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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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2)

“현수야!”

“현수 씨!”

송하나와 유카가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오랜만이네.”

투황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간 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간 떨어져 있던 모습을 아쉬워할 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라. 어느 정도 규모야?”

투황의 물음에.

“북부 영지들이 초토화된다는 것밖에 없어. 단순한 몬스터 웨이브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마족이 개입한 걸 수도 있지.”

강현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기대되네.”

“기대? 레벨을 잔뜩 올릴 수 있을까 봐?”

“그것도 그거지만. 그간 올린 실력을 네 앞에서 선보일 수 있으니까.”

투황의 말에 송하나와 유카의 입에도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그동안 레벨을 꽤 많이 올렸나 봐?”

강현수의 물음에.

“단순히 레벨만 올린 게 아니지.”

투황이 확신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고.

“맞아, 현수야. 기대해도 좋아.”

“전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그 뒤를 잇는 송하나와 유카의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좋네.”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간 나 혼자 성장한 건 아닌 모양이네.’

송하나, 투황, 유카.

세 사람도 적잖이 성장한 것 같았다.

‘이 세 사람이 끝이 아니겠지.’

그간 강현수가 휘하에 거뒀던 플레이어들 모두가 끊임없이 성장했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건가.’

회귀 전 더 안 좋은 상황과 여건에서도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강현수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고.

쉼 없이 달릴 수밖에 없도록 채찍질을 당했다.

‘진구평이 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놀랍기는 하지.’

현재 멸마창왕이라고 불리는 진구평은 회귀 전 왕의 칭호를 손에 넣지 못했다.

강현수가 준 버프의 도움으로 왕의 칭호를 손에 넣기는 했지만.

‘지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지켜 내고 있었다.

물론 기존의 칭호를 뛰어넘는 강함을 손에 넣은 적염제 도르초프,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그 셋은 애초에 씨앗 자체가 달랐으니까.’

멸마창왕 진구평 같은 쭉정이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뭐, 잘 조여 놓기도 했고.’

강현수의 예상과 달리 멸마창왕 진구평이 가진 잠재력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아마 그런 자들이 많았겠지.’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과 사고로 인해 제대로 싹을 틔우기도 전에 짓밟혔으리라.

‘뭐, 회귀 전보다는 그런 이들이 많이 줄어들었겠지.’

지금 강현수가 하려는 일 역시 그런 일 중에 하나였다.

“우리끼리만 가는 거야?”

송하나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어, 그렇기는 한데 대비는 해야지.”

몬스터 웨이브?

강현수 혼자 막아 낼 자신이 있다.

그건 빙마족이 개입되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만사 불여튼튼이지.’

강현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로크토 제국의 황제 세실리아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 결과 북부 지대에 지원군이 추가되고 대대적인 수비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뿐 아니라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 역시 정예 병력을 보내왔다.

‘어쩌면 허탕을 칠 수도 있겠지만.’

자칫 잘못해 대참사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바로 들어갈 거야?”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준비가 다 갖춰지지 않았으니까.”

대대적인 수비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로크토 제국의 지원군이 아직 북부에 도착하지 않았다.

‘도착하면 움직인다.’

그게 안전했으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고.’

공간 이동 게이트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루.

단 하루만에 로크토 제국군의 지원군이 도착했다.

그리고.

“로크토 제국군의 지원 사령관 이반 야멜리코넨이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총 책임자가 환한 얼굴로 강현수를 찾아와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네요.”

“네, 오랜만입니다.”

강현수가 이반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사령관이라? 출세하셨네요.”

“다 현수 씨 덕분입니다. 뭐, 어디까지나 임시 지원 사령관이기는 하지만요.”

이반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회귀 전 일인군단이라고 불리던 자.

강현수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직업인 일인군단의 원주인.

괴력 스킬의 소유자.

그간 종종 연락은 취하고 있었다.

‘로크토 제국군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 아무리 임시라고는 해도 로크토 제국군의 사령관 자리를 얻을 줄은 몰랐다.

‘세실리아가 손을 쓴 거겠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반의 실력이 볼품없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무왕이라고 불린다고 했었나.’

왕의 칭호를 손에 넣었다.

그것도 무왕이라는 칭호를 말이다.

괴력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플레이어들과는 격이 다른 성장을 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버프도 약한데 말이야.’

송하나, 투황, 유카처럼 연대장 직책을 준다면?

‘무왕이 아니라 무황이라고 불릴 수도 있겠어.’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회귀 전 자신이 원하지 않던 직업을 얻어 자신의 원하지 않던 삶을 살았던 이반의 얼굴에는 항상 근심, 걱정,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강현수에 의해 비틀린 미래를 맞이한 이반의 얼굴에는.

기쁨, 자신감, 만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회귀 전에 진 빚을 이렇게 갚게 되는 건가.’

강현수는 이반의 성장에 만족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상을 줄 생각이었다.

“선물이에요.”

[소대장 이반 야멜리코넨을 연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스텟이 소모됩니다.]

[이반 야멜리코넨의 직위가 소대장에서 연대장으로 변경됩니다.]

강현수의 말과 동시에.

이반 야멜리코넨의 직위가 소대장에서 연대장으로 상승했다.

“헉!”

갑작스럽게 버프가 확 늘어났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현수가 지휘관의 축복까지 내려 줬으니까.

“이, 이게 무슨?”

이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간 잘 성장해 준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강현수의 말에 이반의 얼굴에 경악 대신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반의 힘 있는 목소리에 강현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뿌렸던 씨앗들이 힘차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가 볼까.’

로크토 제국의 지원군이 도착했으니.

이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북부를 마음껏 공격할 차례였다.

* * *

강현수가 로크토 제국의 영토를 넘어 북부로 진입했다.

차가운 냉기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며 차가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옛날 생각 나네.”

투황이 아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옛날 생각?”

“그래. 소도시 소크에 있을 때 말이야.”

“아.”

얼음왕의 목걸이를 손에 넣은 소도시 소크.

강현수와 송하나가 투황의 첫 원정이 시작되었던 곳.

“그러고 보니까 비슷하네. 옛날 생각나고 좋다.”

송하나가 끼어들었다.

“좋긴, 악몽이었지.”

“뭐, 그렇기는 하지. 정말 힘들었으니까.”

“현수 너 그때 너무했어.”

“맞아!”

강현수, 송하나, 투황의 대화에 유카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

강현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될 장소.

당연히 몬스터가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만반의 채비를 갖춰야 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정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는 거 맞아?”

아무리 가도 몬스터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온 손님이 있는 모양이네.”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 투황, 유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계속 눈이 내려서 가려져 있기는 한데. 자세히 보면 전투 흔적이 남아 있어.”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 투황, 유카가 주변을 살펴봤다.

“진짜네.”

“거기다 오래된 것도 아닌 것 같아.”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이미 눈에 뒤덮여 흔적 자체가 사라졌을 것이다.

“누구지?”

북부 지역은 워낙 추워서 플레이어들에게 인기가 없다.

거기다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경계 태세로 성문도 걸어 잠근 상태.

당연히 출입하는 플레이어가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러게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강현수가 눈을 번뜩였다.

누가 자신의 사냥감에 먼저 손을 댄 건지 궁금했으니까 말이다.

‘보통 놈은 아닐 것 같은데.’

이곳은 로크토 제국의 황제 세실리아와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의 연합장 적염제 도르초프가 출입을 금한 곳이다.

그걸 어기고 들어와 몬스터를 사냥한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강현수 일행은 한 명의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었다.

‘누구지?’

한 자루의 창을 들고 있는 붉은빛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40대 중반의 남자.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응? 네놈들은 누구냐?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그때 강현수 일행을 발견한 상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강현수의 물음에 상대가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황제의 개들인가?”

황제를 자신의 아래로 보는 듯한 상대의 말을 듣자.

‘그놈이었구나.’

강현수는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신창 드레포마.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중 하나이자.

유서 깊은 로크토 제국의 명문가인 샤로드 공작가의 가주.

그리고.

‘로크토 제국의 독불장군.’

로크토 제국 최고 명문가의 장자로 태어나 플레이어로 각성했고.

그 후 신의 칭호를 손에 쥐었다.

‘황제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물이었지.’

하나 그렇다고 신창 드레포마가 황제보다 위에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신창 드레포마 역시 공식적으로는 로크토 제국의 귀족이었고.

‘황제의 신하지.’

지금은 세실리아가 로크토 제국의 황제였지만.

회귀 전 황제는 로디우스 2세였다.

신창 드레포마는 황제인 로디우스 2세의 말을.

‘씹었지.’

그것도 대놓고.

그럼에도 로디우스 2세는 신창 드레포마를 어찌하지 못했다.

가문의 힘과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라는 명성을 이용해 만든 플레이어 군단의 힘 때문이었다.

애초에 신창 드레포마의 무력 자체가 규격 외이기도 했고 말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이지.’

로크토 제국의 귀족이라면?

아무리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라고 해도 일단 황제의 명령을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신창 드레포마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회귀 전 황제였던 로디우스 2세를 겁박하는 하극상을 대놓고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비슷한 모양이네.’

황제인 세실리아와 접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놓고 황제의 명령을 무시하고 이곳에 들어왔으니.’

타고 난 성향은 회귀 전이나 후나 전혀 달라진 게 없는 듯 보였다.

‘잘 만났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기회가 되면 한번 손봐 줄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휘하에도 넣고.’

신창 드레포마의 실력은 진짜였다.

또한 그의 휘하에 있는 플레이어 군단 역시 꽤 훌륭한 전력이었다.

‘로크토 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독불장군의 한계는 명확했다.

결국 꽤 버텼지만.

‘자신의 무력을 과신하다 너무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었지.’

항상 그게 아쉬웠다.

신창 드레포마와 그 휘하 세력들이 생존해 있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쳤다면?

인류가 생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뭐, 그래 봤자 결과는 동일했겠지만.’

하나 강현수가 신창 드레포마와 그 휘하 세력을 거두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 거지? 황제의 개냐고 물었을 텐데?”

신창 드레포마의 물음에.

“너 미쳤냐? 황제가 네 친구야? 네 부하야? 어디 건방지게 신하가 군주를 그렇게 함부로 불러?”

강현수의 역공에.

“네놈이 미친 게 확실하구나.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망발을 내뱉는다는 말이냐.”

신창 드레포마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망발은 내가 아니라. 네가 하고 있는 거지.”

강현수의 대답에 신창 드레포마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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