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38화 (238/365)

0레벨 플레이어

일성 길드

-그레이트 웨어 라이온이 저렇게 약했냐?

-그러게. 한 방에 죽네.

-그레이트 웨어 라이온 뿐이냐? 다른 몬스터들도 다 한 방이잖아.

-저거 그냥 덩치가 좀 큰 웨어 라이온 아니야?

-아니거든. 플레이어 협회에서도 700레벨 차원 게이트라고 발표했다고. 얼마 후면 던전으로 바뀌겠지만.

-700레벨 몬스터를 한 방에 잡는 게 가능한가?

-그것도 저렇게 떼거지로 말이야.

-랭커겠지?

-당연히 랭커겠지.

-몇 위 정도 돼야 저 정도 실력이려나?

-10위권 안에는 들지 않을까?

-그렇겠지?

-비공식 랭커겠지?

-그렇겠지. 얼굴도 철저하게 가렸잖아. 공식 랭커였으면 그럴 필요가 없지.

-대한민국 비공식 랭커 수준이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사회다.

당연히 강현수가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걸 찍었고.

SNS에 올렸다.

일반인들은 단순히 대한민국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사실에 즐거워할 뿐이었지만.

한국의 거대 길드들은 화들짝 놀랐고.

세계 각국의 거대 길드들은 한국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700레벨대 몬스터.

한국은 레이드 강국 중 하나.

한국의 랭커라면?

저 정도는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저렇게 압도적으로.

민간인 피해 없이.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는 랭커는.

그리 많지 않았다.

* * *

“알아봤어?”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장용철이 비서에게 물었다.

“플레이어 협회에 있는 선을 통해서 찔러봤는데.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

장용철이 얼굴이 굳혔다.

일성 길드는 플레이어 협회에 여러 개의 선이 있었다.

지속적으로 기름칠을 했고.

그중에는 플레이어 협회의 부협회장도 있었다.

그런 이가 아는 게 없다면?

어쩌면 플레이어 협회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플레이어일지도 몰랐다.

“예, 그런데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오호.”

장용철의 얼굴이 밝아졌다.

‘협회장만 아는 극비 인사라는 거군. 귀환자인가?’

장용철은 귀환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극소수의 인물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이유는?

장용철 본인이 귀환자였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장용철은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의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어떤 놈이지.’

장용철이 눈을 반짝였다.

일성 길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대 길드다.

단순히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내실도 튼튼했다.

그 이유는 장용철이 얼굴을 알고 있던 귀환자들을 끌어모아 길드를 만들었고.

그 후 일성 그룹과의 딜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그 둘은 아니고.’

체형도 달랐고.

사용하는 주력 스킬도 달랐다.

‘저 정도면 아틀란티스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렸을 텐데.’

아쉽게도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한번 파 봐. 근처 CCTV나 차량 블랙박스를 다 뒤져서라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성 길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였고.

겉으로 드러난 힘보다 숨기고 있는 힘이 더 강했다.

그런 만큼.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플레이어 하나에 목을 맬 필요는 없었다.

“회장님 지시 사항이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지시 사항이라는 말이 비서가 곧바로 수긍하고 몸을 움직였다.

‘빌어먹을.’

장용철은 그런 비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자신인데.

비서를 포함한 길드원들은 자신이 아니라 일성 그룹에 충성을 바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아직은 아틀란티스에서 가졌던 힘을 다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 회복하면?

‘대기업 회장 따위야. 우습지.’

대한민국에서 단 두 명을 제외하면?

‘나를 능가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어.’

장용철은 아틀란티스에서 철혈도왕이라는 칭호로 불렸던 네임드 플레이어였다.

아틀란티스의 한국인 활동지인 테라 왕국에서 인의군신 신창후와 검신 장석원을 제외하면?

철혈도왕 장용철이 최고 실력자였다.

‘그 둘만 오지 않았어도 내가 대한민국 최고가 될 수 있었는데.’

그게 참 아쉬웠다.

하지만 다행히 그 둘은 공개 석상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 덕에 장용철은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로서 떵떵거리며 잘나갈 수 있었다.

‘뭐,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

귀환자들로 이루어진 파티와 막대한 자금력은 장용철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 주었고.

이대로 잘만 하면?

아틀란티스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그 둘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장용철은 다 똑같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격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일성 그룹의 도움이 필요했고.

충분한 힘을 얻기까지는 주인의 말 따르는 사냥개로 살아가야 했다.

* * *

강현수는 얼마 전 벌어졌던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도 철저하게 가렸고.

모습도 잘 감췄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신창후와 장석원에게 연락까지 했으니 뒤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래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 사냥에 열중했다.

그런데.

-권소희를 미행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권소희의 호위로 붙여 놓은 도플갱어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행?

-예, 잡아 놓을까요?

도플갱어의 물음에 강현수가 잠시 고민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미행하는 놈을 잡아다 뭘 어쩌겠는가?

-그냥 권영수에게 말해.

그럼 권영수가 알아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도플갱어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다시금 사냥에 열중했다.

그러면서 권소희에 대해 생각했다.

‘잘만 키우면 분명히 큰 도움이 될 텐데.’

지금이야 침략 초기라 몬스터들만 차원 게이트를 넘어왔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족들도 넘어올 거야.’

마룡 같은 강력한 마계 귀족이 대규모 침공을 할 수도 있고.

도플갱어나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마족들이 소규모로 침공을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권소희가 가진 진실의 눈 스킬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뭐,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기도 하고 도플갱어까지 한 마리 붙어 있으니까 말이다.

던전 내에 있던 몬스터를 쓸어버린 강현수가 밖으로 나갔다.

이제 다른 던전으로 이동할 때였다.

그런데.

“강현수 씨 맞으시죠?”

누군가가 던전 앞에서 강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두 명.

한 명은 평범한 체격의 일반인이었고.

한 명은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의 플레이어였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단정한 양복을 입은 일반인이 명함을 내밀었다.

‘일성 길드?’

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가 만든.

대한민국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거대 길드지만.

‘일성 그룹에서 만든 건가?’

강현수는 일성 그룹은 알아도 일성 길드는 존재조차도 몰랐다.

“일성 길드 분이 왜 저를 찾아오신 거죠?”

“당연히 스카우트를 위해서입니다.”

“전 플레이어 협회 소속인데요?”

“하하하, 조건만 맞으면 소속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위약금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일성 길드에서 다 해결해 드릴 테니까요.”

강현수는 의아했다.

그간 눈에 띄는 짓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스카우트 제의가 올 줄은 몰랐다.

물론 얼마 전에 힘을 쓰기는 했지만.

‘얼굴은 철저하게 가렸는데.’

어디 그뿐인가?

일이 끝나고 달의 그림자까지 써서 모습을 감췄다.

“저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거죠?”

“얼마 전 큰 활약을 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아셨냐고요?”

강현수의 물음에 양복을 입은 스카우터가 근처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 찾았다고 했다.

강현수가 얼굴은 가렸지만.

옷을 갈아입지는 않았고.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면?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거 불법 아닌가요?”

“불법이라뇨? 그저 건물 주인과 차량 주인에게 합당한 대가를 주고 CCTV와 블랙박스를 확인한 것뿐인데요.”

그 과정은 합법이더라도 강현수의 개인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분명 불법이 개입했으리라.

그러나 강현수도 크게 따질 생각은 없었다.

“그럼 그건 넘어가죠. 그런데 전 일성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말을 마친 강현수가 발걸음을 옮겼다.

“조건이라도 들어 보고 말씀을 하시죠.”

그런데 일성 길드 스카우터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귀찮네.’

다음 사냥터로 이동해야 하는데 방해를 받고 있었다.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출까 하는 생각을 할 때.

“어이, 이야기나 들어 봐. 그게 네 신상에 좋을 거니까.”

일성 길드 스카우터와 함께 있던 거구의 플레이어가 강현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강현수의 어깨를 잡은 손에.

적잖은 힘이 들어갔다.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력도 실려 있지 않고 빠르지도 않아서 내버려 뒀는데.

이런 식으로 실력 행사를 하다니.

탁!

강현수가 어깨를 잡고 있는 거구 플레이어의 손을 잡았다.

거구의 플레이어는 그러면 네가 뭘 어쩔 거냐는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힘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드득!

강현수가 힘을 주는 순간 거구 플레이어의 팔이 마치 어린아이 손목 비틀리듯 힘없이 꺾여 버렸다.

“크아아악!”

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거구를 가진 플레이어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거구의 플레이어는 힘 스텟을 주력으로 찍은 전사 계열 같았지만.

괴력 스킬을 가지고 있는 강현수의 힘 스텟에 비하면?

힘의 차이가 성인과 갓난아기보다도 컸다.

“너 이 자식 이거 안 놔!”

거구의 플레이어가 악을 쓰듯 외치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마력까지 사용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빠각!

강현수가 그대로 힘을 더하자.

거구 플레이어의 오른팔이 그대로 부러졌다.

“아아아악!”

팔이 부러지자 거구의 플레이어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다.

강현수는 관심 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고.

일반인 스카우터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이 자식 죽여 버리겠어!”

거구의 플레이어가 분노한 얼굴로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강한 살기와 함께 공격 스킬까지 사용해 전력으로 달려드는 상대를 바라보며 강현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미친놈인가?’

플레이어는 강력한 무력을 가진 존재인 만큼.

그에 대한 법적인 제약도 상당히 강력했다.

일반인에 대한 공격 금지.

위급 사항이 아닌 한 공개적인 장소에서 스킬 사용 금지.

대련장 같은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플레이어끼리의 싸움 금지.

등등등.

유명무실한 제약도 상당히 많았지만.

그건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을 때였고.

지금처럼 보는 눈이 많을 때 덤벼드는 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당방위도 있지.’

상대가 공격을 하는데 법을 지키겠다고 맞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강현수가 가볍게 오른손을 들었다.

짜악!

강현수의 오른손이 거구 플레이어의 뺨을 후려쳤다.

그 순간 입술이 터지고 이빨이 우수수 털려 나갔다.

그러나 강현수는 그 정도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짜악! 짜악!

강현수의 오른손이 움직일 때마다 거구 플레이어의 얼굴이 점점 부풀어 오르며 피투성이로 변했다.

그리고 잠시 후.

털썩!

거구 플레이어의 몸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던전 안에서 강현수에게 살기를 품고 덤볐다면?

그대로 죽었으리라.

그러나 여기는 던전 밖이었고.

당연히 플레이어 협회 직원들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없었다면?

저놈은 오늘 생을 마감했으리라.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말길 바랍니다.”

강현수가 일반인 스카우터를 보며 말했고.

“네, 물론입니다!”

일반인 스카우터는 군기가 가득 잡힌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괜한 주목을 받았네.’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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