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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의 구슬 (2)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합류할게.”

“여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고!”

송하나와 투황이 합류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여기에.

“야수화.”

이중으로 야수화 스킬을 사용한 강현수가.

뱀피릭 오러, 여신의 눈물, 탐식의 검, 얼음 왕의 목걸이, 수호의 반지 등등.

그간 얻은 스킬과 아이템 들을 총동원한 데다 신성 스텟과 독성 스텟까지 듬뿍 담아 맹공을 퍼부었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성장이 조금 더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암살자로서 성장해 온 암왕 세실리아 역시.

은신 스킬과 공격 스킬을 번갈아 사용하며 오크 로드를 압박했다.

오크 로드의 몸에 작은 상처만이 아니라 제법 큰 상처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점점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쿠아아악! 나를 도와라!”

오크 로드가 수하들을 불러들였다.

강현수의 소환수들과 광혈마녀 유카의 골렘들이 막아섰지만.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 들은 소환수들의 포위를 뚫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블리자드.”

강현수가 얼음 왕의 목걸이에 내장된 광역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휘이이이잉!

차가운 냉기가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 들의 몸을 얼려 버렸고.

“얼음성.”

광역 방어 스킬인 얼음성을 사용해 내부와 외부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오오오! 로드시여!”

백여 마리가량의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가 합류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저놈들을 막아라!”

지시를 내린 오크 로드가 강현수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에 강현수 역시.

“막아.”

꽈아아앙!

반인반룡의 형태를 한 용왕을 비롯해 방어력이 뛰어난 소환수들 위주로 오크 로드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듭되는 가운데.

오크 로드의 부하인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 들이 빠르게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쿠워어억! 죽인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자신이 패배할 것을 확신한 오크 로드가.

“나를 지켜라!”

등 뒤의 수비를 휘하 오크들에게 맡긴 후.

콰콰콰콰콰!

마기를 미친 듯이 끌어올려 양손 도끼에 집중시킨 후.

꽈아앙! 꽈아앙!

용왕을 비롯한 소환수들을 순식간에 분쇄하며 강현수를 향해 다가갔다.

“주군을 지켜라!”

이에 적염제 도르초프를 선두로.

“비켜, 이 오크 놈들아!”

“현수야!”

인의군왕 신창후, 검왕 장석원, 송하나, 투황,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강현수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로드를 지켜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오크들이 자신의 목숨을 갈아 가며 오크 로드의 후방을 막아 냈다.

그러던 중.

-지금이다.

강현수가 지금까지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연대장급 소환수,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명령을 내렸고.

오크 족장으로 위장해 지금까지 오크 로드를 위해 싸웠던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휘익!

몸을 돌려.

콰콰콰콰콰!

마력이 듬뿍 담긴 도끼를 오크 로드의 등짝에 꽂아 넣었다.

콰직!

“커억!”

오크 로드의 몸이 힘없이 비틀거렸다.

비록 다운그레이드가 되기는 했지만, 도플갱어 킹 탈리만은 마계 귀족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소환수.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오크 로드, 마룡 카라스, 강현수를 제외하면 네 번째로 강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등 뒤를 조심했어야지.”

콰콰콰콰콰!

강현수가 마력을 총동원해 검을 휘둘렀다.

꽈앙! 꽈앙! 꽈앙!

오크 로드가 사력을 다해 방어했지만.

앞뒤로 포위당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힘을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콰직!

강현수의 검이 오크 로드의 심장에 틀어박혔다.

“유카!”

강현수가 광혈마녀 유카를 불렀고.

“네, 골렘 소환!”

광혈마녀 유카는 오크 로드의 몸이 마력으로 분쇄되기 전에.

우득! 우득!

오크 로드의 사체를 이용해 골렘 제조에 들어갔다.

‘경험치는 포기해야겠네.’

오크 로드의 사체가 잔존 마력으로 변해 흩어지지 않으니 경험치를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경험치야 다른 오크 무리를 소탕해도 얻을 수 있었다.

거기다.

‘경험치는 안 들어와도 업적은 들어오지.’

[오크 로드를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오크 로드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오크 학살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마계 자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살해자 S랭크가 SS랭크로 성장했습니다.]

[마왕군의 침공을 홀로 저지하는 훌륭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성 SS랭크가 SSS랭크로 성장했습니다.]

새로운 업적과 기존 업적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단 구성.”

강현수의 한마디에.

사아아아악!

마력으로 이루어진.

“쿠오오오오!”

오크 로드가 부활했다.

강현수는 도왕을 연대장에서 대대장으로 강등시키고.

“지휘관 임명.”

소환수가 된 오크 로드를 연대장에 임명한 후.

“지휘관의 축복.”

지휘관의 축복까지 부여했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너 혼자 강해진 거냐?”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건 마기의 구슬 덕분입니다. 그게 뭐냐면…….”

강현수가 장담했던 대로 오크 로드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자신이 어떻게 홀로 그런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상세히 고했다.

요점은 마기의 구슬이라는 보물을 지니고 있으면 근방에서 벌어지는 마이너스한 감정과 죽은 자의 피와 살을 원거리에서 흡수해 그 주인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마기의 구슬은 지금 어디 있지?”

“새롭게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오크 대족장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놈의 위치는?”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상되는 장소는 있습니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주군.”

“아, 그런데 너, 이름이 뭐냐?”

그냥 오크 로드라고 불러도 되기는 하지만.

다른 오크 로드 소환수가 생기면 일이 꼬일 수도 있다.

뭐, 오크 로드에게 이름이 없다면?

그냥 1호, 2호 이런 식으로 부를 의향도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카쉬쿠라고 하옵니다.”

이름이 있었다.

“그래, 알았다.”

강현수가 송하나를 비롯한 지휘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말 짭짤하네.”

“하하하, 이번에는 SSS랭크 업적이다!”

다들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다들 오래 자리 비우기는 힘들지?”

강현수의 물음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휘하 지휘관들에게 일을 일임해서 일주일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때 멸마창왕 진구평이 일주일을 외쳤고.

“저도 일주일 정도는 괜찮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인의군왕 신창후와 검왕 장석원도 일주일을 외쳤다.

그러나.

“전 사흘 정도가 한계입니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인 암왕 세실리아는 3일.

“저도 나흘 안에 돌아가야 합니다.”

지구 플레이어 연합의 수장인 적염제 도르초프는 4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촉박하네.”

강현수는 일인사단 직업을 손에 넣으며 소환수 교환이라는 스킬을 습득했다.

소환수끼리 위치를 교체할 수 있는 공간 이동 계열 스킬로.

‘쿨타임이 무려 25일이라는 말이지.’

그나마 이것도 F랭크에서 E랭크로 성장해 쿨타임이 줄어서 이 정도지.

‘F랭크였을 때는 무려 30일이었지.’

랭크가 더 오르면?

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스킬이었다.

단순히 원거리 이동뿐만 아니라.

‘전투 중에 포지션을 바꿀 수 있으니까.’

거기다 불행 중 다행으로.

‘F랭크였을 때는 스택이 세 개였고 지금은 여섯 개라는 거지.’

저 다섯을 돌려보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단 저 다섯을 대신해 이곳으로 올 소환수들을 다시 보내는 게 일이긴 했지만.

‘그나마 넉넉하게 다섯 정도는 붙여 놨으니까 괜찮겠지.’

애초에 스택이 남았음에도 아껴 뒀던 이유가.

‘바로 지금처럼 업적을 획득할 기회가 있을 때 써먹기 위해서니까.’

일반 오크를 사냥하는 데 쿨타임이 긴 아까운 스택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확실하게 업적을 얻을 수 있을 때 부르는 게.

‘나한테도 이득이고.’

지휘관들에게도 이득이었다.

“이분들이 강현수 씨의 휘하 지휘관들이신가요?”

오크 로드의 사체를 이용해 골렘 제작에 성공한 광혈마녀 유카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적염제 도르초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맞아. 왜? 뭐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송하나와 투황은 길거리 돌멩이 보듯 하더니, 왜 적염제 도르초프는 저렇게 경계한다는 말인가?

“상당히 강하네요.”

“제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니까. 거기다 내 버프 덕분에 더 강해지기도 했고.”

회귀 전에는 죽을 때까지 신의 칭호를 손에 넣지 못한 적염제 도르초프지만.

이번에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력이 급 상승하고 있었다.

“소환수들도 엄청 강력하고요.”

광혈마녀 유카가 오크 로드 카쉬쿠, 마룡 카라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살기 어린 시선으로 노려봤다.

‘혹시 전에 벌였던 이벤트의 진위를 의심하는 건가?’

사실 광혈마녀 유카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다.

저렇게 강한 휘하 지휘관과 강한 소환수가 있었는데,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위장한 오크 대족장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왜 동원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그런 거면 조금 곤란한데.’

오크 로드 카쉬쿠를 상대하기 위해 마룡 카라스를 동원하고 적염제 도르초프를 비롯한 지휘관들을 소환할 때 살짝 걱정하기는 했지만.

‘스킬 쿨타임 핑계를 대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광혈술사 유카의 눈에 피어오른 광기와 살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강현수가 일단 스킬 쿨타임에 대해 설명하려 할 때.

“저보다 훨씬 강하네요. 아마 저보다 현수 씨한테 더 큰 도움이 되겠죠? 그게 너무 분해요.”

광혈마녀 유카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어?”

“저, 앞으로 훨씬 강해질 거예요. 저 사람이랑 저 녀석들보다 더. 그래서 현수 씨 휘하에 있는 지휘관과 소환수 중 최고가 될 거예요.”

광혈마녀 유카가 질투 어린 눈빛으로 적염제 도르초프, 오크 로드 카쉬쿠, 마룡 카라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노려봤다.

‘이게 뭔 상황이야?’

혹시 광혈마녀 유카가 전의 이벤트를 의심할까 싶어서 적당한 핑곗거리까지 만들어 놨는데.

정작 광혈마녀 유카는 의심은커녕 그 전의 이벤트에 대해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후였다.

현재 광혈마녀 유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대상인 강현수의 호의를 사는 거였다.

미움받는 건 죽기보다 싫었고.

기왕이면 지휘관이나 소환수 들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더 강해질 거야.’

강현수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현수 씨한테 더 큰 도움을 줘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광기에 잠식당해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갖게 된 광혈마녀 유카였지만.

사실 광기에 잠식당하기 전 골렘술사 유카였던 시절에도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며.

‘사랑받기 위해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해.’

비정상적인 가치관이 생겼고.

‘저 녀석들보다 도움이 안 되면 버림받을지도 몰라. 아니야, 현수 씨가 나를 버릴 리는 없어. 그렇지만 나에게 오는 관심과 사랑이 줄어들 거야.’

그 비정상적인 가치관은 광기에 잠식당하며 더욱더 비틀린 상태였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줬던 이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힘을 필요로 했다.

그 힘이 쓸모없어지면?

버렸다.

그렇기에 당연히.

‘강해져야 해. 그래야 현수 씨한테 가장 사랑받는 지휘관이자 소환수가 될 수 있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면?

강현수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 앞으로 노력해 봐.”

“네!”

광혈마녀 유카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소환수에게까지 질투를 하는 광혈마녀 유카의 모습이 황당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나쁠 건 없지.’

광혈마녀 유카는 강현수의 지휘관, 그녀가 더 강해지겠다며 열의를 불태우는 건?

얼마든지 대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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