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27화 (227/365)

관심 (2)

‘몇 개 더 팔까?’

오죽하면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팔아야?

제대로 꿀을 빨 수 있으니까.

‘아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괜히 푼돈에 욕심낼 필요는 없지.’

강현수는 얌전히 웅크리고 살 생각 같은 건 없었다.

힘이 있는데 뭐 하러 그렇게 산다는 말인가?

단지 너무 과한 주목을 받는 걸 원하지 않을 뿐.

‘지구는 아틀란티스 차원과 다르니까.’

그저 칭호를 얻고 유명인이 되는 것과 격이 다르다.

지구에는 인터넷이 있고.

TV와 컴퓨터가 있었으니까.

‘이미 주목은 받았고.’

[초보 플레이어 4,500억 대박!]

-미국 파워볼 복권 1등 당첨금 수준의 거액을 손에 쥔 초보 플레이어가…….

‘벌써 기사가 떴네.’

이것만으로 꽤 많은 귀찮음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또 A랭크 아이템을 팔아먹으면?

‘더 난리가 나겠지.’

그건 사양이었다.

‘거기다 적당한 시간도 필요하고.’

강현수의 강함은 규격 외다.

이 힘을 그대로 드러내면?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성장과.

비상식적인 성장은?

그 파장이 다르다.

‘이제 이사 갈 수 있겠네.’

4,500억이라고 해도 경매 수수료 5% 내고.

국세와 지방세 합쳐 최고 세율로 때려 맞으면?

세금만 49.5%다.

‘반도 안 남겠네.’

역시 세금은 무시무시했다.

‘뭐, 그래도 2,000억은 넘을 거니까.’

그 정도면 빚을 말끔히 청산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강현수가 이사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많은 이들이 강현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히 강현수가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 * *

‘강현수라.’

플레이어 협회장 백정혁이 강현수의 사진과 신상 정보가 닮긴 서류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처음에는 용의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4,500억의 잭팟을 확인하자 곧바로 의심이 들었다.

거기다.

‘꽤 오랜 시간 실종 상태였다라.’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취소해.

실종 선고를 받고 사망 처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사망한 거나 마찬가지였단 말이지.’

그 말은?

‘귀환자였나.’

귀환자.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각국의 고위층은 아틀란티스 차원의 존재와 2회 차를 시작한 귀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귀환자라도 처음에는 초보 플레이어와 다를 게 없을 텐데.’

어떻게 그런 엄청난 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A랭크 아이템을 어떻게 보유하고 있었을까.’

백정혁은 적잖은 수의 귀환자들을 만나 봤지만.

강현수 같은 케이스는 처음이었다.

‘확실히 뭔가 있어.’

무조건 확보해야 했다.

귀환자로 의심되는 것만으로도 포섭 대상인데.

강현수는 다른 귀환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분께 연락을 드려야 하나?’

하지만 괜히 귀환자 하나 나왔다고 연락드렸다가는?

괜한 노여움을 살 수가 있다.

‘일단 내가 한번 만나 봐야겠어.’

백정혁은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강현수가 판 1억 원가량의 금화.

그 금화들은 곱게 녹여지지 않았다.

금은방 주인들이 금화의 세공 기술을 보고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움직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플레이어 전용 상점에 판매를 시도했고.

일부는 금화 수집가들에게 판매를 시도했으며.

일부는 경매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경매에 올라온 금화를 확인한 플레이어 하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금화잖아?

-저게 어떻게 지구에 있는 거지?

-설마 아틀란티스 차원의 물건을 지구로 가지고 온 이가 있었나?

아틀란티스 차원의 금화를 알아본 플레이어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자신의 재력을 동원해 아틀란티스 차원 금화를 모조리 사들였다.

그리고 금화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 버렸다.

그 후.

금화의 출처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 * *

강현수는 자신의 플레이어 등록증을 가진 도플갱어를 던전에 보내 놓고 고레벨 던전에서 유유자적하게 사냥을 했다.

그런데.

-주군, 어떤 자가 제가 접촉해 왔습니다.

도플갱어에게서 연락이 왔다.

강현수가 곧바로 도플갱어를 지배했다.

“귀환자 맞으시죠? 시치미를 떼셔도 소용없습니다.”

상대는 던전 내부임에도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플레이어 같은데?’

도플갱어의 눈과 귀를 통해 보기에 정확한 실력을 가늠하기는 힘들었지만.

일반인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귀환자?’

강현수가 지구로 복귀한 지 고작 2주가 막 넘었다.

그런데.

‘벌써 아틀란티스 차원 귀환자의 존재가 알려졌다고?’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지 않은가?

“누구십니까?”

강현수가 도플갱어의 입을 빌려 물었다.

“아, 실례했습니다.”

상대가 명함을 내밀었다.

‘플레이어 협회장 백정혁?’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플레이어 협회장이면 정부 쪽 사람이네.’

강현수가 던전을 나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후 백정혁이라는 존재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다.

‘1세대 플레이어이자 한국 공식 랭킹 3위의 랭커라.’

지구의 랭커 시스템은 아틀란티스 차원과 달리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플레이어가 레벨과 스킬 랭크를 공개하면 그걸 가지고 자국 랭킹과 세계 랭킹을 매겼고.

대한민국의 경우 50위권 안에 들어가는 플레이어에게 대한민국 랭커라는 신분을 줬고.

국제 플레이어 연맹에서는 전 세계 랭킹 1,000위에 안에 들어가는 플레이어에게는 국제 랭커라는 신분을 줬다.

비교적 주먹구구식이었던 아틀란티스 차원의 랭커 플레이어와 네임드 플레이어와 다르게.

지구의 랭커들은 별도의 명단이 존재했고.

랭커 순위까지 존재했다.

‘이렇게 순순히 등록을 하다니.’

플레이어들이 단순히 관종이라 레벨과 스킬을 등록한 건 아니고.

랭커에게는 세금 감면을 비롯한 각종 국가적 혜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랭커가 되면?

부, 명예, 권력을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다.

비공식 랭커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지구의 대세는?

공식 랭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세금 감면 혜택은?

‘나도 좀 끌리네.’

2천억이 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처지다 보니 끌릴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 씨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완료했습니다. 10년간 실종 상태였고. 2주쯤 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셨더군요. CCTV를 통해 생소한 무장을 하고 돌아다니신 모습도 이미 확인했습니다.”

“그거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플레이어 특별법에 의거한 합법적인 조사입니다.”

“합법이라.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신 거죠?”

“강현수 씨를 플레이어 협회로 스카웃하고 싶습니다.”

“전 딱히 플레이어 협회 소속이 되고 싶지 않은데요?”

“그럼 조사에라도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정혁이 그 말과 함께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협조 공문이네.’

말이 협조지.

거부하면 소환장이 날아올 기세였다.

‘뭐, 나도 궁금한 건 있으니까.’

2주 전에 등장한 귀환자를 정부가 이렇게 신속하게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강현수의 기억에.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존재였나?’

분명히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찾아가죠.”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백정혁이 자리를 떠났다.

강현수는 도플갱어를 던전 밖으로 이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감시가 붙었네.’

강현수는 백정혁이 도플갱어에게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단 대비를 좀 더 해야겠네.’

도플갱어를 집에 보낸 강현수는 다시금 던전으로 가 사냥에 열중했다.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소환수를 부활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 * *

다음 날 아침.

강현수가 플레이어 협회 본사를 찾았다.

“앉으시죠.”

백정혁이 웃는 얼굴로 강현수에게 자리를 권했다.

“귀환자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으신 겁니까?”

강현수가 먼저 백정혁에게 물었다.

“아, 강현수 씨는 얼마 전에 귀환하셨죠? 하지만 더 일찍 귀환하신 분들이 있으십니다.”

“더 일찍?”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퀘스트 클리어는 동시에 이루어졌을 텐데?’

그런데 귀환에 시기에 차등이 있다?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은데요?”

강현수의 물음에 백정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고 반년 정도 후부터 귀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년이라.’

그 말인 즉 4년 6개월 전에부터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귀환한 이들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도 귀환자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고요. 한데 그들의 성장 속도가 상상 이상이더군요.”

‘2회 차 특전.’

단순히 특전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번 걸어 본 길이라는 게 중요하지.’

레벨과 스킬 랭크가 초기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간 쌓아 온 전투 경험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같은 몬스터를 상대하더라도 훨씬 더 손쉽고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2회 차 특전까지 더해지니.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했겠지.’

지구에서 각성한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특출난 존재가 있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경험과 특전이 있는 귀환자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 협회가 설립되고 귀환자의 존재를 알게 된 후 포섭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그 덕분에 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죠.”

백정혁의 말을 들은 강현수는 나름 안도감이 들었다.

귀환자에게 정보를 들었다면?

‘마왕군의 대대적인 침공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겠지.’

강현수처럼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아틀란티스 차원 귀환자들이 있다면?

마왕군이 대대적인 침공을 해 올 거라는 사실 정도는 예상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 어떤 귀환자도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얻은 힘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또 그 어떤 아이템도 가지고 오지 못했죠.”

백정혁이 그 말과 함께 강현수를 바라봤다.

“어떻게 힘과 아이템을 보존하신 겁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강현수가 시치미를 뗐다.

힘?

아이템?

‘증거 같은 건 없어.’

강현수는 자신의 힘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아이템도 고작 A랭크 하나 풀었을 뿐이다.

그것도 던전에서 사냥해 합법적으로 얻었다.

“샤이닝 길드와의 충돌과 이빨 토끼 던전 그리고 A랭크 팔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강현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 그러시군요. 참 안타깝습니다. 특별한 귀환자로 인정받으시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참 많으실 텐데 말입니다.”

혜택이 탐이 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괜히 특별하다고 티를 낼 생각은 없었다.

“그러시다면 일반 귀환자로 생각하고 대해 드리죠.”

백정혁은 이미 강현수를 귀환자로 확신하고 있었다.

10년간의 공백이 있으니.

‘그건 잡아떼 봐야 의미가 없겠지.’

아틀란티스 차원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살았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핑계였다.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레벨은 얼마셨습니까?”

“그걸 꼭 말해야 하나요?”

“의무는 아니지만. 적잖은 보상이 따를 겁니다.”

백정혁은 회유책을 들고 나왔다.

‘적당히 꾸며서 풀어 주기는 해야겠네.’

귀환자라는 사실을 들킨 이상.

어느 정도 정보는 풀어야 할 듯싶었다.

‘그런데 송하나는 어떻게 된 거지? 나보다 먼저 지구에 온 건가? 아니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수도?’

강현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때.

끼이익.

문이 열렸고.

“협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비서로 보이는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면담 중인 거 안 보이나?”

“그분이 직접 찾아오셔서.”

그분이라는 말에 협회장 백정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모시게.”

백정혁의 허락에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분이 도대체 누구길래 저러는 거야? 정치인이라도 온 건가?’

플레이어 협회장이자 랭커인 백정혁이다.

그가 어려워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저벅저벅.

그때 문이 열리고 중년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백정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중년인의 시선은 백정혁에게 향하지 않았다.

중년인이 강현수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은 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어?”

강현수는 갑자기 등장한 중년인의 얼굴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왜냐하면 그 중년인은.

‘신창후.’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었던 인의군왕 신창후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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