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가 떠난 뒤.
세실리아는 수하들에게 다크 나이트의 뒤를 쫓지 말 것을 명했다.
자신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주군의 정체를 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정체를 파헤치려다 괜한 노여움을 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군의 이름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해.’
강현수라는 이름 석 자를 안 것만으로도 타 차원의 플레이어, 그중에서도 지구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인물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나도 다크 나이트의 일원이다.’
골드로드상단이 다크 나이트의 자금줄이라면.
자신이 이끄는 조직은 다크 나이트의 정보 조직이 될 것이다.
‘한데 도대체 어떤 스킬이기에 이런 강력한 소환수들을 다수 보유할 수 있는 거지?’
세실리아로서는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드러내라.”
세실리아가 자신의 휘하에 배치된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컥!
완전무장을 하고 있던 소환수들이 일제히 투구를 벗었다.
“헉!”
그 순간 세실리아는 경악했다.
‘저들은.’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마룡 레이스 당시 동원되었던 로크토 제국과 제후국의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들.’
모두 전멸했다고 알려진 그들이.
‘주군의 소환수가 되어 있을 줄이야.’
죽은 자를 되살려 소환수로 만들다니.
자칫 잘못하면 마왕의 하수인이라고 오해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가 사용하는 강령술과는 달라.’
시체가 아니라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마기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다크 나이트를 공격하려는 자들에게 전사한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의 존재는 아주 좋은 명분이 되어 줄 것이다.
대중은 자극적인 소문에 쉽게 흔들린다.
그렇기에 때로는.
‘진실보다는 거짓에 현혹되는 경우가 더 많지.’
세실리아는 아틀란티스 전역을 아우르는 정보 조직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잘못된 정보가 가져올 파급력이 어떠한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소환수들의 정체는 철저히 감춰야 해.’
투구를 벗는 일 따위는 없어야 했고.
정체가 드러날 것 같으면.
‘대대 소멸이라.’
새롭게 얻은 이 스킬을 사용하면.
소환수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엄청난 힘을 얻었어.’
세실리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대대 역소환.’
세실리아의 말에 1백 기의 소환수들이 그대로 검은 연기로 변해 세실리아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겠지.’
무려 1백 기의 소환수를 세실리아의 휘하에 넣어 주었다.
그러나 마룡 레이드에서 사망한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의 숫자는 3백 명이 넘는다.
‘거기다 마룡 레이드에서만 소환수를 만드시지는 않으셨을 테고.’
주군인 강현수는 월등히 더 많은 숫자의 소환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선뜻 1백 기의 소환수 지휘권을 넘겨준 것이리라.
‘그저 빌려 쓰는 것일 뿐이야.’
이 1백 기의 소환수는 주군인 강현수가 원하면 언제든 거두어 갈 수 있는 힘이었다.
하나.
‘내가 잘하면 더 많은 힘을 빌려주실 수도 있어.’
그리하면.
‘내 욕망을 더 빨리 이룰 수 있겠지.’
으득!
세실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황실의 직계임에도 사생아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뽑아 버리고 싶은 황실의 피를 무기 삼아 섀도 가드를 장악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거금과 무력.
거기다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종속시킬 방법까지 얻어 냈다.
또한 현 황제 로디우스 1세가 3년 후에 사망한다는 정보까지 알게 되었다.
이 정도라면?
‘3년 후 황태자와 그 자식들을 제거하고 황위를 차지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복수라는 이름의 욕망을 충분히 불태울 수 있으리라.
* * *
이반과 세실리아를 휘하에 들이고 로크토 제국의 황제 로디우스 1세에게 경고까지 끝낸 강현수가 루자베누로 복귀했다.
“벌써 왔어?”
강현수가 나타나자 투황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수야!”
반면 송하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강현수를 반겼다.
“레벨 업은 많이 했어?”
“어, 열심히 했어.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편하게 사냥했는지도 알 수 있었어.”
“그건 나도 동감. 오랜만에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고.”
송하나와 투황 모두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구른 것 같았다.
강현수는 송하나, 투황과 짧은 재회를 하고 다시금 사냥에 열중했다.
‘미쳤네.’
레벨 업을 하고 모든 미분배 스텟을 힘으로 찍은 강현수의 입이 헤벌쭉하고 벌어졌다.
괴력.
사기 스킬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금방 채우겠어.’
일인여단으로 전직하며 늘어난 5천 기의 소환수를 언제 다 채우나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채울 수 있을 듯했다.
강현수 일행은 저녁 늦게까지 사냥을 한 후 복귀했다.
그러는 와중에.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발견했다.
‘어?’
정상적인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인간 사냥꾼.’
강현수가 발견한 플레이어들은 인간 사냥꾼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놈들이 설칠 철이 됐구나.’
강현수는 훈련소를 퇴소한 이반을 만나기 위해 로크토 제국으로 갔었다.
그 말은.
‘로크토 제국뿐 아니라 아틀란티스 전역에 초보 플레이어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뜻이지.’
가장 손쉬운 먹잇감인 초보 플레이어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자연스럽게 인간 사냥꾼 놈들도 다시 기승을 부리겠지.’
현재 강현수가 가지고 있는 칭호 자유의 수호자 랭크는 고작 A.
‘한번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전쟁, 거기다 마룡 카라스의 침공까지 더해져 잠시 손을 놓고 있었다.
‘대청소를 해야겠어.’
아틀란티스 전역은 무리더라도.
루자베누를 시작으로 로크토 제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가들의 인간 사냥꾼 조직을 모조리 박멸하는 건.
‘지금 가진 힘으로도 충분해.’
강현수가 당장 눈앞에 있는 녀석들부터 정리하려고 할 때.
“저놈들 뭐야?”
투황이 눈을 번뜩였다.
“인간 사냥꾼이야.”
“인간 사냥꾼? 초보 플레이어들을 잡아서 노예로 만드는 놈들?”
“그래.”
“내 저놈들을 당장!”
투황이 눈에 불을 켰다.
“같이 가자.”
“그래.”
강현수와 투황이 인간 사냥꾼들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저놈들은 뭐야?”
“고레벨 플레이어다.”
“튀어!”
살기등등한 기세로 달려오는 강현수, 송하나, 투황을 목격한 인간 사냥꾼들이 눈과 입 그리고 귀를 가리고 포박해 끌고 가고 있던 초보 플레이어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하지만.
콰콰콰콰콰!
황금빛 오러에 휩싸인 투황의 주먹질에.
꽈아아앙!
한 줌의 핏물이 되어 그대로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들도.
“파이어 월!”
송하나가 사용한 파이어 월 스킬에 의해.
화염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화염 속에 갇혀 있는 인간 사냥꾼들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저는 저놈들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맞습니다. 죽은 놈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가담한 겁니다.”
생존한 인간 사냥꾼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동료를 팔았다.
“다른 인간 사냥꾼들 정보 알지?”
강현수의 말에 살아남은 인간 사냥꾼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몰라? 그럼 그냥 죽어야지.”
콰콰콰콰!
강현수의 몸에서 핏빛 오러가 뿜어져 나오자.
“압니다!”
“전 노예들을 사 주는 상인도 알고 있습니다!”
재빨리 태도를 바꿔 동업자들을 팔아넘겼다.
“그래?”
강현수는 정보를 확인한 후.
서걱!
인간 사냥꾼들의 숨통을 말끔히 끊어 주었다.
“이 녀석들 싹 다 청소해 볼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찬성이야.”
투황과 송하나가 찬성표를 던지자.
“곧바로 움직이자.”
강현수 일행이 곧바로 움직였다.
“아아악!”
강현수 일행이 움직이는 곳마다 플레이어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망쳐!”
애써 생포한 초보 플레이어들까지 버리고 도주했지만.
“커억!”
강현수의 일행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이걸로 끝낼 수는 없지.’
강현수는 인간 사냥꾼들을 쓸어버린 뒤 곧바로 중화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루자베누는 중화길드가 지배하는 도시다. 인간 사냥꾼이 설친다는 건 진구평 이놈이 일을 제대로 못 한 거야.’
그날 멸마창왕 진구평은 강현수에게 제대로 깨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중화길드가 인간 사냥꾼 토벌을 위해 대대적으로 움직였다.
* * *
‘루자베누는 진구평에게 맡겨 놓고 다른 곳도 청소를 해야겠어.’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을 데리고 근처 대도시의 초보자 사냥터 순찰에 들어갔다.
그 결과.
엄청난 숫자의 인간 사냥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현수는 인간 사냥꾼들을 청소하며 마이트어 왕국을 순회공연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자유의 수호자 A랭크가 자유의 수호자 S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그 덕에 자유의 수호자 칭호가 S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송하나 역시 강현수와 마찬가지로 자유의 수호자 칭호 S랭크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SSS랭크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는 성장하지 못했다.
‘뭐, SSS랭크니 당연하겠지.’
강현수와 송하나보다 스타트가 늦었던 투황의 경우는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A랭크와 자유의 수호자 칭호 C랭크를 손에 넣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지.’
아직도 인간 사냥꾼들은 계속해서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놈들을 막아야 했다.
강현수 일행은 마이트어 왕국을 순회공연하며 적극적으로 인간 사냥꾼들을 척살했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항상 마가 끼는 법.
“요즘 초보자 사냥터에서 분탕질 치고 있다는 놈들이 네놈들이냐?”
1백 명이 넘는 인원으로 이루어진 플레이어들이 강현수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네놈들 때문에 높으신 분들 심기가 많이 불편해졌어.”
“그러게 적당히 설쳤어야지.”
“원래 나대는 놈들이 가장 먼저 죽는 거다.”
강현수 일행을 포위한 플레이어들은 인간 사냥꾼 같은 낙오자들이 아니었다.
모두가 300~400레벨에 도달한 중레벨 플레이어들이었다.
왕국군이나 거대 길드 소속이라도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수준의 레벨.
‘왕국군이나 거대 길드는 아니고 중소 길드 소속인 거 같은데?’
서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경계하고 있는 걸 보니 같은 길드 소속은 아닌 듯했다.
‘인신매매업을 하는 중소 길드들이 정예만 모아서 왔나 보네.’
자기들 사업을 방해하는 강현수 일행을 척살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친 것이다.
씨익.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은 먹잇감들이 알아서 굴러 들어오네.’
처음 인간 사냥꾼들을 척살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인간 사냥꾼들을 두드리자 그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지오길드가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놈들을 척살하자.
‘SSS랭크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와 A랭크 자유의 수호자 칭호를 받았지.’
좋은 먹잇감이 알아서 자기 발로 굴러 들어왔다.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맙다.”
“뭐?”
“귀찮게 따로따로 안 오고 이렇게 한꺼번에 와 줘서. 정말 고마워.”
타악!
말을 마친 강현수가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건방진 놈!”
“산 채로 잡아!”
“내가 저놈의 혀를 뽑은 후 노예로 팔아먹겠어!”
분노한 적들이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강현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를 뿜어내며 탐식의 검을 휘두르는 강현수의 공격 앞에.
서걱! 좌악!
무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히익!”
“고레벨 플레이어다!”
“튀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적들이 도주하려 했지만.
파지지직! 화르르륵!
송하나가 화염과 뇌전의 벽으로 퇴로를 차단했고.
콰콰콰콰콰!
황금빛 오러를 양 주먹에 두른 투황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도주하는 적들을 분쇄했다.
‘굳이 소환수들을 풀 필요도 없겠네.’
300~400레벨대 플레이어 1백 명 정도는 굳이 소환수를 부르지 않아도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했다.
꽈아앙! 꽈아앙!
“커어억!”
“살려 줘!”
적들은 어떻게든 도주하기 위해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단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