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92화 (192/365)

신창 드레포마

“오냐. 내 친히 네놈의 그 싸가지없는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주마.”

타악!

신창 드레포마가 번개 같은 속도로 몸을 날려 강현수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목 앞에 창날이 놓인 후에도 저런 건방진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런데.

덥썩!

신창 드레포마가 휘두른 창의 날이 강현수의 맨손에 붙잡혔다.

“이게 무슨?”

신창 드레포마는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건방진 이유가 있었군. 한 수 재간이 있는 놈이었어.”

전력을 다해 휘두른 게 아니었다.

오러도 싣지 않았다.

그저 위협할 생각으로 가볍게 창을 휘둘렀을 뿐이다.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야.’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휘두른 창을 가볍게 잡아 내다니?

이건 보통 실력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다.’

신창 드레포마는 신의 칭호를 손에 넣은 플레이어다.

또 스스로가 신의 칭호를 손에 넣은 플레이어들 중 최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신창 드레포마를 이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지.’

방금 전 일은 그저 전력을 다하지 않아 생긴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신창 드레포마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오러를 끌어 올렸다.

콰콰콰콰콰!

그와 동시에 창날이 시뻘건 오러로 물들었다.

신창 드레포마는 강현수가 물러나거나 창을 놓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현수는 창날을 잡은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전력을 다했다.

오러를 끌어 올렸고.

버프 스킬들과 공격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그런데.

‘왜 안 움직이는 거야.’

강현수의 손에 잡힌 창날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건 불가능해.’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있는 게 아니고서는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신창 드레포마는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현실이었다.

“으아아아아!”

신창 드레포마가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창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휘익!

꽈아아앙!

강현수가 창날을 잡아 들어 올리자.

신창 드레포마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고.

휘익!

강현수의 손을 휘둘러 창을 집어 던지자.

꽈아앙!

신창 드레포마의 몸이 창과 함께 눈으로 뒤덮인 바닥에 처박혔다.

“큭!”

신창 드레포마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네놈은 누구냐? 설마 마족이냐?”

신창 드레포마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노려봤다.

“마족은 무슨. 나도 플레이어다.”

“플레이어? 그런데 어떻게 나를?”

“그건 일단 네놈의 싸가지없는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친 후에 알려 주도록 하지.”

강현수가 방금 전 신창 드레포마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자.

“놈!”

분노한 신창 드레포마가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전의 사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창을 사용하는 만큼 거리를 유지했고.

스텟, 스킬, 마력을 쥐어짜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건?

강현수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은 적당히 할 필요가 없지.’

빙화신검이나 신마검처럼 대해 주면 오히려 기어오를 놈이다.

저런 놈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눌러 줘야 뒤탈이 없지.’

우득! 우득!

강현수가 오래간만에 이중으로 야수화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모든 스텟이 급격히 상승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괴력 스킬의 영향을 받는 힘 스텟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현수 역시 뱀피릭 오러, 스킬 증폭, 융합 등을 모든 스킬과 아이템의 힘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꽈앙! 꽈앙! 꽈앙!

신창 드레포마의 몸이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핏빛 오러로 뒤덮인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면?

신창 드레포마의 창을 뒤덮고 있던 붉은빛 오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차마 해소하지 못한 충격이 신창 드레포마의 몸을 뒤덮었다.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튄다.

근육이 터지고 뼈가 부러질 것 같은 충격이 몰려온다.

신창 드레포마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절대 바뀌지 않았다.

창의 긴 리치를 활용해 날린 공격은 순식간에 막혔고.

운 좋게 날아간 오러의 파편은 강현수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반면 강현수의 공격은 날카롭게 적중해 큰 상처를 남겼고.

오러의 파편이 신창 드레포마의 몸에 작은 부상을 입혔다.

꽈앙! 꽈앙! 꽈앙!

신창 드레포마는 순식간에 만신창이로 변해 눈으로 뒤덮인 바닥을 나뒹굴었다.

강현수가 다시 덤벼들라는 듯 검을 까닥이자.

“으아아아!”

신창 드레포마가 다시금 전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꽈앙!

결과는 동일했다.

강현수가 차분하게 기다리고 신창 드레포마가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덤벼들었다.

하지만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었고.

그에 비례해 신창 드레포마의 두 눈에 가득 차 있던 자신감이 빠른 속도로 증발했다.

전력을 다해 달려들어도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니.

자신감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압도적인 격차.

그간 자신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보여 주었던 차원이 다른 강함.

그에 따른 허무함과 굴욕감.

그간 자신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느끼게 해 주었던 감정을 신창 드레포마가 고스란히 역으로 느끼게 되어 버렸다.

‘절대 이길 수 없어.’

신창 드레포마의 독기가 꺾였다.

방심한 것도 아니고.

비겁한 수법에 당한 것도 아니다.

철저하게 실력으로 박살이 났다.

그리고 확실하게 느꼈다.

‘100번을 다시 싸워도 결과는 마찬가지야.’

신창 드레포마의 저항 의지가 무참히 꺾였다.

“당신은 누구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였고.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했다.

설사 다른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라고 해도 자신이 이기면 이겼지 절대 패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오만이라고 치더라도.

‘내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패배하다니.’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아직 교정이 덜 됐군.”

“뭐?”

강현수가 검 대신 검집을 들었고.

퍼억! 퍼억!

무자비한 몽둥이찜질이 이어졌다.

“커억! 크윽!”

신창 드레포마는 어떻게든 막아 내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무리 저항을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스텟, 스킬, 창술.

그 무엇 하나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결국 신창 드레포마는 일방적으로 강현수에게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이면 정신을 좀 차렸으려나?”

강현수의 중얼거림에.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신창 드레포마가 억울함이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왜 자신을 두들겨 팬단 말인가?

“네가 먼저 덤벼들었잖아. 잊었어? 누군가를 죽이려고 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강현수의 반문에.

“다, 단순히 위협만 하려 했을 뿐입니다! 당신 정도 실력자라면 그 정도는 알 거 아닙니까.”

신창 드레포마가 악을 쓰며 외쳤다.

“맞아. 알아. 그래서 나도 널 죽이지는 않고 있잖아.”

신창 드레포마는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그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괴짜일 뿐.

“저 혼자만의 무력이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신창 드레포마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거느리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믿고 있는 건가?”

신창 드레포마는 독보적인 무력을 가진 플레이어였지만.

빙화신검, 권신, 신마검같이 홀로 독보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강력한 세력을 갖춘 최고위 귀족이자 독자적인 세력을 갖추고 있는 군주였다.

“그런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지휘관 계급을 가지고 있는 소환수들 중 일부를 소환했다.

1,000기가 넘는 소환수의 등장에 신창 드레포마는 적잖이 놀랐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만 보더라도 절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강하다.’

넘실거리는 마력의 양이 그들이 랭커나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의 강자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건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

저런 전력이 현존한다는 것이.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라고 해도 저런 전력을 수족처럼 다룰 수는 없다.

신창 드레포마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아직 기가 꺾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내 수하들의 실력이 의심스러워?”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손짓하자.

마룡 카라스를 제외한 사단장 셋이 앞으로 나섰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 오크 로크 카쉬쿠, 데스 나이트 버나드.

“이 셋 중 하나라도 이긴다면 네 목숨을 살려 주는 건 물론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무사히 돌려보내 주지.”

강현수의 말에 신창 드레포마의 눈이 번뜩였다.

이미 잔뜩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더 두들겨 맞거나.

이 자리에서.

‘죽을 수는 없지.’

신창 드레포마는 살고 싶었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대신 네가 저 셋에게 모두 지면 넌 내 수하가 되어야 한다.”

“수하?”

“그래, 내기에 응하겠나?”

강현수의 물음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창 드레포마가 수락과 함께 양손으로 창을 꼭 움켜쥐었다.

‘내가 질 리가 없다.’

강현수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발생했지만.

‘저놈은 규격 외의 괴물이야.’

워낙 압도적인 실력 차가 있으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놈의 수하에게까지 패배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번 대결에 자신의 목숨이 달려 있다.

‘절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는 아니야.’

독불장군 같은 성격 탓에 다른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와 교류한 적은 없었지만.

언제 상대하게 될지 모르기에 나름대로 조사를 했다.

완전 무장을 하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체형과 무기 성별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저 셋은 절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럼?

자신이.

신창 드레포마가 패배할 일도 없었다.

그러나 방심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였을 뿐인데 큰 봉변을 당했다.

목숨이 위태로웠다.

자신이 패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괜히 방심했다가 또 봉변을 당할 수는 없었다.

‘무조건 살아남아서 무사히 빠져나간다.’

상대의 무력은 압도적이다.

자력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

막말로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먼저 기회를 줬다.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상대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무명의 플레이어 중에 신의 칭호를 가진 자신을 일방적으로 쓰러트릴 정도의 강자가 셋이나 더 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아틀란티스 차원이 넓고 숨겨진 강자가 많다지만.

모든 플레이어의 정점에 서 있는 자신을 꺾을 수 있는 존재가.

‘저렇게 많을 리 없어.’

그걸 인정하는 건.

그간 쌓아 온 신창 드레포마의 프라이드를 산산조각 내는 일이었다.

“그럼 시작.”

그러나.

강현수의 한마디와 함께 시작된 첫 번째 대결은.

꽈앙! 꽈앙!

“커억!”

신창 드레포마의 패배로 끝났다.

그것도 꽤 일방적으로 말이다.

‘이럴 수가.’

순식간에 스스로가 로크토 제국.

아니, 아틀란티스 차원 최강이라고 생각했던 자존심이 박살 났고 자존감이 뭉개졌다.

“자, 그럼 다음.”

강현수의 말에 승리를 거둔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물러나고 오크 로크 카쉬쿠가 앞으로 나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전 부상을 당했고 체력과 마력이 꽤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자존심이 박살 나고 자존감이 뭉개진 신창 드레포마는 더 이상 체면을 차릴 상황이 아니었다.

“좋아.”

강현수가 불멸의 성화를 걸어 줌과 동시에 소모된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도록 충분히 기다려 줬다.

‘이런 망할.’

체력 스텟과 마력 스텟이 높아 회복 속도가 빠른 게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럼 두 번째 대결 시작이다.”

첫 번째 대결에서 패배한 신창 드레포마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두 번째 대결에 임했다.

그러나.

퍼어엉!

“크윽!”

결과는 동일했다.

연달아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세 번째 대결을 벌였지만.

콰직!

“으아아아!”

너무나 당연하게도 세 번째 대결 역시 패배해 버렸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