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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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3)

기분이 묘했다.

송하나와 투황에게도 여신의 눈물을 양보한 적이 없는데.

‘이놈에게 채워 주게 될 줄이야.’

살짝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신의 눈물이 만들어 주는 신성 스텟이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스텟이 낮으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으니까.’

또 신성 스텟은 여신의 눈물과 함께할 때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에게 여신의 눈물을 양보해 신성 스텟을 쌓을 수 있게 해 봤자.

‘결국은 전력 분산이 될 뿐이지.’

차라리 마기를 흡수해 강현수 자신의 신성 스텟을 늘리는 게 아군 전력의 이득이 된다.

그래서 독점해 왔던 건데.

그런 여신의 눈물을 원수인 검신 이광호에게 채워 주게 된 것이다.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테스트를 위해서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

‘신성 스텟도 날리고 마기도 날리고.’

아쉽기는 했지만.

강현수로서는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스윽.

강현수가 품에서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꺼내 들었다.

“나와라.”

강현수의 지시가 떨어지자.

사아아악!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리치의 모습으로 화했다.

‘진작 보고를 할 것이지.’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나온 리치는 마기로 구성된 독자적인 육체를 얻게 된다.

강현수는 여기서 불편함을 느꼈다.

마기를 풀풀 풍기는 리치들을 데리고 다니면 애로 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데 아크 리치 킹인 리몬쉬츠가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 줬다.

바로 리치가 자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 접촉하면?

육체를 마기로 바꿔 다시 라이프 포스 베슬로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는 거였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쓸 일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지.’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리치의 육체가 마기로 화해 라이프 포스 베슬로 들어가면?

전투력이 증발해 버린다.

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라이프 포스 베슬은 리치들의 본체이자 가장 큰 약점이다.

리치 입장에서는?

튼튼한 방패라고 할 수 있는 리치의 육체를 두고 약점인 라이프 포스 베슬로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리치들을 수하로 두고 있는 마족들 역시 굳이 리치를 라이프 포스 베슬에 보관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리치들을 전투에 써먹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강현수는 사정이 달랐다.

마기를 감춰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나마 기억이라도 해내서 다행이지.’

강현수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편리한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으리라.

“이놈을 죽여라.”

강현수가 마기를 풀풀 풍기는 리치를 앞에 두고 명령을 내리자 잠시 멍하니 있던 검신 이광호가 발에 마력과 마기를 가득 두르고.

콰직!

리치의 두개골을 박살 냈다.

마음 같아서는 검을 쓰고 싶었지만 방금 붙은 왼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어쩔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리치는 검신 이광호의 공격에 의해 소멸했다.

혼백은 다시 라이프 포스 베슬로 흡수되었고.

리치의 육체를 구성하던 마기의 일부가 여신의 눈물을 통해 검신 이광호에게 흡수되며.

“신성 스텟이 생겼나?”

강현수의 물음에.

“예, 생겼습니다.”

검신 이광호가 공손히 대답했다.

“그럼 신성 스텟을 사용해 봐라.”

강현수의 말에 검신 이광호가 신성 스텟을 사용했다.

스텟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어찌 되었든 신성 스텟을 사용할 수는 있었다.

“마력도 함께 사용해라.”

강현수의 지시에 검신 이광호가 마력을 사용했다.

여기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마기 스텟을 사용하도록.”

강현수의 새로운 지시에 검신 이광호가 잠시 멈칫거렸다.

검신 이광호도 이게 위험한 짓이라는 자각은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

강현수의 압박에 검신 이광호는 결국 마기 스텟을 사용했다.

그 순간.

“아아악!”

검신 이광호의 입에서 고통 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끌어 올린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이 충돌하며 육체를 갈가리 찢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검신 이광호가 재빨리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 사용을 멈췄다.

“누가 마음대로 그만두라고 했지?”

그때 강현수가 서슬 퍼런 목소리로 검신 이광호를 압박했다.

“다시 끌어 올려라. 그리고 버텨.”

강현수의 지시에 검신 이광호의 두 눈에 독기가 서렸다.

“끝까지 버티면 오른팔도 붙여 주마.”

이에 강현수가 당근을 내밀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

강현수의 말에 검신 이광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금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끌어 올렸다.

“크아아악!”

검신 이광호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계속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서로 대립하는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이 격렬히 충돌하며 검신 이광호의 몸을 헤집어 놓았다.

퍼억!

검신 이광호의 몸에서 실핏줄이 터져 나왔고.

전신의 근육이 과부하에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렸다.

‘마기 스텟이 신성 스텟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도 이렇게 저항이 크다니.’

그 모습을 본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강현수의 현재 신성 스텟은 957로 거의 1,000에 근접해 있었다.

마기의 구슬을 통해 마기 스텟을 생성한다면?

현재 검신 이광호의 마기 스텟은 995.

강현수가 그간 쌓아 온 신성 스텟을 능가하는 수치였다.

‘내가 마기의 구슬 속 마기를 흡수한다면 검신 이광호와 비슷한 수준의 마기 스텟이 쌓이겠지.’

최상급 마족을 단숨에 마계 귀족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의 마기를 품고 있으니 저 정도 효율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고작 한 자릿수의 신성 스텟과 충돌하는 걸로도 저 정도로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데.’

세 자릿수의 한계치에 달한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이 충돌하면?

‘죽을 수도 있겠어.’

죽지는 않더라도 폐인이 될 게 자명했다.

“그만.”

강현수의 허락이 떨어지자 검신 이광호가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 사용을 멈췄다.

“헉헉헉!”

거친 숨을 내쉬는 검신 이광호의 몸에 생긴 부상이 빠르게 사라졌다.

불멸의 성화가 가진 도트 힐 덕분이었다.

‘부상은 회복이 가능하네.’

하지만 목숨을 잃는다면 의미가 없다.

거기다.

‘결국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동시에 사용하지 못했어.’

몸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고생을 했음에도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은 서로 충돌하기만 했을 뿐.

동시에 발현되거나 두 스텟의 힘이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았다.

‘따로따로 사용해야 하는 건가?’

현재로서는 그 방법밖에 해결책이 없었다.

‘뭐, 나쁠 건 없겠지.’

마력 스텟처럼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 역시 한계가 존재한다.

마력 스텟과 신성 스텟을 함께 사용하다가 신성 스텟이 바닥나면?

‘마기 스텟을 사용하면 그만이지.’

또한 강현수에게는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사용해 테스트해 볼 방법이 하나 남아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건 이광호에게 시킬 수 없어.’

강현수 자신이 직접 사용해야 했다.

그 이유는 하나.

‘융합 스킬은 나와 빙화신검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강현수는 빙화신검을 수하로 만들며 그의 고유 스킬을 손에 넣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다.

점핑 스킬의 존재를 알아낸 것도 그 노력 덕분이었고 말이다.

결국 강현수는 빙화신검의 고유 스킬인 융합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융합 스킬은 절대 섞일 수 없는 속성을 하나로 만들어 주지.’

그것도 더 강력한 위력으로 말이다.

빙화신검이 신의 칭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고유 스킬인 융합 덕분이었다.

‘융합 스킬을 사용하면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또한 당연히 두 스텟의 위력이 증폭될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강현수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힘을 손에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실패한다고 해도 따로따로 사용하면 그만이고.’

특수 스텟은 늘어나서 나쁠 게 없었다.

강현수가 그간 마기의 구슬에 잠들어있는 마기를 흡수하지 않았던 것은.

‘육체가 마족화가 되면 곤란해서였지.’

그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 마기의 구슬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마기 스텟을 쌓아 갈 생각이었다.

단 혹시 모를 부작용을 대비해 당분간 검신 이광호를 살려 둘 생각이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마기 스텟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강현수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텅 빈 마기의 구슬에 마기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동안 검신 이광호를 데리고 있으면서 변화를 살펴보면 될 일이었다.

“상을 주마.”

강현수가 검신 이광호의 오른팔을 다시 어깨에 붙여 주었다.

“하루 정도 후면 완치가 될 거다.”

“감사합니다! 주군! 앞으로 주군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검신 이광호가 넙죽 엎드려 감사 인사를 했다.

그것도 주군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약삭빠른 놈.’

검신 이광호는 눈치가 무척 빠른 녀석이었다.

‘지금 당장 나를 어찌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겠지.’

그러니 저리 넙죽 엎드리는 것이리라.

그러나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내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놈이지.’

하지만 그게 상관없었다.

테스트만 끝나면 제거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그럼 이제 두 번째 테스트를 해 볼까.”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수호신 이철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충심으로 따르겠습니다!”

수호신 이철민이 넙죽 엎드렸다.

수호신 이철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강한 검신 이광호가 납작 엎드리는 것을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내린 결론은 단 하나.

검신 이광호처럼 납작 엎드리는 것뿐이었다.

‘무슨 명령이든 충성스러운 태도로 수행한다. 그러면 저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

그럼 기회가 생긴다.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충신 코스프레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첫 번째 명령을 내려 주지.”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죽어.”

“예?”

“죽으라고.”

강현수의 말에 충신 코스프레를 할 예정이었던 수호신 이철민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사지 중 하나를 자르라는 명령에도 충실히 따를 생각이었다.

이미 검신 이광호의 잘려 나간 양팔이 다시 붙는 걸 봤으니까.

그러나 죽으라는 명령은 예상 밖이었다.

“명령을 따를 생각이 없나 보네. 이광호.”

“예.”

“네가 해결해.”

“알겠습니다.”

검신 이광호가 수호신 이철민을 향해 다가갔다.

“이런 시발!”

수호신 이철민이 욕설을 내뱉으며 저항하려 했지만.

마력 억제기를 차고 있는 수호신 이철민이 마기 스텟까지 손에 넣은 검신 이광호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콰직!

검신 이광호의 발에 수호신 이철민의 머리가 박살 났다.

‘죽었네.’

정말 허무하게 죽어 버렸다.

‘그럼 테스트를 해 볼까.’

강현수가 죽은 수호신 이철민을 향해 군단 구성 스킬을 사용했다.

사아아악!

강현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척!

그러더니 공손히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망할.’

강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죽은 수호신 이철민을 부활했다.

그러나 반쪽짜리였다.

혼과 백을 온전히 가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부활한 게 아니라.

백만을 가진 소환수로 부활했으니까 말이다.

‘살아 있는 상태로의 부활은 역시 무리였던 건가.’

이러면 휘하 지휘관들을 최대한 신중하게 투입해야 했다.

휘하 지휘관들이 죽으면?

부활은 가능하지만.

‘소환수가 되어 버린다.’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니라 죽은 망자가 되어 버린다.

그럼 자연스럽게.

‘성장이 멈춘다.’

일반적인 소환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쉽네.’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휘하 지휘관들은 강현수에게 있어 단순한 수하가 아니었다.

앞으로 마왕군과의 치열한 싸움을 함께 헤쳐 나갈 동료이자 전우였다.

그런 그들이 불사의 힘을 얻는다면?

강현수의 전력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혼이 떠나고 남은 백으로 만들어진 소환수로 부활한다면 그건 절대 불사가 아니지.’

그저 그들이 남긴 껍데기로 만든 인형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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