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86화 (86/365)

레이드 성공의 대가

“지휘관 임명.”

강현수가 권황과 무존을 대대장으로 임명했다.

그 덕에 본래 대대장 자리에 있던 화염의 기사와 검귀의 지휘관 임명이 취소됐지만 상관없었다.

‘강한 놈을 최고 지휘관으로 임명하는 게 최고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휘관의 축복.”

강현수가 권황에게 B랭크로 성장한 지휘관의 축복을 내렸다.

“가서 저 마룡을 죽여.”

강현수의 명령에.

“충!”

권황과 무존이 힘찬 대답을 내뱉으며 마룡 카라스에게 달려들었다.

지휘관 임명으로 15% 지휘관의 축복으로 20%.

‘총 35%가 늘었으니 생전만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활약은 하겠지.’

아니, 꼭 활약을 해 줘야 했다.

왜?

그렇게라도 해야 죽기 전에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놈들.’

권황과 무존.

회귀 전 그들의 행적을 보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설마 자기들만 살겠다고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을 미끼로 던질 줄은 몰랐다.

그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길 수 있었던 상황을 확실한 패배로 종결지어 버린 것이다.

그 선택으로 마룡 카라스가 한 번 더 성장했다.

만약 강현수가 없었다면?

성장한 마룡 카라스가 무사히 살아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몸을 회복한 후 인류 전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을 것이다.

권황과 무존은 플레이어 중 최상위에 위치한 황과 존의 칭호를 받은 플레이어.

그런 이들이 이길 수 있는 적을 앞에 두고 목숨이 아까워 도망쳤다.

황과 존이라는 칭호가 아까울 정도였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이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

‘저 두 놈은 무인이 아니야.’

회귀 전에도 느꼈지만 무인이라기보다는 정치인에 더 걸맞은 존재가 바로 권황과 무존이었다.

-크아아아앙!

마룡 카라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멀쩡한 상태였다면?

두 번이나 승급을 한 마룡 카라스를 이렇게 쉽게 궁지에 몰아넣을 수 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승급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간 척살대가 입힌 피해 덕에 마룡 카라스의 몸 상태가 엉망 그 자체였다.

‘다 도망쳐서 보는 사람도 없고.’

타악!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소환수들이 마룡 카라스를 잡는 걸 구경만 할 생각은 없었다.

또 강현수가 합류해야 마룡 카라스를 최대한 빨리 잡을 수 있었다.

탐식의 검이 가진 안티 힐 능력 덕분이었다.

거기다 추가로 부수적인 효과가 하나 더 있었는데.

-인간! 죽여 버리겠다!

자동으로 마룡 카라스의 어그로를 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의 어그로를 끌어 주면?

소환수들이 좀 더 편하게 딜을 할 수 있다.

-크아아아앙!

마룡 카라스가 죽을힘을 다해 강현수를 공격했다.

사실 마룡 카라스 입장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방에서 벌 떼같이 달려드는 강현수의 소환수들.

워낙 숫자가 많아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숫자가 쉬이 줄어들지 않았다.

거기다 소환수를 죽인다고 해도 강현수가 추가로 소환을 하기라도 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소환사 계열의 적을 상대할 때의 기본은 소환수가 아닌 소환사를 잡는 것.

마룡 카라스는 분노도 분노지만 이 전투에서 이겨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강현수를 죽여야만 했다.

하지만.

꽈앙! 꽈앙! 꽈앙!

강현수는 마룡 카라스의 공격을 얄미울 정도로 잘 피해 다녔다.

가끔 치명적인 일격이라도 들어갈라치면.

꽈아아앙!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대신 그 공격을 받아 냈다.

마룡 카라스의 입장에서 정말 정말 짜증 나는 것은.

캬우웅!

강현수의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권속이었던 드래곤 터틀이라는 점이었다.

마룡 카라스의 몸에 하나둘 상처가 늘어났다.

전처럼 옅은 상처가 아니었다.

근육이 갈라지고 뼈가 드러날 정도의 치명상들이었다.

콰직!

권황의 주먹이 마룡 카라스의 뿔을 박살 냈고.

서걱!

무존의 쌍검이 마룡 카라스의 오른팔을 베어 냈으며.

콰직!

무란의 수호성과 도왕이 마룡 카라스의 양다리를 찍어 눌렀다.

-크르르릉!

전신이 피투성이로 변한 마룡 카라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마룡 카라스의 머리에.

콰지직!

강현수가 휘두른 탐식의 검이 틀어박혔다.

-캬우우우웅!

마룡 카라스가 구슬픈 비명과 함께.

숨을 거뒀다.

[마룡 카라스를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룡 카라스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만인지적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독고지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당연히 칭호와 업적이 나왔다.

이건 예상했다.

충분히 업적을 받을 만한 성과를 이뤘으니까.

하지만 강현수가 예상한 건 하나의 업적과 하나의 칭호였다.

그런데 무려 업적 하나에 세 개의 칭호가 나왔다.

‘이럴 만한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시스템 메시지에 있는 ‘홀로’라는 단어였다.

‘홀로?’

강현수는 분명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마룡 카라스를 사냥했다.

한데 여기서는 홀로 잡았다고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다 전사했거나 도망쳤기 때문에?’

그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송하나와 투황은 멀쩡히 살아 있는데? 마룡 카라스를 잡는 데 어느 정도 기여도 했고?’

그럼 단독 사냥이 아니어야 했다.

‘설마?’

송하나와 투황의 포지션은 특별했다.

플레이어이자 강현수의 살아 있는 소환수로 취급받았다.

‘플레이어이기는 하지만 내 소환수이니까. 시스템이 그냥 나의 힘으로 포함시킨 건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았다.

‘업적 하나에 칭호를 세 개나 주는 건 처음 보네.’

그것도 모두 EX랭크였다.

좋은 점은.

‘더 주네.’

업적이 하나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계 남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사냥꾼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마계 귀족 포식자 SSS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마계 귀족 살해자 S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마계 귀족 학살자 A랭크가 주어집니다.]

[마왕군의 침공을 홀로 저지하는 훌륭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방패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자 SSS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성 SS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신 A랭크가 주어집니다.]

‘이번에는 네 개네.’

아까보다 더했다.

‘사냥꾼, 포식자, 살해자, 학살자라.’

거기다.

‘방패, 수호자, 수호성, 수호신까지.’

이건.

‘성장형 칭호야.’

마계 남작 마룡 카라스를 잡아 이 정도 성과를 올렸다.

그럼 마계 자작이나 백작을 잡는다면?

후작이나 공작을 잡는다면?

‘저 업적들도 모두 EX랭크로 만들 수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1000레벨 스텟 달성도 문제가 아니었다.

면서 스텟은 1000레벨을 초과한다?

강현수로서도 입이 쩍 벌어지는 성과였다.

‘업적으로 올릴 수 있는 스텟 최대치는 400레벨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강현수는 현재 업적만으로 800레벨대 플레이어와 대등한 수준의 스텟을 획득했다.

‘회귀 전의 목표를 아득히 초과 달성했네.’

업적만으로 1000레벨을 넘어서는 스텟을 손에 넣는다?

회귀한 이후에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목표였다.

튜토리얼 이후에는 업적 획득이 극히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해.’

이번처럼 예상을 아득히 초과하는 보상을 대량으로 받을 수 있다면.

‘1000레벨이 아니라 2000레벨도 가능할지도 몰라.’

그렇게 된다면?

강현수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확실히 홀로 잡았다는 게 엄청난 성과기는 한가 보네.’

그러고 보니.

‘멘트도 다르네.’

전에는 놀라운 업적이더니 이번에는 있을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훌륭한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강현수가 업적을 확인하는 사이.

사아아악!

마룡 카라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잔존 마력의 일부가 강현수, 송하나, 투황에게 스며들었고.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올랐다.

대부분의 잔존 마력이 기여도가 가장 큰 강현수에게 집중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머지 잔존 마력들은 하나로 뭉쳐지며 아이템으로 변했다.

‘일단 빨리 자리를 뜨자.’

강현수가 재빨리 아이템을 챙겼다.

마룡 카라스의 몸에서 나온 아이템만 챙긴 게 아니라 죽은 플레이어들의 아이템도 챙겨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었었다.

인류의 재앙 중 하나였던 마룡 카라스.

‘놈을 내 소환수로 만든다.’

스텟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소멸한 소환수를 복구하고 전사한 척살대 소속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를 소환수로 만드느라 적지 않은 양이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놈을 소환수로 만들 정도는 남겨 놨어.’

또 마룡 카라스를 사냥하며 레벨이 미친 듯이 올랐기에 스텟의 여유가 꽤 넉넉하게 생겼다.

“연대 구성.”

강현수가 스킬을 시전하는 순간.

사아아아악!

마룡 카라스가 죽은 자리에서 막대한 마력이 꿈틀거리며.

우득! 우득!

거대한 마룡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검푸른 마력이 뭉쳐 몸통과 머리를 만들어 냈고.

등에서 검푸른 세 쌍의 날개가 펼쳐지며.

머리 위에 여섯 개의 뿔이 돋아났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팔과 다리 그리고 굴강한 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르!

온전한 모습으로 부활한 마룡 카라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와 함께.

[일인연대 - B랭크가 일인여단 - A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직업 일인연대가 일인여단으로 성장했다.

‘엄청나다.’

보유 가능한 소환수의 숫자가 2천 기에서 5천 기로 늘어났다.

임명 가능한 대대장 숫자도 셋에서 아홉으로 세 배나 늘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꽤 많은 직업 스킬들이 생겼다.

‘일단은 나중에.’

마룡 카라스 사냥으로 얻은 것들과 전직하고 얻은 것들은 나중에 확인하면 그만이다.

우선은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소환 해제.”

강현수는 소환수들의 소환을 해제한 후.

“가자.”

송하나와 투황을 이끌고 전장을 떠났다.

* * *

마룡 레이드 실패.

레이드 참가자 전원 사망.

그 사실이 알려지자 무란 왕국은 난리가 났다.

대도시 바란과 가까운 곳에 있는 백성들이 줄줄이 짐 보따리를 싸 피난길에 올랐고.

무란 왕국과 국경이 인접한 국가들도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황과 존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로크토 제국도 완전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그러는 와중에.

몇 가지 소문이 돌았다.

-마룡은 죽었어! 내가 봤다니까!

-나도 봤어!

-다크 나이트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마룡을 쓰러트렸다고!

-마룡을 사냥한 직후에 허공에 흩어져서 그대로 사라졌다니까!

각국의 정부는 이 소문을 헛소문으로 취급했다.

다크 나이트의 존재에 대한 보고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래 예지라는 특별한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비밀 집단일 뿐이었다.

무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일개 비밀단체 수준에서 뛰어나다는 것일 뿐.

국가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높게 쳐줘 봐야 강소 길드 수준이었다.

그런 비밀 집단이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 보낸 레이드 참가자가 전원을 전멸시킨 마룡을 사냥했다?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보였다.

아틀란티스의 모든 제국과 왕국은 국가 차원에서 고레벨 사냥터를 통제하고 있다.

그런 만큼 모든 고레벨 플레이어는 각국 정부의 관리하에 있었다.

각국 정부의 통제에 벗어난 강자가 한둘 정도는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마룡을 사냥할 정도로 강력한 자들이 다수 출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각국 정부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고 방어에 전념하며 2차 마룡 레이드를 준비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마룡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그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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