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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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2)

잠시 후.

마력 억제기를 차고 있는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 넘겨드려.”

와이더 백작의 명령에 기사들이 두 사람의 신변을 강현수에게 양도했다.

“수고했다.”

“저, 바쁘신 게 아니라면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지. 제게 공작 각하를 접대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와이더 백작의 허리를 넙죽 숙이며 부탁했지만.

“다음에 들를 일이 있을 때 찾아오도록 하지.”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아…….”

와이더 백작이 그 광경을 아쉽게 바라봤다.

죄수 둘을 넘기고 로크토 제국의 공작과 친분도 쌓지 못했으니 손해만 본 꼴이었다.

한편 와이더 백작의 손에 있다가 강현수에게 소유권이 넘겨진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로크토 제국의 공작이 왜 나를?’

‘혹시 영입인가?’

로크토 제국의 죄인이라고 했지만.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은 로크토 제국의 영토를 단 한 번도 밟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이게 자신들을 빼돌리기 위한 핑계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기회다.’

‘살 수 있어.’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강현수의 눈치를 살폈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왜 이런 곳으로?’

검신 이광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강현수가 두 사람을 데리고 온 장소가 인적이 드문 숲이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역도 아니기에 플레이어의 인적도 드문 장소였다.

“너희 둘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그러니 무조건 받아들여라.”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에게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두 사람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게 뭡니까?”

수호신 이철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받아들여라.”

“받아들이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말씀을 해 주셔야 받아들일 것이 아니겠습니까?”

검신 이광호가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역시 나를 포섭하러 온 게 확실해.’

아틀란티스 차원을 넘어와 고작 4년 만에 네임드 플레이어가 되었다.

발해길드나 고려길드 같은 거대 길드에 입단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빨리 네임드 플레이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 길드에 입단하지 못해 중소 길드에 입단해야 했고.

그들을 잡아먹으며 빠르게 힘을 키웠지만.

고작 네임드 플레이어가 한계였다.

‘나한테는 계속 기회가 없었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 잡았던 줄이 썩은 동아줄이어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하나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로크토 제국의 공작이 나를 원하고 있어.’

어영부영 끌려갈 생각은 없었다.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야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득이 있어야만 수락하겠다는 건가?”

강현수의 물음에.

“그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검신 이광호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수하가 될 수는 없지요.”

눈치를 보던 수호신 이철민이 재빨리 검신 이광호와 뜻을 함께했다.

둘이 힘을 합쳐야 더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난 이미 큰 이득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전 감옥에서 얼마든지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검신 이광호가 당당하게 이야기했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호신 이철민은 묻어 갔다.

“감옥에서 빼 준 것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 네놈들의 숨통이 지금까지 붙어 있는 걸 이야기 한 거지.”

“하! 그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검신 이광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강하게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서걱!

강현수의 손에 들린 검이 가볍게 휘둘러졌고.

툭!

검신 이광호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바닥을 적셨고.

“아아아악!”

팔이 잘린 검신 이광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제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렸겠지.”

강현수의 말에 검신 이광호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큰 착각을 했다.

‘이놈은 우리를 수하로 써먹기 위해 감옥에서 데리고 온 게 아니야.’

왼팔도 아니고 오른팔을 잘랐다.

검사인 이광호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수하로 써먹을 생각이었다면?

절대 오른팔을 자르지 않았으리라.

“왼팔마저 잘려 나가고 싶지 않다면 수락해라.”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수호신 이민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놈에게도 현실을 알려 줄 필요가 있겠군.”

“아닙니다! 안 알려 주셔도 됩니다!”

수호신 이철민이 재빨리 강현수의 지휘관 임명을 수락했다.

강현수의 시선이 다시금 검신 이광호에게로 향했다.

스윽.

강현수가 검을 들어 올려 왼팔을 잘라 내려는 순간.

“수락했습니다!”

검신 이광호 역시 강현수의 지휘관 임명을 수락했다.

‘기본 조건이 갖춰졌네.’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

강현수의 원수이자 테스트를 위한 실험체.

테스트를 위해서는 둘 모두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야 했다.

화악!

강현수가 검신 이광호에게 불멸의 성화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피가 멈추고 잘려 나간 왼팔의 상처가 치료되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잘려 나간 왼팔이 다시 어깨에 붙는다던가.

왼팔이 다시 자라난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받아라.”

강현수가 구슬 하나를 검신 이광호에게 넘겼다.

얼떨결에 왼팔로 구슬을 집어 든 검신 이광호의 눈앞에 난생처음 보는 핏빛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기의 구슬에 마기가 가득 찼습니다. 마기를 흡수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예를 선택해라.”

강현수의 지시에 검신 이광호가 두려운 눈빛을 지었다.

마기.

오직 마족만이 지닐 수 있는 기운.

“선택권은 없는 겁니까?”

검신 이광호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빌어먹을.’

검신 이광호는 그제야 상대가 자신을 끄집어낸 이유를 알아차렸다.

‘날 실험용 쥐새끼로 사용하다니.’

플레이어가 마기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테스트 상대로 자신이 선택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었다.

마족이 될지도 모르고.

마족이 되면 그대로 이 자리에서 목이 달아날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러나.

‘선택지가 없어.’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상대의 말에 따라야 했다.

“왼팔마저 잃고 싶나?”

강현수의 압박에 검신 이광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예를 선택했다.

그 순간.

사아아아악!

마기의 구슬 속에 담겨 있던 마기가 검신 이광호의 몸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강현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검신 이광호를 살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변화가 없어?’

마족으로 변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외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 변했는지 말해라.”

강현수의 물음에 검신 이광호의 두 눈이 번뜩였다.

콰콰콰콰콰!

그와 동시에 폭발적인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콰직!

검신 이광호의 몸을 구속하던 마력 억제기가 산산조각 났다.

‘강해졌네.’

마력 억제기가 박살 나는 경우는 단 하나.

‘구속하던 이의 마력이 마력 억제기의 한계를 넘어섰을 때뿐이지.’

그 정도 마력을 지니려면?

못해도 상위 네임드 플레이어 정도는 되어야 했다.

한데 하위 네임드 플레이어인 검신 이광호가 손쉽게 마력 억제기를 박살 냈다.

그것도 마력이 아니라 마기를 이용해서 말이다.

“특수 스텟 마기가 형성된 거냐? 아니면 마력과 마기가 합쳐진 거냐?”

강현수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검신 이광호에게 물었다.

“그걸 내가 말해 줄 것 같아!”

검신 이광호가 외침과 함께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왼손에는 부서진 마력 억제기의 조각 중 하나가 들려 있었다.

콰콰콰콰콰!

단검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조각이었지만.

거기에 마기가 기반이 된 오러가 담기자 순식간에 장검 이상의 크기로 늘어났다.

‘놈을 죽인다.’

오른팔을 잃었다.

그 복수를 해 줄 생각이었다.

‘나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걸 후회하게 해 주지.’

검신 이광호는 검의 천재였다.

검술 실력만큼은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부족한 건 힘, 민첩, 체력 같은 육체 스텟과 모든 스킬의 근본인 마력.

그러나 막대한 마기를 손에 넣음으로 인해.

그 모든 단점이 해소되었다.

마기가 부족한 육체 스텟을 강화시켜 줬고.

빈약한 마력을 대체해 줬다.

전신에 힘이 넘쳐흘렀다.

마기로 만든 오러는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품고 있었다.

휘익!

마기로 이루어진 검이 자신의 오른팔을 자른 원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

탁!

상대가 가볍게 손을 뻗어 마기를 기반으로 만든 오러를 붙잡았다.

“이게 무슨?”

검신 이광호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마기로 만들어져 파괴력이 월등히 올라간 오러를 스킬을 통해 막아 낸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맨손으로?”

검신 이광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괜히 팔 하나를 남겨 뒀군.”

그 말과 함께 상대가 검지손가락을 휘둘렀다.

서걱!

검지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핏빛 오러가 검신 이광호의 왼팔마저 잘라 냈다.

“아아아악!”

유일하게 남은 왼팔이 잘려 나가자 검신 이광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대답해라. 특수 스텟 마기가 형성된 거냐? 아니면 마력과 마기가 합쳐진 거냐?”

질문의 내용은 아까와 똑같았다.

그러나 검신 이광호는 더 이상 강현수의 물음에 거짓을 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강현수의 검지손가락이 이번에는 검신 이광호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뻗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답하지 않는다면?

양팔에 이어 다리 하나까지 잃게 될 게 확실했다.

“트, 특수 스텟 마기가 생겼습니다!”

“효과는?”

“신체 능력을 올려 주고 마력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검신 이광호가 재빨리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토해 냈다.

“상태창을 오픈해라.”

강현수의 말에 검신 이광호가 자신의 상태창을 공개했다.

“흠.”

강현수가 검신 이광호의 상태창을 살펴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봤지만.

특수 스텟 마기가 생긴 것 외에 특이 사항은 없었다.

‘효과는 신성 스텟과 비슷해.’

신체 능력을 올려 주고 마력을 대체할 수 있다.

“마력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나?”

강현수의 물음에 검신 이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속성만 다를 뿐 신성 스텟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거라는 뜻이군.’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

서로 정반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효과는 동일했다.

“으흠.”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검신 이광호를 보면 부작용 같은 건 없어 보였지만.

‘검신 이광호는 신성 스텟을 가지고 있지 않아.’

마력 스텟은 신성 스텟과도 잘 어울리고 마기 스텟과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동시에 보유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게 좋겠지.’

직접 테스트를 해 보는 게 가장 좋았다.

문제는 여신의 눈물이 팔찌라는 점이었다.

‘괜히 양팔을 잘라 버렸네.’

하지만 그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강현수가 바닥에 떨어진 검신 이광호의 왼팔을 들어 어깨에 가져다 대고 다시 불멸의 성화를 활성화시켰다.

화아아악!

환한 빛무리와 함께 잘려 나간 왼팔이 다시 어깨에 붙었다.

그러나 완치는 아니었다.

그저 팔과 어깨를 붙였을 뿐.

‘지금은 감각도 없겠지.’

아마 의수를 달고 있는 느낌일 것이다.

불멸의 성화는 SS랭크.

떨어진 팔을 붙이는 건 가능했지만.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도트 힐이 못해도 하루 이상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완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이템 사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

강현수가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여신의 눈물을 검신 이광호의 왼팔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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