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58화 (158/365)

트롤링

“곧바로 안내해.”

“예, 주군.”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오크 로드 카쉬쿠의 안내에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하는 와중에 오크 무리가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 앞길을 막았지만.

“몬스터가 정말 끝도 없이 나오는군. 마음 같아서는 계속 머무르고 싶을 정도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건 완전 광렙 사냥터잖아!”

“광렙! 광렙!”

적염제 도르초프, 인의군왕 신창후, 검왕 장석원, 멸마창왕 진구평, 송하나, 투황, 암왕 세실리아에 의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쓸어버려!”

쿠오오오오오!

여기에 오크 로드 카쉬쿠의 사체를 기반으로 강력한 누더기 골렘을 만드는 데 성공한 광혈마녀 유카 역시.

누더기 골렘을 선두로 대규모 골렘 부대를 운용해 맹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오크 로드 카쉬쿠, 마룡 카라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필두로 한 강현수의 소환수들도 화려하게 날뛰고 있으니.

오크들은 모습을 드러내는 족족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많은 숫자의 오크 무리가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와 강현수 일행을 공격했다.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좋네.’

그것도 엄청 좋았다.

경험치와 아이템 덩어리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없네?”

오크 로드 카쉬쿠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에 오크 대족장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오크 로드 카쉬쿠가 고개를 땅에 박으며 사죄했다.

“아니야, 괜찮아.”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찾으면 그만이지.’

거기다 오크 대족장이 오크 로드로 성장한다고 해도.

‘그렇게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야.’

오히려 강현수 입장에서는?

강력한 소환수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계속 방치할 수는 없지.’

오크 로드가 한 마리에서 두 마리 정도라면 큰 부담이 없지만.

‘세 마리 이상이 되면 골치가 아파져.’

하지만.

‘이미 프랭크 왕국은 멸망했어.’

생존자들 역시 지금쯤 모두 프랭크 왕국을 탈출했을 것이다.

‘마기의 구슬이라도 아무런 베이스 없이 마기를 강화시킬 수는 없어.’

현재 전투는 소강상태다.

유일한 전투는 강현수 일행이 오크들을 때려잡는 것인데.

‘오크들이 죽어 가며 뿜어내는 마이너스한 감정과 피와 살을 통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면?’

성장의 한계가 뚜렷했다.

또 오크들의 머릿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무한은 아니지.’

결국은 그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지.’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었다.

오크 대족장이 오크 로드로 성장한다고 해도?

‘오히려 더 쓸 만한 소환수만 늘어나는 꼴이지.’

그때.

-주군, 사클란트 제국군이 프랭크 왕국에 진입해 오크 군단과의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골드로드상단주 사에마알의 보고가 들려왔고.

‘이런 망할.’

강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대로만 가면 오크들의 전력만 갉아먹으며 아군이 강해질 수 있었는데.

사클란트 제국이 제대로 트롤링을 해 버렸다.

‘방법은 하나.’

최대한 빨리 오크 대군주를 찾아내 제거해야 했다.

“가자.”

강현수가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을 이끌고.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시작했다.

* * *

“오크 무리를 모조리 쓸어버려라!”

“와아아아아!”

사클란트 제국군의 총사령관을 맡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외침에 플레이어들이 힘찬 함성을 터트리며 오크 무리를 학살했다.

사클란트 제국과 제후국에서 소집한 정예병.

거대 길드와 중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까지.

사클란트 제국군의 총병력은 무려 50만에 달했다.

어중이떠중이만 뽑은 것도 아니다.

500레벨 이상이 넘어가는 쓸 만한 전력만 뽑아 왔다.

거기다 후방에서도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을 소집해 전선에 투입하고 있었다.

“별것 아니군.”

사클란트 제국군의 총사령관을 맡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무심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고작 저런 조무래기들에게 프랭크 왕국이 무너졌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프랭크 왕국의 전력이 형편없었던 모양입니다.”

철혈제 브라굴 대공 근처에 있던 기사들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쾌속 진군한다. 우리의 목적은 최단 시간 안에 오크 무리를 섬멸하고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회복하는 거다.”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말에.

“오크 무리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쾌속 진군을 하면 플레이어들의 피로도가 올라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군의 피해가 커질 겁니다. 거기다 오크 대전사와 오크 족장은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으니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크 족장? 저놈을 말하는 건가?”

“쿠워어어억!”

3미터 덩치의 오크 족장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무쌍의 무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누가 처리하겠나?”

“제가 하겠습니다.”

기사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좋네, 이번 일은 경에게 맡기지.”

“감사합니다.”

타악!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허락을 받은 기사가 전력으로 달려 나가.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단 세 번의 격돌로.

좌아아악!

오크 족장의 몸을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베어 내 둘로 쪼개 버렸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이의를 제기한 기사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은 상인 가문 출신이라 그런지 참 겁이 많군. 저따위 오크들이 뭐가 무섭다는 말인가?”

“오크들이 무섭다는 게 아니라, 아군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어차피 최전방에서 희생되는 건 길드 소속 타 차원 플레이어들이네. 손실이 있다고 해도 사클란트 제국군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아.”

“그들 역시 사클란트 제국군입니다.”

“허구한 날 문제만 일으키고 통제도 안 되는 놈들이 사클란트 제국군은 무슨.”

“하지만…….”

“경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말게.”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말에 반대 의견을 냈던 기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는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최단 시간 안에 수복하고 생존한 백성들을 구출하라는 황명을 받았네. 황명을 받은 군대가 희생을 두려워해서야 되겠나? 진군! 진군하라!”

황명을 언급한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군대의 진군을 명령했다.

사실 반대했던 기사의 말이 옳다는 걸 철혈제 브라굴 대공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희생보다는 사클란트 제국 황실의 위엄을 세우는 게 먼저다.’

거기다 겸사겸사.

‘점점 목이 뻣뻣해지는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숫자도 좀 줄이고 말이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지휘하에 사클란트 제국군은 빠른 속도로 오크들에게 점령당한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회복해 나갔다.

* * *

강현수 일행은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오크들을 사냥했다.

그 덕분에.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은 빠르게 광렙을 할 수 있었다.

이미 암왕 세실리아와 적염제 도르초프는 돌아간 후였고.

“하하하, 레벨이 이렇게 빨리 오른 적은 처음입니다, 주군.”

“저도 그렇습니다. 돌아가기가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야지.”

멸마창왕 진구평,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가 봐.”

강현수의 말에.

“예, 주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얼마든지 불러 주십시오!”

“저도 꼭 부탁드립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주군.”

인사가 끝나자 강현수가 소환수 교환 스킬을 사용해 세 사람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냈다.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요.”

광혈마녀 유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넷이거든!”

송하나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광혈마녀 유카의 말을 정정했다.

“아, 그러네요.”

그러나 광혈마녀 유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저게 나를 아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어.’

송하나가 도끼눈을 뜨고 광혈마녀 유카를 노려봤다.

처음에는 안쓰럽게 생각해 잘해 줬는데, 아주 사람을 투명 인간 취급했다.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적염제 도르초프를 시작으로,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 역시 대놓고 경계를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강하니까.’

송하나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기는 했지만.

이미 왕의 칭호를 뛰어넘는 실력을 지닌 검왕 장석원과 인의군왕 신창후에는 미치지 못했다.

‘내가 약해서 무시한 거라 그거지.’

엄청나게 기분이 나빴다.

거기다 자기가 강현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겠다는 포부 역시.

‘거슬려.’

애초에 송하나 역시 강현수에 대한 의존도가 강했다.

그 정도가 다를 뿐, 살황 송하나 역시 광혈마녀 유카처럼 강현수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본때를 보여 주겠어.’

송하나의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강현수는.

‘뭐, 나쁜 일은 아니지.’

강해지겠다는 열망을 더 강하게 갖는 건, 오히려 좋은 거였다.

반면 투황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살황 송하나가 광혈마녀 유카에게 투지를 불태우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강현수 일행은 멸마창왕 진구평,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가 돌아간 후에도 계속해서 오크들의 숫자를 줄여 나가며 오크 대족장이나 오크 로드를 찾았지만.

‘이 자식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그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 * *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지휘하는 사클란트 제국군은 무서운 속도로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회복해 나갔다.

그러나 빠른 속도전에 병력 피해가 늘어났다.

8만에 가까운 플레이어들이 죽어 나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손실이라고 볼 수도 없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클란트 제국과 제후국에서 징집한 병력의 피해는 고작 수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멍청한 놈들.’

길드 소속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 역시 아군 플레이어들의 죽음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죽어 나간 플레이어들의 대부분이 중소 길드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거대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피해는 고작 수백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고.

같은 중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자신의 길드가 아닌 타 길드의 소속 플레이어가 죽는 것에 무감각했다.

오히려.

‘저놈이 죽어서 전리품을 더 많이 챙길 수 있겠어.’

죽은 아군이 모아 놓은 전리품이나.

‘제법 좋은 스킬북을 떨어트렸네.’

아군이 죽으며 잔존 마력이 뭉쳐 생겨난 스킬북에 눈독을 들였다.

‘이런 전투는 언제든지 환영이지.’

‘레벨도 꽤 많이 올리고 주머니도 두둑이 채울 수 있겠어.’

사실 길드 소속 타 차원 플레이어들은 적잖은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강제징집이었고, 약속된 보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크들이 생각보다 약했고, 숫자는 많아 경험치도 잘 오르고 전리품도 넉넉하게 얻었다.

거기다 죽어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몫까지 챙기자, 제법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모두가 만족하는 전투였다.

사클란트 제국과 제후국에서 징집한 병력은 별다른 피해가 없어서 좋았고.

길드 소속 타 차원 플레이어들은 경험치도 잘 오르고 전리품도 넉넉히 얻으니 좋았다.

그러나.

“쿠워어어억!”

강대한 마력이 실린 포효와 함께 등장한 10만 마리가량의 오크들로 인해.

그간 느꼈던 만족감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커억!”

“으으윽!”

최전방에 위치했던 플레이어들은 마력이 실린 포효에 담긴 정신계 공격에 적잖은 타격을 입어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쿠와아아악! 모조리 죽여라!”

“로드를 위해 싸워라!”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플레이어들에게 들이닥친 10만 마리가량의 오크들이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했다.

“후퇴! 후퇴해!”

일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정신을 차리고 항거했지만.

콰직!

오크 대전사와 오크 족장이 투척한 손도끼에 순식간에 머리가 터져 나갔고.

최전방에 위치했던 길드 소속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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