틀란티스의 절대자였으며.

무려 전 세계의 플레이어가 다 덤벼들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허무맹랑한 말이었기에.

진지하게 믿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신창후가 강현수를 자신 정도의 강자라고 했으면 어느 정도 납득했으리라.

“자네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군.”

“아닙니다.”

“뭐, 그럴 만도 하지. 막 귀환한 귀환자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

아니, 그런 걸 다 떠나 단 한 사람이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하나 그분은 그런 규격에 얽매이는 분이 아니시네.”

“어르신은 장용철과 일성 길드가 강현수 플레이어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보시는군요?”

백정혁의 물음에 신창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큰일 아닙니까? 장용철이 죽으면 일이 커집니다.”

대한민국 최강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공식 랭킹 1위.

그런 인물이 죽으면 그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일성 그룹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 정부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공식 랭킹 1위의 플레이어는 각국의 자존심이자.

국력이었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네. 장용철 그놈이 욕심은 많아도 악인은 아니니 죽지는 않을 거야.”

죽도록 두들겨 맞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멍청한 놈.’

신창후가 보기에 장용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아틀란티스에서 타 차원 플레이어 연합이 결성되고.

신창후와 장석원이 테라 왕국보다 타국에서 활약하는 사이 힘을 키운 인물이 바로 장용철이다.

뒤늦게 왕의 칭호를 얻기는 했지만.

최후의 결전에서 별다른 제대로 된 활약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네임드 플레이어면서도 강현수의 이름이나 국적을 모른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전력이 아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쭉정이에 불과하다는 증거였다.

‘목에 힘주고 다니는 것도 이제 끝이구나.’

신창후나 장석원은 장용철 무슨 짓을 하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방치했지만.

아마 강현수는 다를 것이다.

‘튼튼한 목줄을 수도 없이 가지고 있으신 분이니.’

지금까지는 자유로웠지만.

장용철은 앞으로 목줄 달린 개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자기 스스로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 * *

강현수는 일성 길드의 플레이어 하나를 박살 낸 후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던전을 돌며 사냥을 했다.

애초에 강현수는 일성 길드 플레이어 김관웅이 랭커라는 것도 몰랐다.

랭커니 뭐니 하지만.

강현수에게 있어서는 일반 플레이어나 랭커나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성 길드의 플레이어 김관웅이 랭커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강현수는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샤이닝 길드의 길드 마스터 서동진과 우광 길드의 길드 마스터 지우현을 보고 제법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 랭커에 대한 평가가 수직 하락했을 테니까 말이다.

‘또 다른 플레이어가 있네.’

강현수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플레이어 협회가 관리하는 던전 위주로 돌고.

또 한국의 고레벨 던전이 고레벨 플레이어에 비해 넉넉한 숫자라고는 하지만.

강현수가 워낙 싹 쓸어버린 탓에 종종 다른 고레벨 플레이어들과 동선이 겹칠 때가 있었다.

‘그냥 철수해야겠네.’

강현수가 몬스터를 다 쓸어버리면?

다른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레벨을 올릴 수가 없고.

그건 강현수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뭐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강현수를 향해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설마 그건가?’

이미 한 번 경험이 있었다.

자기들 독점 던전에서 사냥했다고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

그 일로 샤이닝 길드의 길드 마스터 서동진을 휘하 지휘관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여기 놈들은 왜 이렇게 사냥터 독점을 좋아하는 거야.’

굳이 피할 생각은 없었다.

‘사냥터 독점은 박살을 내야지.’

지금이야 고레벨 던전이 남아돌지만 시간이 흐르면?

부족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거대 길드가 특정 던전을 독점하는 폐해가 남아 있다면?

거대 길드 소속이 아닌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느려지고.

그건 인류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손해였다.

강현수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런 강현수 앞에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찾았다. 강현수.”

도착한 플레이어의 리더로 추정되는 이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날 알아?”

강현수를 알고 찾아온 거면?

‘사냥터 독점 어쩌구 때문에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럼 왜 온 거지?’

모르면?

물어보면 그만이다.

“왜 날 찾아온 거야?”

의문으로 가득 찬 강현수의 물음에.

도착한 플레이어들의 리더가 이를 박박 갈았다.

“너 설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냐?”

“내가 널 어떻게 알아? 너 혹시 전에 나 본 적 있어?”

강현수가 상대를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나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장용철이야!”

“일성 길드? 아, 그 버릇없는 놈이 있던 길드.”

강현수가 드디어 상대의 목적을 알아차렸다.

“왜 왔나 했더니. 복수하러 온 거구나? 나 죽이려고?”

강현수의 물음에.

“죽이긴 왜 죽여! 네가 일성 길드에 입힌 손해가 얼만데!”

돈이 아니고 명예를 손해 봤다.

“그럼 어쩌려고?”

“종신 길드원이 돼서 일성 길드가 입은 손해를 평생 갚아야지.”

“아!”

죽일지 말지 고민하던 강현수가 살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저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장용철 역시.

샤이닝 길드의 길드 마스터 서동진처럼.

테스트를 통과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리라.

‘종신 계약이면 평생 노예로 부리겠다는 거니까.’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혼의 계약서도 챙겨 왔을 게 분명했다.

“그럼 테스트를 시작해 볼까?”

강현수의 말에.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이 미친놈아!”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장용철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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