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2)
강현수는 이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예전에 살던 동네여야 했고.
넓고 안전해야 했다.
그런 집들은?
당연히 비쌌지만.
돈은 더 이상 강현수 가족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강현수가 이사 준비에 한창일 무렵.
신창후에게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야?”
-송하나 님을 찾았습니다.
“언제 지구에 왔지?”
-주군과 같은 날 온 것 같습니다.
“나랑 같은 날?”
강현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고 보니.’
강현수와 송하나는 튜토리얼부터 함께한 사이였다.
‘지구 귀환 시점이 다른 이유가 설마 그건가?’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온 순서.
그에 따라 지구 귀환이 결정된다면?
신창후와 장석원이 먼저 지구에 오고.
강현수와 송하나가 같은 날 지구에 도착한 이유가 설명된다.
“지금 어디 있지?”
-플레이어 협회입니다.
“바로 가지.”
강현수가 곧바로 플레이어 협회로 향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헤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지구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
끼이익!
강현수가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야!”
송하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현수에게 달려들었고.
두 사람이 서로를 꼭 껴안았다.
“잘 지냈어?”
강현수의 물음에.
“아니, 그렇게 잘 지내지는 못했어.”
송하나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현수가 서류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이었던 것과 다르게.
송하나는 서류상 사망한 사람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플레이어 협회가 귀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송하나가 사망 신고를 취소하려고 할 때 플레이어 협회에서 사람이 찾아왔고.
송하나는 플레이어 협회의 도움을 받아 사망 신고를 취소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그냥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삶을 보냈다.
“안 그래도 그날이 되면 그곳에 찾아갈 생각이었어.”
강현수와 송하나의 약속.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서울역 앞.
혹시 헤어지게 되면 만나기 위해 정해 둔 약속이었다.
“더 빨리 만나는 게 좋기는 하지.”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강현수에게 말을 걸었다.
검왕 장석원이었다.
“오랜만이네.”
“이 영감한테 이야기 듣고 찾아왔습니다.”
강현수, 송하나, 신창후, 장석원.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함께했던 이들이 다시금 한자리에 모였다.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어?”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물었다.
“협회에서 제공해 준 숙소에 머물고 있어.”
강현수는 송하나에게 가족들을 만났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송하나에게는 다소 복잡한 가정 사정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사 준비 중인데. 옆집도 같이 살게.”
옆집으로 이사 오라는 말이었다.
“좋아.”
송하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구로 귀환했지만.
송하나에게 있어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강현수 하나뿐이었다.
“어떻게 지냈어?”
“사냥하면서 레벨을 다시 올리고 있어. 다 초기화되어 버려서 좀 당황했어. 그래서 말인데. 지휘관 임명 다시 해 줄 수 있어?”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부지런히 소환수를 만들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여유 스텟은 남겨 둔 상태였다.
소환수를 만드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강현수가 다시금 송하나를 휘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지휘관의 축복까지 내려 줬다.
“저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검왕 장석원.
마지막 최후의 결전 때는 검신이라고 불렸던 인물.
“그렇게 하지.”
강현수는 장석원을 다시금 휘하 지휘관으로 임명했고.
지휘관의 축복을 내렸다.
“오오오. 역시 좋군요.”
장석원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스텟이 급격히 늘어나자.
잃어버렸던 힘이 돌아온 기분이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신창후의 말에.
“좋아.”
강현수는 신창후에게도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을 내려 줬다.
그 덕에.
‘다시 스텟이 바닥이네.’
그간 쌓아 놓은 스텟이 바닥났지만.
그래도 좋았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 어느 때든 저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신창후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이 있기는 하지만.
던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사령관과 휘하 지휘관으로 연결된 이상.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강현수는 송하나, 신창후, 장석원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고.
그 후 집으로 돌아갔다.
* * *
강현수는 이사 준비를 하며 던전에 들어가 사냥을 했다.
송하나는 강현수와 함께하고 싶어했지만.
수준이 맞지 않았다.
모든 레벨, 스킬, 칭호가 초기화된 송하나는 아무리 경험이 있고 2회 차 특전이 있다고 해도.
레벨이 너무 낮았다.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
고작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 축복으로 또 스텟이 바닥나지 않으려면?
더 많은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강화 작업도 계속해야 하고.’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차원에 마기의 구슬을 통해 마기를 얻고 소환수들에게 주입했다.
그러나 더 이상 마기의 구슬은 필요 없었다.
창조의 권능을 이용해 마기의 구슬이 가진 능력을 스킬화했기 때문이다.
마기의 구슬은 그대로 있었지만.
강현수는 마기의 구슬이 주는 도움 없이도.
몬스터가 뿜어내는 사기와 마이너스한 감정을 마기로 바꿔 흡수해 소환수를 강화할 수 있었다.
현재 강화 대상은?
마왕 그레모리였다.
‘모인 마기가 너무 적어.’
아마 마왕 그레모리가 가진 원래 힘을 되찾는대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러나.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굳이 성장하지 않아도.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만 받은 상태에서도.
마왕 그레모리는 지구 최강의 존재였다.
‘지금으로서는 나보다 강하지.’
썩어도 준치고.
소환수가 되어 많은 힘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마왕은 마왕이다.
현재 마왕 그레모리의 무력은 지구 전체를 뒤집어엎고도 남았다.
‘소환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강해져야지.’
바닥난 누적 스텟을 다시 복구시켜야 했다.
‘그래도 가이아 시스템의 보조를 받으니 좋네.’
아틀란티스 차원에서는?
그저 운 좋게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 공짜로 힘을 키운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과의 연결을 끊었을 때는.
공짜로 힘을 키울 수가 없었다.
왜?
강현수가 공짜라고 생각했지만.
그 대가를 가이아 시스템이 지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강현수가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을 사용하는 만큼.
‘가이아 시스템이 손해를 보고 있겠지.’
그러나 그런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는 않았다.
가이아 시스템은?
강현수에게 있어 은인이 아니라 원수나 마찬가지인 존재였으니까.
‘지금은 간섭하는 데 그치지만.’
창조의 힘을 더 손에 넣으면?
가이아 시스템을 지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왜 그런 짓을 벌인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가이아 시스템은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존재였지만.
‘분명 만든 존재가 있겠지.’
그 존재를 찾아내는 게 새롭게 생긴 강현수의 목표 중 하나였다.
강현수는 몬스터를 쓸어버리며 사냥을 이어 갔다.
소환수의 숫자가 늘어났지만.
굳이 사냥에 동원하지는 않았다.
‘여기가 필드도 아니고.’
던전은 거대했지만.
어쨌든 공간의 한계가 있었고.
차원 게이트를 건너온 몬스터의 숫자도 정해져 있었다.
아틀란티스 차원처럼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가 있는 게 아닌.
던전마다 일정 숫자의 몬스터가 가두어져 있었다.
‘정말 사냥터가 되어 버린 거지.’
던전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몬스터의 총량은 아틀란티스 차원과 비슷할 것 같았지만.
던전을 통해 관리 체계는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아프리카, 남미, 중동에는 필드도 있다고 하던데.’
던전에 몬스터가 넘쳐 나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
강대국들의 경우.
초창기 플레이어의 힘이 아닌 군사력으로 몬스터들을 퇴치했지만.
약소국들의 경우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유럽의 경우는 주변 국가들이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처리를 해 줬지만.’
아프리카, 남미, 중동 같은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여력이 없거나.
여력이 있어도 돕지 않거나.
미국, 유럽, 아시아의 강대국들은 자국이나 주변국에서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하기도 바빴기에.
아프리카, 남미, 중동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그 결과 아프리카, 남미, 중동에는 필드 던전이 생겨나 버렸다.
‘그나마 중동은 필드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하던데.’
아프리카와 남미의 경우는 해결이 요원한 상태라고 들었다.
‘나중에 한번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필드에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면?
광렙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뭐, 지금 당장 갈 생각은 없지만.’
이제 겨우 가족들을 만났다.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또 한국 역시 고레벨 던전이 많았기에.
강현수가 광렙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더 이상 몰래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동안 강현수는 고레벨 던전에 몰래 출입했고.
그래서 고레벨 몬스터의 마석을 팔 수가 없었다.
한데 이제는 아니었다.
신창후 덕분이었다.
‘등록증을 새로 발급해 줬단 말이지.’
강현수는 2주 전에 각성한 플레이어다.
그러나 신창후 덕분에 4년 전에 각성해 활동한 플레이어 등록증을 하나를 추가로 받게 되었다.
그 덕분에 강현수는 합법적으로 고레벨 던전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고.
당연히 합법적으로 마석을 팔 수 있었다.
‘설렁설렁 해도 한 달에 몇십억은 벌겠어.’
중간중간 아이템이라도 나오면?
더 큰 돈도 손쉽게 벌 수 있었다.
아이템이 안 나오면?
아공간에서 곶감 빼먹듯 하나씩 꺼내 팔면 그만이다.
강현수가 무자비한 속도로 몬스터를 학살했다.
그때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접근하는 게 느껴졌다.
‘뭐지?’
강현수는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사설 길드들이 주로 이용하는 던전이 아니라 플레이어 협회 소속 플레이어들이 주로 이용하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여기는 오늘 나 말고 출입하는 인원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도착했다.
‘사냥하러 온 게 아니네.’
몬스터를 사냥하던 와중에 우연히 마주친 게 아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들의 표정에 적의가 가득했으니까 말이다.
“2주 전쯤 각성한 초보 플레이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여기 들어와서 사냥을 하고 있는 거지?”
선두에 선 플레이어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내가 그걸 대답해 줘야 하나?”
강현수의 반문에.
“대답해야지. 살고 싶으면.”
상대가 살기 어린 표정으로 강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나를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뜻으로 온 건 아닌 거 같군.”
강현수가 플레이어들을 훑어봤다.
‘꽤 고레벨 플레이어인 것 같은데.’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총 11명.
탱커나 근접 딜러로 보이는 이들의 숫자가 7명이었고.
원거리 딜러나 힐러로 보이는 이들의 숫자는 4명이었다.
“좋은 뜻으로 찾아올 수가 없지. 당한 게 있는데.”
“당한 거?”
“난 샤이닝 길드의 길드장 서동진이다.”
“아!”
강현수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와 동시에.
‘정보 통제가 허술하네.’
플레이어 협회의 일 처리에 실망했다.
‘신창후가 손을 썼으니 윗선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을 리는 없고.’
아마 실무진 중에 샤이닝 길드에 포섭된 인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야 기억이 났나 보네.”
서동진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하기 위해서 찾아온 건가?”
강현수의 물음에 서동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때문에 제대로 개망신을 당했거든.”
샤이닝 길드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팔 하나가 날아간 일은 감추고 싶어도 감추기 힘든 대형 사고였다.
다행히 일반 플레이어들에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대 길드들에게는 모두 알려졌다.
샤이닝 길드와 길드장 서동진은 다른 거대 길드의 비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수습하지 않으면 우리 체면이 땅에 떨어질 판이라서 말이야.”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지? 내 팔을 자를 건가? 아니면 목을 칠 건가?”
강현수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동진 입장에서는?
잘 생각해서 대답해야 했다.
서동진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느냐에 따라.
강현수가 저들을 죽일지 살릴지 결정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