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93화 (93/365)

암왕

‘선물은 고맙지만 수작질은 사양이지.’

강현수는 도왕을 소환 해제한 후 다시 소환하지 않았다.

‘황제가 준 EX랭크 반지.’

그건 독이 든 사과였다.

위치 추적 스킬에 걸려 있는 아이템일 확률이 100%였다.

‘아이템은 도왕이 가지고 있으니 소환하지 않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로크토 제국의 영토를 벗어난 뒤 추적 스킬을 제거하고 사용하면 꽤 쏠쏠할 것 같았다.

‘어떻게 나오려나?’

시간이 얼마 없었다.

황제의 남은 수명은 고작 3년.

그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

당장 사공작을 쳐 내지는 못해도.

‘의심은 하겠지.’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면?

‘사공작을 제거하고 체계를 뜯어고치겠지.’

황제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처단하면 그만이야.’

그래도 로크토 제국에 온 목적은 모두 이뤘다.

‘거기다 쏠쏠한 보너스도 받았고.’

무려 EX랭크 아이템이다.

‘레벨만 올리면 수호신 이철민의 방어력을 능가할 수 있어.’

수호의 반지.

황제에게 받은 건강의 반지.

칼무스 공작에게 받은 야수의 심장 반지.

거기다 마룡 카라스를 사냥하고 나온 마룡갑까지.

탱커의 입장에서는 최강의 세팅이나 다름이 없었다.

‘괴력 스킬도 손에 넣었고.’

딜러 입장에서 괴력 스킬은 사기나 다름이 없었다.

마력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건 마력의 심장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어.’

최고였다.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창을 동시에 손에 넣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앞으로 스텟이 부족해 소환수를 만들지 못하는 일도 없겠지.’

레벨 업을 하며 쌓은 스텟을 모조리 힘에 쏟아부으면?

F랭크임에도 열 배로 뻥튀기가 된다.

‘게다가 괴력은 레플리카 스킬이지.’

그 말은 열 배가 아니라 16배로 뻥튀기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레플리카 스킬과 괴력 스킬의 랭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

‘스킬 강화로 무한 레벨 업이 가능하고 스텟 고정으로 누적 스텟까지 쌓을 수 있어.’

소환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스텟을 손쉽게 확보하면서 강현수까지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최고의 세팅이었다.

‘이제 레플리카 스킬을 EX랭크로 만들고 남은 네 개의 스킬만 손에 넣으면 끝이다.’

레플리카 스킬을 EX랭크로 만들었을 때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스킬의 숫자는 총 네 개.

남은 네 개의 자리를 채울 스킬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스킬들로 남은 네 개를 모두 채우면.

‘레플리카 스킬 세팅이 끝난다.’

물론 갑자기 송하나가 가진 마력의 심장이나 투황의 야성의 감각 그리고 칼무스 공작의 야수화 같은 스킬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럼 미래 예지를 버려야지.’

어차피 일반 스킬로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했고 강현수에게 가장 쓸모없는 스킬이니 좋은 대체제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거기다.

‘스킬 강화와 스텟 고정의 경우도 스킬북을 얻을 수만 있다면 레플리카 스킬을 버려도 상관없어.’

레플리카로 인한 효과 향상이 아깝기는 하지만.

더 좋은 대체제가 나온다면?

미래를 위해 버리는 게 맞았다.

문제는 스킬 소유자가 사망해도 고유 스킬의 스킬북을 얻을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다는 점이었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그건 천천히 나중에 생각해도 그만이다.

***

‘빠르네.’

로크토 제국의 황제 로디우스 1세는 강현수에게 이야기를 전달받은 다음 날부터 곧바로 홍수 대비에 들어갔다.

댐을 방류해 수량을 낮추고 대대적으로 제방을 만들었으며 배수로 작업을 통해 홍수에 대비했다.

‘그건 내 말을 진실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로크토 제국의 황제 로디우스 1세는 다크 나이트가 미래 예지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건 큰 무기가 된다.’

앞으로 로크토 제국과 협상을 할 때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다.

‘쓸 만한 정보 조직이 하나 필요해.’

황금 군주 사에마알이 이끄는 상단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지금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겠지?’

암왕.

어둠 속에 숨어 모든 정보를 관장한 왕.

‘정체를 아무도 몰랐지.’

이름과 성별이 알려진 살황 송하나보다 더 베일에 감춰진 존재가 바로 암왕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지막 결전에서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밝혔다는 거지.’

스스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면?

아무도 암왕에 대해 알지 못했으리라.

‘실제 무력도 왕의 칭호를 가진 이들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지.’

본인을 드러내고 활동했다면?

암왕이 아니라 암황이나 암존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었다.

‘포섭할 수 있을까?’

죽일 수는 없다.

암왕은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꼭 필요한 인물.

그가 없었다면?

인류는 보다 빠르고 허무하게 무너졌으리라.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에 인류는 적잖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

‘내 뜻대로 움직일 수만 있으면 최고인데.’

쉽지는 않아 보였다.

거기다 자칫 잘못해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도 없지.’

현재로서는 완벽하게 포섭하지는 못하더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두는 게 최선이었다.

‘우호적인 관계만 맺어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야.’

강현수가 고심했다.

‘일단 부딪쳐 보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강현수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애초에 지금이 아니라면?

암왕을 이렇게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암왕은.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모습을 감춰 버리니까.’

포섭하지는 못하더라도.

‘직접 대면할 수 있을 때 만나 우호적인 관계라도 맺어 두는 게 좋아.’

밑져야 본전이었다.

***

로크토 제국의 수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일반 백성들도 있었고 황족이나 귀족도 있었다.

하나 여기 그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존재가 있었다.

“알아봤어?”

“예, 아가씨. 황제 폐하께서 다크 나이트의 전령을 직접 만나셨다고 합니다.”

“황제와 다크 나이트가 무슨 대화를 나눴지?”

“로크토 제국이 멸망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호오, 황제 앞에서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하다니 제법이야. 이유는?”

“사공작이 마왕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또한…….”

보고자의 입에서 황궁 내부의 일이 술술 흘러나왔다.

“다크 나이트라.”

“믿을 만한 집단일까요?”

“일단 주장한 것만 보면 적은 아니야. 하지만 아군이라고 할 수도 없지. 새로 들어온 정보 중에 다크 나이트와 관련된 게 있어?”

“없습니다.”

“단 하나도?”

“예.”

“그만한 강자들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졌을 리는 없는데 이상하네.”

조직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다.

사람인 이상 먹고 자고 입어야 한다.

더군다나 그런 강자들을 다수 보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서포트가 필요하다.

‘분명히 적지 않은 거금이 들어갔을 것이 확실한데.’

그런 자금이 빠져나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어.’

인간이라는 존재는 모두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

그 정도 강함을 가졌다면?

‘밖으로 드러내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가 없어.’

부가 되었든 권력이 되었든 명예가 되었든.

그런 욕망은 인간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준다.

한데 다크 나이트들은 오랜 시간 어둠 속에 숨어 살았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과는 하등 상관없는 무란 왕국 수호에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목숨을 바쳤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래서 처음에는 무란 왕국의 왕실이 키운 조직이 아닌가 하고 의심도 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부럽네.’

비밀 조직을 유지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조직원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돈으로 충족시켜 주는 건 차라리 편하지.’

하나 전통적으로 강자들은 세속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돈보다는 권력과 명예를 원한다.

‘자신을 뽐내고 싶어 안달인 얼간이들을 달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그걸 충족시켰을까?

‘그들의 욕망이 모두 숭고한 명예욕이라면?’

가능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밝히지 않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하지만.

‘결국 그런 이들 역시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일 뿐이야.’

얼굴 없는 천사라는 명예를 원하는 욕망.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큰 명예를 움켜쥘 수 있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몰라도 상관없다.

그게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채워 주고 엄청난 만족감을 선사해 주니까.

하지만.

‘한두 명은 그럴 수 있지만, 그만한 강자들 모두가 그럴 수는 없어.’

그건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다크 나이트의 존재가 알려진 건 최근 일에 불과해.’

그 전에는 그들의 욕망을 도대체 어떻게 채워 준 걸까?

다크 나이트들이 아무런 욕망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아틀란티스 차원 수호라는 대의명분하에 살아간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녀는 욕망이 없는 숭고한 성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최대한 찾아봐. 최근 3주 사이에 수도에 입성한 이들을 모조리 조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예, 아가씨.”

“가 봐.”

보고를 하던 수하가 조용히 물러나자.

톡! 톡! 톡!

그녀가 책상을 치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다크 나이트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다크 나이트라는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

“아가씨.”

아까 나갔던 수하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예.”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찾아올 손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지?”

“스스로를 다크 나이트라고 밝혔습니다.”

“다크 나이크라고 주장하는 자가 나를 찾아왔다고?”

“예, 어떻게 할까요?”

“…….”

긴 침묵이 이어졌다.

“들여보네.”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의도였다면?

다크 나이트라고 밝히는 것보다는 다른 신분을 사용하는 게 더 나았을 테니까.

결정적으로.

‘한 번쯤 만나 보고 싶기도 했고.’

직접 만나 대화를 해 봐야 다크 나이트라는 존재의 욕망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간 꼬리를 찾을 수가 없어 고생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실보다는 득이 더 많아 보였다.

“뭐 해?”

그녀의 말에 수하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잠시 후.

전신을 꽁꽁 싸맨 사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나이트라고 하셨나요? 그런데 도대체 왜 저를……?”

그녀가 의문이 가득 한 눈빛으로 상대에게 물었다.

척!

그때 상대가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세실리아 군주마마를 뵙사옵니다.”

그 한마디에 그녀의 의문 가득하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일어나세요.”

그녀의 말에 상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군주가 아니라 남작 영애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날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그리하겠사옵니다.”

“어떻게 알았죠?”

그녀가 물었다.

군주는 황태자의 딸에게 주어지는 지위다.

다만 그녀는 공식적으로 군주라는 지위를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황태자의 딸이기는 했다.

문제는 그 사실 자체가 극비라는 점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로?’

다크 나이트는 로크토 제국 황실 인사가 아닌 외부인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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